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원천특허는 누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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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등록일
2018-11-0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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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 및 이와 관련된 특허 공방 등이 국내외에서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크리스퍼(CRISPR)란 "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의 영문 머리글자로서 "규칙적인 간격을 갖는 짧은 회문구조 반복단위의 배열"이라는 뜻이다.
 영문 원 문장이나 우리말 번역이나 어렵고 복잡하기는 마찬가지인데, 회문(回文)이란 앞에서부터 읽으나 뒤에서부터 읽으나 똑같은 문장이다. 예전부터 우스갯소리 등으로 자주 언급되었던 ‘다시 합시다.’, ‘소주 만병만 주소.’ 등이 이러한 회문구조인데, 우리말 뿐 아니라 영문에도 역시 회문이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이처럼 회문구조를 포함하는 유전자 서열 구조를 지니는 RNA가 표적 유전자를 찾아내고, CAS9 등 특정의 제한효소가 DNA 염기서열을 정교하게 자르는 유전자 편집 기술이다. 제3세대 유전자가위라 불리는 이 기술은 이전 세대의 유전자가위에 비해 오류 발생이 매우 적으며,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즉 이 기술은 동식물의 형질 개량, 유전자 치료, 해충 퇴치, 멸종 동물의 복원 등 광범위한 분야에 이용될 수 있는 획기적이고 막강한 가능성을 지니며, 2012년 무렵에야 개발된 첨단 기술이기도 하다. 영향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생명윤리 등에 관련된 논란도 피하기 어렵겠지만, 다른 첨단기술과 마찬가지로 세계 각국에서는 기술개발 경쟁 못지않게 특허권을 선점하기 위한 다툼 역시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관련 특허를 처음 출원한 이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분교( UC버클리)의 다우드나 교수, 그리고 공동으로 연구했던 스웨덴 출신의 샤르팡티에 박사이다. 이들은 2012년 5월에 최초로 미국 특허청에 특허를 출원했고, 이들보다 몇 개월 후인  2012년 10월에 김진수 전 서울대 교수가 대주주인 한국기업 툴젠이 출원을 하였다. 또한  같은 해 12월에는 하버드대학과 MIT가 공동으로 설립한 브로드연구소의 장 펑 박사가 역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기술 관련 특허를 출원하였다. 
 이들의 발명과 특허출원 내용이 모두 동일하다면 물론 가장 먼저 관련 논문을 발표하고 특허출원을 했던 UC버클리의 다우드나-샤르팡티에 팀만 특허권을 획득하는 것으로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특허명세서에 기재된 구체적 내용과 범위가 조금씩 다르다보니 희비가 엇갈리면서 지금까지도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
 즉 다우드나의 UC버클리는 특허명세서의 청구항에 ‘진핵세포’라고 명시하지 않은 반면, 툴젠은 진핵세포의 핵 등을 언급하였고, 브로드연구소는 진핵세포에서 유전자편집에 대한 구체적인 기술을 특허로 청구하였다. 또한 가장 늦게 특허를 출원한 장 펑의 브로드연구소가 신속심사제도(Track one)를 통하여 도리어 가장 이른 2014년 4월에 첫 특허등록을 받았고, 이후에도 10여건의 특허를 등록 받았다. 신속심사제도란 미국 특허청에 수수료를 더 내고 빠른 시일 내에 심사, 등록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로서, 우리나라에도 이와 유사한 우선심사제도가 있다.
 반면에 최초 발명자이자 가장 먼저 특허를 출원했던 UC버클리의 다우드나팀은 올해인 2018 년 6월에야 첫 특허를 등록받았다. 그리고 툴젠의 특허는 UC버클리보다 출원이 늦은데다가, 진보성이 없다는 이유로 미국 등록이 거절되었다.

 이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의 원천특허를 둘러싼 분쟁은 UC버클리와 브로드연구소간의 치열한 공방전으로 전개되는 모양새이다. 2015년 4월, UC버클리측은 원천기술을 발명하고 처음 특허를 낸 것은 다우드나 팀이고 브로드연구소의 장 펑 박사 등은 뒤늦게 편승한 것뿐이므로, 브로드연구소의 특허는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2017년 2월 미국 특허청은 브로드연구소의 특허가 UC버클리보다 후출원이기는 하지만 진핵세포 유도 등에 대해 신규성이 있고, 또한 기술적으로도 보다 진보한 면이 있으므로 특허를 인정한다는 심판을 내렸다.
 UC버클리측은 이 심판에 불복하여 우리나라의 특허법원에 해당하는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에 항소를 제기하였지만, 지난 9월10일 이 청구는 기각되었고 원심대로 브로드연구소 특허의 진보성을 인정한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와는 달리 소송이 대법원까지 가는 경우가 매우 드물기 때문에 브로드연구소가 UC버클리에 완승을 거두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있었지만,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
 즉 브로드연구소의 특허를 인정한다고 해서, UC버클리의 특허가 유효하지 않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UC버클리 역시 올해 6월에 첫 특허를 등록받은 데에 이어서, 연속출원(CIP)된 여러 특허들 역시 줄줄이 등록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두 곳의 특허가 다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후출원인 브로드연구소의 특허가 선출원인 UC버클리의 특허를 ‘이용’하는 관계로 결론이 난다면, 브로드연구소는 UC버클리에 일정부분 로열티를 지급해야할 일이 생길 수도 있다.
 UC버클리와 브로드연구소는 미국 뿐 아니라 유럽, 중국, 호주 등 세계 각지에서 자신들의 특허에 대한 출원, 등록 경쟁뿐 아니라 상대방의 특허를 취소 또는 무효화하려는 공방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최종 결론이 나려면 앞으로도 최소 몇 년은 더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 특허독립의 원칙에 따라 국가별로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만약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분야에서 노벨 생리의학상이 나온다면, 최초로 논문을 발표한 다우드나 교수와 샤르팡티에 박사, 그리고 유력한 특허를 등록 받은 장 펑 박사의 3인이 공동으로 수상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만약 필자의 예측대로 된다면 DNA 이중나선구조 발견의 공적으로 수상했던 지난 1962년 노벨 생리의학상의 데자뷔를 보는 셈이 될 것이다. 공동연구자였던 왓슨(James Watson; 1928-)과 크릭(Francis Crick; 1916-2004), 그리고 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윌킨스(Maurice Wilkins; 1916-2004) 세 사람이 함께 노벨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DNA 발견을 둘러싼 연구 경쟁 등에 대해 왓슨이 쓴 책인 ‘이중나선(二重螺旋, The Double Helix)만큼이나,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연구 역시 극적인 내막 등이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일부 생물학자들은 장 펑 박사를 얄밉게(?) 보는 듯도 싶은데, 한편으로는 그가 소속된 브로드연구소가 특허 전략을 처음부터 잘 전개하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By 최성우

이미지1: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에 대한 설명도  ⒸGuido4
이미지2: 크리스퍼 유전가가위 개발의 주역인 제너퍼 다우드나 교수 ⒸDuncan.H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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