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홍영남 옮김)』 번역 비판 - 6장

글쓴이
이덕하
등록일
2009-03-27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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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 옮김, 을유문화사, 개정판 17쇄(2006년)
『The Selfish Gene』, Richard Dawkins, Oxford University Press, 30th anniversary edition(2006)




--- 번역을 비판하며 ---

10여 년 전에 『이기적 유전자』 한국어판을 읽은 적이 있다. 지금 영어판과 한국어판을 같이 읽으면서 나는 두 가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하나는 이 책이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훌륭하다는 것이다. 이 책의 대부분이 1976년에 쓰여졌음에도 여전히 읽을만한 책이다. 다른 하나는 이 책의 번역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나쁘다는 것이다.

1989년에 2판을 낼 때 도킨스는 1976년 판의 내용을 (사소한 몇 군데를 빼면) 그대로 두었다. 도킨스는 책의 내용을 수정하는 대신 12장과 13장을 추가했다. 그리고 60 쪽에 달하는 후주를 달았다. 이 후주에서 도킨스는 1976년 판의 오류를 지적하고 그 동안 새로 발견된 것들에 대해 썼다. 이 후주는 양도 많을 뿐 아니라 내용도 매우 흥미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영남 씨는 이 후주를 전혀 번역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옮긴이의 말>에 “그러나 1989년에 새롭게 출판된 제2판을 번역하게 된 것을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6쪽)”고 썼다. 우리는 도킨스의 후주가 오역되지 않은 것을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해야 할까?

여기서 지적한 오역만 33 개다. 27 쪽에서 33 개니까 평균적으로 1 쪽에 하나씩 오역을 한 셈이다. 물론 여기에서 지적하지 않은 문장들이 다 제대로 번역된 것도 아니다.






--- 149쪽 ~ 153쪽 ---

홍영남(150쪽) : 그러나 알비노 유전자가 우연히 그것을 지닌 몸이 다른 알비노에 대해 이타적으로 행동하도록 하여, 결과적으로 유전자 풀 내에서 수가 늘어나게 될 것이다.
Dawkins(89쪽) : But if the albino gene just happened to cause its bodies to behave altruistically towards other albinos, then automatically, willy-nilly, it would tend to become more numerous in the gene pool as a result.
이덕하 : 만약 색소결핍증 유전자가 우연히 자신의 몸이 다른 색소결핍증 환자에게 이타적으로 행동하도록 한다면 그 결과 자동적으로, 계획한 것은 아니지만, 유전자 풀에서 그 유전자의 수는 더 많아질 것이다.
        “if … then …”을 제대로 번역하지 않았다. 바로 앞의 문장이 “알비노 유전자가 실제로 살고 싶다든가 다른 알비노 유전자를 돕고 싶다든가 하지는 않는다.”라는 점을 생각할 때 홍영남 씨의 번역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홍영남(151쪽) : 초록색 수염에 대한 호기심은 프리지어의 냄새를 맡는 능력이 없다는 것과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다.
Dawkins(89쪽) : and a fondness for green beards is just as likely to go together with an inability to smell freesias.
이덕하 :
        ‘fondness’는 ‘호기심’이 아니라 ‘호감’이다. 여기에서는 초록색 수염이 난 사람에 대한 이타성을 뜻한다.



홍영남(151쪽) : 어떤 유전자가 자기 몸에게 “A가 물에 빠진 자를 건지려다 오히려 빠지면 뛰어들어 A를 구하라”고 하는 내용의 말을 ‘했다’고 하면 이 유전자는 유전자 풀 속에서 번영할 것이 틀림없다.
Dawkins(89쪽) : A gene could prosper in the gene pool if it ‘said’ the equivalent of: ‘Body, if A is drowning as a result of trying to save someone else from drowing, jump in and rescue A.’
        ‘could prosper’를 “번영할 것이 틀림없다”라고 번역했는데 “번영할 수 있다”라고 번역해야 한다.



홍영남(152쪽) : 이것이 어미가 새ㄱ기에 대한 이타주의가 흔한 이유일 것이라는 것은 오래 전에 밝혀진 사실이다.
Dawkins(89쪽) : It has long been clear that this must be why altruism by parents towards their young is so common.
        ‘parents’를 ‘어미’가 아니라 ‘부모’다. 홍영남 씨의 번역을 보고 세상의 모든 아빠들이 얼마나 서운해 할 지를 생각해 보라. 물론 학문적으로 보았을 때에도 mother(어미)와 parents(부모)를 구분하는 것은 중요하다.



