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연구소에서도 배출되는 노벨과학상(2) - 기초연구 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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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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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5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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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연구소에서 배출되는 노벨상 하면 제품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연구나 이에 관련된 응용기술 연구가 다수일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상은 그 반대이다. 즉 기초과학 연구가 아닌 기술적인 업적으로도 노벨과학상을 본격적으로 수상하게 된 지는 대략 2000년대 이후로서 아직 그 사례가 많지는 않은 셈이다. 또한 민간연구소에서 반드시 응용기술이나 상품화 연구개발만 하는 것은 아니며, 도리어 바탕이 되는 기초연구에도 큰 힘을 쏟은 결과 그 업적으로 노벨상을 배출한 사례가 적지 않은 것이다.

민간 기업에 근무하던 연구원으로서 2002년도 노벨화학상을 받은 일본의 다나카 고이치(田中耕一; 1959- )는 여러모로 화제를 모았던 인물이다. 저명대학의 교수도, 박사도 아닌 학사 출신의 평범한 회사원이 노벨상 수상자 대열에 합류했다는 것도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연구가 하고 싶어서 승진도 거부한 채 연구개발에만 몰두해 왔다는 사실도 귀감이 됐다.
시마즈(島津)제작소에 근무하면서 이룩한 그의 업적은 레이저를 이용하여 생물체 내 고분자 단백질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방법을 개발한 것 등이었다. 그의 연구는 당연히 특정의 응용기술이나 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가 아니라, 생명과학 분야 및 신약 개발, 진단의학 등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는 기초과학 연구에 속한다.
일본인 출신으로 민간연구소에서 기초분야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또 다른 경우로서, 1973년도 노벨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에사키 레오나(江崎玲於奈; 1925- )가 있다. 도쿄대학 물리학과를 졸업한 그는 저명 전자회사 소니(SONY)의 전신인 도쿄 통신공업회사에서 반도체 관련 연구를 하던 중, 다이오드에 불순물을 다량으로 첨가하면 음저항을 나타낸다는 특이한 현상을 발견하였다. 이는 이론적으로 예상되었던 터널링 현상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기초연구의 영역이며, 그의 연구를 바탕으로 한 ‘에사키 터널 다이오드’가 제작되어 결국 노벨물리학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오랫동안 대표적인 컴퓨터 및 정보기기 제조업체로 군림해온 IBM(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s)은 그동안 5명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는데, 그중 컴퓨터 및 관련 제품의 연구개발에 종사한 이는 아무도 없고 모두 기초과학 분야의 연구업적이었다. 위에서 언급한 에사키 레오나도 1960년대 이후 IBM 연구소에서 근무한 바 있다.
1986년도 노벨물리학상은 전자현미경을 개발한 세 명의 물리학자가 공동으로 수상하였는데, 그중 두 명이 IBM 연구소에 근무하던 연구원들이었다. 즉 독일 태생의 비니히(Gerd Binnig; 1947-)와 스위스의 물리학자 로러(Heinrich Rohrer; 1933-2013)는 기존의 전자현미경보다 훨씬 성능이 좋은 새로운 방식의 전자현미경을 함께 개발한 공로를 인정 받았던 것이다. 그들은 일찍이 세계 최초로 전자현미경을 개발했던 루스카(Ernst August Friedrich Ruska; 1906-1988)와 함께 1986년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비니히와 로러가 스위스의 IBM 취리히 연구소 재직 시에 새롭게 개발한 전자현미경은 주사형 터널링 현미경(Scanning tunneling microscope; STM)이라고 불리는데, 그 원리는 시료 표면에 전자를 쏘아준 후, 전자가 터널링을 일으키는 현상을 이용하여 시료의 구조를 알아내는 방식이다.
주사형 터널링 현미경에는 너비가 약 1Å(옹스트롬) 정도밖에 안 되는 아주 조그만 텅스텐 탐침이 달려 있다. 이 탐침 끝의 전위가 물질 표면의 전위와 일정한 차이를 보이게 만들면, 양자역학의 터널링 효과에 의하여 이들 사이에는 미세한 전류가 흐르게 된다. 이 전류를 측정하면서 탐침을 움직이면, 결국 시료 물질 표면의 윤곽지도도 그릴 수 있다.
일반적으로 원자 한 개의 지름이 1Å 정도이므로, 주사형 터널링 현미경의 탐침 끝 너비는 원자 하나의 폭 정도로 극도로 작은 셈이다. 또한 탐침과 시료물질 표면 사이의 거리도 5~10Å 정도로서, 원자 몇 개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는 셈이다. 이와 같은 주사형 터널링 현미경은 원자 단위의 극미 세계까지 들여다볼 수 있으므로, 나노과학기술의 발전에도 커다란 기여를 하게 되었다.
1987년도 노벨물리학상 역시 IBM의 연구원들이 새로운 초전도체를 발견한 공로로 수상하였다. 즉 독일의 물리학자 요하네스 베트노르츠(Johannes Georg Bednortz; 1950- )와 스위스의 카를 뮐러(Karl Alexander Müller; 1927- )는 금속이 아니면서 초전도현상을 나타내는 새로운 물질을 발견하였데, 이는 기존의 초전도 임계온도보다 훨씬 높은 고온에서 초전도체를 구현할 수 있어서 전 세계 과학자들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두 사람이 소속되어 있던 스위스의 IBM 취리히 연구소는 2년 연속으로 노벨물리학상을 배출하는 쾌거를 거둔 셈이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Thomas Edison; 1847-1931)이 설립한 전기조명회사를 모태로 하여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했던 제너럴일렉트릭(General Electric; GE) 역시 기초연구 분야에서 두 명의 노벨과학상을 배출한 바 있다. 먼저 1932년도 노벨화학상을 받은 미국의 물리화학자 어빙 랭뮤어(Irving Langmuir; 1881-1957)는 제너럴일렉트릭에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단분자층흡착 개념을 제창하고 기존의 이론을 더욱 발전시킨 루이스-랭뮤어의 원자가이론을 발표하는 등 많은 업적을 쌓은 바 있다. 그의 노벨화학상 수상은 이러한 계면화학 분야에서의 여러 공헌을 인정받은 것이었다.
1973년도 노벨물리학상 공동 수상자인 이바르 예베르(Ivar Giaever; 1929- ) 역시 제너럴일렉트릭 연구개발 센터에 근무하면서 수행한 기초연구로 초전도 분야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하게 되었다. 즉 초전도체에서의 터널효과를 처음으로 측정하였고, 비정상 조지프슨효과를 관측하는 등 초전도 분야의 업적으로 에사키 레오나, 브라이언 조지프슨(Brian David Josephson; 1940- )과 함께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By 최성우

