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굴기 대신 이 책들을! - 주경철 교수의 작업들

글쓴이
avaritia
등록일
2009-02-13 19:42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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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전부터 취미?로 서유럽 경제사 비슷한 것을 뒤적거리고 있습니다. 그냥 경제사라고 하면 좀 심심한데, 일단 경제발전론(성장이론은 아니고..)적인 쪽이고, 주된 관심사인 과학기술, 지식노동의 뿌리 이런 것도 염두에 두지요. 경계하는 것은 정치와 권력을 중심으로 서술하는 역사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중고등학교 교육 과정상 배운 세계사 등등에서 너무나 정치와 권력의 변동에만 초점을 맞춰 배운 것 같아요. 그런 시각에서는, 전쟁에 이겨서 패권을 가져갔기 때문에 경제도 융성했다는 식의 결론으로 귀결되기 십상이지요. (전쟁에 이겼다는 것은 여러모로 이미 앞서 있었다는 얘기 아닙니까?)

주요 궁금증은 아래의 것들입니다.

Q1. 중세 이후 어쩌다 유럽이 그리 잘 살게 되었나?
   - 산업혁명 전이니까 1차산업이 튼실히 발전을 일단 했다는 얘기고, 그 다음에 상업이나 무역 규모가 늘었을 것... 어디, 과정을 좀 보자.

Q2. 네덜란드..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뿌리는 여기서 찾아야겠지?

Q3. 영국의 산업혁명, 이전, 진행, 암튼 전반. 아직도 '증기기관의 발명'이 산업혁명을 일으켰다고 알고 있니?

Q4. 뒤늦게 발동 걸린 독일은 대체 어떻게 발전한겨? 기계/자동차는 왜 그렇게 잘 하는거야? 왜 영국처럼 제조업이 망하지 않지?

Q5. 더 늦게 발동 걸린 러시아.. 근데 러시아가 어떻게 그리 훌륭한 예술/문화수준을 갖게 된거지? 나폴레옹 침공도 꺾고, 히틀러 침공도 막고... 게다가 엔지니어링의 결정체 T-34 전차는 대체 어떻게 만든거야?

Q6. (공업화에서는) 1등, 주인공인 적이 없었던 프랑스. 그래도 웬만큼 잘 하잖아. 옆나라들 다 발전하니까 2등은 꾸준히 하는건가? 지금도 영국도 아닌 것이 독일도 아닌것이 프랑스만의 특징이 있잖아..  



아무래도... 여러 분야의 책을 마니마니 읽어야 하는 상황인데요.. 뭐 심지어 '천년의 그림 여행' 같은 회화사 책에서도 영감을 얻게 되더군요. 돈 많은 곳에서 좋은 그림을 많이 그려서.. 산업혁명같은 경우 워낙 중요하니 꽤 전문적인 책과 자료들도 봐야 하고요. 비슷한 시기에 쓰인 고전들도요..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너무 길어서 다 읽기는....)이나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정치경제학의 국가 시스템(이 책에서 독일, 러시아 등 후발 개도국(당시)의 국가(혁신)시스템을 다룹니다)' 도 중요하지요.. 이에 블라블라블라.. 각설하고..

암튼 취미생활을 하다 보니까, 몇년 전에 중국 CCTV에서 대국굴기라는 다큐멘타리를 만들어서 대히트를 치고,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시청했다고 하는 얘기가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뒤늦게, 그 중 세 편을 봤는데요....

대실망이었습니다. 중학교 사회나 세계사 정도 수준이더군요. 음. 말을 조심해야겠습니다. 네.. 그냥 '서구 자본주의와 열강의 발전과정에 친숙하지 않은 중국의 일반 시청자'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다큐멘타리는 됩니다. 하지만 저처럼 나름의 취미생활을 하는 사람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전문가들이 쉬운 말로 인터뷰한 것은 귀기울여 들어 봤습니다. 교과서적이긴 했습니다만.

