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빗과 루시, 그리고 뇌 용량과 진화...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19-10-1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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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잭슨 감독의 영화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 3부작 및 그 프리퀼에 해당하는 ‘호빗(The Hobbit)’ 시리즈는 국내외에서 많은 관객 동원에 성공하면서 큰 화제와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원작소설의 작가 톨킨(John Ronald Reuel Tolkien 1892-1973)은 남아프리카 태생의 영국인으로서, 현대 판타지 소설을 개척한 저명한 소설가이자 영문학자로서도 큰 자취를 남겼다. 그는 고대 북유럽 등에서 전승되어 온 민간신화에 가정적인 주제들을 결합시켜 환상적인 판타지와 동화를 창조하였다.
 이들 소설과 영화에 등장하는 호빗(Hobbit)은 작은 키에 친근한 느낌을 주는 종족이다. 호빗이라는 단어는 고대영어 즉 로한어의 ‘굴 파는 사람들’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 ‘홀뷔틀란(Holbytlan)’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영화 ‘호빗’의 주인공 빌보 배긴스와 그의 조카로서 ‘반지의 제왕’의 주인공인 프로도 배긴스가 바로 호빗족인데, 성인이 되어서도 보통 인간의 허리 정도까지만 자라는 것으로 나온다. 
 그런데 인류의 진화 계통상 호빗 족과 같은 작은 종족이 실제로도 존재했었다는 연구가 나와서 사람들의 놀라움과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즉 2003년부터 인도네시아의 플로레스 섬에서 인류의 화석들이 발견되었는데, 키가 1m 남짓으로 현대 인간의 반 정도밖에 되지 않아 이른바 호빗족이라 불리게 되었다. 현생 인류 중에서 가장 작은 편인 피그미족보다도 작은 이 인류 화석들의 정체에 대해 그간 여러 논란이 일기도 하였다.
 즉 현생 인류이지만 왜소화 혹은 소뇌증에 걸린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었는데, 결국 여러 분석을 통하여 현생 인류와는 다른 종인 것으로 판단을 내렸다. 이 인류는 약 100만 년 전에 그곳에 이주했던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의 후손으로 추정되며, 그 섬 이름을 따서 호모 플로레시엔시스(Homo florensiensis)라고 명명되었다. 이들은 약 2만 5,000여년 전까지 생존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뤽 베송 감독에 스칼렛 요한슨, 최민식 등이 주연인 SF액션 영화 ‘루시(Lucy; 2014)'는 인간이 자신의 두뇌를 100% 다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를 가상하는 내용이다. 일견 황당해 보이는 대목들도 많지만, 인간의 뇌를 포함한 동물의 진화 등에 대한 감독의 독특한 철학이 엿보이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 여주인공(스칼렛 요한슨 분)의 이름인 루시(Lucy)는 인류 최초의 여성을 지칭하는 중의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고인류학상 최고원인(最古猿人)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Australopithecus afarensis)에 속하는 인간 조상의 유골이 1974년에 에티오피아의 하다르 사막에서 모리스타이엡과 요한슨이 이끌던 프랑스 미국의 합동 조사팀에 의해 발견되었다. 이 유골의 주인공은 약 350만년 전에 생존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신장 1m 가량의 20세 전후의 여성이었다. 전골격의 반 정도가 수습되었는데, 뇌 용량은 400cc 정도로 작고 직립 보행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루시’라는 이름은 비틀즈의 곡명인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다이아몬드를 가진 하늘의 루시)’에서 따온 것인데, 루시가 발견되던 날 밤에 조사대의 캠프에서 이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루시의 화석은 또한 유인원과 현생 인류의 사이의 ‘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로 여겨지기도 해서 학자들의 많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잃어버린 고리’란 생물의 진화 과정에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중간고리, 즉 멸실되어 있는 생물 종을 말하는데, 진화론의 확증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루시의 작은 뇌에 비해, 현대 인류의 뇌 용량은 약 3배 정도이다. 인류가 진화함에 따라 대체적으로 뇌의 용량도 커졌다고 볼 수 있는데,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이후에 나타난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의 뇌 용량은 약 530 ~ 800cc, 완전한 직립 보행을 한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의 뇌 용량은 900 ~ 1,100cc 정도이고, 20만년에서 5만년 전에 살았던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뇌 용량은 1,300 ~ 1,600cc이다.
 이런 결과에 비추어 일반적으로 ‘머리가 클수록 지능이 높다’고 생각하기 쉽고, 인류학자 중에서도 실제로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천재과학자의 대표 격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의 뇌는 평범한 사람에 비해 크지 않았고, 다른 인간 조상 화석을 살펴보아도 그렇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호모 플로레시엔시스 이른바 호빗족 화석의 두개골은 무척 작아서 뇌용량은 400cc 정도밖에 안 된다. 그러나 주변에서 함께 발견된 정교한 화살촉이나 돌칼 등으로 미루어볼 때 그 지능은 같은 시대에 살던 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 수준으로 똑똑했을 것이라 추정되기도 한다.
 또한 호모 사피엔스의 마지막 경쟁자이기도 했지만 결국은 멸종한 네안데르탈인(Neanderthal man)의 두개골은 현생 인류보다 더 컸다. 네안데르탈인의 정확한 분류 및 호모 사피엔스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그간 논란이 많았고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들이 있다. 그러나 아무튼 두개골을 바탕으로 뇌를 재구성하자, 네안데르탈인의 뇌가 호모 사피엔스보다 10% 정도 더 컸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처럼 선사시대의 인간에 비해 최근의 인류는 뇌 크기가 도리어 약간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데, 뇌 크기가 지능이나 뇌의 복잡성과 정비례한다는 볼 수 없을 듯하다. 뇌 전체가 아니라 측두엽이 발달하고 대뇌피질이 두꺼울수록 지능이 높다거나, 작은 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진화의 결과라는 주장도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By 최성우

이미지1: 일명 호빗족이라 불리는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의 화석 ⓒ Rama
이미지2: 네안데르탈인의 화석 ⓒ 120V.Mourre

  • Hithere ()

    아지트 바르키와 대니 브라워 쓴 부정본능 (denial)이라는 책에서 처럼 말하듯이 호모사피엔스가 어찌보면 약간 정신적으로 네안테르탈인보다 머리가 뛰어나지 않아 죽음에 대한 부정을 좀 더 잘 했고 그것이 지속할 수 있었던 하나의 이유가 될 수도 있다는 문구가 생각나네요. (물론 머리가 크면 머리가 좋다는 우리 어머니의 가설을 바탕으로 보면요).

    항상 뛰어난 것이 살아 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남는 것이 뛰어난 것의 생물학적 증거를 보니 굳이 뛰어날 필요만은 없구나 하는 위로가 됩니다. 다행이다 뛰어나지 않아서...

  • 댓글의 댓글 최성우 ()

    그렇습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이후 호미닌(사람족)은 20여종이나 되었지만, 그중 호모 사피엔스만이 유일하게 살아남은 종이 된 이유는...    그들과 직계조상이 강하고 뛰어나서가 아니라, 도리어 다른 종들에 비해서 매우 취약하고 불안했습니다.
    여러가지 우연과 행운 등이 따르기도 했겠지만, 호모 사피엔스가 최종 승자가 된 가장 큰 요인을 '취약함을 극복하려는 유대감과 연대' 즉 사회성이 다른 종들에 비해 뛰어났던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최근의 정설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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