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턴, 아인슈타인, 그리고 호킹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18-03-2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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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물리학계의 슈퍼스타였던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1942-2018) 박사가 며칠 전에 영면하였다. 그의 기일이 된 3월 14일은 공교롭게도 아인슈타인의 탄생일(Albert Einstein; 1879-1955)이기도 하다. 또한 호킹이 태어난 1942년은 갈릴레이(Galileo Galilei; 1564-1642)가 사망하고 뉴턴(Issac Newton; 1642-1727)이 태어난 지 정확히 300년이 되는 해이다. 거장들의 탄생과 사망과 관련된 공교로운 인연들이 이어지는 셈이다. 
 언론에서는 호킹이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계보를 이은 천재 물리학자라는 칭송이 자주 언급되곤 한다. 이들이 물리학의 역사에 새로운 지평을 연 업적들이 대체로 무엇이며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등을 비교하면서 살펴보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을 듯하다.   
 
 뉴턴의 가장 큰 업적은 만유인력 법칙의 발견으로 꼽힌다. 미적분법의 발견이나 광학의 체계화 등도 그의 중요한 업적이겠지만, 뉴턴은 만유인력을 발견하고 세 가지 운동법칙을 세워서 갈릴레이로부터 시작된 근대적 고전역학의 체계를 완성하였다. 특히 뉴턴의 제2법칙인  가속도의 법칙 F=ma는 여전히 물리학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공식으로 꼽힌다.
 21세기인 오늘날에도 우리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의 크기를 지니고 빛에 비해 속도가 그다지 빠르지 않은’ 거의 모든 역학적 현상은, 굳이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을 동원하지 않고도 이 공식을 적용하여 풀이할 수 있다.
 또한 그가 제시한 절대적인 시공간 개념, 즉 시간과 공간은 독립하여 따로 존재하며 절대적인 좌표와 구조를 지닌다는 관념은 수백 년 동안 물리학의 굳건한 패러다임으로 자리를 잡아왔다. 나아가서 이는 물리학이나 과학의 차원에 머물지 않고 기계적 세계관으로 발전하여 서양의 철학과 사상을 지배하게 되었다. 뉴턴역학의 계승자인 라플라스(Pierre Simon Laplace; 1749-1827)가 남긴 “우주의 모든 물체들의 초기조건을 알고 그것들에 적용되는 운동방정식(미분방정식)을 동시에 풀 수 있다면,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들을 예측할 수 있다.” 라는 말은 이러한 기계적 결정론이라는 근대사회의 세계관을 잘 나타낸다.

 아인슈타인 역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광양자이론을 비롯하여 많은 업적이 있지만, 그를 대표하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상대성이론이다. 상대성이론은 뉴턴 고전역학의 절대적인 시공간 개념을 깨뜨리는 데에서 출발한다. 즉 “빛의 속도는 어떤 관측자가 보더라도 무관하게 같다”는 광속 불변의 원리에 바탕을 두고, 시간과 공간은 완전히 분리된 상호 무관계한 것이 아니라 긴밀하게 연결되고 의존하는 것들이며, 시공간의 절대적인 좌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상대성(relativity)’이라는 용어의 의미를 잘못 해석하여 “모든 것이 관측하는 사람의 주관에 따라 달라지므로 절대적인 법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여전히 수많은 대중들이 상대성이론을 대하는 대표적인 오해이다. 도리어 상대성이론은 시공간에 절대 좌표계가 없음을 밝히는 반면에, 어떤 관측자가 보더라도 물리 법칙이 변하지 않고 동일함을 보여주므로, 물리 법칙의 절대성을 만족시키는 새로운 시공간 개념을 창안한 셈이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은 시공간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바꾸고 우주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해 주었지만, 우주에 대해 모든 것을 설명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즉 빅뱅으로 표현되는 우주의 기원 및 구조, 블랙홀의 정체 등은 여전히 수수께끼에 쌓여 있었는데, 여기에 해답이 될 만한 혁명적인 이론을 내 놓은 것은 바로 스티븐 호킹이었다. 
 그는 우주 전체가 하나의 특이점(Singularity)에서 탄생해야 한다는 이론을 수학적으로 증명하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자신의 우주론 등을 더욱 발전시켰다. 그리고 그는 블랙홀이 빛을 포함한 모든 물체를 삼켜 버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복사에너지를 방출한다는, 기존의 이론을 뒤엎는 놀라운 결과를 제시하였다. 이는 이른바 ‘호킹 복사’라 불리는 그의 대표적인 업적으로서, 미시세계의 물리학인 양자역학과 거시세계의 물리학인 상대성이론을 결합함으로서 가능할 수 있었다. 그 후에도 그는 우주와 만물의 근원에 대한 혁신적인 이론들을 지속적으로 내놓았다.
 
