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과학/공학인들의 문제점 - 과학도

글쓴이
sysop2
등록일
2002-08-22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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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에 써내려가 거친면이 많이 있을것 같습니다.)

시스템 문제도 있지만 제가 보기엔 우리나라 과학/공학자(도)들에게도 문제가 많습니다. 평소 생각해 온 것 몇가지를 들어봅니다.

1. 책을 안 쓴다. 이 문제를 먼저 듦에 의아할 분도 있겠지만 사실 이것 하나로 많은 면들이 살펴질 수 있습니다. IEEE 같은델 보며는 정말 어마어마한 양의 책이 출간됩니다. 같은 주제에 대해 중복된 책도 무척 많아 언듯 낭비요 비효율적인걸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제가 보기에 미국 교수들(개중엔 책을 유독 많이 쓰는 학자들이 따로 있기는하겠죠.)은 몇가지 이유로 서적집필을 자신의 중요한 연구활동 중 하나로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우선 경제적 문제도 없지는 않을겁니다. 팔릴 수요와 가격은 서로를 감안하여 유동적으로 매겨지니 어느 정도 인세를 보장은 해주는 것 같더군요.

두번째는 해당 커뮤니티에 자신을 알리려는 목적도 있을겁니다. 사실 연구업적이 비슷한 사람일 경우
책을 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인지도가 차이가 날건 당연하겠죠.  화려한 참고문헌목록은 자신의 열심을 과시하는 효과도 있겠고요. 아울러 그 학교의 인지도도 함께. 우리나라 학자들이 실력에 비해 국제학계에서 인정을 못 받는건(과학,공학도 이런 외적인 요소가 있다고 사회학에서는 트집잡듯 얘기하는 모양인지만 사실 비난받을꺼리는 아니라고 저는 봅니다.) 커뮤니티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수단을 논문과 학회발표로만 제한한 자업자득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번째로는 자기자신을 위한 목적도 있을겁니다.그동안 공부한, 또 연구한 분야를 집필작업을 통해 머리속에서 체계적으로 정리하는것이니까요. 또 그 책을 통해 우수한 학생을 받을 가능성도 있고.. 네번째로는 커뮤니티에 대한 헌신이겠죠. 이 부분이 우리가 사실 이해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엔 (일종의 공명심이라해도. 사실 대가들도 찬사받기를 즐기는 사람이 많으니 유치하다고 비난할건 아닙니다.) 이런 성격이 없지는 않습니다. 하여튼 책을 집필하는건 논문을 내는것과는 다릅니다. 인지도를 높이는 면에선 훨씬 효과적인게 당연합니다.

그럼 우리나라 과학기술자들은 왜 책을 안 쓰는가. 제가 생각해본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지나친 겸손. 유교적 영향으로 겸양이 몸에 밴 때문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책을 쓰는 사람들은 다 대단한 사람들인데 내가 어떻게.." 뭐 이런 생각말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라고 할 수 는 없겠죠 왜냐하면.. 우리나라 특유의 튀는 놈 깎아내리기. 서구학자들은 우리가 보기엔 참 경솔하게도 전체를 일별하는 개론서도 잘 내고 별로 대단치 않은것도 뻥튀겨 잘 냅니다.(특히 미국학자들) 그러나 사실 개론서일수록 우리나라는 모두가 공인한 대가..나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점.. 고쳐야 합니다. 좀더 당돌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정 그러면 책을 써도 안 부끄러울만큼, 책 좀 써달라는 사정을 선진국에서 할만큼 자신있는 분야를 가지는 전문가들이 됩시다!

둘째.. 글을 못 쓴다. 이건 부분적으로만 맞을겁니다. 사실 과학기술자 분들. 박사정도되면 웬만한 인문학 전공자보다 글 못 쓰지 않습니다. 유려한 표현같은것이 뒤져서 그렇지 전공서 집필할 정도론 손색이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집필의 습관이 들지 않았다는 겁니다. 익숙하지가 않은데 1년에 한권 정도가 나올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문제는 더 가혹하게 말할 수 있는데 표현력 자체가 부족합니다. 한국출신 과학기술자들은 수학에 대한 능력은 민활합니다. 하지만 책은 식만으로 쓰여지는게 아니죠. 솔직히 이 부분은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체계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은 떨어진다고 인정해야 합니다. 과학은 상당부분 상당히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언어적 의사소통과 기록에도 의존하는 면이 있습니다.

다음은.. 앞서 집필습관이 부족하다고 했는데 한국사람 자체가 기록 남기기를 귀찮아 합니다. 이건 뭐 일본과 비교해볼때도 확연하고..

