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의 발견자는 누구인가?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17-03-2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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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에 여러 과학기술자가 동일한 발견이나 발명을 이룩한 사례들은 앞서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산소의 발견 역시 마찬가지의 경우인데, 비슷한 시기에 셸레와 프리스틀리라는 두 명의 화학자가 각각 독자적으로 산소의 존재를 발견하였다.
그러나 두 화학자는 ‘플로지스톤 이론’이라는 기존의 잘못된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였기 때문에, 산소의 역할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는 데자뷔를 보이기도 하였다.

< 플로지스톤 이론이란? > 
“물질이 탄다는 것은 어떠한 현상일까?” 이러한 질문에 오늘날에는 초등학생 정도의 상식만 있어서 ‘산소와 결합하는 것’이라고 쉽게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따지고 보면 이것을 명확히 설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먼 옛날에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산소(Oxygen)’라는 존재를 밝혀내기도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물질이 연소한다는 것은 산소와 결합하는 현상이라는 것이 화학적으로 밝혀지기 전에는, 이른바 ‘플로지스톤설’이라는 것이 물질의 연소를 설명하는 확고한 이론이었다.
독일의 슈탈(Georg Ernst Stahl;1660-1734)에 의해서 정립된 이 플로지스톤(Phlogiston)이론에 따르면, ‘물질이 탄다’는 것은 그 속에 들어 있던 플로지스톤(일명 연소-燃素)이 빠져 나아가는 것이라고 설명되었다. 플로지스톤이 빛과 열을 내며 격렬하게 빠져 나아가는 것이 곧 ‘불’이며 이것이 다 빠져 나간 뒤에는 ‘재’만 남는다고 여겨졌으므로, 일견 그럴듯하게 해석이 되었다.
타기 쉬운 물질일수록 플로지스톤을 많이 포함하고 있으며, 따라서 숯은 거의 순수한 플로지스톤의 덩어리로 인식되었고, 금속에 녹이 슬거나, 공기 중에 태워서 산화하는 것도 금속의 플로지스톤이 빠져 나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하였다.

이러한 플로지스톤 이론은 연소의 과정뿐만 아니라, 금속의 산화와 환원, 동물의 호흡 등을 설명하는 데에도 플로지스톤이라는 정체불명의 원소를 이용하여 하나의 일관된 이론체계를 만들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널리 인정되었다.
한편, 금속이 산화하여 금속재가 될 때에는 무게가 늘어나게 된다는 사실이 당시에도 알려져 있었으므로 일반적으로 플로지스톤이 빠져 나가면 무게가 가벼워지고 재만 남는다는 해석과 일견 모순이 있어 보였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떤 플로지스톤은 마이너스의 무게를 지닌다’ 라는 이상한 논리가 통용되었고, 플로지스톤 이론은 18세기 말까지 화학계의 움직일 수 없는 패러다임으로서 대부분의 학자들이 신봉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플로지스톤설을 깨뜨리고, ‘물질의 연소는 산소와 결합하는 현상’이라는 것을 명확히 밝힌 사람은 프랑스의 대화학자 라부와지에(Antoine Laurent de Lavoisier; 1743-1794)이다. 그는 ‘근대화학의 아버지’라고 불릴 만큼, 화학의 발전에 획기적인 업적을 남겼다.

< 산소의 정체를 정확히 밝히지 못한 셸레와 프리스틀리 >
산소를 처음으로 발견한 과학자는 라부와지에가 아니다. 산소를 발견한 화학자들로는 스웨덴의 화학자 셸레(Karl Wilhelm Scheele; 1742-1786)와 영국의 프리스틀리 목사(Joseph Priestley; 1733-1804)가 있다.
셸레는 어린 나이에 약제사의 조수로 시작하여, 오로지 독학으로 화학을 공부하였다. 여러 화합물의 성질을 연구하던 중 독극물까지 혀에 댔다가 죽을 고비를 넘기는 등, 그의 남다른 노력과 예리한 관찰, 실험은 과학사에서도 귀감이 되고 있다. 그는 밀폐된 플라스크 안에서 인(燐)을 태워 보는 실험을 한 결과, 물질의 연소를 돕는 공기로서 산소를 발견하였고 이것을 ‘불의 공기’라고 이름 붙였다.
그러나 셸레는 플로지스톤 이론의 신봉자였기 때문에 연소의 메커니즘을 제대로 밝혀내지는 못하였다. 셸레는 ‘불의 공기’를 발견한 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아마도 불의 공기는 플로지스톤에 세게 끌리는 성질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 공기는 모든 가연성 물질 속에 있는 플로지스톤을 쉽사리 붙잡아 낸다. 따라서 모든 물질은 불의 공기 속에서 잘 타는 것이다.”

당시로서는 매우 훌륭한, 상당히 그럴듯한 설명이었으나 여전히 큰 수수께끼 하나는 풀리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플로지스톤은 그렇다 치고, 그 ‘불의 공기’는 연소 후 어디로 없어져 버리는 것일까? 만약 셸레가 연소 실험 후 플라스크 안에서 없어진 불의 공기가 어디로 갔는지 밝혀낼 수 있었다면 그는 화학의 발전에 신기원을 이룩한 인물로 길이 이름을 남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플로지스톤 이론을 너무도 믿고 있었기 때문에 플로지스톤의 정체가 무엇인지, 즉 연소가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지는지 끝내 밝히지 못하고 말았다.
프리스틀리 목사는 성직자로서도 꽤 이름이 높았고, 전기학에도 조예가 깊었으며 셸레와는 독자적으로 연구하였다. 그는 더러워진 공기를 맑게 해주는 것이 무엇인지 연구한 끝에, 생명체에 활력을 주는 신선하고 깨끗한 공기로서 산소를 발견하였다.
프리스틀리 목사는 이 공기가 식물에서 나오며 인간의 건강 및 생존에도 필수적이라는 사실까지 알아내었다. 또한 빨간 수은(산화수은)에 볼록렌즈로 태양광을 집속시켜 가열함으로써, 산소를 포집하는 데에도 성공했으나, 이 공기의 이름을 ‘플로지스톤을 제거한 공기’라고 붙일 만큼, 역시 플로지스톤설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나중에 라부와지에가 “플로지스톤 따위는 없다!” 라는 획기적인 주장과 함께 연소란 물질이 산소와 격렬하게 결합하는 현상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밝히기 전까지, 플로지스톤은 수많은 화학자들을 괴롭힌 ‘유령’으로 남아 있었다.

                                                                                  By 최성우

이미지1 : 프리스틀리가 산소의 포집실험에 사용한 볼록렌즈 복제품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이미지2 : 불의 공기로서 산소를 발견한 셸레(왼쪽)와 산소를 플로지스톤을 제거한 공기라고 이름 붙인 프리스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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