 뉴턴, 아인슈타인, 그리고 스티븐 호킹과 같은 슈퍼스타들은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먼저 그들은 단순하게 혁명적인 이론을 내놓은 데에 그치지 않았다. 즉 기존에는 서로 관련이 없는 별개의 영역으로 간주되거나, 서로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는 이론들을 통합적으로 해석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이다.
 뉴턴 이전에는 태양, 천체의 운동 등 천상의 세계에 작용하는 법칙과 지상에서 작용하는 운동법칙은 전혀 다른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그는 “사과를 땅으로 떨어지게 하는 지구의 인력이 하늘에 떠 있는 달의 운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라는 사실을 만유인력과 운동법칙을 통하여 밝혀냈다. 물론 그의 유명한 사과 일화는 과장되었을 가능성이 크지만, 아무튼 천상과 지상에서 동일한 운동역학이 적용된다는 것은 예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뉴턴의 고전역학과 전자기학 사이에 일치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데에서 시작하였다. 즉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의 전자기적인 현상을 기술하자면 물리학의 기본 법칙이 그때마다 바뀌게 되는 모순이 나타났던 것이다. 상대성이론은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역학과 전자기학을 하나의 통일된 체계로 기술하면서, 갈릴레이가 처음 내놓은 운동의 상대성 원리가 모든 분야에서 잘 적용되도록 한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보여주는 거시세계는 연속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예측 가능한 세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미시세계의 물리학인 양자역학이 설명하는 것은 불연속적이며 예측 불가능의 세계라고도 볼 수 있다. 현대물리학의 근간을 이루는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라는 두 이론체계가 서로 대치되어 있는 것처럼 충돌을 일으키면서 양립되지 못한다는 점은 물리학자들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여겨져 왔다. 아직 완벽한 해결은 아닐지 모르지만, 호킹은 바로 이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부분적으로 결합함으로서 호킹 복사라는 혁명적인 이론을 내놓을 수 있었다. 

 오랜 세월에 거쳐서 수많은 물리학자들의 업적이 누적되면서 형성된 대부분의 다른 물리학 이론들과 달리, 이들 거장들은 거의 혼자의 힘으로 혁명적인 이론들을 쏟아낸 점도 공통적이면서 흥미롭다. 물리학의 기본 과목이자 전기전자공학 등의 바탕이 되는 전자기학은 앙페르(André-Marie Ampère), 패러데이(Michael Faraday), 맥스웰(James C. Maxwell) 등 여러 과학자들의 실험적, 이론적 업적들을 통하여 정립되었다. 반면에 뉴턴의 고전역학은 훨씬 앞선 시기에 거의 뉴턴 혼자의 힘으로 이루어졌던 것이다.
 양자역학 역시 플랑크(M. Planck)로부터 시작하여 하이젠베르크(W. Heisenberg), 슈뢰딩거(E. Schrodinger), 디랙(P.A. Dirac) 등 수많은 물리학자들의 여러 이론과 노력에 힘입어 완성되었으나, 상대성이론은 아인슈타인 한 사람의 천재성에 의존하여 만들어졌다는 점은 참으로 대조적이다. 아인슈타인 이후에도 상대성이론을 수정한 물리학자는 한 명도 없다.
 호킹 역시 공동연구를 하기는 했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서 많은 과학자들이 보태고 발전시킬만할 여러 이론들을 호킹이 단기간에 내놓은 데에서 그의 돋보이는 천재성을 부인하기 어렵다.
 과학계에서 영웅시대가 갈수록 저물어가고 융합 연구가 보편화되어가는 오늘날, 뉴턴이나 아인슈타인, 호킹과 같은 슈퍼스타는 앞으로 찾아보기가 극히 어렵지 않을까 싶다.
 
                                                            최 성우 (과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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