끝으로 정보공유에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정보는 공유될때 파급력과 함께 예상치 못한 이익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지식을 커뮤니티를 위해 concrete하게 하고 확산시키는건 꼭 교수급 학자에만 해당하는게 아닙니다. 일반 연구원이나 심지어 생산현장의 근로자도 스킬들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고려청자의 도공들이 당시에 대단한 사회적 지위나 가졌던가요.) 드물게 우리나라에서 이런 집필이 국내적으론 활발한 분야가 컴퓨터 쪽이겠는데 아시다시피 고등학생,대학생들도 책을 냅니다. 이런 풍조를 최초로 만든게 이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출판사 사장분이 초기에 집필을 고사하는 필진들을 끈질기게 찾아가 졸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분이 불을 지피지 않았다면 서점의 그 많은 컴퓨터 관련책들이 전부 번역서로 찼으리라고 말 못 하겠죠.

글쎄.. 책출간이 적다는 문제 하나로 많은것이 나왔지만 좀 더 있습니다. 아참.. 위와 같은 식으로 한국 엔지니어들이 쓴 책이 점차 알려지고 호평을 받으면 신뢰도 올라가고 경제적인 면에도 적지 않이 기여할겁니다. 꼭 외국을 겨냥하는게 아니라도 과학/공학 저변확대 및 사회로부터의 인정을 얻는데도 큰 도움이 될겁니다.(하긴 생각해보니 우리나라는 일단 외국에서 짜~한 명성을 얻어야 인정을 받는 풍토이긴 하군요.)

그리고 하나 덧붙이자면 히딩크의 나라 네덜란드는 직접 저술뿐만 아니라 주요 학술지에 발표되는 논문에 대한 접수료,심사료와 지적재산권으로도 톡톡이 벌어들이는 나라입니다. 제가 알고있는게 맞다면 물리학에서 가장 많은 논문들이 발표되는 피지컬 리뷰 레터스의 판권을 네덜란드 회사가 가지고 있을겁니다. 보다 확실한 건 얼마전에 제가 네덜란드에 대해 썼던 글에서 어느분이 지적해주신 엘세비어. 이 회사는 앞으로를 주름잡을 인공지능,패턴인식 분야의 학술지들을 모조리 선점해버렸습니다. 두고두고 돈이 들어올건 당연합니다. 솔직히 이런 여건이라면 해당분야에서 네덜란드 연구자들이 약간의 메리트를 갖는다해도 이상할건 없을겁니다.(최소한 불이익은 안 당하겠죠. 하여튼 국가적 인지도는 핸디캡을 제거하기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2. 이공학 공부는 냉철한 이성을 주로 요구합니다. 그런데 이 냉철함과 비관을 구별 못 하고 비관주의에 젖어버리기 쉽습니다. 사실 밝고 경쾌한 태도는 직업을 초월한 윤활유같은 요소인데 이 점이 좀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과학기술자들은 보통 사람들이 비관적 태도라 불리는 어떤 면이 상당히 강합니다. 하지만 스스로는 내성이 있어 잘 견딥니다. 그러나.. 결국엔 비관주의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은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면은 scieng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여튼 이공학도들이 대수롭지 않은 수준이라 여기는 날카로움과 회의적 태도에 일반인들은 어울리기를 거부할 정도로 괴로워한다는 사실을 아십시요. 적절히 밖으로는.. 필터링합시다.

3. 과학역사가 짧다보니.. 과학에 있어 문화적 배경을 간과합니다. 한겨례 게시판에 이점을 지적한 분이 계시던데 확실히 과학적 사고가 생활속에서 몸에 배여야 따라갈 수 있는 하드코어 과학쪽에서는 어느 한계이상은 자라온 환경과 문화로 인해 서구학생들을 추월하기 힘듦을 느낍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점을 축적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박약합니다. 즉 내가 이런 어려움에 있었으니 내 다음세대는
좀 더 나은 환경(조언도 되겠고 경험도 되겠죠)을 제공하는 노력이 전무합니다.(적어도 이때까지는)
가까운 일본만 보더라도 저명한 학자들이 이런점에 대해서 쓴 책들이 많은걸 봅니다.(히로나카 헤이스케의 책이라든가..) 파인만이 직접 쓰지는 않았지만 동료들의 도움으로 출판된 몇권의 책들은 이게 과학도, 공학도가 되는 교육이구나 싶은 점들을 알려줍니다. 그들 내부에서 이런식으로 계승해나가는거죠.

