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의 각종 첨단 교통수단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09-12-1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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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영화나 액션 영화 등을 보면, 각종의 첨단 교통수단들이 자주 등장하는 편이다.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거나 놀랄만한 여러 기능들을 지닌 자동차 및 특이한 교통수단을 비롯하여, 하늘을 나는 교통수단으로서 첨단의 헬리콥터와 비행기, 그리고 개인용 로켓 추진체 등에 이르기까지, 영화에 등장하는 미래의 새로운 교통수단들은 무척 다양하다.
그중 일부는 만화처럼 황당한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상당수는 실제로 이미 선을 보였거나 개발 중인 것들도 적지 않다. 이들 영화에 나오는 각종 첨단 교통수단들을 살펴보고, 현실적 가능성 등을 비교해 보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을 듯하다.

저명 SF 작가인 필립 K. 딕의 소설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We Can Remember It For You Wholesale)’을 원작으로 하여 화성과 지구에서 벌어지는 모험을 그린 ‘토탈 리콜(Total Recall; 1989)’에는 가상현실, 홀로그래피 등을 비롯하여 각종 첨단 과학기술이 등장한다. 물리학 박사 출신인 폴 버호벤 감독의 영화여서 그런지, 기억 이식 등을 둘러싸고 어디까지가 가상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이해하기가 난해한 면도 있지만, 첨단기술들을 응용, 묘사한 장면들은 주인공을 맡은 아놀드 슈왈츠제너거의 호쾌한 액션과 함께 좋은 볼거리이다.
그중에는 로봇이 운전하는 택시가 나오는 장면도 있다. 자니 캡(Johnny cab)이라 불리는 로봇 택시의 운전기사 로봇은 손님에게 “어디로 모실까요?” 라고 물은 후 스스로 최적의 코스를 선택하여 운전하는데, 약간 유머러스한 인상의 로봇 얼굴은 영화배우인 로버트 피카르도를 모델로 한 것이라고 한다. 나중에는 시간에 쫓긴 주인공이 너무 다급한 나머지, 규정 속도를 지키며 안전 운행을 하는 기사 로봇을 제치고 운전대를 잡고서 ‘수동 모드’로 거칠게 차를 모는 장면도 나온다.

로봇 운전기사가 따로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동차 자체가 일종의 첨단 인공지능 로봇처럼 묘사되는 작품으로는 예전에 TV 시리즈로 큰 인기를 끌었던 ‘전격 Z작전(Knight Rider, 1982)’이 있다. 미국 NBC가 1982년부터 1986년까지 방영하였고, 국내 TV에서도 1985년부터 방송되었으므로 요즘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다소 낯설지 모르지만, 당시 학생과 청소년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시리즈물이다.
기업의 비밀을 훔쳐내 큰돈을 챙기려던 악당을 뒤쫓던 젊은 형사 마이클은 갑작스런 공격을 받고 큰 부상을 입게 되는데, 그는 뜻밖의 사람들의 도움으로 다른 얼굴을 지닌 새 인물로 다시 태어나고, 비밀리에 개발된 인공지능 자동차도 선물 받게 되면서 시리즈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키트(KITT)’라 불리는 이 슈퍼카는 주인의 말을 알아들을 뿐 아니라, 위험에 처했을 때에는 스스로 판단하여 주인을 보호하고 위기 탈출을 돕기도 하는 등, 첨단의 휴먼 로봇이 내장된 자동차라고 볼 수 있다. 마이클은 키트와 명콤비를 이루어 자신을 위험에 빠뜨렸던 악당들을 모두 처치하고, 이후에도 정의를 지키려 다른 악당이나 불의의 세력들을 소탕한다는 것이 시리즈의 주요 내용이다.
전격 Z작전은 올해인 2009년에 리메이크작이 미국과 한국에서 방영되면서 다시금 인기를 끌고 있는데, 27년의 세월이 흐른 만큼 원작보다 기술적인 면에서 훨씬 진보한 요소들이 흥미를 끈다. 원작 키트의 차종은 1982년식 폰티악 파이어버드였지만, 리메이크작에서는 2009년식 머스탱 GT500KR이다. 원작에서는 주인공인 마이클이 다급하게 키트를 호출할 때마다 손목시계에 입을 대고 “키트, 빨리 와줘!” 라고 외쳐서 당시 청소년들에게 유행어를 낳기도 했지만, 리메이크작에서는 불루투스를 이용한 최신 무선전송기술 덕분에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예전의 본부였던 거대한 트레일러 대신에, 최신작에서는 비행기에서 공중 낙하되는 방식도 달라졌고, 그밖에도 나노기술을 응용한 방탄과 은신술, 전 세계의 위성을 활용하는 인공지능 컴퓨팅, 레이저 커터와 트랜스포머를 연상하게 하는 변신 기능 등 눈길을 끌만한 키트의 ‘업그레이드’는 매우 다양하다.

