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중간 숙주는 무엇일까?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20-03-09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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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COVID-19)라고 명명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하여 우리 사회 전체가 큰 고통을 겪고 있다. 또한 발원 국가인 중국으로부터 이제는 거의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감염자와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어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과 특효를 지니는 치료제는 아직 없으며, 각국의 개발 노력에도 불구하고 언제 가능할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이제는 전인류적인 과제가 된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 신종 바이러스의 정체를 보다 확실히 알아야만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코로나19의 여러 특성 등은 어느 정도 파악이 되어가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것들도 있다. 즉 코로나19를 인간에게 처음 전염시킨 동물, 즉 중간 숙주가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따라서 최초의 발병 시점과 정확한 감염 경로 역시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이다. 코로나19가 처음에는 ‘우한 폐렴’이라 불렸듯이,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위치한 수산물 도매시장이 최초 발생지라 여겨졌지만, 이마저도 논란이 적지 않다.
 이번 코로나19 이전의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들, 즉 2002년에 발생한 사스(SARS) 및 2012년에 발생한 메르스(MERS)의 감염원 및 중간 숙주들을 알아보고, 최근 코로나19의 중간 숙주라 발표되었던 동물들에 대해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하다.

 사스, 메르스와 마찬가지로 이번 코로나19의 감염원인 자연 숙주는 박쥐로 여겨진다. 박쥐는 코로나 바이러스뿐 아니라 수십여 종의 바이러스를 직, 간접적으로 사람에게 전파하여 가히 ‘인수공통 전염 바이러스의 제왕’이라 할만하다. 과학자들은 그 이유를 사람과 같은 포유류이면서도 하늘을 날 수 있는 박쥐의 속성, 즉 높은 대사율과 면역반응 특이성 등을 들어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가 박쥐로부터 바로 사람으로 옮겨가서 감염증을 일으키기는 어렵기때문에, 이를 다시 변이, 증폭하여 매개할 다른 동물, 즉 중간 숙주가 필요하게 된다. 이와 같은 중간 숙주 동물로서 사스의 경우에는 사향고양이, 메르스의 경우로는 낙타가 꼽히고 있다. 그러나 이는 유전체 분석 결과 가장 유력하게 추정되는 정설 수준이며, 여전히 완벽하게 밝혀진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2002년에 중국 광둥성에서 처음 발병한 사스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박쥐로부터 사향고양이를 거쳐 변이되어 인간에게 감염된 것으로 여겨진다. 값비싼 루왁커피를 얻을 수 있는 동물로 잘 알려진 사향고양이는 외형만 고양이와 다소 유사할 뿐, ‘사향고양이과’라는 별도의 과(科)에 속하는 동물이다. 즉 실제로는 고양이과에 속하는 사자나 호랑이보다도 고양이와 더 먼 관계인 셈이다.
 그러나 사향고양이가 정말 사스의 중간 숙주인가에 대해서는 이견도 있었다. 즉 도리어 인간으로부터 사향고양이가 사스에 감염되었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어서, 사스가 창궐할 당시 중국 광둥성에서만 수만 마리가 도살된 사향고양이가 애꿎은 누명을 쓰고 희생된 것 아닌가 하는 일각의 주장도 있었다.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생한 메르스의 경우 박쥐로부터 코로나 바이러스를 매개, 변이시켜 인간에게 감염시킨 중간 숙주는 낙타로 알려져 있다. 낙타가 많은 중동지방에서 메르스가 먼저 전파된 점,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인간과 낙타 간의 감염 사례가 보고된 점 등을 감안하면 이는 타당해 보인다.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중간 숙주로 처음에 발표된 ‘후보 동물’은 뱀이었다. 중국의 과학자들은 여러 야생 동물들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한 결과, 우한의 수산물 도매시장에서도 많이 팔리던 야생 뱀을 먹은 사람에 의해 코로나19가 처음 감염되었을 것이라고 학술지에 발표하였다.
 그러나 뱀은 사람 및 앞서 언급한 박쥐, 사향고양이, 낙타 등과는 달리 포유류가 아닌 파충류에 속하는 동물이라는 점에서 이 논문은 많은 비판을 받았다. 물론 조류인플루엔자의 경우 역시 포유류가 아닌 조류와 인간에게 공통적으로 감염되는 인수공통 바이러스이기는 하지만, 조류 또한 온혈동물이다. 지금까지 냉혈동물인 파충류로부터 인수공통 바이러스가 감염되기는 극히 어렵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 이후로 코로나19의 중간 숙주라 추정된다고 제시된 동물은 천산갑(穿山甲; pangolin)이다. 천산갑은 온몸이 비늘로 덮인 유일한 포유류로서 주로 개미를 핥아먹고 사는 작고 귀엽게 생긴 동물이다. 그러나 그동안 고급 식재료와 한약재 등으로 쓰이는 바람에 멸종위기에 처한 보호종이기도 하다.
 일부 언론에서는 천산갑과 비슷하게 생긴 아르마딜로(armadillo)라고 잘못 보도가 되었는데, 이 둘은 전혀 다른 동물이다. 즉 천산갑은 유린목(有鱗目)에 속하고 아르마딜로는 빈치목(貧齒目)의 동물로서 서식지도 전혀 다르다. 유사해 보이는 외견의 등껍질 역시 아르마딜로는 갑옷처럼 튼튼한 뼈와 같은 재질인 반면에, 천산갑의 비늘은 사람의 손톱이나 코뿔소의 뿔처럼 단백질의 일종인 케라틴 성분이다.
 그러나 천산갑이 중간 숙주일 가능성 역시 반론이 적지 않다. 즉 중국 화난농업대학의 연구진은 유전자 분석 결과 코로나19의 염기 서열이 천산갑에서 분리한 샘플과 99% 일치한다고 주장하였으나, 다른 연구기관 등이 잇달아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들의 실험 결과로는 유사성이 90% 이하로서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필자의 지나친 억측일지도 모르겠지만, 여전히 밀거래가 많은 멸종위기종인 천산갑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 무리한 주장을 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수도 있다.
 요컨대 코로나19의 중간 숙주는 여전히 확실하지지 않은 셈인데, 중간 숙주 동물 및 감염 경로 등이 보다 명확하게 밝혀져서 인류가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을 극복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By 최성우

