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파 검출의 의미와 전망(2) - 중력파 천문학, 그리고...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16-02-1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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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지 100년 되는 해인데, 중력파의 검출은 일단 일반상대성이론의 확증이라는 데에서 의미가 크다. 물론 일반상대성이론은 천문학자 에딩턴이 1919년의 일식 때에 태양 근처에서 중력에 의해 휘어진 공간을 통해 보이는 별의 위치를 관측하여 입증하였고, 수성(水星)의 근일점이동 현상 설명, 별빛의 스펙트럼 적색이동 실측 등으로 이미 여러모로 증명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론적으로만 존재하던 중력파라는 새로운 파동을 실험 장비를 통하여 검출했으므로,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 중력파 천문학, 그리고 과학기술에 미칠 영향은? >
 그렇다면 중력파의 검출은 향후의 과학기술에 어떤 변화와 영향을 끼칠 것인가? 먼저 중력파의 측정이 우주 관측의 새로운 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즉 천체로부터 날아오는 전파를 관측하는 전파망원경이 개발된 이후에, 예전의 광학망원경에 의한 관측의 한계를 극복하는 전파천문학의 시대가 열렸듯이, 앞으로는 ‘중력파 관측 망원경’에 의한 ‘중력파천문학’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중력파는 전자기파보다 훨씬 미약하기는 하지만, 전자기파처럼 물질과 상호작용하면서 감쇄하는 문제 등이 없기 때문에 현재의 전파망원경보다 효과적인 관측 수단을 제공해 줄 수도 있다. 특히 빛이나 전자기파조차도 빠져 나오지 못하는 블랙홀의 경우 전파망원경으로도 관측이 매우 힘들었지만, 중력파를 이용하면 관측이 가능해진다.
 또한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 중에는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육안이나 전자기파로는 전혀 관측이 되지 않았던 이른바 ‘암흑물질(dark matter; 暗黑物質)’이라는 것이 있다. 암흑물질은 오로지 중력을 통해서만 그 존재를 추정해 왔으므로, 역시 중력파 관측을 이용하면 암흑물질의 정체가 무엇인지 밝히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 중력파천문학이 발달하게 된다면, 빅뱅(Big Bang; 大爆發) 등 초기 우주의 특성, 별의 생성과 진화 등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우주의 비밀들을 푸는 실마리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초학문으로 볼 수 있는 중력파 천문학 이외에, 실용적인 과학기술 분야에도 앞으로 중력파가 활용될 수 있을까? 중력파는 전자기파와는 달리 인위적으로 만들어서 실험 등을 하기에는 극히 어려울 것이므로, 당장은 중력파를 이용하여 실용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지난 19세기 말에 헤르츠가 처음으로 전자기파의 존재를 증명할 무렵, 그것의 실용적인 이용 가능성을 묻는 사람들에게 그는 “기초학문, 즉 물리학에서의 의미는 크지만 전자기파를 이용할만한 기술적, 실용적인 가치는 전혀 없다.” 라고 답한 바 있다. 그러나 그로부터 불과 10년이 못되어서 이탈리아의 마르코니(Guglielmo Marconi; 1874-1937)가 무선전신을 개발하여 전자기파를 통신에 이용하였고, 20세기를 지나면서 라디오, 텔레비전 등의 지상파 방송, 이동통신, 군사기술 등 온갖 분야에 활용되는 전자기파의 홍수 시대를 살고 있다.
 과학기술 발전의 의외성 등을 감안한다면, 먼 미래에는 중력파 역시 어떻게 활용될지 단언하기 어렵다. 앞으로 중력파를 이용한 연구 등이 진행되어 중력의 실체에 대해 더 잘 알게 된다면, SF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중력 법칙을 거슬러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비행접시 같은 비행체를 개발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 중력자와 통일장 이론 >
 중력파가 검출되었다면, 물리학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다음의 문제는 이것의 입자성 및 중력의 실체 등에 대한 것들을 떠올릴 수 있다. 현대 물리학이 발전하면서 파동은 입자성을 동시에 지니며, 물질입자 또한 파동성을 함께 지닌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빛의 본질이 파동인가 입자인가 하는 것은 물리학에서 매우 오래 전부터 논쟁이 되었던 문제인데, 파동과 입자의 두 가지 성질을 동시에 지니는 이중성으로 결론지어지면서 양자역학의 상보성(complementarity; 相補性) 현상의 하나로 해석되고 있다. 
 전자기파의 일종인 빛의 입자성을 밝히는 데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인물이 바로 아인슈타인으로서, 그는 특수 상대성이론을 발표한 같은 해인 1905년에 ‘광양자 이론(光量子理論; light quantum theory)’을 제시하였다. 이는 빛이 진동수에 비례하는 에너지를 갖는 입자인 광자(photon)로 이루어져 있다고 설명하는 이론으로서, 광전효과의 해석 등으로 증명이 되었고 아인슈타인은 이 업적으로 1921년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소리인 음파, 즉 물체의 진동 역시 양자화(quantization; 量子化)하여 입자로서 표현될 수 있는데, 이를 포논(phonon)이라 지칭한다. 포논은 고체의 비열이나 열전도, 전기저항 등 고체물리학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렇다면 중력파 역시 양자화를 통하여 입자로 표현하여, 중력파의 입자성도 검증할 수 있을까?

