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생태계 복원 프로젝트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21-07-31 23:53
조회
744회
추천
0건
댓글
2건
생태학자 로버트 페인(Robert Paine)이 핵심종(Keystone species)과 생태계의 관계를 밝힌 이후, 영양단계 연쇄반응(Trophic cascade)에 의한 생물 개체 수 조절이나 공포의 경관(Landscape of fear)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은 여러 곳의 사례와 연구를 통하여 실증되고 있다.     
 그리고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핵심종인 늑대를 다시 투입하여 생태계가 성공적으로 복원된 사례를 참고하여, 생태계가 훼손되거나 균형을 잃은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방법으로 생태계 회복을 꾀하는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아프리카 모잠비크에 위치한 고롱고사(Gorongosa) 국립공원이다. 
 고롱고사는 예전에는 아름다운 경관과 함께 수많은 종류의 동물들로 풍부한 생태계를 이룬 곳이었으나, 1977년부터 본격화된 모잠비크 내전으로 인하여 폐허가 되고 말았다. 야생동물들은 전쟁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와 함께 굶주린 사람들의 식량감이 되었기에, 1992년 평화협정이 체결될 무렵 고롱고사에서는 피식자이건 포식자이건 대형 포유류의 95%가 절멸한 상태였다. 
 이후 고롱고사에서는 살아남은 동물들을 보호하고 밀렵꾼을 단속하는 등, 생태계 회복을 위한 노력과 세계적인 협력이 이루어져 상당수 초식동물은 개체 수를 크게 회복하였다. 그러나 생태학자들의 예리한 눈에는 대형 포식자와 그들에 의한 공포의 경관이 크게 부족한 고롱고사의 생태계가 균형을 이루지 못한 모습이 비쳤다. 즉 일부 영양(羚羊) 종류들이 지나치게 수가 많아졌을 뿐 아니라, 예전과는 매우 다른 먹이 습성과 행동을 보였던 것이다.

 물영양, 즉 워터벅(Waterbuck)은 개체 수가 전쟁 전보다 10배가 넘게 늘어나면서 물가 주변을 휩쓸고 지나다니는가 하면, 원래 밀림이나 덤불에 숨어서 지내던 부시벅(Bushbuck)과 임바발라(Imbabala) 영양은 과감하게 탁 트인 평야 지대를 마음 놓고 돌아다니며 원래 먹이가 아니었던 식물들도 먹어 치웠다. 이들 영양에 의해 일부 식물 종들이 피해를 입거나 감소할 위기에 처했으므로, 고롱고사의 생태계 균형을 위하여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물론 최상위 포식자인 사자의 개체 수도 어느 정도 회복이 되기는 하였으나, 사자의 서식지가 제한적인 데다가 사자가 모든 초식동물을 사냥하지는 않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 
 생태학자들은 고심 끝에 아프리카 들개 무리를 고롱고사에 들여와 풀어 놓는 독특한 생태계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결정하였다. 아프리카 들개(African wild dog)는 얼핏 보면 하이에나 비슷하게 생겼으나, 그보다 몸집이 작고 얼룩 들개 또는 학명(Lycaon pictus)대로 리카온이라고도 불리는 개과의 육식동물이다. 아프리카의 사바나에서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결속하여 10마리 이상이 무리를 지어 사냥하며, 특히 영양 종류를 주로 잡아먹기 때문에 고롱고사에 공포의 경관을 부활시키기에 안성맞춤인 포식자이다. 또한 아프리카 전역에서 7천 마리 정도밖에 남지 않아 멸종위기에 처한 들개의 서식지를 넓힌다는 의미도 있었다.
 고롱고사의 아프리카 들개 프로젝트는 2018 년부터 진행되어, 마취된 상태로 서로 다른 곳으로부터 공수된 10여 마리의 아프리카 들개들을 보호구역에서 함께 지내며 유대감을 형성하게 한 후, 고롱고사 국립공원에 방사하였다. 수 킬로미터까지 먹잇감을 추격하여 사냥하는 들개들이 부시벅 영양 등을 공격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고롱고사에는 공포의 경관이 다시 자리를 잡고 생태계 균형 회복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추가로 들개를 들여오고 기존의 무리에서 암컷들이 출산을 하여 고롱고사의 아프리카 들개는 개체 수도 많이 늘어났고, 이제는 부시벅 영양들이 원래의 습성대로 밀림과 덤불에 몸을 숨기면서 더 이상 평야 지대의 맛있는 식물을 탐내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고롱고사의 생태계가 서서히 균형을 찾아가면서, 그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표범도 몇 마리가 돌아왔다고 한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생태학자들은 고롱고사에서 사자와 들개의 개체 수가 충분히 늘어나면, 다음에는 하이에나나 표범 등의 다른 포식자들도 들여와서 생태계를 더욱 다양하고 풍부하게 할 계획이라고 한다.

