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파 검출의 의미와 전망(1) - 중력파의 실체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16-02-1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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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중력파 검출에 관한 뉴스가 국내외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금세기 최고의 물리학적 성과’ 등의 수식어가 따르면서, 관련 학계는 온통 축제 분위기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그러나 이런 뉴스를 접하는 일반 대중들은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쉽지 않다. 도대체 중력파가 무엇이기에, 그리고 그것을 실험적으로 검출한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이기에 물리학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단 말인가? 중력파 검출의 의미와 향후 전망 등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서 알아보기로 한다.

< 중력파의 실체는? >
상대성이론을 완성한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이 100년 전에 예측했다는 중력파(重力波; gravitational wave)도 파동(wave)의 일종임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력파는 기존의 파동들과는 그 실재적 성질이 본질적으로 다르다.
 우리는 생활 주변에서도 온갖 파동들을 접할 수 있다. 소리를 전달하는 음파(sound wave; 音波), 휴대전화, 지상파 방송 등에 널리 이용되며 전자레인지에서 음식을 데우는 전자기파(electromagnetic wave; 電磁氣波), 해변에 밀려오는 풍랑 등이 모두 파동이다.
 이러한 온갖 파동은 일단 두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즉 파동의 전달을 위하여 매질을 필요로 하는 파동과 매질이 필요 없는 파동으로 구분되는 셈이다. 대부분의 파동들은 매질을 통해서만 전파(傳播)된다. 공기의 압력 변화로 생기는 음파는 물론 공기라는 매질을 통해서 전달되지만, 물, 금속과 같은 액체나 고체의 매질을 통해서도 전달된다.
 지진이 일어났을 때에 발생하는 지진파는 지각, 맨틀 등 지구 내부를 구성하는 매질을 통하여 전달되고, 바다의 풍랑이나 너울, 몇 년 전 일본에 큰 피해를 입힌 쓰나미(tsunami) 등은 모두 바닷물을 매질로 하여 전달되는 파동이다.   

 그런데 이들과는 달리 매질을 통하지 않고도 직접 전파되는 파동도 있으니 그것이 바로 전자기파이다. 빛도 전자기파의 일종이기 때문에, 태양의 빛은 매질이 없는 거의 진공 상태에 가까운 우주 공간을 가로질러 지구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19세기 이후에 전자기파의 존재가 확인되고 빛이 전파기파의 하나라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 많은 물리학자들은 파동의 일종인 빛도 매질을 통해서만 전달될 것이므로 우주 공간에 보이지 않는 매질이 가득 차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그것을 에테르(ether)라고 지칭하였다. 
 19세기 말에 마이컬슨(Albert Michelson; 1852-1931)과 몰리(Edward Morley; 1838-1923)라는 두 명의 물리학자가 정교한 간섭계를 제작하여 빛을 전달하는 가상의 매질인 에테르의 존재를 검출하려는 실험을 하였으나, 에테르의 입증은 끝내 실패하고 빛과 전자기파는 매질 없이도 전파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실험은 훗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탄생하게 된 중요한 계기를 마련하였는데, 이번에 중력파의 검출에 이용된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IGO)가 마이컬슨-몰리의 간섭계와 유사한 점이 있어서 매우 흥미롭다. 

 아무튼 전자기파는 시공간 속에서 매질 없이 전파되는 것으로서, 그 본질은 주기적으로 세기가 변화하는 전기장(electric field)과 자기장(magnetic field)의 파동이다. 이번에 검출된 중력파 역시 매질 없이 전파된다는 점은 전자기파와 동일하다. 그러나 전자기파와는 달리 중력파는 매질 뿐 아니라 파동을 형성하는 별도의 장(field)조차도 없다. 관점에 따라서는 중력장을 중력파의 장(field)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전기장이나 자기장과는 매우 성격이 다르다. 
 즉 전자기파는 시공간 속에서 전기장과 자기장이라는 별도의 실체가 전파되는 반면에, 중력파는 그것조차도 없이 시공간의 뒤틀림 자체가 파동처럼 전달되는 것이다. 따라서 필자 개인적 생각으로는, 중력파는 기존의 파동들과는 전혀 성격이 다른 ‘제3의 파동’으로 분류해야 타당할 듯싶다. 즉 매질이 필요한 대부분의 파동과 전자기파처럼 매질이 필요 없는 파동에 이어서, 시공간의 왜곡 자체가 전파되는 새로운 종류의 파동으로서 중력파를 위치지운다면, 그것을 실제로 검출한 물리학적 성과는 실로 지대한 의미는 갖는다고 할 것이다.

