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치의 철분이 힘을 솟게 한다? - 식품에 관한 잘못된 속설(1)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21-01-27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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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대중들이 접하는 온갖 정보의 홍수 속에서 특정 식품 등이 사람 몸에 좋다는 얘기 또한 무척 다양하다. 그러나 널리 알려진 이들 속설 중에서는 상당히 잘못된 것들도 적지 않은데, 일부는 사실과 오류가 뒤섞여 있어서 혼란을 부채질하기도 한다. 이처럼 식품에 관한 잘못된 속설 중 대표적인 경우로서 “시금치는 철분을 다량 함유했기 때문에 많이 먹으면 힘이 솟는다.”는 것이 있다.
시금치에 대한 이러한 관념이 널리 퍼지게 된 계기로는, 매우 오래전에 인기를 끌었던 미국 만화영화 ‘뽀빠이(Popeye)’를 꼽을 수 있다. 이 만화영화의 주인공 뽀빠이는 팔뚝에 닻 문신을 새긴 선원으로서 독특한 외모를 지녔는데, 시금치만 먹으면 초인적인 괴력을 발휘하는 캐릭터로 나온다. 온갖 고난과 위기에 처한 뽀빠이가 시금치 덕분에 거구의 라이벌인 부루터스를 제압하고 연인인 올리브를 지키는 내용의 만화영화를 어릴 적에 본 이들도 많을 것이다.
뽀빠이 만화영화가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던 1930년대 미국에서는 덕분에 시금치 소비량이 30% 이상 증가하고, 시금치 재배 농부들은 뽀빠이 동상까지 세워주었다고 한다. 물론 채소인 시금치는 칼로리를 별로 포함하고 있지 않으므로, 먹는 즉시 힘이 샘솟는다는 것은 지나친 과장이자 만화적 허구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시금치가 사람의 건강과 활력에 매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온 것은, 시금치는 다른 채소에 비해 철분 함량이 월등히 높다는 잘못된 상식 때문이다. 이 속설의 시초는 어처구니없게도 시금치의 영양에 대해 연구한 과학자의 계산 실수로부터 시작되었다. 즉 1870년에 독일의 한 과학자가 시금치의 영양성분을 분석한 결과 시금치 100g당 2.7mg의 철분을 함유하는 것으로 나왔는데, 옮겨적는 과정에서 소수점 한자리를 잘못 찍는 바람에 27mg으로 기재했던 것이다.
실제의 철분 함량보다 무려 10배나 높은 수치로 논문에 발표했기 때문에 이때부터 시금치가 ‘철분의 왕’으로 알려지게 되었는데, 공교롭게도 과학자의 실수는 또 되풀이되었다. 즉 첫번째 착오가 발생한 지 11년 후인 1881년에, 다른 과학자가 시금치의 철분 함량을 계산하면서 생시금치가 아닌 탈수된 시금치를 사용했던 것이다. 물기가 모두 제거된 시금치를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에 역시 철분 함량은 실제보다 대단히 높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 뽀빠이 만화영화 역시 과학자들의 잇따른 오류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시금치의 철분 함량은 다른 채소와 비슷하거나 도리어 약간 낮은 수준으로서, 양배추나 브로컬리 등이 시금치보다 철분 함량이 더 높다. 더구나 시금치에 함유된 다른 성분이 철분을 인체에서 흡수하지 않고 배출하도록 촉진하기 때문에, 시금치의 철분에 의한 영향은 더욱 멀어지게 된다.
그러나 시금치의 철분 성분이 두드러지지 않는다고 해서 시금치가 사람 몸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식품이라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온갖 영양소와 각종 비타민이 풍부하게 골고루 들어있어서, 도리어 시금치는 건강에 좋은 ‘슈퍼 푸드’의 하나로 꼽힌다.

시금치는 식물분류학상 쌍떡잎식물강 명아주과에 속하며, 서남아시아가 원산지인 한두해살이 풀이다. 우리나라에는 조선시대 초기에 중국으로부터 전해진 것으로 보이는데, 오래전부터 식용 및 약용으로도 쓰여왔다. 중국 당(唐)나라 시대에 식물들로써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설명한 의학서 ‘식료본초(食療本草)’에 의하면, 시금치는 오장을 이롭게 하고 술로 인한 독을 해독할 수 있는 것으로 나온다. 명(明)나라 대에 간행된 약학서 본초강목(本草綱目)에도 혈맥을 통하게 열어준다는 시금치의 약효에 대한 설명이 기술되어 있다.
현대에 서구에서 간행된 의학저널 등에도 시금치는 소화불량, 변비, 류머티즘, 통풍 및 심장 등 여러 장기의 장애에 치료 효과가 있다고 하고, 알칼리성 식품으로서 성장기의 청소년과 임산부에게도 권장할만한 식품으로 꼽힌다. 또한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시금치는 시력 감퇴나 백내장 등 노인성 안구질환을 예방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며, 치매와 뇌의 노화 현상을 늦추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따라서 시금치를 ‘장수와 건강을 위한 필수식품’ 목록에 꼭 포함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쯤이면 시금치는 철분의 왕이 아니라 ‘채소의 왕’으로서 사람 몸에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된다고 하겠다.
다만 시금치는 장기간 과량 섭취할 경우 신장이나 요로에 결석(結石)이 생길 우려가 있으며, 일부 예민한 사람들에게 알레르기를 유발하기도 하고 갑상선 질환자의 경우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해야 한다.

                                                          By 최성우

이미지1: 시금치를 먹으면 힘이 나는 만화주인공 뽀빠이
이미지2: 슈퍼푸드로 각광받는 조리된 시금치 ( ⓒ게티이미지뱅크 )

  • MONEY ()

    음.. 시금치는 보통 칼륨 이온 섭취 목적으로 먹는게 좋을 겁니다 평소에 심장 박동 세기가 크다거나 잘 때 박동 소리가 느껴지면 칼륨 이온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정상이라면 소리 자체가 거의 느껴지지 않아야 되죠.. 담석 문제는 보통 레몬 섭취로 보완하는 것이 좋다고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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