 초끈이론(superstring theory) 등의 현대 입자물리학에서도 중력을 매개하는 입자로서 중력자(graviton; 重力子)의 존재를 가상하여 설명하기도 한다. 즉 빛의 속도로 움직이고 질량과 전하는 없으며 스핀이 2라고 예측하는데, 아직까지 이런 입자의 존재가 관측된 바가 없고 중력파와의 관계 역시 미지수인 것으로 보인다.
 중력은 앞서 언급했듯이 기본적인 네 가지 힘 중에서 가장 미약하지만, 우주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힘이다. 네 가지 힘 중에서 원자핵 안에서 양성자와 중성자를 묶어주는 강력과 방사능 붕괴를 일으키는 약력은 매우 짧은 거리 내에서만 작용하므로 거시세계에서는 거의 느끼기 어렵다. 전자기력 역시 중력에 비하면 무척 강하지만, 양(+)의 전하와 음(-)의 전하 두 종류가 있어서 우주와 같은 큰 스케일에서는 전체적으로 중성에 가까우므로 큰 힘으로서 작용하기 어렵다. 그러나 양과 음의 두 가지가 있지 않은 중력은 가장 미약함에도 불구하고 작은 물질들이 뭉치면서 점점 큰 힘이 되어서, 결국은 우주에서 가장 중요한 힘으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만년에 중력과 전자기력을 통합한 통일장 이론을 통하여 우주와 물질의 모든 근원을 설명하는 ‘만물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을 완성하려고 애썼으나, 결국 성공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아인슈타인 사후로도 중력의 실체에 대한 연구는 그다지 획기적으로 진전된 성과가 별로 없으며, 오늘날에도 네 가지의 근원적 힘을 통합적으로 해석하려는 통일장 이론의 구성에 있어서 중력은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즉 전자기력과 약력은 1979년도 노벨 물리학상을 함께 받은 와인버그(Steven Weinberg; 1933- )와 살람(Abdus Salam; 1926-1996)에 의해 전자기-약력이론으로 통합되어 통일장 이론의 가능성에 한발 다가간 바 있다. 그 후로도 전자기력, 강력, 약력의 세 힘이 아주 가까운 거리 내에서는 하나의 힘으로 기술될 수 있음이 밝혀졌다.
 그러나 중력과 다른 힘들의 통합은 여전히 너무도 먼 과제였는데, 이번의 중력파 검출이 중력의 실체를 밝히는 연구에도 실마리를 제공하여 통일장 이론, 또는 만물의 이론의 완성에도 돌파구를 마련해 줄 수 있을지 모른다.

                                                                                  By 최성우

이미지1: 레이저간섭 중력파관측소(LIGO)에서 검출한 중력파 (출처: LIGO)
이미지2: 빅뱅 이후 우주의 팽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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