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공학,산업계의 성장기를 엉뚱한데서 찾아봅시다 - 과학도

글쓴이
sysop2
등록일
2002-08-22 06:54
조회
5,89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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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모델 아실겁니다. 어린시절 조립식이라 말하던 그것..

저 역시 주위의 "다 큰 사람이 무슨 조립식이야"하는 눈총에 접고 지내다가 요새
다시 관심을 가져보는데.. 웹을 돌아다니면서 여러 재미있는 사실들을 알게 되었
습니다.

다소 두서는 없겠지만 저로선 한국 이공계의 성장사 및 현재와 미래에 관해 시사를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써봅니다.(여기서 들어지는 모기업과는 아무 개인적 상관
없음을 밝히고요)

상업적인 플라모델의 역사는 2차대전이 끝나고 전쟁터의 무기들에 향수(?)를 지니
던 퇴역군인들에 의해 시작되지 않았나 습니다. 그러므로 대략 40~50년 정도?
(외국에선 스케일 모델링이라고 하지만 이건 정말 비싸게 조선,장비엽체들이
전시용으로 몇개만 발주하던 것들까지 포함하므로 일본조어라 찝찝하긴 하지만
플라모델이란 용어를 씁시다.)

세계적으로 플라모델 업계에 명함을 내미는 회사를 가진 나라들은 유수의 공업국들
이더군요. 그리고 그 나라 업체의 활약상이 여타 공업수준의 위상변화와 같이 가는
관계가 있단것도 알게 되었습니다.(우리나라나 중국등..)

전차를 주로 만드는 레벨AG의  독일, 항공기를 주로 만드는 레벨/모노그램의 미국,
헬러의 프랑스, 타미야,하세가와(건담 모델 전문인 반다이는 제외하겠습니다)의 일본
, 이탈레리의 이탈리아, 드래곤의 홍콩,대만,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트럼페터의 중국,
그리고 아카데미 과학의 한국까지..

아카데미라는 업체가 오늘의 얘기의 중심입니다. 아카데미는 원래 수유리쪽에서 지금
으로 말하면 금형 부띠끄로 시작한 영세업체였다고 합니다. 상당히 오랜 시간이 흐른
후까지도 외국(주로 일본이었겠죠)의 스케일모형을 그대로 카피하거나 단종된 금형을
사와서 국내에 팔곤 했습니다. 그래서 어린시절의 추억과 오버랩되는 정겨운 회사임
에도 그 경영행태를 알면 배신감이 드는 애증이 공존하는 그런 업체죠. 조립식을 좋아
하던 아이에게라면 말입니다.

그런데 그간의 사정은 잘 모르지만 요즘의 아카데미는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업체가
되어버렸더군요. 세계최초 모형들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기존 모델을 더 잘 만들어낸
다고(디테일업이라 하죠) 뉴스그룹에서 칭찬이 자자하더군요. 타이타닉 모형의 경우엔
단종된 금형을 사온거긴하지만 영화개봉당시 세계적으로도 유일하게 생산해서 지금도
웹엔 이 모델의 팬싸이트까지 있을 정도더군요. 물론 아직 부족한 점도 많아 타미야의
초기를 연상케한다는 지적도 보이지만 아무튼 국내에서나 통하는 업체라는 생각을 가
졌던 제게 충격을 줄만큼 세계의 모델러들에게 차지하는 위상이 급성장했더군요.
(외국인들은, (아기자기한 손재주로 만들어진) 소도구-부속장비-부품들이 기본적으로
풍부하게 공급되는 점을 다른 업체들은 따라올 수 없다고 평가하더군요.)

일례로, 같은급의 모델에 있어 아카데미는 레벨(독,미), 타미야,하세가와(일)등에
비해 3내지 4분의 1의 가격(사실 이것도 비싼거죠)입니다만 지금 미국에선 거의 같은
값을 받는다고 하더군요. 미국내 디스트리뷰터들의 독점적 농간이 원인이라던데 여기
서 중요한건 이렇게 값을 매기고도 수요가 있어 그 판매가를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입
니다.(현지인들의 원성이 자자하다고 합니다. ^^)

그럼 과연 지난 십몇년간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런 양적,질적 성장을 거둘 수 있었던것
인가. 사실 제가 보기에 이 업체는 과감한 사세확장이나 경영진의 탁월한 혜안에 의존한
업체는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제 분석은.. 우리나라의 극히 손재주 뛰어난 모델러들의
저변에 의한것이라는 겁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사람들 손재주 뛰어난건 세계적으로 공인된거죠. 플라모델 금형
제작에 필요한 눈썰미, 감각과 그라인딩등에 있어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스킬은 일본 바로
다음이라고 봅니다. 즉 웬만한 외국은 우습고요.

인터넷을 돌아다녀보면, 우리보다 모델링 역사가 오랜 서구는 아마츄어들의 작품제작
솜씨가 우리보다 덜 정교하고 유치하다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주말에 만드는
아마츄어들이 각종 소도구,재료를 이용해서 고난도의 디테일업을 자유자재로 하죠.(물론
일본이 옆에 있으니 자료수집 측면에서 유리했겠지만 그걸 소화할 수 있는것도 우리니까
했다고 봅니다.)