4. 다음.. 타 전공간에 대화를 안 하고 크로스오버를 꺼린다. 정말 확연하고.. 이 문제가 극복되지 않는한 한국 과학/공학이 창조적인 단계로 더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습니다. 또한 다른 누구를 탓하기 힘든 사항이기도 합니다. 유학파들, 특히 미국 유학파들은 이 점에 있어선 많이 개방적이고 긍정적입니다. 그러나 그것도 시스템에 가로막혀 첩첩이 국지화, 배타화하고 있습니다. 정말 너무 막막해서 별로 쓰고 싶은 말이 생각이 안 나는 사항입니다. 반도인들은 정통성에 집착한다고 하던데 그것과 연관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5. 학벌 카스트가 강하다. 이 점, 한겨레 토론방에서도 문제가 되더군요. 학벌 카스트. 정확히 말해 학부카스트는 상당히 강하게 상존합니다. 한마디로 좁은땅에서 시야가 좁다보니, 또 유교의 영향으로 모든걸 수직적으로 파악하는 영향이라 하겠습니다. 미국의 경우를 보건데 우수한 학문적 업적을 거둔 학자들이 학부는 들어보지도 못한데를 나온 사례가 허다합니다. 이 문제는 경험해본바로는 젊은세대에서도 별로 다를 바가 없어 심각합니다.

6. 반면 모두가 최고만을 지향합니다. 쉬쉬하지만 각자 학문내에서 가장 어려운 분야. 인정해주는 분야들이 있을겁니다. 우리나라 과학/공학도들은 전부 이것만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것에 도달하지 못하면 이내 포기하고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거나 때로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까지 합니다. 외국을 보면.. 그 분야에 대한 애정이 있어 자신의 능력이 허락하는 위치에서 적합한 롤을 택하려 합니다. 최고수준의 연구에 전념하는 사람. 교육과 홍보에 힘쓰는 사람. 앞서 말했듯 책을 주로 쓰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고.. 그러다보니 자연히 분야의 모양새가 조직되고 효율적으로 움직여집니다. 정말 저런일을 하면서 교수인가 싶은 사람들이 있지만 그 분야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일을 하는 이들이 있고 결국 세계에서도 특수성을 인정받습니다. 솔직히 그 사람들도 열등감이랄까하는게 없지는 않을겁니다만 그걸 상쇄할 만큼 과학/공학에 대한 애정이 더 큰것 같습니다. 결국 나라가 돈이 많으니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만은 않다고 봅니다.

7. 자부심이 부족하다(사고 전문가로서의 자각이 없고 단순히 특수화된 장인으로 스스로를 생각한다)
과학/공학도 인문계의 기초학문 못지 않게 보편적인 사실들을 말해줄 수 있는, 보편적 주제에 관해서도 사고능력이 뛰어나다고 주장할 수 있는 면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암기교육탓인지 이런 점에 대해 인식이 그다지 깊지 않습니다. 그저 좁은 한 분야에 대해 능통한 전문인으로서만 자각하는 과학/공학도들이 많습니다. 요즘에 들어서야, 인문학에 대해(저는 무조건적으로 인문학도들을 적대시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사회가 건강하려면 좋은 인문학의 토양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과학/공학도 나름의 교양적 지식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솔직한 심정으로 아직은입니다.. 이상희 후보의 경우에서 보듯 아직은 그들과 직접 말싸움을 하기엔 부족한 면이 많습니다. 이 주제가 다소 핀트가 안 맞는것 같은데 아무튼 공돌이라는(저 개인적으로는 친근하게 생각하지만) 비하적 늬앙스를 담은 호칭속에 쟁이로서의 전문성에만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8. 끝으로 이재와 기술을 연결시키는 태도가 아직 부족합니다. 과학뿐만 아니라 공학도 좀 더 그러해야 된다고 봅니다. 앞으로의 시대에 이공학도가 항상 뻗고 있어야 할 안테나 중 하나는 기술의 상업적 응용일겁니다. 구체적으로 말해 마켓 익스텐더, 마켓 크리에이터가 된다는 각오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대중과 시대의 니드를 읽고, 항상 어느 정도의 경영마인드도(개인차원의, 또한 기업가 정신도) 함께 가져야 합니다. 이 점을 구세대에 기대하기는 힘들겠지만.. 사실 앞으로의 이공학도들이 더 혹독한 환경속에 서 명심해야 할 점이기도 합니다. 물론 모두가 성공하지는 못하겠지만 보완을 위해 상부상조랄까 성공한 이공학도들은 가능성 있는 후진 및 재기자들을 위해 일정 비율씩 펀드를 조성하는 풍토도 필요합니다. 흑인들이 떼부자가 많아도 인종 전체로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선례를 밟지 않기 위해 어느정도의 9. 생산적 안전망을 이공인들 스스로, 자발적으로 구축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자유게시판 7/24/2002

http://www.scieng.net/zero/view.php?id=freeboard&page=29&category=&sn=off&ss=on&sc=on&keyword=&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2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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