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글] 반장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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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1-26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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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의도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지는 반장선거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

다.

이 학급은 다른반에 비해 반평균, 환경미화, 포스터그리기 대회 등등 모든 성적들이

형편없이 떨어지는 소위 꼴통 학급이다. 다른반에 비해 아이들의 면면이 결코 떨어

지는 건 아니었는데도 유독 꼴등을 도맡아 하는 이유는 학생으로써 맡겨진 일들은

뒷전이고 일년 내내 반장 선거에만 초점을 맞춰 서로 두 패, 세 패로 나눠져 존나게

싸우기 때문이다


1학기 반장선거 때는 사는 지역에 따라 학급 아이들이 두 패로 갈라졌다

강남쪽 부자애들이 사는 패거리들은 검사 출신의 아버지를 둔 '해충'이를 중심으로

뭉쳤고, 강북 변두리쪽에 사는 패거리들은 데모하다가 정학 먹고 일년 꿇은 '되중'

이를 중심으로 뭉쳤다. 두 패거리들은 아무 패거리에도 들지 않은 다른 아이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존나게 싸웠는데 아무래도 돈으로 무장한 해충이네가 되중이보다

쪼금은 유리한 상황이었다. 거기다, 학급 신문을 찍어내는 인쇄소집 딸년인 '좆년'

이와 해충이가 사귀는 관게였기 때문에 학급 신문은 해충이를 밀어주는 기사만 실리

고 있던 차였다


이대로 반장선거를 치뤘다면 보나마나 해충이가 반장이 되었을텐데 해충이네 집에

세들어 살던 '인죄'가 자기도 반장 선거에 나가겠다고 나대면서 일이 묘하게 꼬이기

시작하였다.

해충이는 인죄에게 '내가 반장이 되면 2학기 반장 땐 널 밀어주겠다'고 꼬드겼지만

욕심이 많은 인죄는 꼭 1학기 반장이 되어야겠다며 자기와 해충이를 두고 강남애들

끼리 먼저 투표하자고 버팅겼다. 결국 강남애들끼리 반장 후보를 놓고 투표를 하게

되었는데 이 꼬라지를 지켜보던 되중이는 '인죄가 해충이 대신 반장 선거에 나오면

내가 유리하다'라는 생각을 하고 존나게 해충이를 까대고 인죄를 옹호했다

힘이 딸리는 상태에서 해충이와 싸우던 인죄는 되중이의 도움에 힘을 얻게 되었는데

어디선가 해충이에 대한 '묘한 음모'를 알게 된 되중이가 갑자기 인죄에 대한 옹호

발언을 중지함으로써 인죄는 힘한번 제대로 못 써 보고 패배한 뒤 자기 떨거지들 몇

명을 강남파에서 데리고 나오면서 결국 반장 선거는 3파전으로 벌어지게 된다


인죄가 떨어져 나왔지만 여전히 강력한 반장후보였던 해충이는 그러나, 되중이가

터트린 폭로로 인해 이미지가 땅바닥으로 떨어지게 되는데...

그건 해충이 막내 동생인 1학년 쫑연이가 체육시간에 주번을 돈으로 매수해 주번

대신 교실을 지키고 체육을 빠졌다는 사실이었다!!


체육활동을 꼭 해야 한다고 믿고 있던 반 아이들은 쫑연이같은 동생을 둔 해충이가

'회충스럽다'면서 경멸하기 시작했다. 해충이 애인인 좆년이가 아무리 음모라고 소

리쳐도 소용없었다. 평소 해충이를 좋아하던 몇몇 애들은 해충이 대신에 인죄라도

밀어 주려고 생각했으나 미X넘처럼 해충이 까대는 것에만 정신 팔려 있는 인죄가

너무 미X 넘스러워서 결국 되중이를 밀어주게 되고 되중이는 반장선거에 당당히

무혈입성하게 되고 만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난 2학기 반장선거...

