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유령 - 스텔스 전투기의 탄생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19-03-3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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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전쟁 무기들에는 온갖 첨단과학기술이 동원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분야가 바로 공군의 전투기일 것이다. 특히 상대방의 레이더에 감지되지 않는 스텔스(Stealth)기는 예전의 걸프전, 이라크전 등에서 큰 활약을 한 바 있다. 
 스텔스 전투기는 미국에서 처음 개발되었지만 최근에는 중국과 러시아도 자체 개발한 스텔스 기를 보유하고 있고, 최근 우리나라도 차세대 전투기 사업으로 스텔스 기능이 있는 F35를 도입하고 있다. ‘하늘의 유령’ 스텔스 기의 탄생 배경 및 발전 과정 등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하다.     

 정찰용 항공기 등이 적군에 들키거나 공격받지 않고도 상대편의 군사시설 등을 탐지하고 첩보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아주 높게 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미국이 비밀리에 첩보수집용 정찰기로 개발한 U-2기는 당시의 항공기 고도보다 훨씬 높은 2만 미터 이상의 상공을 비행할 수 있었기 때문에 옛소련의 방공망을 피하여 각종 군사시설을 촬영하고 정보를 수집하곤 하였다. 
 그러나 1960년 5월 1일, U-2기가 낮게 비행했을 때 옛소련의 레이더 추적 대공 미사일에 의해 격추되고, 미군의 비행사 프란시스 케리 파워스가 체포되어 재판에 회부되면서 U-2기의 정체가 전 세계에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이 격추 사건 이후 U-2 정찰기는 약속에 따라 더 이상 옛소련의 상공을 비행할 수 없게 되었지만 다른 나라들에 대한 정찰 비행은 계속되었고, 특히 1962년 10월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옛소련이 설치한 탄도 미사일을 찾아내는데 큰 도움이 되기도 하였다. 
 그 후 미국은 상대편의 레이더가 도저히 탐지할 수 없는 비행기가 필요하게 되었고, 록히드 사의 스컹크웍스 팀에서 U-2기의 후속으로 개발했던 전략 정찰기 블랙버드(SR-71)는 마하3의 빠른 속력에 더욱 높이 날 수 있어서 상대방의 미사일이 격추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또한 기체의 수직 안정판이 15도 정도 기울어져 있어서 레이더의 전자기파가 반사되지 않고 허공으로 분산되어서 어느 정도의 스텔스 효과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상대방의 레이더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다.
 1970년대 이후에는 미군 당국의 요청으로 록히드 사와 노스롭 사가 ‘보이지 않는 전투기’, ‘하늘의 유령’이라 불리는 스텔스 전투기의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게 되었다. 특히 록히드 사의 스컹크웍스 팀은 항공기에서 반사되는 레이더의 신호를 현격하게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하여 항공기의 외부 디자인과 표면을 집중적으로 연구하였다.

 그러던 중 옛소련 출신으로 훗날 미국으로 망명한 한 과학자의 이론에서 중요한 힌트를 얻게 되었다. 즉 옛소련의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인 피터 우핌세프(Pyotr Yakovlevich Ufimtsev)는 물체의 표면에서 반사되는 전자기파에 대한 논문을 썼는데, 복잡한 방정식 등으로 가득 찬 어려운 논문이어서 실용성이 없다고 보고 주목하는 이들이 거의 없었다. 당시 적국의 과학자가 발표한 이론을 바탕으로 미국이 스텔스기를 개발하는 결정적 단서를 얻은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인데, 우핌세프는 나중에 미국으로 망명한 후에 자신의 이론이 사용될 줄은 전혀 몰랐다고 말한 바 있다.
 우핌세프의 이론에 의하여 레이더에 의한 반사각 등을 계산해본 결과, 항공기의 형태가 다이아몬드와 비슷한 모양이 되면 레이더 반사 면적(Radar cross-section; 레이더의 스크린에 나타나는 목표물의 크기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 최소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다이아몬드 형태의 비행기를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에, 스컹크웍스의 설계팀장은 희망이 없다는 뜻에서 그 모양을 ‘호플리스 다이아몬드(Hopeless diamond)’라고 불렀다.
 그러나 록히드의 스컹크웍스팀은 숱한 계산과 시험제작 끝에 다이아몬드와 최대한 비슷한 모양으로서 레이더 반사를 최소화하면서도 하늘을 날 수 있는 전투기를 개발하는 데에 결국 성공하였다. 이 과정에서 비행기 전체의 레이더 반사 면적뿐 아니라, 돌출된 조종석, 제트 엔진의 흡입구 등도 레이더의 전자기파가 반사되지 않도록 설계하여 문제를 해결하였다. 
 이렇게 탄생한 최초의 스텔스 전투기가 바로 F-117 나이트호크이다. 록히드 사의 경쟁사였던 노스롭 사 역시 3차원 디자인 프로그램으로 설계하고 동체 제작에 특수 재료를 사용한 장거리 스텔스 폭격기 B-2를 제작하여 선보이게 되었다.   
 그러나 스텔스기라고 해서 상대방의 레이더로부터 항상 완벽하게 숨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1999년 3월 유고슬라비아 내전 당시 미 공군의 F-117 스텔스 전투기 한 대가 격추된 적이 있었다. 폭탄을 투하하려고 무기창을 개봉한 순간 세르비아 군의 레이더에 잡혀서 지대공 미사일에 의해 격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스텔스기가 공격 등을 위해 내보내는 전파를 잡는 방식의 패시브 레이더, 또는 기존의 레이더 전자기파보다 파장이 긴 장파장 레이더 등 스텔스기를 탐지하기 위한 레이더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완벽히 숨기 위한 새로운 스텔스기의 개발과, 스텔스기를 탐지하기 위한 기술 또한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는 창과 방패의 대결처럼 쉽게 끝나지 않을 듯하다.

                                                                              By 최성우

이미지1: 최초의 스텔스 전투기 F117
이미지2: 장거리 스텔스 폭격기 B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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