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꿨던 모스부호와 전신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19-07-26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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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10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미국 SF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 2014)’는 식량 부족과 붕괴된 경제 등으로 인하여 미래의 희망이 사라진 지구를 대신할 새로운 행성을 찾기 위하여 우주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상대성이론의 적용과 화려한 그래픽으로 묘사된 블랙홀 장면 등이 큰 화제를 모았으나, 필자가 가장 인상 깊게 본 대목은 따로 있었다. 즉 거의 마지막 대목에서 매우 중차대한 정보를 ‘모스(Morse)부호’를 이용해서 전송하는 장면이다. 
 최근 국내에서 역시 거의 1000만에 육박하는 관객을 모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Parasite; 2019)’에서도 이와 유사한 대목이 나온다. 저택의 지하 공간에 갇히다시피 한 주인공 등이, 안의 전원 스위치로 바깥의 정원을 밝히는 전등을 점멸하는 방법으로 모스부호 메시지를 보내려 시도한다. 이들 영화 장면들은 첨단의 통신기술이 무용지물이 되는 극한 상황에서, 가장 단순하고 오래된 구닥다리 기술방식이 도리어 큰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교훈을 주는 것 아닐까 싶다.
 그런데 필자의 기억으로, 이런 비슷한 장면을 처음 본 것은 왕년의 인기 미국드라마 맥가이버(MacGyver)였다. 1980년대 중반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 미국에서 방영된 TV 시리즈물인데,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수입, 방영되어 상당한 인기를 끈 바 있다. 맥가이버는 비밀임무를 수행하는 첩보원 맥가이버의 활약상을 그린 첩보 액션 드라마인데, 우리에게 익숙한 007시리즈나 미션 임파서블 등과는 상당한 차별성이 있었다.
 즉 주인공 맥가이버는 007 제임스 본드나 이단 헌트처럼 총격전 또는 호쾌한 액션 등으로 악당을 제압한다기보다는, 물리학이나 화학, 각종 공학 분야 등의 여러 과학기술지식을 활용하여 기발한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임무를 수행하였다. ‘전등 스위치 점멸을 통한 모스부호 통신’은 일찍이 맥가이버 시리즈 초반에서도 선보인 바 있다.

 이처럼 여러 영화나 드라마에서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모스부호는, 1837년에 미국의 화가이자 발명가였던 새뮤얼 모스(Samuel Finley Breese Morse; 1791-1872)에 의해 처음 발명되었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 찰스타운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모스는 원래 예일대학교에서 그림을 공부한 화가로서, 뉴욕대학교 미술 교수로 일하기도 하였다.
 그가 모스부호를 처음 구상하게 된 것은, 1832년에 미술연구를 위해 이탈리아에 유학을 갔다가 귀국하는 중에 전자기학을 접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는 귀국선인 슈리호 선상에서 전신기에 대한 착상을 하였고, 이후 대학 동료였던 L.D. 게일, 협력자 알프레드 베일 등과 함께 연구를 지속하여 통신을 위한 알파벳 부호와 전신용 자기장치를 1837년에 발명하고 이후 개량을 하였다.
 모스부호는 발신 전류 등으로 선과 점을 조합하여 알파벳과 숫자를 표기하는 방식인데, 1843년에 전신의 실용화가 진행되어 이듬해에 미국 워싱턴과 볼티모어 사이에 시험전신선이 가설되었다. 모스는 미국의 연방의회 앞에서 자신의 전신기를 시연하여 워싱턴에서 볼티모어로 ‘하느님이 창조하신 것(What hath God wrought)’이라는 유명한 첫 메시지를 보냈는데, 당시의 어떠한 교통, 통신 수단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모스부호 전신은 수많은 사람의 경탄을 자아낼 수밖에 없었다.
 이후 모스부호를 이용한 전신은 웨스턴 유니온 전신회사(The Western Union Telegraph Company) 등에 의해 널리 상용화되었는데, 전신의 첫 중요고객은 속보가 생명인 신문사였고, 멕시코 전쟁, 미국 남북전쟁 등의 전쟁 시에도 전신이 커다란 역할을 수행하였다. 이후 금융과 철도 등 여러 영역으로 전신이 확대되면서 미국 전역으로 통신망이 구축되었고, 모스부호 전신은 국제적으로도 통용되기에 이르렀다. 또한 19세기말에 무선전신이 발명된 이후로, 모스부호는 유선뿐 아니라 무선통신으로 활용되어 더욱 큰 힘을 발휘하게 되었다.     

 국제통신 규약으로 확정된 모스부호의 구성은 다음과 같은 규칙을 따른다.
1) 선(dash)의 길이는 점(dot)의 3배로 한다. 
2) 한 자를 형성하는 선과 점 사이의 간격은 1개의 점과 같게 한다.
3) 문자와 문자 사이의 간격은 3개의 점과 같게 한다.
4) 단어와 단어 사이의 간격은 7개의 점과 같게 한다.
 모스부호 통신 신호 중에서 대중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고,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한 중요한 신호는 아마도 긴급 구조신호인 SOS일 것이다. SOS가 무엇을 뜻하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꽤 많을텐데, 어떤 이들은 ‘Save Our Ship’ 또는 ‘Save Our Souls’의 머리글자 약어라고도 하지만 이는 우스갯소리일 뿐이다. 모스부호를 보면 왜 SOS가 긴급 구조신호가 되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는데, 짧게 세 번(S), 길게 세 번(O), 다시 짧게 세 번(S)으로서, 긴박한 상황에서도 가장 쉽게 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의 긴급 구조신호는 SOS가 아닌 CQD(Come Quick Danger)였는데, 긴급 시에 치기도 어렵고 알아듣기도 어려워서 20세기 초에 SOS로 바뀌었다. 전 세계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던 제임스 카메룬 감독의 영화 타이타닉(Titanic; 1997)을 보면, 타이타닉호의 전신기사들이 배가 침몰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탈출하지 않고 SOS를 치는 가슴 뭉클한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도 1912년 타이타닉호 침몰 당시에 전신기사들은 최후까지 긴급 구조신호를 타전하여 수많은 승객의 생명을 살린 영웅들이었다. 다만 당시만 해도 긴급 구조신호가 변경된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타이타닉호의 무선전신기사들은 CQD와 SOS를 함께 쳤다고 전해진다.
 여전히 일부 선박 등에서 모스부호가 사용되는 경우가 없지는 않으나, 갖가지 첨단통신기술이 발달한 오늘날 일상에서 모스부호를 쓰는 경우는 대단히 적을 것이다. 그러나 모스부호가 인류 문명의 발전과 수많은 생명 구조에 기여했던 위대한 공헌은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By 최성우

 이미지1: 국제통신 규약에 따른 모스부호
 이미지2: 모스가 1837년에 최초로 발명한 전신기 ⓒ GNU Free Documentation Lise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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