투명인간은 가능할까?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09-07-30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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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대방을 볼 수 있지만, 상대방은 나를 전혀 볼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원래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해도 은닉성을 이용해 함부로 행동하거나 온갖 범죄를 저지르게 될까? 투명인간이 던져 주는 중요한 문제의식 중 하나이다.
투명인간은 영국의 유명한 SF작가 H. G. 웰즈가 1897년에 소설로 처음 발표한 이후, 숱한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자주 다루어져 왔다. 또한 투명인간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투명망토 등도 영화에서 자주 등장한다.
그간 투명인간을 다룬 영화들은 주로 어떤 얘기들을 담아 왔는지, 또한 투명인간이나 투명 망토 등이 과학기술적으로 과연 가능할 수 있을지 알아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듯하다.

웰즈의 원작소설 투명인간(The Invisible Man)은 자신의 신체를 투명하게 만드는 약품을 발명한 남자가 이를 이용하여 재물과 권력을 취하려 온갖 악행을 감행하지만, 결국은 사람들에게 쫓기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SF적 측면에서도 뛰어나지만, 남의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의 고독과 심적 갈등을 잘 묘사한 점에서 문학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1933년에 제임스 웨일 감독, 클로드 레인스 주연으로 미국에서 영화화된 ‘투명인간(The Invisible Man)’은 원작소설과 내용이 거의 동일하다. 투명인간의 트레이드마크인, 칭칭 감은 붕대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주인공이 등장하여 투명 약 발명 사실을 숨기려하지만, 그는 차츰 끔찍한 범행에 빠져든다.
투명인간을 다룬 이후의 영화나 TV 드라마 역시 상당수가 원작소설과 내용이 거의 동일하거나 비슷한 문제의식을 선보이고 있으나, 일부는 밝고 코믹하게 이야기를 전개시키기도 한다. 1995년작 ‘엄마는 투명인간(Invisible Mom)’은 프레드 올렌 레이 감독, 디 윌런스 스톤 주연의 코믹 가족 영화로, 아빠가 발명한 투명 약을 아들이 훔치려하지만 엉뚱하게도 엄마가 실수로 그 약을 먹는 바람에 일어나는 소동을 그리고 있다.
이보다 몇 년 앞서 나온 존 카펜터 감독의 ‘투명인간의 사랑(Memoirs Of An Invisible Man, 1992)’은 뜻하지 않게 투명인간이 된 남자의 고뇌를 보여준다. 매력적인 외모와 우수한 두뇌를 지닌 증권 투자 전문가인 주인공이 뭇 여성들의 인기를 끌며 행복하고 성공적인인생을 살아가지만, 한 연구소에 들렀다가 불의의 사고로 투명인간이 되고 만다. 다른 사람에게 장난을 치거나 예쁜 여성의 방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다는 즐거움도 잠시, 그는 무서운 비밀 집단의 추격을 받으며 생사의 기로에 놓이고, 텅 빈 자신의 모습과 함께 정체성마저 희미해지게 되자, 원래 자신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필사적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투명인간에 관한 가장 최근의 영화로서는, 흥행에도 성공하며 나름 인기를 끌었던 ‘할로우 맨(The Hollow Man, 2000)’이 있다. 유명 감독인 폴 버호벤이 감독을 맡고 엘리자베스 슈, 케빈 베이컨, 조쉬 브롤린 등이 주연한 이 영화는 첨단과학기술시대에 걸 맞는 그럴듯한 줄거리를 갖추기는 했으나, 주제의식 등은 원작소설과 그리 큰 차이가 없다.
미국 정부는 비밀리에 유능한 과학자들을 동원하여 할로우 맨, 즉 투명인간 실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시키지만, 그 중 한 명은 정부의 명령을 어기고 스스로에게 투명인간 실험을 강행하여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신체에 변화를 일으키며 자취를 감추고 만다. 그의 애인은 투명인간이 된 그를 다시 되돌리려 하지만, 이미 자신의 힘에 도취되어 욕망과 과대망상을 나타내며 위험한 존재가 되어버린 그는 평소 흠모하던 여성을 강간하는 등 악행을 일삼고, 투명인간과 그의 동료들은 서로 목숨을 건 대결을 벌이게 된다.