1학기때 호되게 당했던 해충이는 이번엔 꼭 반장이 되리라 벼르고 지네집 돈을 마구

뿌리면서 애들을 포섭하기 시작했다. 가난한 집 아들 되중이의 빈곤한 학급운영에

불만을 품은 반 아이들이 하나둘 늘면서, 또, 거의 미X넘처럼 발악하면서 되중이를

깎아내리는 좆년이의 발광으로 인해 해충이는 슬금슬금 차기반장으로 자리매김하였

다. 해충이의 유일한 상대인 인죄는 그 동안 정신병자같은 짓을 하두 많이 해서

애들한테 신임을 잃었기에 2학기 때엔 해충이가 거의 반장이 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에서 혜성같이 등장한 아이가 있었으니!

그 동안 존나 가난한 집 아들로 구석에 찌그러져 있던 '놈현'이가 갑자기 중간고사

에서 1등을 하면서 애들 사이에서 스타로 떠오른 것이다!


놈현이는 과외 한번도 안 받았는데도 1등을 했다는게 아이들 사이에 어필하면서

순식간에 해충이를 제치고 반장순위 1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강력한 도전자로 부상

하자마자 해충이는 좆년이와 함께 학급 신문을 통해 놈현이를 까대기 시작하며 놈현

이는 위기를 맞게 된다. 이미 꼬리가 9개가 된 불여시 좆년이는 '언어도단'이라는

엄청난 내공을 앞세워 놈현이를 몰아붙였고 시골촌놈 놈현이는 결코 세련되지 못한

언어구사와 욱하는 승질을 못 이긴 발언으로 점점 궁지로 몰리게 된다. 거기다 해충

이를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인 인죄가 이젠 놈현이를 향해 '놈현이는 맨날 빨강색

빤쓰만 입고 온대요!'부터 시작해 '놈현이 애인 아부지는 빨간 빤스 매니아였대요!'

라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고, 좆년이는 신속하게 알바들을 풀어 학교의 모든 화장

실 벽에 '놈현이 빤스 빨간 빤스!'라는 낙서를 해대면서 빨간색 혐오증을 가지고 있

는 아이들의 머리속에서 놈현이가 나쁜애로 인식되게 된다.


해충이를 반대하는 애들이 철지난 '쫑연이 체육시간 빠진 사건' 문제를 다시 들먹었

으나 대세는 해충이쪽으로 점차 기울어져 가는 즈음, 이 때 또다시 혜성같이 등장한

애가 있었으니!

그 애가 바로 반대항 축구 시합에서 학급을 준결승까지 올라가게 하는데 혁혁한 공

을 세운 '몽정'이었다!


몽정이 역시 강남에 살았지만 60억짜리 빌라 정도에 사는 해충이 애들과는 분명히

격이 다른, 청담동 200억짜리 빌라 사는 재벌 아들이었다. 한달 용돈 쪼개서 500만

원짜리 알마니 쥬니어 아동복 사 입던 해충이를 비웃으며 한번 입은 명품옷들을 수

재민돕기 헌옷 보내기 운동에 보낸 몽정이는 진정 '노는 물이 다른 아이'였다

이 아이가 과연 가난한 집 애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진정한 반장놈이 될 수 있

을까 의문스러웠지만 아무래도 해충이 놈보단 나을 거라는, 아니, 해충이 놈만

아니라면 그 누구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애들에게 강하게 어필하면서 반장 선거는

강남의 해충, 강북의 놈현, 청담동 몽정이로 나뉘어지는 '삼국지' 시대로 접어들게

된 것이다...


세 명 중 그나마 해충이가 유리한 상황이지만 그 누구도 절대 강자가 아니었기에 이

들은 강력한 협력자를 구하기에 온힘을 다했다. 물론, 해충이한테는 언제나 가랑이

벌리고 맞이할 준비를 하는 좆년이가 전폭지원을 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좆년이 한