이미지1: 숱한 인수공통바이러스의 감염원인 박쥐(과일박쥐)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이미지2: 최근 코로나19의 중간숙주라는 주장이 제기된 천산갑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 Hithere ()

    저는 궁금한게 사람이 중간 숙주일 가능성은 아에 없는 건가요? 모든 바이러스의 종착역이 사람인 것을 보면, 거꾸로 시작점일수있지 않을까도 생각이 드네요....이쪽은 하도 문외한이라 중간 지식이 없고 앞과 끝만 보면 뒤집어 놓으면 모든 공통 분모가 사람이고 그러면 어찌 보면 사람이 주범이 아닌가 싶어서요.

  • 댓글의 댓글 최성우 ()

    사람이 '중간 숙주'로서 인수공통 전염병을 다른 동물에게 감염시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위의 제 글에서 언급했듯이, 사스의 경우 도리어 사향고양이가 그런 경우가 아닌가 하는 설이 있었고요...  (그러나 이를 정확히 확인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현재의 정설들도 대부분 '유력 추정' 수준이니까요...)
    그러나 사람이 처음부터 감염원으로서 신종 바이러스가 생겨났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원숭이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이는 에이즈, 역시 박쥐로부터 유래된 에볼라 바이러스 등이 옛날에는 사람 몸에게는 감염되지 없었던 것들이었으니까요...  동물 숙주로부터 바이러스가 변이되어 인간에게 전파되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겠지요...

  • 댓글의 댓글 최성우 ()

    참, 최근에 홍콩에서 애완견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와서 최초의 '사람=> 동물' 감염 사례가 아닌가 보도되었습니다만...    혈액 검사 최종 결과는 언급이 안되어서 확실한 감염인지, 단순한 오염에 의한 반응인지 논란이 되는 모양이네요...  (후속 보도가 안된걸보니 확실한 코로나 인견(人犬) 감염은 아닌 듯도 싶네요...)

  • 댓글의 댓글 늘그대로 ()

    내용을 보면 https://www.cnbc.com/2020/02/28/a-dog-in-hong-kong-tests-positive-for-the-coronavirus-who-confirms.html
    애완견이 weakly positive 한 결과가 나와서 격리되었는데,  negative로 바뀌어서 퇴원했다는 내용입니다. 사람에게서 옮아간 것은 맞는데, 발병하는 것은 아닌 걸로 보입니다.

  • ourdream ()

    좋은 글이지만 신종코로나 바이러스가 자연적으로 발생했다는 가정에 의한 글입니다. 하지만 그 가정이 맞다는 증거들은 없습니다.
    2015년 네이처 메디슨 논문에 의하면 이번 신종코로나와 비슷한 변종코로나를 우한바이러스 연구소에서 리버스 제너릭으로 이미 만들었지요. 즉, 인공적으로 만들었단 말입니다. 그 논문을 보면 쥐에 급격한 폐렴을 일으키는 등 이번 신종코로나와 비슷한 점들이 있습니다.

  • 댓글의 댓글 최성우 ()

    제가 언급했듯이 코로나19의 진원지 및 정확한 감염 경로는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입니다.  당연히 코로나19가 자연 발생?(동물로부터 변이.감염의 의미겠지요...)했다고 장담할 수 없겠지만, 연구실 등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져서 퍼졌다는 확실한 증거도 아직 없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우한의 수산물시장이 최초 발생지가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또한 중국 당국이 그동안 정보 은폐를 하고 문제 제기를 했던 의사 리원량마저 당국의 탄압을 받은 후에 코로나에 감염, 사망하고 말았으니...    우한의 연구실에서 만들어져서 퍼졌다는 음모론적 주장들이 제기되는 듯합니다.  (이것이 실제일 가능성도 아주 배제할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최근 외신(영국의 모 언론)에서 우한의 실험실에서 바이러스가 누출되었다는 보도는 사실상 '가짜 뉴스' 였다고 제가 아는 전문가 분이 언급한 바 있습니다. 
    코로나19를 둘러싸고 이른바 '인포데믹(Infodemic)'이라 할만한 온갖 부정확한 정보들이 범람하는 요즈음, 합리적 의심(reasonable suspicion) 수준을 뛰어넘는 명확한 증거와 팩트에 바탕하여 언급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늘그대로 ()

    아마도 숙주를 밝혀내는 일은 불가능한 일인가 봅니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유력하다는 설이지, 확인을 하는 내용은 발표된 적이 없는 걸로 봐서....
    저번 사스때도 천산갑이 유력후보 중 하나였다고....

    하긴 밝혀내봐야 뭐하겠습니까. 자칫 그 동물을 멸종시키려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 늘그대로 ()

    빌게이츠 재단에서 바이러스를 대비하기 위해 투자를 해야 한다고 얼마전부터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이제 세상에서 경각심을 가지고 받아들이지 않을지..
    그런데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는 좀 막연하네요..
    발병초기에 빨리 원인을 파악해서 격리하는 시스템이 어떤 것이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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