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먼 다이슨, 조지 가모프, 그리고 스티븐 호킹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20-05-23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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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창궐로 국내외가 어수선하던 지난 2월 28일, 물리학계의 세계적인 거장이었던 프리먼 다이슨(Freeman Dyson; 1923-2020)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96세의 나이로 타계한 그는 영국 출신의 물리학자이자 수학자로서 여러 과학 분야에서 업적을 남겼지만, 다채로운 이력과 활동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즉 다이슨은 과학기술의 발전 및 미래 사회에 대한 통찰 등을 주제로 한 수많은 과학도서를 저술하고, 강연활동 등을 통하여 과학의 대중화에도 크게 기여하였다.
 1923년 영국 버크셔에서 출생한 그는 윈체스터 칼리지와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수학을 공부하였고,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영국 공군에서 분석 업무를 수행하였다. 전쟁 후인 1947년 미국 코넬 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하여 물리학을 연구하였으나, 박사 학위를 받지는 않았다.

 다이슨의 대표적인 업적으로는 수학을 통하여 양자장론의 이론적 기반을 닦은 것을 들 수 있다. 즉 양자전기역학이 발전하던 무렵에 이를 기술하는 두 가지 서로 다른 방법이 있었는데, 리처드 파인만이 발전시킨 다이어그램을 이용한 경로적분과, 줄리안 슈윙거, 도모나가 신이치로가 제안한 연산자 계산 방법이 그것이다. 다이슨은 1949년에 이 두 가지가 결국 동일한 양자전기역학임을 증명하였고, 파인만 다이어그램으로 재규격화를 계산한 논문을 저술하였다.
 양자전기역학을 발전시킨 공로로 파인만, 슈윙거, 도모나가 세 사람은 1965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하였다. 다이슨의 업적 역시 노벨상감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는 끝내 노벨상을 받지는 못하였다. 만약 노벨과학상을 4명까지 공동 수상할 수 있었다면, 그 역시 다른 3명의 물리학자와 함께 1965년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다이슨은 이후 핵추진기를 통한 우주비행 계획인 ‘오리온 계획’에 참여하는가 하면, 원자력공학과 천체물리학, 고체물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숱한 업적을 남겼다. 그의 명성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수많은 과학도서 집필 등을 통하여 대중들에게 중요하고 인상적인 메시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그는 ‘에로스에서 가이아까지(1992)’, ‘상상하는 세계(1997)’, ‘태양, 게놈 그리고 인터넷(1999)’ 등 숱한 저서를 통하여 과학기술과 미래에 대한 탁월한 성찰과 아울러 인류 문명에 대한 반성과 경고를 하기도 하였다.
 또한 그는 과감하고도 기발한 SF적 상상력을 펼치기도 했는데, 이른바 다이슨 구(Dyson sphere)가 대표적이다. 다이슨은 과학기술이 크게 진보한 우주의 어떤 문명 세계라면, 자신이 거주하는 항성계의 태양을 완전히 둘러싸서, 그 항성으로부터 나오는 복사 에너지를 모두 사용하고 일부는 외부에 적외선을 복사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거대한 구조물을 다이슨 구라고 하는데, 이후 여러 SF소설 등에 영감과 모티브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다이슨은 숱한 과학기술적 업적과 높은 대중적 명성에도 불구하고 끝내 노벨물리학상을 받지 못했는데, 이와 비슷한 또 하나의 인물로서 조지 가모프를 꼽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 태생의 러시아 출신 물리학자 조지 가모프(George Gamow; 1904-1968)는 빅뱅 이론을 창시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으며, 또한 대중적 과학자로서도 명성이 매우 높았다.
 최근 대중 과학계에서 이른바 ‘빅 히스토리(big history)’가 주목을 받곤 하는데, 그중에서도 우주의 탄생과 진화를 밝히는 빅뱅 이론(big bang theory)은 대단히 중요할 수밖에 없다.
 가모프는 빅뱅 이론을 창시하고 체계화하는 등의 업적에도 불구하고 노벨물리학상을 받지는 못하였다. 왜냐하면 빅뱅 이론은 그의 생전에는 우주의 탄생을 설명하는 유력한 가설의 하나로 여겨졌을 뿐, 이를 확실하게 증명할만한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천체물리학자, 전파천문학자였던 펜지어스(Arno Allan Penzias)와 윌슨(Robert Woodrow Wilson)은 빅뱅 이론을 설명할 수 있는 3K의 우주배경복사를 발견한 업적으로 1978년도 노벨물리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하였다. 만약 그때까지 가모프가 살아 있었다면, 펜지어스, 윌슨과 함께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작년도인 2019년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인 피블스(James Peebles)의 업적 역시 빅뱅 모델에 근거한 우주 진화를 설명한 것이었다.
 가모프는 관심 분야를 물리학과 천문학에 한정하지 않고 생물학 및 과학교육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여 역시 여러 업적을 남겼고, 또한 20권이 넘는 교양과학도서를 출판하여 과학의 대중화에도 크게 기여하였다.
 재작년에 세상을 떠난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1942-2018) 또한 숱한 과학적 업적과 높은 대중적 명성을 겸비했던 슈퍼스타급 물리학자이다. 그는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에 필적할만한 반열에 오르고도 끝내 노벨상을 받지 못하였는데, 수많은 대중과학도서와 강연 등을 통하여 과학기술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점 역시 다이슨, 가모프와 공통적이다. 이들처럼 대중적인 공헌을 많이 한 과학자에게도 노벨과학상을 수여하도록 하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By 최성우

이미지1: 태양 전체를 감싸는 다이슨 구(Dyson sphere)
이미지2: 조지 가모프의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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