년 가지고는 부족한 면이 있었기에, 옛날에 잠시 연인으로 지내던 '그네'를 다시

꼬시기로 마음 먹었다. 그네가 누구인가! 전임 담임 선생님 딸로써 현재도 반 애들

한테 인기가 제법 많은 도도한 여자가 아니던가! 그녀를 파트너로 얻는 놈은 이번

반장 선거에서 승리할 것이 거의 확실하였기 때문에 해충이 뿐 아니라 몽정이도 그

네에게 온갖 주파를 던져대었다


해충이와 몽정이가 피터지게 측근들을 끌어 모으는데 반해 놈현이는 자기 측근들을

이리저리 빼먹고 있었다. 시골 촌놈처럼 무식하고 고집 센 놈현이는 그네에게 온갖

추파를 던지는 해충, 몽정이와는 달리 '사고방식이 나랑 틀린 년이다'라며 그녀를

외면하였다(이놈은 반장이 되려면 간하고 쓸개를 다 빼야 된다는 걸 모른다. 결코

반장이 못될 놈이다!) 거기다 얼마전엔 자기네 파의 핵심인물인 몇놈이 '알고보니

우리집은 부자였어'라는 이상한 논리로 해충이네파로 옮겨가 버리는 사건까지 벌어

졌다. 그리고, 1학기때부터 지금까지 해충이를 지겹도록, 온동네 떠나가도록 존나게

욕하던 인죄마저도 '알고보니 우리집도 존나 부자였네?' 하는 신발스러운 멘트를 날

리고 해충이에게로 가려고 하고 이에 대해 해충이는 '과거는 과거일 뿐! 당신을 부

잣집 아들로 임명합니다 (-_-)/' 하며 환영하고 있으니...

도대체 이놈들이 언제부터 노선이 같았는지 이 글을 쓰는 나로서는 도저히 알길이

없을 뿐이다


(인죄의 명언록에 보면 '난 내 이름처럼 어진 게(仁) 죄(罪)여...'라는 말이 있다

혹자는 '그놈은 인간으로 태어난 게(人) 죄(罪)'라고 반박하였다는 설이 있음)


여하튼, 이 학급 돌아가는 꼬라지가 이 모양이니 이 학급의 미래가 그저 한탄스럽고

불쌍할 뿐이다...



배운만큼 배웠다는 놈들이 지네 배운 것을 좋은 데 쓰지는 못하고 서로를 얼마나 세

련되고 혹독하게 비난하는지에 대해 골몰하고 있고...

자신에게 돌아오는 비난을 겸허히 받아들일 생각은 추호도 하지 못하고 그저 '최선

의 방어는 최선의 공격'이라는 신념 아래 처음부터 끝까지 서로 비난만 하고 있고..

초등학생씩이나 처먹어서는 유치원 애들 보는데 부끄럽지도 않는지 서로 멱살 잡고

싸우고 X랄하고 발광하고...


너무나 기가 막힌 이 학급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푹푹 쉬는데 내공이 열 갑자 이상

되시는 교장 선생님이 조용히 한 마디를 하셨다


'사람은 누구나 다 선하면서도 악하다. 너가 가난하니까 부자들 욕하지 너도 부자로

태어났으면 그네들과 똑같이 살았을지 모른다. 너도 거짓말 하고 군대 안 갈 수 있

다면 거짓말 하고 안 갔을지 모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지사지(처지를 바꾸어서

생각하라는 말)다. 자기 스스로에겐 엄격하면서 타인에겐 관대한 것...

지금 시대엔 그게 가장 필요하다. 타인에게 잘 하길 기대하기보다 자기 스스로

변화되는 것, 개개인이 스스로 변화된다면 자연히 이 세상은 변하게 되는 것이니

우리 모두는 '내탓이요 내 잘못이로소이다'를 명심하고 가슴에 새기도록 하자꾸나'


오늘도... 어제도... 아니 한달 전에도... 아니 ... 몇년 전... 십년 전에도...

역사를 공부하면서 올바른 것들을 알아가면서 이 사회가 얼마나 참을 수 없는 역겨

움으로 가득한지 그 뿌리가 얼마나 깊이 박혀 있는지 암담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

다...

결코 희망이 보이지 않는 정치,사회, 심지어는 교회까지...

그렇지만, 내가 이 사회를 포기하지 못하는 건 사람으로써의 마지막 희망이 있기 때

문이고...

그 희망은 다른 이들의 변화에 대한 기대보다는 내 스스로 변화하겠다는 의지에 대

한 희망이다...

내 스스로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는 한...

내 삶이 유치원에서 배웠던 것 만큼만 아름답게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는 한...

이 세상 역시 아름답게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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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몽정, 놈현 통합이후 버전은 언제 나온느지...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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