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똑같이 느껴지는 증강현실 게임이 가능할까?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19-01-2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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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케이블 TV에서 증강현실 게임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방영되어 시청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투자회사이자 저명 게임회사의 대표가 스페인 그라나다를 방문하여 오래된 호스텔에 묵으면서 기묘한 사건에 휘말린다는 내용의 판타지 스릴러 성격의 드라마였다. 다만 반전을 거듭하며 시청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던 초반부에 비해, 중반 이후에는 개연성과 짜임새가 떨어지면서 결말도 용두사미 격으로 끝났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증강현실이라는 첨단기술을 드라마에 담으면서, 컴퓨터 그래픽 등으로 실시간 게임 장면을 잘 묘사한 점 등은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큰 눈길을 끈 부분은 등장인물들이 스마트 렌즈라 불리는 콘텍트 렌즈를 끼고서,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아닌 현실의 공간에서 다른 사용자 또는 캐릭터들과 전투를 벌이는 등의 게임 장면들이다. 즉 게임 속의 여러 캐릭터나 무기 등이 3차원 입체영상뿐 아니라 촉감으로도 느껴지면서, 현실과 구분하기 어려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으로 나온다.

 이와 같은 증강현실 게임이 과연 앞으로 가능할 수 있을까? 일단 두 가지 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을 듯하다. 첫 번째 방식은 게임 속의 장면들과 일치하도록 뇌에 자극을 입력하는 방법이다. 물론 현재나 가까운 미래의 과학기술 수준을 감안한다면, 드라마에서처럼 콘텍츠 렌즈를 끼는 것만으로 증강현실 게임의 모든 하드웨어를 구현하기는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안경이나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HMD; Head Mounted Display)를 쓰고서 실시간으로 게임과 두뇌의 자극을 연동시킨다면, 현실과 거의 비슷한 증강현실 게임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무기인 칼을 움켜쥔 사용자가 칼의 무게와 촉감을 느낀다던가, 적의 공격으로 부상을 입은 신체 부위에 실제로 통증을 체험한다든가 하는 것들도 두뇌의 해당 부위를 자극한다면 실제와 똑같이 느끼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물론 이것이 구현되려면 뇌의 해당 부위에 직접 접촉하지 않고도 감각을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방법이 개발되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또한 3차원 입체영상을 비롯한 각종 시각과 촉각 등을 구현하려면, 막대한 정보량을 빠른 속도로 처리할 수 있는 정보처리기술 등이 획기적인 수준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         

 두번째 방법은, 현재로서는 더욱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컴퓨터로 사람의 두뇌를 스캔, 복사해서 실제 인간 두뇌와 똑같은 아바타가 온라인 세상에서 게임을 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가상현실과 실제현실의 구분이 사실상 의미가 없게 될 것이며, 물론 인간에 대한 정의 자체도 애매해질 수 있다.
 수명이 거의 다하거나 육체를 떠나고 싶은 사람이, 두뇌 정보를 복제하여 온라인의 디지털 세상에서 영생을 누리며 산다는 식의 SF소설들은 선보인지가 꽤 오래되었다. SF와 각종 영화 등에도 큰 영향을 미쳤던 일본 애니메이션인 공각기동대(攻殼機動隊, Ghost In The Shell; 1995)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오는데, 이 영화에서 각종 사이버 범죄를 배후 조종하는 '인형사'는 실제의 육신을 갖추지 않고 사이버 세상에서만 생명체처럼 살아가는 존재이다. 
 물론 게임을 하기 위해서 반드시 육체를 버려야만 할 필요는 없을 것이고, 영화 '아바타Avatar, 2009)‘에서 주인공이 아바타의 몸체와 원래의 육체 사이를 오가는 것처럼, 스캔된 디지털 두뇌가 육신과 사이버 세상을 왕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인간 두뇌의 모든 기억과 정보, 개성을 스캔하여 복제하려면 역시 막대한 정보량이 필요한데, 미래에 획기적 성능의 양자컴퓨터가 실용화되는 수준이 되어야 할 듯하다. 그리고 인간 두뇌의 모든 정보와 개성이 과연 컴퓨터의 소프트웨어처럼 복제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원론적 문제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컴퓨터와 달리 사람의 두뇌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분리할 수 없고 하나로 일체화되어 있으므로, 원천적으로 디지털 복제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뇌과학자들도 있다.   

 따라서 일단은 첫번째 방식은 좀 더 가능성이 있다고 보겠지만, 관련 기술이 발전한다 해도 이 역시 녹록하지는 않을 것이며 다른 문제들이 발생할 수도 있다. 최근의 TV 드라마에서는 게임의 심각한 버그로 인하여, 게임 중에 상대방의 검에 찔린 사용자가 실제로 사망한다는 장면이 나온다. 현실과 유사한 증강현실 게임이라면, 꼭 버그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지나친 통증 등으로 드라마처럼 게임을 하다가 실제로 죽는 일이 발생할 위험성도 있을 것이다.
 게임이 직접적인 사인은 아니라 해도, 지금도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하던 사람이 돌연 숨지는 사건 등이 가끔 뉴스에 나오기도 한다. 몇 년 전에 선보인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고(Pokémon GO)’는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일각에서는 한때 사회 문제를 야기하기도 하였다. 즉 외국에서는 게임의 인기 캐릭터를 잡으려고 몰려든 군중들로 인하여 각종 사고가 발생하고, 일대의 교통까지 마비되는 일 등이 적지 않게 발생하였다. 위 드라마의 결말에서도 게임의 부작용에 대한 경고와 대책 마련의 필요성에 대한 메시지가 포함되기도 하였다.     
 아무튼 오랜만에 진부한 소재의 드라마가 아닌, SF 측면에서도 나름 의미가 있는 드라마를 접하게 된 것은 과학기술인의 입장에서 크게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는 게임이나 IT분야 뿐만이 아니라, 보다 다양한 첨단과학기술들을 소재로 한 수준 높은 드라마들을 TV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By 최성우

이미지1 : 최근 증강현실 게임 관련 드라마의 무대로도 나왔던 스페인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 ⓒ 최성우
이미지2: 증강현실게임으로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고의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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