즉 이런 수준높고 두터운 소비자층이 있어
1. 제품에 대한 안목이 높고
2.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고 입사해오는 젊은이들이 많아 우수한 기술자들이 충원되었으며
3. 제품개발 능력은 세계적인데 우리나라 시장만 바라보아서는 시장이 좁으니 해외로
진출하여 점점 명성을 쌓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주지할 사실은 에이스나 제일과학,
강남모형등 초기에는 그만그만했던 경쟁사들이 좁은 시야로 카피제품만을 계속 수입해
만들었던 반면 아카데미는 자체개발을 추진해왔다는 점 역시 운명을 가른 차별성으로
봐야겠습니다.

아무튼 아카데미의 경우를 우리나라 이공계,산업계에 대입해볼 경우 바람직한 방향은
대략 다음이 아닐까 합니다.
우선,
1. 과학,공학을 흥미로운 활동 내지 교양적 취미로 국민들에게 인식시킨다.(대중을 소비자로
본다)
~1) 그로부터 좋은 자질의 어린 예비 과학자,기술자들이 자연스레 성장할 것이다.
~2) 일반인들이 구체적인건 몰라도 과학기술에 대해 관심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훈수를
두는 풍조도 바람직하다. 그러면 과학기술자들도 보다 긴장하게 될테니까. 다른 직업을
택하더라도 공대출신을 많이 배출하면 결국 이공계에 대한 애정이 되어 우군을 얻는것이다.
2. 과학,공학 인력의 저변을 넓힌다.
~1) 엔지니어,과학자들이 많이 배출되면 어쩔 수 없이 압력이 되어 경영진들이 수출지향적
으로 경영방향을 바꾸게 될 것이다.
~2) 제품개발능력이 어느 수준 이상이 되면 손쉽게 외국기술을 카피하려는 구세대 관리자,
상사들이 도태될 것이다.

즉 "이공계 오지마라 오지마라"하는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아카데미의 테크니션들 크게 돈 벌겠습니까? 사실 자기가 좋아서 하는 사람들일겁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제품에 대한 높은 평가와 같은 일이 시장에서 확대되어 간다면
분명 어떤식으로든 종업원에게 혜택이 돌아갈겁니다.

또한, 대부분이 대학교육을 받은 우리로서는, 이 회사에서 목업모형이나 금형 만드는 분들
-즉 테크니션들이 이루는 성과를 주목해야 합니다. 솔직히 제가 보기엔 우리나라는 아직
테크니션(기능인)들의 국제경쟁력이 과학기술자들보다 확실히 높다고 봅니다.(언젠가는 과학
기술자들도 그러리라 보지만..) 그러나 이 싸이트에는 기능인을 한수 아래로 보는 시각이 매우
광범위하고 뿌리깊게 관찰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겁니다.

전 그 분들(기능인들)과 함께 가야 과학기술인들의 진정한 권익과 위상 향상이 이루어진다고
봅니다.(솔직히 파업을 한다쳐도 현장의 기능인들의 파급력이 더 크지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사람들의 그것은 그다지 크지 않죠.우리역시 문과사람들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듯.)

간판 못잖게 이런 고졸,공고 출신 기능인들도 보듬어야 합니다.

얼마전 올라온 글에 대해 여건이 옛 서울공대 출신들때하고 달라졌다고 하지만 그분들은 인터
뷰에서 보듯 3년은 기름밥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던 분들이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그렇습니
까?  과연 환경만 탓할 자격이 있는겁니까?

솔직히 저는 제 결혼할 사람 설득해서 취직하자마자 지방 내려가도 좋다는 허락 받았습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그처럼 지긋지긋하게 열등감 지닌 미국의 대학,연구소 중 도심 가까운데
있는게 얼마나 됩니까. 그렇잖아요?

아.. 흥분될까봐 더 쓰진 않겠습니다. 사실 회원탈퇴한 후에도 꾸준히 왔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제가 원하던 방향으로 가는것 같아 다시 글을 올립니다. 여러분의 하루에 좋은일들만 있으시길.

PS>
암튼 여러분 각자 이 글에서 느끼는 감흥, 드는 생각이 다르겠지만 우리 스스로를 순수이론가,
공"학자"라고 생각지 맙시다. 안 그래도 우리 민족은 그런 경향성이 있어서 차라리 일부러 그
반대로 해야 균형이 맞고 꾸준히 손쓰는 일을 하며 그 가치를 깨달아야 합니다.(IT 종사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간나면 주말에 뭐든 만드는 취미를 들여보십시요. 나무로든, 플라모델이든..

자유 게시판 08/20/2002
 
http://www.scieng.net/zero/view.php?id=freeboard&page=1&category=&sn=off&ss=on&sc=on&keyword=&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2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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