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볼 행성이란?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21-02-10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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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지구를 위한 까다로운 조건들(2)
이른바 ‘슈퍼 지구’, 즉 지구를 닮은 외계행성으로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조건이 되려면, 일단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골디락스 영역(Goldilocks zone)에 위치해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해야 한다. 또한 산소를 포함한 대기와 딱딱한 암석층을 지녀야 할 것이며 크기와 밀도, 물질의 조성 등도 지구와 유사해야 할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발견된 외계행성 중에서 이런 조건을 갖춘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가 꽤 있어서 학계와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모항성이 태양보다 너무 작아서 행성과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깝다면, 역시 제2의 지구가 되기에는 곤란한 문제들이 발생한다.
 이런 외계행성의 대표적인 경우로서 트라피스트-1(TRAPPIST-1) 주위를 공전하는 7개의 외계행성을 비롯하여 프록시마b(Proxima b)가 있다. 프록시마b의 모항성은 프록시마 센타우리(Proxima Centauri)로서, 센타우루스 자리의 가장 밝은 별인 알파 센타우리의 두 항성으로부터 약간 떨어져서 이들과 함께 3중 쌍성계를 이룬다.

 지구로부터 4.24광년의 거리에 위치한 프록시마 센타우리는 태양계 밖의 항성 중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으로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프록시마b는 지구로부터 가장 가까운 골디락스 행성인데, 이 외계행성의 모항성인 프록시마 센타우리는 적색왜성으로서 태양보다 훨씬 작다. 적색왜성은 근거리 항성 중에서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 은하계에 흔한 항성이지만, 밝지 않기 때문에 관측하기는 쉽지 않다.
 프록시마 센타우리의 반지름은 태양의 1/7 수준이며, 질량은 태양의 12% 정도로서 방출하는 열과 에너지는 태양보다 훨씬 적을 수밖에 없다. 이런 적색왜성을 모항성으로 둔 외계행성이 골디락스 조건을 만족하려면, 매우 가까운 위치에서 공전을 해야만 한다. 모항성인 프록시마 센타우리로부터 759만km 떨어져 있는 프록시마b는 수성보다도 공전반지름이 작은 셈인데, 태양과 지구 사이 거리의 1/20에 불과하고 공전 주기는 11.2일이다.
 프록시마b가 제2의 지구가 되기는 다소 어려운 이유는 적색왜성인 모항성의 특성으로부터 기인한다. 즉 골디락스 영역에 위치해서 모항성으로부터 받는 전체 에너지는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받는 양과 엇비슷하다 해도, 빛의 스펙트럼은 상당히 달라지게 된다. 
 태양은 항성을 분류하는 도표인 헤르츠스프룽-러셀도(Hertzsprung-Russell diagram; H-R도) 상의 주계열성 중에서도 이른바 G2 분광형을 지니는 항성이다. 항성이 방출하는 빛의 스펙트럼은 표면의 온도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데, 절대온도 5,860 K인 태양에 비해 적색왜성인 프록시마 센타우리의 표면 온도는 이보다 훨씬 낮은 약 3040 K 정도로서 M5 분광형으로 분류된다.
 지구상의 식물의 잎이 초록색인 이유는 광합성을 위해 태양 빛의 주요 스펙트럼 파장에 맞춰져 있기 때문인데, 만약에 프록시마b에 고등식물이 살기 위해서는 잎이 검은색이 되어야 할 것이다. 표면 온도가 낮은 모항성 빛의 스펙트럼에 적응하려면 적외선 대역을 포함한 모든 파장의 빛을 조금이라도 더 흡수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프록시마b에 고등생명체가 살기 어려운 더욱 큰 문제는 모항성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운 탓에 기조력이 대단히 커진다는 데에서 기인한다. 프록시마 센타우리가 태양보다 질량이 작다고 해도 프록시마b의 공전반지름이 지구의 1/20 정도라면, 기조력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날 것이다. 모항성에 의한 기조력이 이처럼 커지면 행성은 자체 자전을 사실상 못하게 되어, 마치 항상 같은 면만을 보이면서 지구를 공전하는 달처럼 공전과 자전주기가 같아지는 동주기자전(Synchronous rotation) 행성이 된다. 
 즉 지구처럼 낮과 밤이 교대로 찾아오지 않고 조석고정(潮汐固定; Tidal locking)이 되어,  행성의 반쪽에는 영원한 낮이, 나머지 반쪽에는 영원한 밤이 계속된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조석고정이 된 행성은 반은 얼어붙고 나머지 반은 매우 뜨거울 것이므로, 마치 사람 눈을 닮았을 것이라 해서 일명 ‘아이볼 행성(Eyeball planet)’이라고도 부른다. 트라피스트-1의 외계행성들과 프록시마b를 비롯한 상당수 외계행성이 이러한 아이볼 행성일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과학자들은 낮과 밤이 계속되는 각 반쪽의 경계에 위치한 지역은 쾌적한 온도일 것이므로 그곳에 생명체가 살 수도 있을 것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물론 그런 환경에 맞춰서 고등생명체가 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낮과 밤의 변화가 없는 외계행성을 과연 ‘제2의 지구’라 부를 수 있을지 여러 가지로 의문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By 최성우