자동차 뿐 아니라 첨단의 헬리콥터나 비행기도 영화와 드라마 등에 자주 등장하는데, 제임스 카메론 감독에 아놀드 슈왈츠제너거 주연의 액션 코메디 영화 ‘트루 라이즈(True Lies; 1994)’에서는 최신예 전투기인 해리어(AV-8B Harrier2) 기가 등장한다. 미국 맥도널드 더글라스사와 영국 BAE사가 공동으로 개발한 이 전투기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할 뿐 아니라, 헬리콥터처럼 공중에 정지하여 임무를 수행할 수도 있다.
‘전격 Z작전’이 처음 TV에서 방송되었던 비슷한 시기에, 놀라운 기능을 갖춘 슈퍼 헬리콥터가 선보여서 인공지능 자동차 키트와 쌍벽(?)을 이룬 적이 있다. 역시 1980년대에 미국과 한국에서 TV 시리즈로 방영되었던 ‘에어울프(Airwolf; 1984)’인데, 헬리콥터가 늑대 울음과 비슷한 소리를 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첨단 헬리콥터는 동체 옆에 붙은 제트 엔진으로 음속 돌파가 가능할 뿐 아니라, 열추적 미사일 등의 첨단무기를 장착하여 전투기와 싸워도 끄떡없고, 헬리콥터에서는 금지된 360도 회전 기동도 서슴없이 하면서 상대방을 격추시키곤 한다.
시리즈 중간에 주인공을 비롯한 주요 출연진이 한차례 바뀐 적도 있지만, ‘주기장’으로 이용하는 숨겨진 요새처럼 생긴 미국의 유명 관광지를 배경으로, 출동할 때마다 울리는 박진감 넘치는 배경음악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너무 만화 같거나 좀 황당해 보이는 경우도 많지만, 007 시리즈는 매 영화마다 항상 새로운 무기를 비롯하여 각종 첨단기술들을 선보이는데, 고성능, 신기능의 교통수단들 역시 볼거리를 제공하곤 한다. 제 10탄 ‘나를 사랑한 스파이(The Spy Who Loved Me; 1977)’에서는 바다로 뛰어든 자동차가 바로 잠수정으로 변신하는 수륙양용 자동차가 나오고, 제 11탄 ‘문레이커(Moonraker; 1979)’에서는 우주기지와 우주왕복선까지 등장하면서 현란한 액션을 펼친다. 여러모로 논란이 많았던 제 20탄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 2002)에서는 공기부양정 호버크래프트로 지뢰밭을 질주하며 싸우는 장면이 나온다.
007 영화 등에서 가끔 나오는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교통수단은, 등에 짊어지거나 매달린 채 자유롭게 비행할 수 있는 1인용 로켓 추진체이다. 숀 코너리 주연으로서, 정식 007 영화 시리즈가 아닌 번외 편이라 할 수 있는 ‘네버세이 네버어게인(Never Say Never Again; 1983)에서 이런 로켓기구가 등장한다. 역시 숀 코너리가 주연을 했던 초기의 007 영화인 제 4탄 썬더볼 작전(Thunderball; 1965)에서도 비슷한 로켓 추진체가 나오는데, 주인공 역의 배우가 같은 탓인지 전반적인 이야기 전개도 네버세이 네버어게인과 비슷한 점이 많다. 다만 1인승 로켓 추진체의 모양이 예전 작품에서는 등에 매는 방식이었는데, 뒤의 작품에서는 그네처럼 붙잡고 타게 되어 있어 보다 안정적으로 보인다.
크게 인기를 끈 영화는 아니지만, 조 존스톤 감독에 빌 캠벨, 제니퍼 코넬리 등이 주연으로 나온 모험 액션 영화 ‘인간 로켓티어(The Rocketeer; 1991)’ 역시 로켓추진 장비를 주요 소재로 하고 있다.

