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다빈치와 화석

글쓴이
최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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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3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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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최고의 천재로 꼽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는 요즈음에도 여전히 국내외에서 많은 관심과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인물이다. 그의 작품으로 밝혀진 예수의 초상화가 최근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에 낙찰되었다는 외신보도가 있었다. 오늘날 우리 과학교육 등에서 특히 강조되는 융합인재교육(STEAM)에서도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가장 이상적인 인물로 꼽히면서, 그의 다양한 업적과 생애에 관한 전시회가 현재 국내에서 열리고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 예술가이자 건축가, 사상가로서 매우 많은 분야에서 특출한 업적을 남겼던 그는,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비행기, 낙하산, 헬리콥터, 잠수함 등 시대를 앞서는 여러 발명품들을 창안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그런데 그의 과학적 업적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또 하나 있으니, 바로 화석의 정체를 처음으로 정확하게 밝힌 점이다.
다빈치 이전의 옛날 사람들은 화석에 대해서 상당히 다양한 견해를 내놓은 바 있었다. 그리스 시대의 아낙시만드로스(Anaximandros; B. C. 610?-547?)는 땅 속에서 물고기의 화석을 발견해 내고는 “인간의 조상은 물고기의 모양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땅 속에서 발견된 물고기 모양의 돌은 인간 조상의 유해일 것이다.” 라고 해석하였다. 또한 피라미드의 석회암 속에서 발견된 작은 콩 모양의 원생동물 화석을, 피라미드를 건설하던 사람들이 먹던 콩 등이 굳어져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한 사람도 있었다.
흔히 생물학의 시조라고도 일컬어지는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 C. 384-322)와 그의 제자들은, “모든 생물은 흙 속에서 태어나는 것인데, 처음에 잘못 만들어져서 그대로 흙 속에 버려진 것이 화석이다.” 라고 설명하였다.
기독교적 세계관이 지배한 중세 유럽에서는, 과학은 신학의 시녀라는 표현에 걸맞게, 화석도 성경의 말씀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설명되었다. 즉 산 속에서 조개의 화석이 발견된 것을 두고 ‘노아의 홍수 때 산까지 떠밀려간 조개들이 죽어서 남은 것’이라고 해석하였다. 또한 이미 멸종되고 없는 기이한 동물들의 화석에 대해서는, “하느님이 흙으로 빚어서 창조하려다가, 실수로 생명을 불어 넣는 것을 잊어서 그렇게 된 것이다.” 라고 그럴듯하게 설명하였다.

근대 초까지도 널리 믿어졌던 이러한 견해들에 맞서서, ‘화석은 고대 동식물의 유해가 땅 속에 묻혀 오랜 세월을 지나는 동안 돌과 같이 변한 것’이라는 정확한 해석을 한 이가 바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이다.
그의 고국인 이탈리아 북부의 롬바르디아 지방은 알프스 산맥이 인접한 곳으로서, 조개의 화석이 많이 나오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바다 근처도 아닌 높은 산기슭에서 조개의 화석이 발견된 것을 두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홍수 때문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조개 화석이 발견된 지층의 구조, 화석의 배열  모양 등을 일찍부터 유심히 관찰해 온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노아의 홍수론에 대해서 의문을 품게 되었다. 예를 들어 조개껍데기 화석을 포함한 지층이 2층 이상이었던 경우도 많았는데, 성경에 노아의 홍수가 2번 이상 있었다는 기록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건축, 토목 분야에서도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당시 활발히 행해졌던 큰 건물의 건축, 운하의 개설 등을 설계하고 지휘하는 일도 자주 맡아보게 되었다. 여러 공사의  과정에서 땅 속을 깊숙이 파내려가는 경우도 많았으므로, 그는 자연스럽게 화석과 지층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갖게 되었다.
그는 그때마다 습곡과 단층 등 여러 모양의 지층과 그 사이에서 발견된 여러 화석 등을 빠짐없이 노트에 기록하고 연구를 계속하였다. 그 후 조수와 함께 롬바르디아 지방을 여행하면서 조개 화석과 지층에 대해서 더욱 면밀히 관찰하고 충분한 화석들을 채집한 결과, 그는 다음과 같은 옳은 결론에 도달하였다.
“지금은 산악지대인 롬바르디아 지방은 먼 옛날에는 강이나 바다였을 것이다. 퇴적된 흙모래나 화산재 등으로 인하여 많은 조개들이 묻히고, 그 후 큰 지각변동이 일어나서 표면이 솟아올라 산이 되었기 때문에, 오늘날 산 속에서 많은 조개 화석들이 발견되는 것이다. 따라서 노아의 홍수와 조개 화석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이와 같은 화석에 관한 훌륭한 연구와 업적을 다른 사람들이 알아보기 어렵게, 글자의 좌우가 뒤집힌 모양으로 왼손으로 노트에 기록해 놓았다는 것이다. 거울에 비춰 보면 내용을 곧 알 수 있겠지만, 그냥 볼 때에는 읽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아마도 카톨릭 교회의 위세가 대단하던 당시 사회에서, 교회의 가르침이나 성경의 말씀과는 다른 자신의 주장을 나름대로 보존하기 위한 방법이었을 것이리라 추측된다. 카톨릭 교회에 맞서서 지동설을 주장하던 갈릴레이 등의 과학자들이 상당한 탄압을 받았던 것을 보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왼손노트 기록은 현명한 생각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이 죽은 후 언젠가는 자신의 주장이 올바르다는 것을 인정해 줄 시대가 올 것이라는 것을 굳게 믿고서, 선구적인 업적을 노트로만 남겼을 것이다. 그 노트에는 조개 화석에 대한 연구뿐 아니라, 앞에서 언급한 비행기의 원리에 대한 연구 등 시대를 뛰어넘는 많은 선구적인 업적과 연구들이 기록되어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왼손노트는 그가 죽은 지 300년이 지난 후에야 빛을 보게 되었고, 지질학자들은 그의 노트를 화석에 대한 연구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또한 그가 지층을 연구할 때 자신의 논거로 삼았던 ‘자연에는 거짓이 없다.’ 는 믿음은 현대 지질학의 기본원칙과도 매우 비슷하다. 즉 ‘현재는 과거를 아는 열쇠이다.’로 표현되는 동일과정의 법칙과 마찬가지의 맥락에서, 근대적인 지질학과 고생물학의 연구에도 올바른 지침을 마련해 준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By 최성우

이미지1: 오늘날의 앵무조개와 유사한 암모나이트의 화석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이미지2: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왼손노트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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