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약과 로켓무기의 발달사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17-08-18 15:46
조회
299회
추천
0건
댓글
0건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은 인류의 소망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인류의 역사는 곧 전쟁의 역사라고 할 만큼 그간 크고 작은 전쟁들이 있었고, 과학기술의 발전 역시 전쟁에 의하여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아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돌도끼, 화약에서부터 로켓, 컴퓨터,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당대의 첨단기술들은 군사적인 목적에서 출발한 경우가 매우 많고, 저명한 과학기술자들이 전쟁관련 연구를 해온 예도 적지 않다. 전쟁 무기 및 여러 군사기술 중에서도 화약과 로켓무기의 발달사를 살펴보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을 듯하다.

서양의 오래된 화약 비슷한 무기로는, 이른바 ‘그리스 불(Greek fire)’이라고 불린 일종의 고대 화약이 있다. 오늘날 정확한 성분을 알기는 힘드나, 황, 주석(酒石), 수지(樹脂), 암염(岩鹽), 경유(輕油) 등을 혼합한 반 액체 상태로서, 적군의 함선을 향해 뿌리거나 항아리에 담아서 투석기로 던지는 방식으로 실전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한번 불이 붙으면 물로도 잘 꺼지지 않았기 때문에 특히 해전에서 효과적이었다.
고대 그리스 시대는 동로마제국, 즉 비잔틴제국 시대에 주로 이용되었는데, 어떤 기록에 의하면 670년경 무렵에 시리아 출신의 기술자 칼리코니스(Kallinikos)가 발명했다고 한다. 누군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무튼 이슬람의 지배를 피해 이주해 온 그리스, 시리아의 난민이 발명했을 가능성이 크다.
서기 673년 사라센의 함대가 비잔틴 제국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을 공격하였을 때 이 그리스 불을 사용하여 무찔렀고, 그 후로도 이슬람 세력이 비잔틴 제국을 공격할 때마다 이를 전투에 활용하여 큰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비잔틴 제국이 수많은 외침을 받고도 1,000년 동안이나 지속될 수 있었던 데에는 이 무기의 힘도 컸다고 보는데, 비잔틴에서는 이를 만드는 방법을 철저히 비밀로 하여 보안을 유지했다고 한다.

화약은 고대 중국에서 처음 발명된 것으로, 나침반, 종이와 아울러 중국의 3대 발명품의 하나로 꼽힌다. 중국에서는 10세기 송나라 시대에 화전(火箭)과 화구 등 화약을 이용한 무기들이 개발되었고, 13세기 금나라 시대인 1231년에는 세계 최초의 로켓이라 할 수 있는 비화창(飛火槍)이 발명되어 몽골군과의 전투 등에 사용되었다.
금나라와의 전쟁을 통하여 비화창과 같은 로켓 무기를 알게 된 칭기즈칸의 몽골군이 이후 여러 나라와의 침략전쟁에서 로켓과 화약을 활용함으로써, 화약 무기는 이후 서양에도 알려지게 되었다. 이처럼 서양에 전래된 화약 무기는 견고한 성을 중심으로 전쟁을 벌이던 유럽의 봉건체제를 무너뜨리는 직접적인 배경이 되었다. 로켓탄이나 대포의 위력 앞에서는 튼튼한 성벽도 소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선시대 세종 대에 신기전(神機箭)이라는 뛰어난 로켓무기가 나왔는데, 신기전은 설계도가 남아 있어서 복원이 가능하게 된 로켓무기 중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국제적인 공인도 받은 바 있다. 세종이 아들인 문종이 발명한 화차는 신기전의 발사와 이동을 위한 수레장치로서, 화차에 신기전을 장착하면 한꺼번에 100발까지도 발사가 가능한, 세계 최초의 다연발식 로켓무기가 구성되었던 셈이다.

