힉스 입자와 중력파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16-12-2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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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파의 검출은 근래 물리학계의 최대 성과로 꼽힌다.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비록 올해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지는 못했지만, 킵 손 교수 등 관련된 물리학자들은 멀지 않아 노벨상을 받을 것이 확실시된다.
물리학의 발전에서 이론적으로 먼저 예측을 하고 실험을 통하여 검증되는 것은 매우 정형화된 경우이며, 몇 년 전 존재가 확증되었던 힉스(Higgs) 입자 역시 데자뷔처럼 유사한 사례이다. 다만 현대에 와서는 관련 실험에 거대한 장치와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며, 실험을 통한 입증에 기간도 오래 걸리는 것이 특징이다.
힉스 입자의 경우 이론적으로 예측된 지 40년 이상, 중력파의 경우 정확히 100년이 걸렸으며, 거대 강입자 가속기(LHC), 레이저간섭계 중력파관측소(LIGO)와 같은 거대 시설을 필요로 한 것도 공통적이다.

< LHC에 의한 힉스 입자의 입증 >
힉스 입자의 검출 뿐 아니라, 다른 소립자들도 이론적으로 먼저 예견되고 나중에 실험을 통하여 증명되는 경우가 많았다. 반물질, 즉 반입자도 그런 경우인데, 반물질을 처음으로 예견한 물리학자는 코펜하겐 학파의 일원으로서 양자역학의 완성에 크게 기여한 영국의 디랙(Paul Adrien Maurice Dirac; 1902-1984)이다.
1928년에 그가 세운 전자방정식에서, 전자의 에너지를 나타내는 양과 음의 해가 함께 존재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양전자의 존재를 가정하게 되었다. 그 후 미국의 물리학자 앤더슨(Carl David Anderson; 1905-1991)은 1932년에 우주선의 궤적을 촬영하던 중 양전자를 발견하게 되었고, 다른 과학자들이 인공 방사선 생성 실험 등을 통하여 양전자의 방출을 확인하면서 반입자의 실체가 더욱 명확히 알려지게 되었다.
수수께끼의 입자라 불렸던 중성미자(Neutrino) 역시 마찬가지이다. 아주 작은 소립자인 중성미자는 1930년대에 파울리(Wolfgang Pauli; 1900-1958), 페르미(Enrico Fermi; 1901-1954) 등이 방사성 물질 붕괴의 과정에서 에너지 보존법칙이 깨지지 않도록 설명하기 위하여 도입하였다. 그 후 1950년대 이후에야 실험적으로 중성미자의 존재가 입증되었고, 이후로도 중성미자의 연구 및 실험에서 성과를 낸 물리학자들은 여러 차례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중력파의 관측에 앞서서 이룩된 힉스 입자의 확증 역시 근래 물리학계의 대단히 중요한 성과였다. 힉스 입자는 자연과 물질의 근본을 이루는 기본 입자 가운데 하나로서, 이른바 ‘신의 입자’로 불렸다. 즉 힉스 입자는 현대 입자물리학 이론에서 기본 입자들과 상호작용해 질량을 부여하는 입자로서, 1964년에 이 입자의 존재를 예언한 피터 힉스(Peter Higgs; 1929-) 교수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의 숱한 물리학자들이 힉스 입자를 찾기 위해 애써왔고, 이 입자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도 많은 논란이 있었다. 저명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1942-)은 오래전부터 힉스 입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쪽에 100달러를 걸었다는 일화가 해외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힉스 입자는 물질이 왜 질량을 가질 수 있는지를 밝혀줄 수 있는 열쇠가 된다. 만약 힉스 입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곧 오늘날 물리학의 기본 뼈대라고 할 수 있는 표준 모형이 전면적으로 수정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힉스 입자의 존재가 입증되어 피터 힉스는 2013년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
힉스 입자의 존재를 명확히 밝혀낸 곳은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이다. 이 연구소는 힉스 입자의 존재를 밝혀내기 위해 그동안 거대 강입자 가속기(Large Hadron Collider; LHC)를 가동해왔다. LHC는 유럽 입자물리연구소가 기존의 가속기를 개량하여 완공한 세계 최대 규모의 충돌형 원형 가속기로, 둘레가 무려 27킬로미터(km)에 이른다. LHC는 양성자 여러 개를 뭉친 양성자 빔을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킨 뒤 서로 반대방향으로 회전해 충돌시키는데, 이때 생성되는 입자의 자취를 통해 힉스 입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 LIGO를 통한 중력파의 검출 >
올해 초인 지난 2월 11일, 이론적으로만 존재하던 중력파를 실험적으로 관측했다는 소식에 세계 물리학계는 온통 흥분과 축제의 분위기에 휩싸인 바 있다. 미국의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 연구단 등이 작년인 2015년 9월 14일 블랙홀 두 개가 충돌하여 하나의 블랙홀로 합병되기 직전에 발생한 중력파를 성공적으로 검출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1916년에 발표된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의 일반 상대성이론에서 예견되었던 중력파는 시공간의 뒤틀림 자체가 파동처럼 전달되는 것이다. 정확히 100년 만에 실험적으로 증명이 되었으니 물리학계의 반응은 당연한 것으로서 금세기 최고의 성과로 꼽힐만하다. 중력파의 존재를 처음 예측한 아인슈타인 스스로도 과연 중력파의 존재를 입증하는 날이 올 수 있을지 반신반의할 정도로 측정이 까다롭고 힘들었던 것이다.

중력파를 성공적으로 관측한 레이저간섭중력파관측소(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 Wave Observatory; LIGO)는 힉스 입자를 검출한 거대 강입자 가속기(LHC)만큼이나 거대하고 값비싼 실험 시설이다. 미국의 LIGO는 워싱턴 주의 핸포드에 하나가, 거기서 3000km 떨어진 루이지애나 주의 리빙스톤에 다른 하나가 있으므로, 서로 멀리 떨어진 두 개의 실험실로 이루어져 있다.
LIGO는 거대한 간섭계의 일종으로 볼 수 있으므로, 각 시설에는 길이가 4km에 달하는 긴 다리와도 같은 두 개의 건물이 90도 각도로 놓여있다. 따라서 전체 규모는 LHC보다 작을지 모르지만, 사양 및 실험 조건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예민하고 까다로운 수준이다. 왜냐하면, 우주에서 날아오는 미세하기 그지없는 중력파를 검출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간섭계 내부를 초진공 상태로 유지해야만 하며, 땅의 진동 등에도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측정된 중력파의 최대 진폭은 10의 21제곱분의 일 수준으로서, 1광년 즉 빛이 1년 동안 가는 거리에서 머리카락 굵기 정도로 변화하는 수준이니, 이처럼 극히 어려운 관측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시설 역시 극한에 가깝도록 까다로운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LIGO 건설의 아이디어를 낸 것은 영화 ‘인터스텔라’ 자문으로도 잘 알려진 킵 손(Kip Thorne; 1940-) 교수 등인데, 올해 유력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후보로 꼽힌 바 있다.

                                                                  By  최성우

이미지1 : 레이저간섭중력파관측소 ⓒLIGO
이미지2 : LHC에 의한 힉스 입자의 검출시뮬레이션 ⓒ C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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