이미지1: 스위스IBM연구소에서 개발한 세계 최초의 주사형 터널링 현미경 (ⓒ J Brew)
이미지2: 1973년도 노벨물리학상을 낳은 터널 다이오드를 들고 있는 도쿄 통신공업회사 시절의 에사키 레오나

  • Hithere ()

    민간연구소에서 노벨과학상이 배출되었다는 사례 보다 눈에 들어오는 것 보다 해외에서 꽤 좋은 민간연구소가 많다는 사실이네요. 사실 우리나라에서 눈에 보이는 민간연구집단이 거의 없다는 것이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깊이를 반증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삼성전자나 현대 자동차 등에서 큰 연구집단이 있기는 하지만, 사회 문화적으로 좀 더 부각되면 좋겠네요. 무슨 기술을 개발하면 너무 삼성전자에서 개발하고 SK에서 개발한것으로 기업광고식으로 기사가 나오는 것보다 좀더 과학기술인에 촛점이 맞추어진 기사나 홍보가 많아지면 과학기술에 대한 인식도 바뀔 것 같기도 합니다.

    올해도 여지 없이 무너지고 있는 이공계 대학원 입학을 보면서 더더욱 미래 먹거리가 없을 것 같아 걱정되는 데 기존의 인위적인 이공계 부양책 보다는 근본적인 인식과 사회 문화 경제적 대우가 개선되어야 할 것도 같네요.

    자세한 사실에 입각한 컬럼에 감사드리고 기자들도 좀 이렇게 기사를 쓰면 참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묵공 ()

    올해 한 해 정부 R&D 20.4조원의 3배인 60조원 이상이 민간 R&D입니다.
    우리나라도 민간 연구기관과 민간 연구원이 정부보다 더 많습니다.

    연구비 기준으로는 대기업이 80% 전후를 차지하긴 하지만 중소기업도 많은 연구원을 필요로 합니다. 사람이 없어서 못 뽑아 쓰는 곳이 많지요.

    앞으로 삼성, LG, SK, 현대차 등에서도 기초원천 연구결과들이 나올 것입니다.
    예컨대 LG화학만 해도 배터리 분야에만 2000명 넘는 연구원이 있습니다.
    생존을 위해 원천소재부품부터 연구하고 있고, 이런 것이 누적되면 우리도 일본처럼 민간에서 성과가 나올 것입니다.

    축적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연구성과가 너무 없다고 올해도 국정감사와 언론에서 지적을 많이 했는데, 이제 겨우 많이 봐줘야 40년, 제대로 한 지는 20년 정도밖에 안된 국가에서 민간영역에서까지 노벨상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풍토도 개선하고 기초/원천 연구비도 많이 늘려야겠지만 절대적으로 시간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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