서양에서 화약은 14세기부터 흑색화약이 오랫동안 쓰였는데, 1786년에 베르톨레(Claude Louis Berthollet; 1748-1822)가 흑색화약에 염소산칼륨을 사용하는 방법으로 폭굉물질, 즉 베르톨레 화약을 발명하였다. 그 후 화학의 발달에 따라 1800년에는 뇌홍(雷汞), 1838년에는 니트로셀룰로스 등이 발명되었고, 1847년에 이탈리아의 화학자 소브레로(Ascanio Sobrero; 1812-1888)가 발견한 폭발성 물질 니트로글리세린은 폭발력은 크지만 너무 위험하고 취급상 어려움이 있어서 실용적으로 사용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노벨(Alfred Bernhard Nobel; 1833-1896)은 1867년경에 니트로글리세린에 규조토에 흡수시켜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폭약인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하여 화약 사용에 혁명적 변화를 일으켰다. 뇌관을 사용하는 다이너마이트는 안전한 폭약으로 광산, 토목공사 등에 널리 사용되었으나 연기가 많이 나고 폭발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서 군사용 무기로 쓰기에는 적절하지 않았다. 노벨은 1888년에는 발리스타이트와 같은 무연화약(無煙火藥; 연기가 나지 않는 화약)을 발명하여 포탄, 소총, 대포, 기뢰, 폭탄 등에 널리 사용할 수 있는 현대식 총포용 발사약을 제공하였다.
20세기 이후에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폭약 및 로켓 무기도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원자폭탄, 수소폭탄 등의 대량 살상 핵무기가 등장하면서 인류의 평화와 생존을 위협할 지경에 이르렀고, 독일군의 V2로켓은 우주여행용 로켓으로도 발전하였지만 크고 작은 각종 미사일들은 현대전의 총아로 꼽히고 있다.

                                                                                        By 최성우

이미지1: 서양의 고대 화약 그리스불
이미지2: 중국의 화전(왼쪽) 및 조선의 신기전 설계도 ⓒ 채연석

목록


과학기술칼럼

게시판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등록일 조회 추천
1761 외래종의 침입과 토종의 멸종 새글 최성우 10-23 68 0
1760 노벨상 수상 비결은 장수? 새글 최성우 10-21 115 0
1759 구닥다리 기술이 때로는 더 강하다 최성우 09-25 417 0
1758 생일에 다시 생각해보는 마이클 패러데이 - 그는 실험에만 뛰어났을까? 댓글 2 최성우 09-22 447 0
1757 좋은 '전자기파'와 나쁜 '전자파'는 서로 다른 것인가? 최성우 09-05 406 0
1756 시급히 구축해야할 상향식 과학기술 거버넌스 체제 최성우 09-03 244 0
열람중 화약과 로켓무기의 발달사 최성우 08-18 300 0
1754 화성과 유로파 최성우 08-09 321 0
1753 기상예보의 역사와 오늘날의 일기예보 최성우 07-27 324 0
1752 총포의 발달사 최성우 07-20 348 0
1751 테슬라와 에디슨의 인연과 악연 댓글 1 최성우 07-14 646 1
1750 과학기술(자가쓰는정치에관한견해)칼럼: DJ 사람들 댓글 1 시간 07-09 456 0
1749 지구온난화 회의론, 근거는 있는가? 최성우 06-30 507 0
1748 공명으로 무너진 다리들 댓글 1 최성우 04-13 1128 1
1747 수학의 난문제들 댓글 1 최성우 03-30 1153 0
1746 산소의 발견자는 누구인가? 최성우 03-20 760 1
1745 자살로 막을 내린 논문 조작 최성우 03-09 2038 0
1744 상대를 함정에 빠뜨린 과학자들 최성우 02-23 823 1
1743 라부와지에, 아인슈타인, 벨의 공통점은? 최성우 02-14 915 1
1742 용도발명 - DDT와 보르도액 댓글 2 최성우 01-29 996 0


랜덤글로 점프
과학기술인이 한국의 미래를 만듭니다.
© 2002 - 2015 scieng.net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