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50 고등훈련기 관련 칼럼(경향 9. 18)-‘잊혀진 이름’ 과학기술인 - 여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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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op
등록일
2002-11-08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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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20일 경남 사천비행장에서는 우리나라 기술진이 미국의 록히드 마틴과 함께 개발한 초음속 고등훈련기 겸 경공격기 T50(애칭 ‘골든 이글’)의 성공적인 시험비행이 있었다. 우리 항공사, 더 나아가서는 과학기술사에 한 획을 긋는 일대 사건이라 할 수 있는 이 초음속 항공기의 시험비행 성공은 그러나 언론과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한 채 묻히고 말았다. 그저 몇몇 일간지의 경제면 구석에 초라하게 소개되었을 따름이다. 그 중요성을 알고 있는 공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필자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T50 개발사업은 1997년 10월에 시작하여 근 5년 만에 빛을 본 초대형 국책사업으로, T50은 F16, F15 등 우리 공군이 운용하거나 운용할 예정인 최신예 전투기 조종훈련을 위해 제작된 것이다. 음속의 1.4배까지 속도를 낼 수 있으며 여러가지 첨단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T50 시험비행의 성공은 우리의 항공산업 역사상 50여년 만에 이룬 큰 업적으로서 21세기 항공선진국 진입의 신호탄이기도 하며, 2015년 한국형 전투기 개발의 발판을 마련한 쾌거라 할 수 있다. 국가안보의 초석이 될 전투기 생산을 우리 기술로 이룩하는 시점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전세계적으로도 자체 개발한 고유 모델의 초음속 항공기를 보유한 국가는 12개국에 불과해 이번 시험비행의 성공은 우리나라가 항공선진국 대열에 올라섰음을 전세계에 과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향후 세계시장에 진출하여 2030년까지 최소 800대를 생산, 3백억달러어치를 수출하여 동종 훈련기 부문의 25%의 시장점유를 목표로 하는 만큼 외화 획득에도 큰 기대를 갖게 한다. 나라에서 나서서 축하해야 할 이러한 쾌거가 국민의 무관심 속에 그냥 지나간다는 것이 필자에게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과학기술자들은 잊혀진 사람들이 되었다. 말없이 제 할 일을 묵묵히 하는 이공인들에게 이 사회는 무관심과 냉대로 화답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1960년대 근대화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이래 오늘날의 고도성장을 이룩하게 된 이면에 과학기술자의 노력이 있었다고 하면 지나친 자화자찬일까. 그들의 업적 또한 잊혀져 왔다.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기술자 경시가 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연초에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이는 듯하더니 역시 반년도 채 안되어 묻혀버렸다. 정말 이렇게 묻혀도 괜찮은가. 이공계를 살려야 한다는 그 목소리를 이렇게 아무런 대책도 없이 잠재우고도 미래에 대해 자신이 있는가.

이나라가 어떻게 되려고 하는지 온통 정쟁뿐이다. 정치인들은 국가발전의 동력이 무언지도 모르고, 나라의 미래에 대한 혜안도 없이 허구한 날 싸움만 일삼고 있고, 언론인들은 거기에 장단을 맞추면서 땀을 흘리고 있다. 그 땀을 보람있는 땀이라 할 것인가.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인가. 이번 T50 시험비행만 해도 그렇다. 얼마나 과학기술에 관심이 없으면 그렇게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나. 그런 업적을 이루어 놓고도 자랑할 줄 모르는 과학기술계도 큰 문제지만 이를 알릴 책임이 있는 언론도 국민에게 알리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 기술진의 사기가 오르겠는가. 이번 개발에 주역을 담당한 사람들은 당연히 언론과 여론의 주목을 받아야 하고, 그들에게 공과 명예가 돌아가는 것이 마땅하다. 과학기술인들이 이공계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것은 자기들만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나라의 발전이 거기에 달려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금 비교우위에 있는 몇몇 과학기술 분야에서 우리의 뒤를 바짝 쫓아오고 있는 중국이 10년쯤 후 우리를 추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아찔하기까지 하다. 그때 우리는 무얼 먹고 살텐가. 정치인들의 정쟁이 극심해도 과학기술인들은 이 나라를 위해 가야 할 길이 있다. 그 길을 긍지를 가지고 가도록 해주는 것이 21세기판 당파싸움으로 날을 지새우는 이 나라가 그나마 제대로 굴러갈 수 있는 길이다. 거기에는 언론인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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