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지구 방어 시스템 - 탄소 순환 체계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19-05-15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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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에서 방출하는 것 중에서 지구의 생명체에 해로운 것은 태양풍 입자들과 방사선, 자외선에만 국한되지 않고 또 하나가 있다. 바로 태양에서 지구로 쏟아지는 엄청난 ‘열’이다. 이러한 과도한 태양열은 막아내면서 이를 적절히 이용하기 위하여, 지구는 ‘대기 및 탄소 순환체계’라는 또 하나의 방어수단을 지니고 있다.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받지만, 지구 또한 장파복사의 형태로 에너지를 방출하여 복사평형을 이룬다. 지구가 흑체복사를 한다고 가정하고 스테판 볼쯔만의 법칙 등을 적용하여 지구의 표면 온도를 계산하면 절대온도 약 약 255。K, 즉 섭씨 영하 18도 정도가 된다. 그러나 지구 표면의 평균온도는 이보다 훨씬 높은 섭씨 약 15도 정도로서 계산식에서 도출된 결과보다 30도 이상 높다.
 그 이유는 바로 지구 대기에 의한 온실효과 덕분인데, 대기 중의 수증기, 이산화탄소 등이 지구가 내보내는 복사에너지를 흡수하여 지구의 열에너지를 보존해 준다. 덕분에 지구는 인간을 비롯한 각종 생명체가 살아가기에 더욱 쾌적한 환경이 유지되는 것이다.
 만약 지구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 등의 온실가스의 농도가 지나치게 높다면 큰 문제가 된다. 즉 지구가 방출해야 할 복사에너지를 더 많이 흡수하여 지구 표면의 온도는 급격히 높아져서 생물이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이 될 것이다. 지구의 이웃 행성인 금성의 경우를 보면 더욱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다.
 서양에서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의 여신을 따와서 비너스(Venus)라고도 불리는 금성은 이름과는 달리 표면 온도가 섭씨 460도에 달하는 지옥과도 같은 곳이다. 금성은 태양계 전체에서 지표면 온도가 가장 높은 행성으로서, 태양과 가장 가까이 위치한 수성보다 더 뜨겁다.
 그 이유는 금성의 대기가 매우 두꺼운 이산화탄소층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만약 지구도 금성처럼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계속 높아진다면 큰 재앙일 것이지만, 지구에는 이를 방지하는 뛰어난 공조시스템이 있다. 바로 전지구적인 탄소 순환 체계이다.

 먼저 대기 중의 수증기가 빗방울이 되어 떨어지면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함유하여 지상으로 보내게 된다. 이산화탄소가 녹아든 빗물은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고 하천은 침전물과 함께 바다로 향하면서, 결국 바다 밑바닥에 이산화탄소가 쌓이게 되는 셈이다. 바다는 대기보다 훨씬 많은 양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다.   
 생물 또한 탄소 순환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광합성과 호흡은 대기와 생물이 빠르게 상호작용하는 탄소 순환 체계의 하나이다. 즉 식물은 광합성을 통하여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모으고, 호흡을 통하여 수증기를 대기 중으로 보낸다. 식물과 동물이 죽은 후에는 이들의 잔해와 사체에 포함된 유기물이 산소에 의해 분해되어 이산화탄소로 되돌아온다. 또한 오랜 지구의 역사를 통하여 생성된 화석 연료들은 과거 생물들에서 유래된 상당량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다.
 암석과 퇴적층 또한 매우 거대한 탄소 저장소로서, 암석의 탄소 순환은 상당히 느리게 일어나지만, 매우 오랜 시간 동안 지구의 기후 변화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암석은 화학적 풍화를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기도 하지만, 퇴적암의 유기 탄소 산화를 통하여 대기 중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도 한다. 때로는 화산 활동을 통하여 암석으로부터 순식간에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되기도 한다.
 해양과 대기 또한 탄소 순환 체계 안에서 상호작용을 하는데, 바다 표면으로 이산화탄소가 녹아 들어가 해양생물들이 광합성을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바다의 깊은 곳에 쌓여 있던 이산화탄소는 심층수의 용승을 통하여 표면으로 올라와 이산화탄소를 방출하기도 한다. 
 이처럼 대기와 해양, 암석과 생물권 등 지구 전체에서 탄소가 형태를 바꾸어가면서 돌고 도는 것이 바로 탄소 순환 체계이다. 이는 지구의 열 분포와 기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면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균형 있게 조절해왔다. 

 그런데 최근 심각해지는 지구온난화는 바로 이러한 지구의 정교한 공기정화 장치에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산업화 이후 인류가 대량으로 소비하는 석탄, 석유 등의 화석 연료는 수천 만년, 또는 수억 년에 걸쳐서 지구에 저장되어온 탄소를 순식간에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로 방출하는 것이다. 현재 인류가 대기 속으로 내뿜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화산이 배출하는 것보다 수십 배나 더 많아서, 지구의 탄소 순환이라는 자연 공조시스템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인 것이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해법이나 단서를 앞서 언급한 두꺼운 이산화탄소 대기를 지닌 금성으로부터 찾기 위하여, 금성 탐사가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즉 이산화탄소로 인한 온실효과가 어떻게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여. 지구 환경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화성 탐사는 매우 빈번히 시도되어 여러 차례 성공적으로 화성에 착륙하기도 하였지만, 금성 탐사는 이와 매우 대조적이다. 즉 탐사 시도 자체도 적었거니와 주로 궤도 위성 촬영 정도로 이뤄졌을 뿐, 금성 표면에 탐사선이 성공적으로 착륙하여 자료를 보내 준 적은 상당히 드물었다. 수백 도의 고온뿐 아니라 90기압에 달하는 금성 표면에서 탐사선의 전자 장비는 버티지 못하고 곧 망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 금성 표면에 착륙한 탐사선들이 촬영 자료를 보내 주는 등의 활동을 한 것은 고작 한두 시간 정도이다.
 2000년대 이후 미항공우주국(NASA)에서 금성의 고온에 버틸 수 있는 새로운 탐사선을 계획하기도 하였다. 이른바 VISE(Venus In Situ Explorer) 탐사선인데, 고효율의 냉각장치인 ‘스털링 냉각기’를 사용하여 전자 장비들이 작동 가능한 200℃까지 온도를 낮추고, 금성 대기 관측용 항공기가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다가 목표 고도에서 날개가 펼쳐서 금성의 대기권을 비행하여 관측하는 방식 등을 고안하였다.
 그러나 원래 2010년에서 2015년 사이에 진행할 예정이었던 VISE 탐사계획은 여러 차례 취소되어 이루어지지 못했고, 2022년 정도에 탐사선을 발사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성공적으로 될 수 있을지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By 최성우

이미지1 : 전지구적인 탄소순환 체계
이미지2: 금성탐사선 VISE의 상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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