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물리학상 톺아보기(4) - 레이저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15-07-30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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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매우 중요한 과학기술적 성과로서, 전편에서 소개했던 반도체, 전자공학 분야의 트랜지스터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광학, 광공학 분야의 레이저(Laser)이다. 레이저는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분야 곳곳에서부터 거대 군사과학기술에 이르기까지 두루 이용되고 있다.
유, 무선통신망을 구성하는 핵심요소의 하나인 광통신은 전자가 전선에서 움직이듯이 레이저 빛이 광섬유 안에서 움직이는 원리를 응용한 것이다. 백화점이나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사용되는 바코드 리더는 바로 레이저 빛으로 라벨에 표시된 바코드를 읽어들이는 장치이고, DVD, CD도 레이저 빛을 이용하여 기록된 디지털 정보를 읽어내어, 음악이나 그림, 글자 등으로 재생하는 것이다. 레이저 프린터 역시 레이저 빛을 고속으로 주사(走査; Scan)하여 인쇄하는 방식이다.
그뿐이 아니다. 병원에서 쓰이는 각종 첨단 의료장비 중에도 안과의 각막 박피장치, 피부과의 피부 치료장치, 외과의 수술장비 등 레이저가 들어간 기기가 매우 많다. 레이저는 공업용으로도 널리 쓰이는데, 두꺼운 철판의 절단, 용접이나 정밀가공, 각종 측정장치에도 레이저가 이용된다. 또한 레이저(Laser) 하면 사람들은 흔히 SF영화에 나오는 광선총과 같은 무기를 먼저 떠올리곤 하는데, 미국 레이건 대통령 시절에 처음 입안된 바 있는 전략방위계획(SDI; Strategic Defense Initiative), 이른바 스타워즈계획이나 현재의 미사일방위계획(MD; Missile Defense)은 레이저 무기를 이용하여 상대방의 군사위성이나 미사일을 파괴하는 시스템 등을 포함한 것이다. 레이저는 텔레비전, 트랜지스터, 컴퓨터 등과 더불어 20세기에 만들어진 가장 중요한 발명품의 하나로 꼽힌다.

오늘날 이처럼 광범위한 분야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는 레이저의 원리는 당시 냉전을 벌이던 경쟁국이었던 미국과 옛소련의 과학자들에 의해 거의 같은 시기에 발견되었다. 영어로 ‘복사의 유도 방출과정에 의한 빛의 증폭’의 머리글자 약어인 레이저(Laser; Light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는 미국에서 타운스(Charles Hard Townes; 1915- ) 등에 탄생하였다.
고주파 발생 장치를 개발하던 그의 연구팀은 1917년 아인슈타인에 의해 발표된 유도방출에 의한 전자기파 발생 이론에 주목한 끝에, 결국 같은 파장으로 일정한 방향으로만 진행하는 새롭고 강력한 빛인 레이저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옛소련에서 양자광학 등을 연구하던 바소프(Nikolai Gennadiyevich Basov; 1922-2001)와 프로호로프(Aleksandr Mikhailovich Prokhorov; 1916-2002) 역시 독립적으로 레이저를 발명하였다. 이들 세 명의 과학자는 레이저 발명의 공로를 인정받아 1964년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하였다.
보통의 빛과는 다른 레이저 광의 중요한 특징으로서, 단일한 파장의 빛을 방출하는 단색성, 옆으로 거의 퍼지지 않고 앞으로 똑바로 나아가는 직진성, 매우 밝고 출력이 큰 고휘도성, 그리고 가간섭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레이저는 공학, 기술적으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초물리학, 광학에 있어서도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이 분야의 발전에 혁명적인 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즉 1950년대까지만 해도 물리학의 분야 중에서 광학(Optics)은 거의 완성된 학문 분야로서 새로운 연구가 나올만한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 대다수 물리학자들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레이저의 출현으로 인하여 광학은 교과서부터 다시 써야할 지경에 이르렀고, 양자전자학(Quamtum electronic)이라는 새로운 물리학 분야가 생겨나기에 이르렀다.

또한 레이저나 양자광학과 관련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는 레이저의 발명자들에만 국한되지 않고, 그 이후에도 여럿이 나오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입체영상 기술 등에 응용되는 홀로그래피(Holography이다.
그리스어로 ‘완전한 사진’을 뜻하는 홀로그래피의 원리 자체는 이미 레이저가 발명되기도 전인 1947년에 헝가리 출신의 영국 물리학자 데니스 게이버(Dennis Gaber; 1900-1979)에 의해 제시되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실제로 그런 것을 구현해낼 만한 마땅한 광원이 없었기 때문에 이용되지 못하다가, 레이저가 발명된 뒤로 홀로그래피의 연구개발 역시 급속한 진전을 보게 되었다. 홀로그래피는 위에서 언급한 레이저의 가간섭성이라는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즉 빛도 일종의 파동이기 때문에 물결모양과 같은 위상을 지니는데, 레이저의 빛은 이러한 위상들이 일치하는 ‘결맞는’(영어로는 Coherent) 상태를 지닌다. 홀로그래피는 이러한 위상정보를 기록,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보통의 2차원 사진과는 다른 3차원 입체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이다. 게이버는 레이저와 홀로그래피 연구가 진전된 이후인 1971년에 홀로그래피 원리 발견의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최근의 노벨 물리학상도 레이저나 양자광학 연구자들의 차지가 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즉 2005년도 노벨 물리학상은 빛에 관해 깊이 연구한 로이 글라우버(Roy Glauber), 죤 홀(John Hall), 테오도어 핸슈(Theodor Hansch) 등 세 명의 물리학자에게 돌아갔다. 글라우버는 ‘양자광학적 결맞음’이라는 이론으로 빛과 레이저의 특성을 기술해 ‘현대 양자광학의 토대를 제공했다’는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고, 홀과 헨슈는 레이저에 기반하여 원자나 분자에서 나오는 빛의 색깔을 극도로 정밀하게 측정하는 방법, 즉 정밀 분광학을 발전시킨 공로로 역시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하였다.
2012년도 노벨 물리학상 역시 프랑스의 물리학자 세르주 아로슈(Serge Haroche)교수와 미국 표준기술연구소의 데이비드 와인랜드(David Wineland) 박사가 양자광학의 연구 공로를 인정받아 공동으로 수상하였다. 이보다 앞선 2009년도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 중의 한사람인 찰스 가오 박사는 물리학자 출신은 아니었지만 광통신에 쓰이는 널리 광섬유 개발 공로로 상을 받은 것이었으므로 역시 레이저 및 광학기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레이저 및 양자광학 분야는 앞으로도 첨단과학기술의 한 분야로서 계속 주목받은 것이고, 특히 차세대 컴퓨터로 여겨지는 양자컴퓨터의 개발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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