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와 에디슨의 인연과 악연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17-07-14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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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 1856-1943)에 대한 관심과 조명이 근래 들어서 점증되면서, 그의 발명품과 업적 등도 뒤늦게 각광을 받고 있는 듯하다.엘론 머스크가 창업한 자동차 기업으로서 숱한 화제를 몰고 다니는 테슬라 모터스 는 니콜라 테슬라의 이름을 따왔을 뿐 아니라, 주력상품 역시 그가 오래 전에 발명한 교류모터의 디자인을 계승하고 있다. 자기력선속밀도의 단위인 테슬라도 물론 오래전부터 그의 이름에서 따서 정해진 것이다.
시대를 앞선 천재과학자, 또는 몽상가적 기질의 괴짜과학자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기도 하는 테슬라는 그동안 에디슨(Thomas A. Edison; 1847-1931)의 경쟁자로는 비교적 잘 알려져 왔다. 즉 온갖 무리수를 두면서 직류 송전 방식을 끝까지 고집한 에디슨 진영을 제치고, 오늘날과 같은 교류 송전 방식의 확립에 크게 공헌한 인물이다. 테슬라와 에디슨은 역사적 라이벌일 뿐 아니라 여러 가지로 인연과 악연이 얽혀있기도 한데, 두 사람을 비교해보는 것도 상당한 의미가 있을 듯하다.

니콜라 테슬라는 약 160년 전인 1856년 7월 크로아티아 리카 지방의 작은 마을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어릴 적부터 발명과 기술에 흥미를 보였다. 그는 프라하 대학에 장학생으로 입학하는 등 엘리트 과학도의 길을 걸었으나, 가난한 집안 사정으로 인하여 부다페스트 등지에서 전신국 직원, 전기기사 등을 전전하다가 이후 미국으로 이주하여 활동하였다.
테슬라는 한때 에디슨의 연구소에서 일한 적도 있는데, 테슬라의 획기적인 발명품에 거액의 보상금을 지불하기로 했던 에디슨이 농담으로 치부하고 약속을 어기면서 두 사람의 ‘악연’은 시작되었던 듯하다.
에디슨과 테슬라 두 사람 모두 천재적인 발명가로서 며칠 씩 밤을 새면서 발명에 몰두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는 점은 같았지만, 발명에 임하는 방식은 좀 달랐던 듯하다.
에디슨은 ‘천재란 99%의 노력과 1%의 영감의 결과’ 라는 유명한 말에서 잘 나타나듯, 발명의 과정에서도 무수한 시행착오(trial & error)를 불사하는 끈질긴 노력과 실험정신을 중시하였다. 반면 테슬라는 과학자로서 직관과 이론적인 측면을 보다 중시하여, 무턱대고 실험과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생각하였다.
두 사람이 함께 노벨 물리학상을 받을 뻔 했다는 얘기도 후세 사람들에 의해 많이 회자되곤 하는데, 정확한 진상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설명이 엇갈리고 있다. 당시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1915년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에디슨과 테슬라가 공동으로 선정되었다는 기사를 낸 바 있으나, 정작 그 해 노벨 물리학상은 X선 결정학에서 업적을 남긴 브래그(Bragg) 부자(父子)에게 돌아갔다.
어떤 사람들은 과학자로서 자존심이 강했던 테슬라가 발명가에 불과한 에디슨과 공동으로 상을 받을 수 없어서 수상을 거부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작 노벨상 공동 수상을 거부한 것은 에디슨이며,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리던 테슬라가 노벨상 상금을 받지 못하도록 잔인한 술수를 부렸던 결과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에디슨은 발명가로서 뛰어난 능력 못지않게, 자신이나 타인의 발명품을 실용화하고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데에도 매우 탁월한 재능과 관심을 보였다. 그의 대표적 발명품으로 꼽히는 전구 역시 그러한 경우 중 하나일 것이다.
즉 선행 발명가들이 발명 자체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으나 몇 가지 결점이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던 것들, 혹은 실용화에 진척이 없어서 일반사람들이 널리 쓰기에는 어려운 상태에서 에디슨은 그런 문제들을 해소하고 결국 대중화와 상업화에도 성공한 적이 많았다.
물론 이 역시 에디슨의 끈질긴 노력과 열정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겠지만, 그가 발명가로서의 능력과 자질뿐 아니라 사업가적인 안목과 수완도 나름대로 갖췄던 측면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반면에 테슬라는 이런 측면에서도 에디슨과는 매우 대조적이었다. 그는 에디슨과의 송전 사업 경쟁에서 최종 승리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큰 부를 누리지는 못했고, 도리어 재정적으로 쪼들릴 때가 더 많았다. 수많은 발명과 특허를 보유했지만 돈벌이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고 과학자로서 이상주의적 자세와 ‘선비정신’을 견지했기 때문이다.
테슬라 모터스의 엘론 머스크 회장이 몇 년 전 자사 보유의 전기자동차 관련 특허를 모두 무료로 공개하겠다고 발표하여 세상을 놀라게 한 적이 있는데, 테슬라의 이름뿐 아니라 그의 숭고한 ‘카피레프트(Copyleft)적인’ 사고마저 계승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고전압 방전을 일으키는 테슬라 코일, 실용화되기 시작한 무선전력 송신 방법 등 그의 선구적 업적들이 최근 빛을 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 간행된 테슬라 전기들을 보면 그의 숨져진 업적이라 주장되는 것들이 너무 과장되거나 명확히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들이 지나치게 부풀려진 것들도 없지는 않은 듯하다. 더구나 국내외에서 사이비과학기술에 심취한 이들이 “테슬라도 당시에는 미치광이나 몽상가 취급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시대를 앞선 천재 아니었느냐?“라는 식으로 자신들의 터무니없는 주장들을 합리화하려는 우려스러운 경우마저 있다. 그러나 황당한 혹세무민(惑世誣民)에 그의 이름이 자꾸 들먹여진다면, 저 세상에서 테슬라가 무척 슬퍼하지 않을까 싶다.
 
                                                                                          By 최성우


이미지1: 에너지 전송에 관한 니콜라 테슬라의 특허(1897년)
이미지2: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 시청사 벽면에 설치된 니콜라 테슬라의 패널  ⓒ 최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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