2006년에 나온 속편 격인 '할로우맨2(Hollow Man II, 2006)'는 전편과는 줄거리가 다르지만 역시 보이지 않는 상대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그린 SF 스릴러 영화이다. 전편의 감독이었던 폴 버호벤이 기획, 제작을 맡고 클라우디오 파가 감독한 이 영화는, 예전에 실험 대상이었던 사람의 도움으로 투명인간 계획 관련 거대한 음모를 알게 된 주인공이 결국 자기 스스로 투명인간이 되어 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투명인간은 빛을 쏘이면 세포가 파괴되는 치명적인 결점이 있는데, 이로 인한 부작용에 시달리는 투명인간이 완충제를 찾아 나서면서 여러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투명인간처럼 사람 몸 전체를 투명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해도, 망토 등을 뒤집어쓰는 방법으로 자신을 보이지 않게 하는 장면은 여러 영화에서 등장한다.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는 J. K. 롤링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전 세계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까지 환상적인 마법의 세계에 빠져들게 하면서 지금도 후속작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시리즈 3편, 즉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Harry Potter And The Prisoner Of Azkaban, 2004)’에서 주인공 해리 포터는 투명망토로 몸을 숨긴 채 마법학교 곳곳을 누비며 비밀의 단서를 찾는 장면이 나온다.
또한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일본 SF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攻殼機動隊; Ghost In The Shell, 1995)’에서는 투명망토 비슷하게 자신을 투명해 보이도록 위장할 수 있는 ‘광학미채(光學迷彩; Optical Camourflage)’라는 기술이 등장한다.
이들과는 좀 다르지만, 밖에서는 안쪽을 투명하게 볼 수 있는 반면에, 안쪽에서는 바깥쪽을 볼 수 없는 유리창 등이 죄수나 피의자를 심문하는 과정 등에서 자주 등장한다. 지금은 관광지가 되었지만 옛날에는 악명 높은 감옥이었던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알카트라즈를 배경으로, 생화학무기를 탈취한 특수전 군인들의 반란을 다룬 영화 ‘더 록(The Rock)’을 보면, 그곳 탈옥수 출신인 주인공이 심문을 받다가 그런 유리창을 깨뜨리는 장면이 나온다. 안과 밖의 투명도가 크게 다른 이런 유리창 시스템은 빛의 반사율과 안팎의 밝기차이 등을 이용하여 그리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불투명한 유리는 한쪽 면에 연마재 등을 써서 아주 작은 요철을 만들어 난반사를 일으키게 하는 방식으로도 제작할 수 있다.
언젠가 영국에 실제로 있는 ‘투명한 화장실’이 해외토픽 등에 소개된 적이 있는데, 항상 투명한 것은 아니고 사람이 들어가게 되면 유리창이 불투명하게 변하여 용무를 보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는 독특한(?) 화장실이다. 이는 유리판 사이에 액정과 같은 성질을 지닌 고분자 물질을 넣어서 만든 것으로서, 전압을 인가하면 고분자가 일정하게 배열하여 투명하게 되고, 전압을 끊으면 무질서하게 배열되어 불투명하게 보이는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에 나오는 투명망토나 투명인간도 실제로 가능하게 될까?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으로 완전 투명인간을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남의 눈에 전혀 띄지 않는 투명인간이 자신은 바깥 사물을 마음대로 볼 수 있다는 설정 자체가 과학적으로 볼 때 모순이다.
영화 할로우의 한 대목을 보면, 주인공이 스스로 투명인간이 된 후 “눈이 너무 부신데 눈을 감아도 아무 소용이 없군. 눈꺼풀까지 투명해져서...” 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눈꺼풀마저 투명해져서 빛이 투과할 정도라면, 눈동자와 망막도 투명하게 되었을 것이다.