또다시 각설하고... 그래서 이 글의 제목에서처럼, (만약 관심이 있다면) 대국굴기 대신 볼만한 책들을 소개합니다. (대국굴기 덕에 이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분들도 있겠네요)

중구난방으로 소개하면 뵈기 싫고, 전문서를 소개하는 것은 매너가 아니니, 뭔가 일관된 테마를 가진 책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작년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고 각종 '우수 도서상'을 수상한 책이 있습니다. 특히 왕년에 PC게임 좀 했다 하는 분들에게 친근한 제목인데요. 바로 "대항해시대" 입니다. 서울대 서양사학과 주경철 교수의 역작인데, 주교수는 경제학과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경제사로 박사를 했지요. 더 정확히는 네덜란드 전성기에 대한 주제로 박사를 했습니다. 즉 유럽 경제사에 정통한 분이죠.

"대항해시대" 역시 대단한 책입니다만, 저는 좀 더 '중립적인' 책을 선호합니다. 이 책은 뭐랄까... 대항해시대의 해양세력들이 저지른 폭력에 대해 고발하는 데에 많은 부분이 할애되어 있어서요..

재미있는 것은, 주경철 교수의 "대항해시대"는 그가 오랜 세월 관심을 가져 온, 15세기이후 서유럽의 발전사라는 테마의 줄기 위에 있다는 것이죠. 꼭 저작이 아니더라도, 여러 권의 번역서를 그 주제로 냈거든요.

먼저, 페르낭 브로델의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1-1, 1-2, 2-1, 2-2, 3-1, 3-2 (무려 여섯 권!) 시리즈가 주경철 교수의 번역으로 나와 있습니다. 이중 3-1, 3-2 이 저는 가장 흥미롭습니다.(미시사에는 큰 관심이 없어서...) 주로 '잘 나가는 도시들의 경제발전 연대기'쯤 되거든요.

주 교수가 네덜란드에 대해서 쓴 "네덜란드: 튤립의 땅 자유가 당당한 나라" 는 아주 가볍게 읽히는 책입니다. 1부는 먼나라 이웃나라고, 2부는 네덜란드의 역사인데요. 1부와 2부의 분위기가 확 다릅니다. 그냥 역사라기보다는, 역시 경제사적인 터치가 많이 보여서 재미있습니다.

좀 더 노골적인 제목의 책이 또 있네요. 킨들버거의 "경제 강대국 흥망사" 입니다. 역시 주 교수가 번역을 했어요. 강대국 흥망사 어쩌고 하면 폴 케네디 예일대 교수가 더 유명하지만, 평소 폴 케네디가 약간 앨빈 토플러스럽다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던지라... 킨들버거는 요즘 금융위기 탓에 부쩍 인기가 높아지기도 했습니다만 (2005년, 사후에 금융위기에 대한 책이 나왔죠. 우리나라에서는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 라는 제목으로 2006년말 번역출판되었군요) 암튼 이 "경제 강대국 흥망사"는 대국굴기 작가팀이 핵심적으로 참고했을 서적인데요, 그닥 두껍지도 않고 깊이가 깊지도 않습니다.  

번역이든, 저술이든, 어떤 학자의 관심사가 여러 권의 대중서를 통해 드러나는 사례는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소개할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싸이엔지는 태생적으로, 과학기술이 '국가 발전'에 중요하다는 철학? 믿음?을 갖고 있다고 압니다. (홈피 맨 위에도 그런 취지의 슬로건이 적혀 있네요..) 국가가 어떻게 발전하는건지, 서구 선진국들은 어쩌다 선진국이 되었고, 계속 잘 사는지, 한국이나 중국은 과연 그렇게 될지, 그런 것들 궁금해 하시는 분들 계시면 책 정보 나눕시다.

  • 이주남 ()

      유엔미래보고서는 어떤가요..?

    요새 읽고 있는데, 상당히 재밌는 내용이더군요.

  • 한반도 ()

      홍홍... 한번 읽어봐야 겠네요.

    재밌게 잘 설명해 주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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