< 중력파가 예측된 이후 100년이 지난 후에야 검출된 이유는? >
 위에서 언급했듯이 중력파는 전자기파와는 또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으나, 매질이 없이 전파된다는 점 등에서 유사하므로 아무래도 전자기파와 중력파를 비교하면서 살펴보는 것이 중력파의 심층적 이해에도 도움이 될 듯싶다. 또한 역사적으로 볼 때에 이론적으로 먼저 예측이 되었고, 이후 실험적으로 검출에 성공하여 존재가 확인된 점도 동일하다.
 19세기 영국의 물리학자 맥스웰(James Clerk Maxwell; 1831-1879)은 수학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지녔던 인물인데, 그는 쿨롱, 앙페르, 패러데이 등 실험 물리학자들이 전기와 자기 현상에 대해 연구한 성과들을 집대성하여 네 개의 방정식의 형태로 표현하였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전자기학의 기초를 이루는 유명한 맥스웰 방정식인데, 이 식의 해(解)를 구하면 일종의 파동으로 표현되는 수식이 도출된다. 이것이 바로 전자기파로서 그 전파 속도는 빛의 속도와 같고, 빛 즉 가시광선은 사람의 눈에 보이는 파장 대역을 지닌 전자기파의 일종이다.
 맥스웰이 수식을 통해서 전파기파의 존재를 예측하기는 했지만 스스로 그것을 입증하지는 못하고 세상을 떠났고, 이후 헤르츠(Heinrich Rudolf Hertz; 1857-1894)라는 독일의 물리학자가 1888년에 공명자 실험을 통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기파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하였다. 오늘날 전자기파 등의 진동수, 즉 주파수의 단위인 헤르츠(Hz)는 물론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중력파의 예측과 검출 역시 이와 유사하다. 아인슈타인이 1916년에 발표한 일반 상대성이론은 가속을 가진 좌표계에서의 상대적인 운동을 설명하는 이론이며, 시공간과 중력의 실체 등을 기술한다. 일반 상대성이론에는 중력장 방정식이 포함되어 있는데, 맥스웰 방정식보다 훨씬 복잡하지만 아무튼 이것을 근사시켜서 해를 구하면 역시 새로운 파동의 존재를 예측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중력파인데, 중력에 의한 시공간의 미세한 왜곡이 파동처럼 전파(傳播)되며, 그 전파속도는 빛의 속도와 동일하다.
 그런데 전자기파는 수식으로 예측한 지 십여 년이 지나서 실험적으로 검출된 반면에, 중력파는 이론적으로 예언된 지 무려 10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확인된 이유가 무엇일까? 더구나 전자기파의 존재가 확인된 지난 19세기 말에 비해서, 그동안 측정 장비를 비롯한 관련 과학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중력파의 입증에 무척 오랜 세월이 걸린 셈이다.
 그 이유는 물론 시공간 자체의 왜곡인 중력파를 실험적으로 검출하기가 너무 까다로웠던 것도 있겠지만, 중력파는 전자기파에 비해서 그 세기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미약하기 때문이다. 중력은 물질에 작용하는 궁극적인 네 가지 종류의 힘, 즉 중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 중에서 가장 약한 힘이다. 반면에 전자기력은 강력 다음으로 강한 힘으로서, 전자(electron)를 기준으로 비교할 때에 전자기력은 중력에 비해 무려 약 10의 40제곱만큼이나 강하다. 따라서 중력파 역시 전자기파에 비해 너무도 미약할 수밖에 없어서, 중력파의 존재를 처음 예측한 아인슈타인 스스로도 과연 중력파의 존재를 입증하는 날이 올 수 있을지 반신반의할 정도였다.

 전하를 띤 물체가 가속운동을 하면 전자기파가 발생하는데, 전자기파의 일종인 마이크로파로 음식을 데우는 전자레인지(Microwave oven)에는 전자를 가속시키는 마그네트론이라는 핵심부품이 들어있다. 대규모로 전파를 송출하는 지상파 방송용 송신안테나, 군사용 레이더 등도 그 원리는 마찬가지이다.
 전하의 운동에 의한 전자기파의 발생과 유사하게, 질량과 중력을 지닌 물체가 가속운동을 하면 중력파가 발생한다. 그러나 중력파는 너무도 미약하므로, 중성자별이나 블랙홀 정도의 엄청난 밀도와 중력을 지닌 물체가 빠른 가속운동을 해야만, 지구에서 검출 가능할 정도의 세기를 지닌 중력파가 발생할 것이다.
 이번에 측정된 중력파도 태양 질량의 약 36배와 29배의 질량을 지닌 두 블랙홀이 가까워져서 충돌할 때에 나온 신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중력파의 최대 진폭은 10의 21제곱분의 일 수준으로서, 1광년 즉 빛이 1년 동안 가는 거리에서 머리카락 굵기 정도로 변화하는 수준이니, 얼마나 측정이 어려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전달되는 매질도, 전자기장과 같은 것도 없지만 중력파도 엄연한 파동이기 때문에, 음파나 전자기파처럼 에너지를 지닌다. 따라서 중력파를 대거 방출하는 계는 점차 그 에너지를 잃어갈 수밖에 없는데, 지난 1974년 미국의 테일러(Joseph Hooton Taylor; 1941- )와 헐스(Russell Allen Hulse; 1950- )는 쌍성 펄서의 공전 주기가 매년 조금씩 짧아지는 것이 중력파를 통하여 에너지를 방출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였다. 즉 중력파의 존재를 간접적으로나마 입증한 셈인데, 이들은 이 공로로 1993년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지구도 등가속도 운동을 하는 계이므로 극히 미세하게나마 중력파를 방출할 것이다. 그러나 지구는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에 비해 너무도 가벼우므로, 중력파에 의해 공전이 영향을 받는 정도는 태양이 수명을 다할 때까지도 무시해도 좋을 것이다.

                                                                                            By 최성우

이미지1: 두 개의 블랙홀이 충돌 직전에 중력파를 방출하는 가상도 (출처: MoocSummers)

이미지2: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IGO)의 모습 (출처: L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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