투명한 망막이라면 외부의 이미지가 상을 맺지 못하고 통과해버릴 것이므로, 뇌가 인식할 수 있는 시각신호 자체가 형성될 수 없다. 만약 영화관이나 프로젝터의 스크린이 유리처럼 투명하다면 영상을 볼 수 없는 것처럼, 스크린이나 필름의 역할을 하는 사람의 망막이 투명하다면 바깥 사물의 상을 도저히 볼 도리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설령 투명인간이 되었다 하더라도, 투명인간 역시 아무 것도 볼 수 없을 것이다.
공각기동대에 나오는 광학미채 비슷한 기술은 일본의 대학 등지에서 실제로 어느 정도 구현한 적이 있는데, 투명인간과는 원리가 좀 다르다. 뒤집어 쓴 망토가 완전히 빛을 통과하여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 등을 이용하여 뒤의 배경이 보이는 것처럼 만드는 방식이다. 즉 이는 실제 현실과 가상 물체가 합쳐진, 일종의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과 비슷한 원리이다.
광학미채 기술을 구현하려면, 망토를 입은 사람의 뒤를 촬영할 비디오카메라, 카메라의 이미지를 증강시킬 컴퓨터, 이미지를 투사하는 프로젝터와 반사장치 등의 다소 복잡한 장비와 시스템이 필요하게 된다.

최근 미국에서는 투명망토를 실현시킬 단서를 제공할만한 특수물질들을 개발했다고 보도된 바 있다. 일명 메타물질로 불리는 이 물질은, 반사되는 가시광선의 방향을 제어해서 물체를 어느 정도 투명하게 보이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 미국의 한 대학 연구진은 나노컵이라 불리는 메타물질을 이용하여 빛을 제어하는데 성공했는데, 나노컵의 입자들이 동일한 방향으로 반복적으로 정렬되어 있어서, 안으로 들어온 빛이 모두 한 방향으로 나가게 된다고 한다. 따라서 반사광이 사람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되어 물체가 보이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또 작년에는 미국의 다른 대학에서 빛의 굴절 원리를 활용하는 새로운 메타물질을 개발했다고 한다. 아주 얇은 두께의 그물망과 나노미터 굵기의 은선으로 메타물질을 만들어서, 빛을 굴절시키는 방식이다. 물체에 도달한 빛이 굴절되어 주위를 돌아서 뒤쪽으로 통과한다면,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가 된다.
그러나 이들 메타물질들의 투명 정도가 아직 만족스러울만한 수준은 아니어서, 안보이게 하고 싶은 물체가 불투명하게 눈에 띄는 상태라고 한다. 또한 몇 년 전에는 마이크로파 단위의 전자기파가 물체에 닿으면 그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메타물질을 개발하는 데에 성공한 바 있으나, 이 역시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긴 마이크로파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투명물질의 개발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증강현실을 융합시킨 광학미채 기술이든, 메타물질 등을 이용하여 투명망토를 만드는 기술이든, 이런 기술이 실용화될 정도로 발전한다면 응용할 수 있는 분야는 매우 넓다. 예를 들어, 비행기의 바닥 아래 광경이나 자동차 차체 바깥을 투명하게 볼 수 있다면, 비행기 이착륙 시에 활주로의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어서 더욱 안전하고, 자동차 후진 시의 사고예방 등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내시경 등을 통하지 않고도 환자의 신체 내부를 볼 수 있다면, 의사의 진료와 수술 등에도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군의 모습을 철저히 감춰서 적군의 눈에 띄지 않게 한다면 전투 시에 크게 유리할 것이므로, 군사적인 목적으로도 이런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다만 악행을 일삼는 투명인간 영화에서처럼, 투명화 기술이 악용될 가능성은 경계해야할 듯하다.


최 성우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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