SF영화들 중에는 미래의 교통수단으로서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등장하는 작품들도 꽤 있다. 뤽 베송 감독에 브루스 윌리스, 밀라 요보비치 주연의 SF 영화 ‘제5원소(The Fifth Element; 1997)’ 등이 대표적이다. 이 영화의 배경인 서기 2259년의 뉴욕에는 수많은 자동차들이 지상의 도로가 아닌 상공을 고속으로 질주한다. 영화 초반에 주인공인 빨간머리 소녀(밀라 요보비치 분)가 실험실에서 깨어나자마자 밖으로 달아나다가 고층 건물에서 떨어지는데, 다행히도 전직 연방요원(브루스 윌리스 분)이 운전하는 에어 캡, 즉 하늘을 나는 택시 안으로 뛰어드는 대목이 나온다. 그의 비행 택시는 혼잡한 뉴욕의 ‘3차원 하늘 도로’를 고속으로 이리저리 잘 빠져 다닌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 또는 이와 유사한 1~2인용 비행기나 우주선들이 도시의 상공을 운행하는 비슷한 장면들이 스타워즈 시리즈 영화 등에서도 나온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II - 클론의 습격(Star Wars: Episode II - Attack Of The Clones; 2002)’의 초반부에서는, 공화국 의회 의원이 된 파드메 아미달라 전 여왕(나탈리 포트만 분)을 암살하려한 자객과 그녀를 보호하려는 두 제다이 기사 간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고층 빌딩과 개인용 우주선 무리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벌어지는 장면이 나온다.
온갖 화려한 미래 과학기술을 선보이는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 2002)’에서는 첨단의 교통수단들 역시 대거 등장한다. 경찰대원들은 1인용 로켓 추진체를 등에 짊어지고 낙하 침투, 공중 정지, 수직/수평 이동 등을 자유롭게 하고, 멋진 연료전지 자동차들이 하늘을 날지는 않지만 엘리베이터처럼 수직으로 혹은 수평으로 교통 혼잡 없이 고속 질주한다. 또한 주차 역시 차고가 아닌 자동차에서 바로 집 안으로 들어가는 첨단 시스템이다.

SF영화들에 나오는 첨단 교통수단들의 상당수는 이미 기술적으로 가능한 단계에 왔거나 개발 중에 있다. 운전자 없이도 자동차가 스스로 알아서 운전하는 무인운전 차량은 이미 개발되어 여러 나라에서 시험 주행을 한 바 있고, 로봇 택시와 유사한 첨단 소형 자동차의 디자인이 모터쇼 등에서 컨셉트 카로 선보이곤 한다. 교통 혼잡으로 인한 손실을 줄이고 최적의 교통망 운행을 가능하게 하는 지능형 교통시스템(ITS)은 GPS와 각종 정보통신, 전자/컴퓨터 기술을 동원하여 여러 나라에서 추진 중이거나 일부 구현하고 있는 중이다.
1인용 로켓추진 비행체나 하늘을 나는 자동차인 스카이 카 또한 이미 실용화를 시도하는 단계로서, 여러 나라에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작년 미국의 에어벤처쇼에서 개인용 비행장비인 제트팩(jetpack)을 선보인 외국의 한 회사가, 최근 양산형 모델을 공개하기에 앞서서 시험비행을 할 수 있는 체험 기회를 이베이 경매로 내걸어서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과연 머지않은 미래에는 SF영화에서처럼 하늘을 나는 자동차나 개인용 비행체들이 도시의 하늘을 점령하게 될까? 이에 대해서는 그다지 낙관적으로 보지 않은 견해들도 많다. 즉 스카이카나 로켓 비행체가 선보인지는 의외로 오래 되었으나 그간 기술진보가 도리어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했고, 복잡한 시스템에 따른 고가격과 조종, 안전의 문제 등이 난관으로 꼽힌다. 고도의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인들이, 현재의 자동차 면허증 정도를 가지고 수많은 스카이카를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결국 이는 과학기술적인 측면보다는, 경제적, 제도적, 사회문화적 측면 및 인간 심리 본연의 문제 등이 더 큰 관건인 듯하다.


최 성우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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