이미지1: 프록시마b와 모항성의 상상도 ( ⓒ ESO/M. Kornmessser )
이미지2: 아이볼행성으로 추정되는 트라피스트-1f의 상상도

  • 묵공 ()

    골디락스 조건을 충족하는 행성은 임의의 행성에서 그 확률이 수만분의 1 이하로 낮을 것입니다만, 우주에 존재하는 항성의 수와 행성들을 고려할 때 천문학적으로는 오히려 지구형 행성의 숫자가 대단히 많다는 사실에 주목해야할 것 같습니다.

    우주먼지와 원시항성의 충돌로 행성이 생성된다고 볼 때 보데의 법칙이 태양계에만 적용되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행성은 지구처럼 여러개가 형성될 것이며 이 중에 지구와 유사한 일조량, 크기를 갖는 것들이 1개 항성당 1개 정도는 나올 수 있습니다.

    물과 아미노산을 구성하는 수소, 산소, 탄소, 질소 등은 우주에서 가장 흔한 낮은 원자번호를 갖는 물질들이고 철은 초신성이 폭발하고 방사성 붕괴시 가장 안정된 원소이기 때문에 우주 역사가 138억년 된 현재 시점에 우주에서 아주 흔한 물질입니다.

    이렇게 놓고보면 이른바 지구형 행성에 존재하는 물질은 우주의 가장 흔한 형태로 보이고, 실제 태양계 내든 은하계든 메탄, 물, 산소 등은 흔하게 발견됩니다. 사실 생명체가 고원자량을 가진 물질, 예컨대 티타늄이 주성분이 아닌게 특수성이 없다는 증거 증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또하나, 우주의 가장 흔한 현상 중 하나가 전기방전이고, 이로인해 수소,산소,탄소, 질소 등으로부터 메탄, 아미노산, 단백질까지도 손쉽게 생성되는 것이 밝혀진 이상, 이러한 고분자 화학물질이 안정된 에너지 상태인 DNA, RNA를 이루더라도 그다지 놀랄만한 일은 아닙니다. 이는 단순한 물원자에 의해 수없이 다양한 눈결정이 만들어지는 것과 같은 일 중 하나일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생명현상은 우주의 가장 흔한 현상중 하나일 수 있으며, 지구에서뿐 아니라 가까이는 태양계 내 다른 행성이나 위성에서, 나아가서는 우리 은하계나 다른 은하계에서 수 억개 이상의 행성에서 발생하는 자연현상 중 하나일 것이라고 추론합니다. 그렇지 않다는 것이 오히려 매우 이상한 현상일 것입니다.

    다만, 인간과 같은 고등생물의 진화에는 지구의 예에서처럼 39억년이 소요되었다는 점에서 우주에 인간같은 고등생물은 흔치 않을 수는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점도, 원시지구가 5억년에 걸쳐 식자마자 원시생물이 출현한 것을 볼 때 생명현상이라는 것이 워낙 흔하고 보편적이라서 지구와 같은 정도의 탄생주기를 가진 행성에서는 지구와 유사한 진화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인간같은 고등생물의 출현가능성도 현재 우주의 나이를 고려시에 높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해도 역시 고등생물간 물리적 통신은 워낙 이격거리가 커서 힘들고, 광속에 가깝게 멀어져가고 있는 우주 양끝 존재끼리는 어차피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주 생물간 통신에는 유한한 광속도를 갖는 물리적 통신보다는 질량이나 에너지가 제로인 상태에서 정보를 교환할 새로운 방식을 발명해야만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지금으로서는 이론적으로만 고려할 사안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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