 고롱고사와 비슷하게 포식자를 인위적으로 들여와서 생태계의 균형 회복과 다양화를 도모하는 곳으로서, 아르헨티나의 이베라 습지가 있다. 아르헨티나의 북동부에 넓게 위치한 이베라 습지(Iberá Marshes)는 밀림과 초원, 늪, 석호 등이 어우러진 자연 절경과 독특한 생태계를 이루었던 곳이나, 20세기 초에 목장이 개발되면서 상당히 파괴되기에 이르렀다. 이후 보호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이베라 습지에는 거대 아나콘다, 습지 사슴 등 희귀한 동식물들이 늘어났는데, 아르헨티나 야생보호재단은 이곳의 생태계 복원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 위하여 재규어를 들여오기로 결정하였다.
 대형 고양이과 동물의 하나로서 표범과 비슷하게 생긴 재규어(Jaguar)는 사자와 호랑이가 없는 아메리카대륙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꼽힌다. 또한 수력발전용 댐이 건설되어 생긴 고립된 섬에서 재규어가 사라진 후 생태계가 엉망이 된 사례에서 보듯이, 중남미의 생태계에서도 핵심종의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모피 등을 얻기 위한 밀렵과 서식지 파괴로 재규어의 수가 크게 줄어들어, 이제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에서 야생에서 절멸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은 ‘취약(VU)’ 종으로 분류된다.
 아르헨티나 야생보호재단은 몇 달 전 이베라 습지에 재규어 어미와 새끼 두 마리를 방사하면서, 약 70년 만에 이베라 습지에 돌아온 재규어가 서식지 확대와 함께 그곳의 생태계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즉 대형 설치류인 카피바라가 재규어에서 쫓기면서 식물들을 함부로 먹어치우지 않을 수 있고, 재규어보다 아래의 포식자인 여우가 그곳의 희귀한 새들을 멸종으로 치닫게 하는 것도 방지하는 핵심종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By 최성우

이미지1: 집단사냥을 하는 아프리카 들개 ( ⓒ Lip Kee )
이미지2: 독특한 생태계를 이루는 이베라 습지 ( ⓒ Evelyn Proimos )

  • 빨간거미 ()

    포식자의 필요성을 어디서 얼핏 듣기는 했었는데, 실제의 사례를 접하니 더욱 확신이 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댓글의 댓글 최성우 ()

    관심 감사합니다...    생태계의 핵심종으로서 포식자의 존재가 중요한 것은 맞습니다만, 이와 관련해서 한가지만 첨언하자면...   
    기업 경영이나 경제학 관련해서 가끔 언급되는 용어인 이른바 '메기효과', 즉 "물고기들이 있는 수조에 메기 한마리를 집어 넣으면  미꾸라지나 정어리들이 긴장하고 천적을 피하느라 도리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는 사실관계로 보나 사회과학적 측면에서 보나 매우 틀린 것입니다..

목록




랜덤글로 점프
과학기술인이 한국의 미래를 만듭니다.
© 2002 - 2015 scieng.net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