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핵융합실험로(ITER)는 성공할 수 있을까?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20-09-28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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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과학실험장치들 중에는 LHC 등 충돌형 입자가속기나 레이저간섭중력파관측소(LIGO) 와 같이 기초과학을 연구할 목적으로 건설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실용적인 응용을 위한 거대 과학실험장치의 대표적인 예로서 ITER(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 즉 국제핵융합실험로가 있다.
 ITER는 자연의 원리 자체를 밝히려는 탐구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인류의 에너지 문제라는 당면 과제 해결을 위하여 건설되고 있다. 더구나 온실가스의 증가로 인해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구온난화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인류가 공동으로 맞고 있는 상황에서, 핵융합발전의 실용화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태양광, 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가 활발히 개발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것만으로 화석에너지와 원자력발전을 온전히 대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핵융합에 의한 에너지는 핵분열을 이용한 현재의 원자력발전소처럼 골치 아픈 방사성 폐기물 등을 남기지 않지만, 핵융합반응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1억도 이상의 초고온이 필요하다. 이 정도의 고열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아직은 핵분열 에너지밖에 없으므로, 핵융합반응을 이용하는 수소폭탄은 기폭제로서 원자폭탄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파괴적인 대량살상 무기가 목적이 아닌 이상 핵융합에 의한 전력과 대체에너지 생산을 위해서, 원자폭탄은 말할 것도 없고 이와 원리가 유사한 핵분열에 의한 원자력발전을 활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위험한 폐기물 등을 남기지 않는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 생산이라는 핵융합발전의 원래 목적 자체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핵융합발전의 원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는 바닷물 등 지구상에서 얼마든지 쉽게 얻을 수 있지만, 결국 가장 큰 관건은 핵융합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초고온을 제공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오래전부터 여러 가지 방안이 연구되어왔지만,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것은 자기장 안에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가두는 토카막(Tokamak)이라는 방식이다.
 토카막은 구소련의 수소폭탄의 아버지라 불리던 안드레이 사하로프(Andrei Sakharov)와 이고르 탐(Igor Tamm) 등에 의해 1950년대 초반에 제안되었다. 토카막이란 ‘토로이드 자기장 구멍’이라는 뜻의 러시아어 합성어이다. 토카막 장치는 핵융합발전 연구를 위해 그동안 세계 각국에서 제작되었고, ITER 및 한국형핵융합로인 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 역시 토카막 방식의 핵융합로이다.

 ITER 사업은 1988년에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프로젝트를 착수한 이후로, 현재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미국, 유럽연합(EU), 러시아, 일본, 중국, 인도의 7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국제공동 연구개발 사업이다. 사업 초기의 개념설계 및 공학설계 단계를 거쳐서 2005년에 ITER 장치를 건설할 부지가 프랑스 남부의 카다라쉬(Cadarache) 지방으로 결정되었는데, 인근에는 프랑스의 원자력연구센터가 위치해 있다.
 ITER의 건설 비용은 부지를 유치한 유럽연합이 약 45% 정도를 부담하고, 나머지 6개국이 각각 9% 정도씩 분담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비용의 분담은 현금 또는 현물 공급으로 이루어지며, 건설 완료 이후의 운영 단계 및 감쇄, 해체 단계에서는 유럽연합의 부담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분담 비율이 달라지게 된다.
 ITER 건설은 2007년부터 시작하여 현재 약 70% 정도의 공정율로 진행되고 있으며, 2025년무렵에 완공하여 2040년 정도까지 운영될 계획이다. 그 이후는 감쇄 및 폐로, 해체 단계가 예정되어 있다. 올해 7월 28일에는 프랑스 카다라쉬의 ITER 건설 현장에서 착수 기념식을 가지고, 본격적인 장치 조립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번 ITER 조립 작업에 한국산 부품들도 공급되고 있는데, KSTAR가 ITER 건설에도 참고가 되는 등 우리나라가 상당한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토카막 방식의 핵융합로인 ITER 역시 초고온의 플라즈마, 초전도전자석, 극저온의 냉동기술 등 어렵기 그지없는 온갖 극한기술들을 필요로 한다. ITER는 매우 강력한 자기장을 내기 위해서 초전도전자석을 채용하고, 초전도를 가능하게 하는 극저온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LHC와 같은 초대형 충돌형 가속기와 유사한 점도 있다. 그러나 ITER의 규모는 LHC(거대강입자충돌기)만큼 거대하지는 않은 반면에, 1억도가 넘는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안정적으로 형성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도리어 LHC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다. 더구나 초고온과 극저온을 동시에 구현한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몹시 까다로운 일일 수밖에 없다.
 또한 ITER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 해도, 그것이 곧바로 실용적인 핵융합발전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ITER 사업은 핵융합발전이 실현 가능한 것인지 과학기술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주목적으로서, 연소 시간이 300~500초 이상 지속되고 대략 10 이상의 에너지 증폭률, 즉 투입한 에너지보다 열 배 이상의 핵융합 에너지가 산출되면 성공적으로 본다. 즉 ITER 사업의 당면 목표는 50MW의 에너지 입력으로 500MW의 열 출력을 달성하는 것인데, 이 정도의 출력 규모는 우리나라 신고리원전의 약 5분의 1 수준이다. ITER 이후로도 실용적 핵융합발전을 위한 단계와 과정은 남는 셈이다.

 ITER 사업과는 별도로, 미국에서는 예전부터 토카막이 아닌 다른 방식의 핵융합도 연구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핵융합의 촉발을 위한 점화장치로서 초고출력의 레이저를 사용하는 레이저핵융합 방식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렌스 리버모어 연구소의 국립점화시설(NIF)이라는 곳에서는 작은 금속 용기 안에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채워 넣은 후에, 500테라와트의 고출력 레이저광을 금속 용기에 발사하여 핵융합반응을 유도하는 실험을 해왔다. 이 역시 기술적으로 몹시 까다로운 작업일 뿐 아니라, 그동안의 실험으로는 투입한 에너지에 비해 턱없이 적은 핵융합 에너지가 산출되었기 때문에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이다.

                                                                  By 최성우

이미지1: 국제핵융합로(ITER)의 모형 ⓒ IAEA
이미지2: 국제핵융합로의 건설장면(2018 년) ⓒ Oak Ridge National Labora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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