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물리학상 톺아보기(9) - 수수께끼의 입자 중성미자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16-04-09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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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를 여러 차례 배출한 연구 주제 중의 하나로서, 이른바 ‘수수께끼의 입자’라 불리는 중성미자라는 것이 있다. 다만 이 분야는 지금까지 본 칼럼에서 소개해 온 노벨상 관련 연구 주제들과는 달리, 현재 혹은 머지않아 첨단기술이나 산업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되지는 않는 연구 분야이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역사에서 알 수 있듯이, 당장은 별 관련이 없어 보여도 먼 미래에는 중요한 기술적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예를 들어서, 19세기 중반 여러 물리학자들에 의해 전자기파의 존재가 처음 입증될 무렵만 해도, 오늘날과 같이 전자기파 관련 각종 기술들이 홍수를 이루는 시대를 예견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영어로 뉴트리노(Neutrino)라 불리는 중성미자는 아주 작은 소립자의 일종이다. 1930년대에 파울리(Pauli), 페르미(Fermi) 등이 방사성 물질 붕괴의 과정에서 에너지 보존법칙이 깨지지 않도록 설명하기 위하여 도입한 입자이다. 즉 당시에는 물리, 화학적인 실험 결과 방사능 물질의 베타 붕괴 전후에는 에너지보존법칙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불가사의한 일로 꼽혀왔다. 이에 대하 파울리는 베타 붕괴 시에 ‘전기적으로 중성이며 질량이 0이거나 전자에 비해 훨씬 작은 입자’가 전자와 함께 방출된다고 가정하면 에너지보존법칙이 여전히 성립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중성미자의 존재를 이론적으로 예언했다. 페르미는 이 입자를 ‘중성의 작은 입자’라는 의미의 중성미자(Neutrino)라고 명명하였다.

 그 후 실험적으로 중성미자의 존재가 입증된 것은 1950년대이다. 미국의 물리학자 프레더릭 라이너스(Frederick Reines; 1918-1998)는 중성미자의 존재를 증명하는 실험에 주력하여, 1953년 원자로 내에서 처음으로 중성미자를 검출하였다. 그는 상당한 세월이 흐른 뒤인 1995년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는데, 다른 소립자를 발견했던 미국의 물리학자 마틴 펄(Martin L. Perl)도 공동으로 그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그 후 1962년에 미국 콜롬비아 대학의 물리학자 레더만(Leon Lederman)과 슈왈츠(Melvin Schwartz), 스타인버거(Jack Steinberger)는 입자가속기 장치를 이용하여 실험하는 과정에서 중성미자가 방출되는 것을 관찰하였다. 이들은 인공적인 중성미자 빔을 만드는 데에 성공하고 중성미자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에 다가선 공로를 인정받아, 라이너스와 펄보다 앞선 1988년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하였다.
 중성미자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이들 물리학자들 및 그동안 소립자 물리학을 연구해온 과학자들에 의해 1960년대 이후에는 이른바 '표준모형(Standard Model)'이 정립되어 현대 입자물리학 이론의 근간을 이루어왔다.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와 이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밝힌 표준모형에 따르면, 물질을 구성하는 성분에는 쿼크, 경입자(렙톤), 게이지 입자가 있고, 중성미자는 그 중 경입자로 분류된다. 경입자에는 중성미자 이외에 전자, 뮤온입자(뮤), 타우입자가 있고, 중성미자 역시 이에 대응되는 전자중성미자, 뮤온중성미자, 타우중성미자의 세 가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여러 물리학자들이 이후에도 중성미자에 대해 연구해 왔지만, 다른 입자와는 거의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성질 때문에 중성미자를 검출하거나 성질을 밝히는 데에 항상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즉 중성미자는 빛의 입자인 광자에 이어서 우주 공간에서 두 번째로 많지만, 이 입자에 질량이 있는지 없는지조차도 제대로 모를 정도로 수수께끼의 입자로 꼽혀왔다. 중성미자는 1초에도 수 조개씩 지구를 지나갈 정도이지만, 검출 가능한 것은 고작 하루에 몇 개일 정도로 극소수이다.

 중성미자와 관련된 세 번째 노벨 물리학상은 2002년도에 나왔다. 특히 이들은 우주에서 날아오는 중성미자를 검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중성미자 천문학’, ‘우주선(宇宙線) 물리학’을 개척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2002년도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의 한 사람인 일본의 고시바 마사토시(小柴昌俊; 1926-)는 우주선에 포함되어 있는 중성미자를 검출하는 독특한 방법을 제시하고 관련 실험을 진두지휘하였다. 이른바 카미오칸데(Kamiokande)라 불리는 중성미자 검출장치는, 지하 1,000m의 광산에 약 5,000톤의 물을 담은 특수 탱크로 이루어진 거대한 입자 검출기이다. 
 일본 동경대 물리학과 '꼴찌 졸업생' 출신으로 화제를 모았던 고시바 마사토시 교수는 미국의 천체물리학자 레이먼드 데이비스 2세(Raymond Davis Jr.; 1914-), 이탈리아의 지아코니(Riccardo Giacconi; 1931)와 공동으로 2002년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고시바 교수 등은 기존 카미오칸데보다 훨씬 크고 물의 양도 10배인 5만 톤으로 늘린 슈퍼카미오칸데를 건설하여 중성미자 검출실험을 계속하였고, 2004년 무렵에는 한국인 물리학자도 포함된 공동 연구팀은 중성미자 실험에서 새로운 개가를 올렸다. 즉 기존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중성미자에 질량이 있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다.   
 표준모형에서는 중성미자에 질량이 없는 것으로 가정해 왔는데, 광자처럼 질량이 없는 입자는 매우 안정적이기 때문에 다른 입자로 바뀌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슈퍼 카미오칸데를 이용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가속기를 통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중성미자 빔을 멀리 떨어진 곳에서 검출기로 관찰하는 실험 결과, 최초의 중성미자가 다른 종류의 중성미자로 변환되는 진동현상을 관측함으로써 중성미자에 질량이 있음을 입증한 셈이다. 
 중성미자 진동 발견으로 고시바 마사토시 교수의 제자인 가지타 다카아키(梶田隆章)와 캐나다의 천체물리학자 아서 맥도널드(Arthur B. McDonald)가 작년인 2015년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함으로서, 중성미자 연구 관련된 노벨 물리학상 명맥이 다시 이어졌다. 

 중성미자의 질량 여부가 큰 관심을 끌고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그것이 우주를 구성하는 이른바 '암흑물질'일 가능성 때문이다. 현재의 우주는 이론적으로 계산된 것보다 훨씬 작은 질량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우리가 확인하지 못한 미지의 암흑물질이 우주 구성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중성미자는 우주에 대단히 많은 양이 존재하므로 약간의 질량만 지녀도 암흑물질을 설명할 수 있는 후보로 꼽힐만하다. 그러나 이 경우 천문학에서 해석하기 힘든 다른 문제가 있다는 반론도 나와서, 암흑물질로서의 중성미자에 관한 관심은 예전에 비해 줄어든 편이긴 하다. 
 중성미자가 현재로서는 기술이나 공학적 응용과는 거리가 매우 먼, 입자물리학이라는 기초과학 분야의 주요 관심사에 머물러 있지만, 먼 훗날에는 중성미자가 전자기파의 간섭 문제 등을 극복하고 우주개발 시대에도 적합한 새로운 통신수단으로 활용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By 최성우

 * 이미지1 : 거품 상자를 이용한 중성미자의 검출
 * 이미지2 : 카미오칸데(Kamiokande)의 모형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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