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으로 무너진 다리들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17-04-13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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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共鳴; Resonance)이란 물리학적, 공학적 용어로서, 특정의 고유진동수를 지닌 물체가 그와 같은 진동수를 가진 힘을 주기적으로 받을 경우 진폭과 에너지가 크게 증가하는 현상을 가리키며, 공진(共振)이라고도 한다.
일반적으로 공명을 일으키는 진동은 소리, 기계적 진동과 같은 역학적 진동도 있고, 전자기파 등의 전기적 진동 등 매우 다양한데, 공명현상이 일어나면 원래 세기가 약했던 파동도 큰 힘으로 증폭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공명현상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불편하게 작용할 수도 있지만, 도리어 이를 이용하여 개발된 문명의 이기들도 적지 않다.

< 군대의 행진으로 무너진 다리들 >
우리 생활 주변에서도 공명현상은 자주 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세탁기의 탈수 과정이다. 세탁물을 고속으로 탈수시킬 경우에는 세탁기가 심하게 움직이는 경우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탈수 과정이 끝나서 세탁통의 회전 속도가 줄어들게 되면 세탁기가 점점 움직이다가, 어느 순간 크게 흔들리면서 그 후 멈추게 된다.
세탁기의 세탁통이 돌아갈 경우 회전속도에 따라 세탁기에 규칙적인 충격을 가하게 되는데, 통이 빠르게 회전할 때에는 세탁기의 고유진동수와 달라서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므로 흔들림이 별로 없다. 그러나 회전 속도가 줄어들면서 세탁기의 고유진동수와 일치하게 되는 순간, 공명이 일어나 크게 흔들리는 것이다.

탈수과정에서의 공명은 세탁기를 크게 흔드는 정도이지만, 공명현상이 심해지면 다리가 무너지거나 건물이 흔들릴 정도로 큰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공명현상으로 멀쩡하던 다리가 붕괴되는 일은 역사적으로 여러 차례 있었다.
먼저 1850년에 프랑스에서 발생한 앙제다리(Angers Bridge) 사고를 예로 들 수 있다. 478명의 군인들이 일제히 발을 맞추며 앙제 다리를 걸어가다가 공명이 일어나 다리가 무너져 버렸는데, 이 사고로 226명의 군인들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하였다.
그 이전인 1831년 영국 맨체스터에서도 군인들의 행진에 의해 다리가 붕괴되는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만약 군인들이 일사분란하게 발을 맞추어 행진하지 않고, 그냥 무질서하게 걸어갔더라면 공명현상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따라서 다리가 무너지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여러 사람들의 발맞춤으로 인한 공명이 건물을 흔들리게 한 일은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났는데, 서울의 한 고층건물이 갑자기 흔들리게 되어 많은 사람들이 황급히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던 것이다.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조사 결과 그 건물의 피트니스 센터에서 실시했던 태보운동의 공진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추정되었다. 즉 피트니스 센터의 수강생 23명이 강사의 구령에 맞추어 태보를 하면서 발을 구르는 동작을 반복하였는데, 여기서 발생한 진동수가 건물의 고유 수직진동수와 일치하면서 공명현상이 발생하여 건물이 흔들렸던 것으로 결론 내려진 것이다.

< 바람에 의한 공명으로 무너진 타코마 대교 >
군대 등의 인위적인 발맞춤으로 공명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자연적인 현상 즉 바람에 의한 공명으로 튼튼한 다리가 갑자기 무너진 사건이 지난 1940년에 미국에서 발생하였다.
미국 워싱턴 주의 타코마 해협에 놓여있었던 타코마(Tacoma)대교는 미국의 현대적 토목기술을 동원하여 시속 190km의 태풍에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하게 설계하여 건설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완공 된지 석 달 만에, 시속 70km 정도의 바람에 힘없이 무너지고 말아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
다리의 붕괴 과정을 목격한 워싱턴 대학 교수의 말에 따르면, 길이 840m인 타코마 대교가 가운데부터 좌우로 비틀리기 시작하더니, 한 시간쯤 후부터 다리가 엿가락처럼 휘어지고 파괴되면서 무너져 내렸다고 한다. 토목기술자들은 다리를 붕괴시킬 정도에는 턱없이 약한 바람에 다리가 무너진 사실에 경악했는데, 그 원인을 상세히 조사해본 결과, 바람에 의한 공명현상이 그 원인으로 밝혀졌다.

타코마 대교는 양쪽 교각에 연결한 케이블에 다리가 매달려 있는 현수교로서, 바람이 불 때마다 약간의 흔들림이 생겼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바람에 의한 진동이 다리 자체의 고유진동수와 일치하면서 공명에 의하여 흔들림이 점점 커졌고, 결국은 다리가 버티지 못하고 붕괴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하여 다리를 건설할 경우 설계 단계에서부터 이런 데에 대한 보완을 철저히 하게 되었다.
위의 예들을 보면 공명현상은 교량, 건물 등을 위험하게 만들거나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것으로만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거나 일상생활에 편리하게 적용되는 경우도 매우 많다.
TV나 라디오의 채널 선택, 물 분자의 진동으로 음식을 데우는 전자레인지(Microwave oven), 사람 몸의 상태나 질병을 진단하는 MR(Imagnetic Resonance Imaging) 장비 등은 모두 공명현상을 이용하여 개발된 것이다.
 
                                                                      By 최성우

이미지1 : 붕괴되기 직전 뒤틀리는 타코마 대교
이미지2 : 물분자의 공명을 이용하는 전자레인지.

  • 행복좀많이 ()

    공명현상에 대해 잘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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