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올해 노벨물리학상의 특징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21-10-28 09:09
조회
561회
추천
0건
댓글
0건
올해 역시 10월 초의 노벨상 시즌을 맞이하면서, 과학을 포함한 모든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결정, 발표되었다. 이들 중에서 과학 분야 즉 노벨생리의학상, 물리학상, 화학상은 예년에 비해 큰 관심을 받거나 화제나 논란이 별로 되지 않고 비교적 담담한 분위기인 듯하다.
 올해 노벨과학상의 특징들을 굳이 꼽는다면, 최근 증가하는 추세에 있던 여성 수상자가 한 명도 없이 모두 남성들로 구성되었다는 점, 그리고 노벨물리학상을 제외하고는 50-60대의 비교적 젊은 과학자들이 노벨상을 받게 되었다는 점 등을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큰 시름을 앓고 있는 지구촌에 구원이 될 수도 있는 mRNA백신의 개발자들이 예상과 달리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다소 논란이 되기는 하지만, 내년 또는 조만간 노벨상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므로 그리 큰 문제가 될 일은 아닌 듯하다. 그리고 비대칭 유기촉매의 개발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하게 된 두 화학자가 한국 과학자들과 공동연구를 하거나 국내 대학의 석좌교수를 겸임하는 등, 우리나라와 인연이 있는 점도 굳이 화제라면 화제일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생리의학상이나 화학상보다는, 노벨물리학상에서 주목할만한 특징들이 몇 가지 있다고 여겨지는데, 최근의 노벨과학상 동향과도 대부분 일치한다. 일단 수상자들의 연령대는 70대에서 90에 가까운 고령으로서, 오랫동안 연구 업적을 쌓은 원로 물리학자들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최근의 경향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대적 요청이나 중요한 과제를 반영하는 것 또한 올해 노벨물리학상의 특징으로 보인다. 최근 과학 분야 노벨상은 시대적 변화와 조류에 적지 않게 영향을 받거나, 인류의 주요 과제 해결에 실마리를 마련한 연구에 주어지는 경향이 더욱 짙어져 왔다. 즉 21세기 이후 노벨물리학상은 정보통신(IT) 혁명 및 과학기술의 융합이라는 변화를 반영하여 광섬유의 개발, 청색LED의 발명 등 과거에는 노벨물리학상을 받기 어려웠던 기술적 업적에도 노벨상을 수여해왔다. 또한 노벨화학상 역시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시작한 작년에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개발자들이, 재작년에는 인류의 에너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리튬이온전지의 연구자들이 상을 받게 된 점을 고려한다면 마찬가지로 시대적 요청을 반영한 것이라 할 것이다.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복잡한 기후변화의 해석 관련하여 업적을 낸 과학자 세 명에게 돌아가게 되었다. 즉 지구의 기후변화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기후 모델 등을 개발한 두 명의 기상학자 및 이와 관련이 있는 복잡계 물리학의 발전에 기여한 물리학자 한 명이 노벨물리학상 공동 수상자가 된 것이다.
 지구온난화 및 기후변화는 당연히 인류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로서, 이 문제의 해결 여부에 인류의 향후 생존마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최근 너나 할 것 없이 ‘탄소 중립’을 소리 높여 외치고 있다. 미국의 기상학자 마나베 슈쿠로(Manabe Syukuro) 프린스턴대 교수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클라우스 하셀만(Klaus Ferdinand Hasselmann) 연구원은 복잡하기 그지없는 지구의 기후시스템을 이해하고 온실가스의 증가 등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는 데에 공헌하였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조르조 파리시(Giorgio Parisi) 사피엔자대 교수는 이른바 스핀 글라스(Spin glass)의 연구 등으로 무질서와 변동의 상호작용을 발견하는 등 복잡계 물리학에서 중요한 업적을 낸 공로를 인정받게 되었다.

 올해 노벨물리학상이 지니는 또 하나의 의미는 바로 최초로 기상학 즉 지구과학 분야에서 수상자가 배출되었다는 점이다. 별도의 노벨상 분야가 없는 지구과학, 즉 지질학, 기상학, 해양학 등에서는 지금까지 한 번도 노벨과학상이 나온 적이 없다.
 다만 천문학 분야에서는 노벨물리학상이 여러 차례 나온 적이 있는데, 우주로부터 날아오는 중성미자나 각종 파동의 연구, 또는 항성이나 우주의 기원과 진화 등에 대한 연구가 물질의 궁극을 밝히는 입자물리학과도 긴밀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계행성을 발견한 천문학자들이 공동 수상한 2019년도 노벨물리학상은 관측천문학 분야의 업적이므로 엄밀히는 물리학과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데, 노벨물리학상의 범위가 더 넓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무튼 과학 분야 노벨상 중에서도 노벨물리학상은 융합과학의 발전이라는 시대적 추세를 가장 적극적으로 반영해온 것으로 보이는데, 전기전자 기술이나 천문학의 업적뿐 아니라 지구과학 분야의 공로자까지 노벨상 수상자의 대열에 합류한 것은, 노벨물리학상의 지평이 더욱 새롭게 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물리학의 세부 분야 중에서도 복잡계 물리학과 관련해서 노벨물리학상이 나온 것 역시 올해가 처음이다. 필자는 그동안의 노벨물리학상에 대해 분석한 몇 년 전의 칼럼 글에서 “... 지금껏 노벨 물리학상을 한 번도 배출하지 못했던 카오스이론 및 복잡계 과학 분야에서도 노벨상이 조만간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이 분야가 물리학의 한 분야로서 이미 정착되어 연구자들도 적지 않을 뿐 아니라, 여러 공학 분야 및 경제학 등 사회과학에도 적용되는 대표적인 융합 분야이기 때문이다.” 라고 언급한 바 있다. ( 21세기 노벨 물리학상의 동향과 전망 http://www.scieng.net/column/6752?page=5  2018. 10. 18 )
 필자의 예측이 비교적 일찍 실현된 것으로 볼 수도 있을 듯한데, 융합과학기술과도 관련이 매우 깊은 복잡계 물리학 분야에서 앞으로도 노벨물리학상의 배출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By 최성우

이미지1: 지구 평균 기온의 증가 추이 (5개 기관의 조사 결과)
이미지2: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하게 된 마나베 슈쿠로 교수 ( ⓒ Bengt Nyman )

목록




랜덤글로 점프
과학기술인이 한국의 미래를 만듭니다.
© 2002 - 2015 scieng.net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