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강력한 방어막 – 지구자기장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19-04-29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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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일종의 거대한 자석과도 같아서 자기장을 낸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지구자기장의 역할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아마도 북극을 가리키는 나침반에 의해 방위를 알려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답할지도 모른다. 지금은 GPS와 내비게이션 시스템 등에 의해 쉽게 위치와 방위를 확인할 수 있으므로 나침반이 그다지 많이 쓰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지리상의 발견 등 인류 역사를 통하여 나침반이 중요한 역할을 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구자기장의 역할은 단순히 인류에게 남북극과 방위를 알려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훨씬 더 막중한 임무가 있는데, 이는 인간뿐 아니라 지구 전체와 모든 생명체에게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바로 지구로 끊임없이 날아오는 온갖 해로운 방사선과 입자 등의 우주선(宇宙線)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하는 강력한 방패를 제공하는 역할이다. 만약 지구자기장이 없다면 인간을 비롯한 지구의 생명체는 마치 원자폭탄이나 핵발전소 사고 등에 의해 방사능에 피폭되는 것과 같은 피해를 입어서 도저히 생존할 수 없을 것이다. 

 지구자기장을 제공하는 원천은 지구 표면이 아니라 지구 안쪽의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다. 즉 액체 상태의 철로 이루어진 지구의 외핵이 바로 지구자기장을 만들어낸다. 외핵에 의해 형성된 지구자기장은 지구 표면 근처뿐 아니라 멀리 떨어진 우주 공간까지 뻗어나가 밴 앨런대( Van Allen belt)를 형성한다.
 지구의 핵이 자기장을 형성하는 원리는 ‘다이나모 이론(Dynamo theory)’으로 설명된다. 지구 외핵은 철과 니켈 등으로 구성된 유체로서, 내부의 온도 차이 등에 따른 대류로 인하여 끊임없이 움직이게 된다. 따라서 마치 발전기가 전기를 생산하듯이 유도전류가 만들어지고, 이로 인하여 지구의 회전축을 따라 지구자기장이 형성된다는 이론이다.
 지구를 위협하는 우주방사선 중에서 가장 치명적인 것은 바로 다름 아닌 태양이 내뿜는 것이다. 태양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의 생존에 필수적인 에너지를 제공하지만, 한편으로는 파괴적인 방사선과 열 등으로 지구를 위협하는 야누스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마치 스타워즈 등의 SF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대형 방어막처럼, 지구 전체를 크게 감싸는 지구자기장이 태양으로부터 쏟아지는 유해 방사선 등을 막아주지 않았더라면 인간을 비롯한 지구 생명체들은 진작에 절멸했을 것이다.
 플레어(Flare) 분출 등 태양의 활동이 격렬해질 때마다 지구의 극지방에 더욱 자주 나타나는 오로라(Aurora)는 매우 아름답게 보이겠지만, 지구가 태양풍(Solar wind)을 방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현장의 하나이기도 하다. 즉 태양에서 방출되어 지구로 날아오는 하전입자들이 지구자기장에 이끌려 대기권으로 진입하면서, 대기 중의 원자와 이온들에 부딪혀 반응하고 운동하면서 가시광의 형태로 전자기파를 방출한다. 이것이 바로 사람들의 눈에는 색색의 커튼이 움직이는 듯이 보이는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오로라 현상이다.

 지구자기장의 중요성은 지구와 가장 유사한 행성으로 꼽히는 화성의 경우를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동안 여러 화성 탐사선들이 화성 표면을 관측해서 보내온 사진들을 보면, 퇴적암과 유사해 보이는 흔적 등 과거에는 화성에도 상당히 많은 물이 있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화성은 극지나 깊숙한 내부 등을 제외하고는 충분한 물이 없고, 박테리아 정도의 미생물이라면 몰라도 고등생명체가 살기에는 너무 척박한 곳이 되어버렸다. 그 이유는 바로 지구처럼 화성을 보호하는 강력한 자기장이 없기에, 태양의 공격에 의해 물이 거의 다 증발하고 말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다.
 최근 이른바 골디락스 행성이라 불리는,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을 만한 환경을 지닌 외계행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한 외계행성을 찾는 데에 있어서,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을 정도로 모항성으로부터의 적절한 거리에 위치해 있는지, 그리고 충분한 물과 공기가 있는지 여부 등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생명체 거주 환경을 위한 또 하나의 관건은, 바로 그 행성이 지구처럼 ‘자기장’을 형성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지구자기장은 항상 고정 불변된 것이 아니라 약간씩 변화하는데, 따라서 나침반 상의 북극 위치, 즉 자북(磁北)의 정확한 지점도 해마다 조금씩 바뀌고 있다. 또한 과거 지구자기장의 방향이 화석처럼 암석에 보존되어 있는데, 이는 일찍이 베게너(Alfred Wegener; 1880-1930)가 주장했던 대륙이동설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로 작용한 바 있다.
 즉 대륙이동설의 창시자 베게너는 여러 지질학적, 고생물학적 증거들을 내세워 자신의 이론이 옳다고 주장했지만, 당시의 지질학계를 설득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1950년대 이후 고지자기학(古地磁氣學)의 발전으로 지구 곳곳의 잔류자기를 측정하고 과거 지자기의 방향들을 추적해 본 결과, 맨틀의 대류에 의해 대륙이 지속적으로 이동하였음이 명확히 입증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지구의 역사를 살펴보면, 남극과 북극이 아예 뒤바뀌는 이른바 ‘지자기의 역전’ 현상이 대단히 많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지구자기장이 약해지고 있어서 지자기 역전이 다시 임박한 것이 아닌지 우려하는 과학자들도 적지 않다. 만약 지자기가 곧 급격히 바뀌어 역전된다면, 길 찾기 등 지구자기장에 생체 매커니즘을 크게 의존하는 동물들에게 심각한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아직 명확히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지구의 역사에서 자주 벌어졌던 생물들의 대멸종 사태와 지자기의 역전 현상이 상당한 관계가 있는 것 아닌지 추정되기도 한다.
 지구 자기의 교란과 관련이 있는 영화로는 ‘코어(The Core; 2003)’를 들 수 있다. 미국 정부에서 인공지진으로 적을 공격하는 비밀 병기를 개발하지만, 그로 인하여 지구의 핵(Core)이 회전을 멈추면서 갖가지 기상 이변과 재난 등이 속출한다. 미국 정부는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특공대 팀을 지구 내부의 핵에 내려보내서, 몇 개의 원자폭탄을 터뜨려 핵의 회전을 되돌린다는 이야기이다. 전반적으로 현실성이 너무 부족하고 황당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인류를 비롯한 생명체의 생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지구 핵과 자기장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나름 그럴듯한 영화로 볼 수도 있을 듯하다.   

                                                                                                  By 최성우

이미지1: 지구자기장에 의해 형성되는 밴앨런대
이미지2: 대륙이동설을 명확히 입증한 고지자기의 분포 추적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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