홍영남(152쪽) : 피셔R. A. Fisher, 헐데인J. B. S. Haldane, 그리고 특히 해밀턴이 확인한 것은 다른 근친자 – 형제자매, 사촌간, 그리고 6촌간 – 에게도 같은 것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Dawkins(90쪽) : What R. A. Fisher, J. B. S. Haldane, and especially W. D. Hamilton realized, was that the same applies to other close relations – brothers and sisters, nephews and nieces, close cousins..
        “nephews and nieces(조카들)”을 빼먹고 번역했다.
        “close cousins”를 “사촌간, 그리고 6촌간”으로 번역한 것도 문제다. “close relations”가 어디까지 포함되는지는 애매하지만 또한 “close cousins”의 범위도 애매하지만 근친도가 1/32인 6촌은 상당히 멀다.



홍영남(152쪽) : 1964년의 그의 두 논문은 지금까지 쓰여진 사회적 동물 행동학의 문헌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인정된다. 나는 이들 논문이 동물 행동 학자들에게 왜 이렇게 무시되어 왔는지 이해가 안 된다(그의 이름은 1970년에 출간된 <동물 행동학에 관하여> 2종은 중요한 교과서의 색인에조차 없다).
Dawkins(90쪽) : His two papers of 1964 are among the most important contributions to social ethology ever written, and I have never been able to understand why they have been so neglected by ethologists (his name does not even appear in the index of two major text-books of ethology, both published in 1970).
이덕하 : 1964년에 발표한 그의 두 논문은 지금까지 쓰여진 사회적 동물행동학에 대한 글들 중 가장 중요한 것들에 속한다. 나는 왜 그 논문들이 동물행동학자들에 의해 그렇게도 무시되어왔는지를 이해할 수가 없다(심지어 1970년에 출간된, 동물행동학에 대한 두 주요 교과서의 색인에 그의 이름이 나오지조차 않는다).
        “인정된다”는 잘못된 번역이다. 해밀턴의 논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도킨스다. 바로 뒤에서 동물행동학자들이 그 논문들을 무시해왔다고 쓰고 있다.
        “<동물 행동학에 관하여> 2종은 중요한 교과서의”는 엉망이다.






--- 154쪽 ~ 158쪽 ---

홍영남(154쪽) : 친족 관계인 개체에 대해서도 같은 종류의 계산이 가능하다.
Dawkins(91쪽) : You can do the same kind of caculation for any degree of kinship you like.
이덕하 : 어떤 정도의 친족 관계에 대해서도 같은 식으로 계산할 수 있다.
        “any degree of”를 번역하지 않았다.



홍영남(157쪽) : 유전자 선택의 용어로 말하면 큰누나의 이타적 행동의 유전자는 부모의 이타주의 유전자와 같은 정도로 개체군 속에 퍼질 확률이 있어야 할 것이다.
Dawkins(93쪽) : In gene selection terms, a gene for big sister altruistic behaviour should have just as good a chance of spreading through the population as a gene for parental altruism.
        “big sister”는 ‘언니’ 또는 ‘누나’지 ‘큰누나’가 아니다. 큰누나는 누나 중에서도 나이가 많은 사람을 일컫는다.



홍영남(158쪽) : 윌슨E. O. Wilson은 그의 저서 <사회 생물학 : 새로운 종합Sociobiology : The New Synthesis>에서 혈연 선택을 그룹 선택의 특수한 예로서 정의하고 있다.
Dawkins(94쪽) : E. O. Wilson, in his otherwise admirable Sociobiology: The New Synthesis, defines kin selection as a special case of group selection.
        “otherwise admirable(다른 면에서는 뛰어난)”을 빼먹었다. 도킨스는 윌슨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는데 홍영남 씨가 임의로 삭제한 것이다.






--- 159쪽 ~163쪽 ---

홍영남(159쪽) : 모든 개체에는 공인회계사가 일정 과오확률로 산출하는 ‘평균 여명life expectancy’이 있다.
Dawkins(95쪽) : Every individual has an ‘expectation of life’ which an actuary could caculate with a certain probability of error.
        ‘actuary’는 ‘공인회계사’가 아니라 ‘보험회계사’다. 도킨스는 여기서 보험에 비유하고 있다.



홍영남(160쪽) : 엄밀히 말하면 평균 여명이라기보다는 ‘번식 기대치’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며, 더 엄밀하게는 ‘장래 기대에서의 자기의 유전자를 이롭게 할 일반적인 능력’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Dawkins(95쪽) : Strictly we should say ‘reproduction expectancy’ rather than ‘life expectancy’, or to be even more strict, ‘general capacity to benefit own genes in the future expectancy’.
        ‘general capacity to benefit own genes in the future expectancy’는 ‘장래 기대에서의 자기의 유전자를 이롭게 할 일반적인 능력’이 아니라 ‘자신의-유전자들을-이롭게-할-일반적인-능력 기대치’다. expectancy를 잘못 번역했다.



홍영남(160쪽) : 위대한 수리 생리학자인 헐데인까지도 이렇게 썼다.
Dawkins(96쪽) : Even the great mathematical biologist J. B. S. Haldane remarked:
        ‘biologist’는 ‘생리학자’가 아니라 ‘생물학자’다.



홍영남(160쪽) : 헐데인 자신도 잘 알고 있었겠지만 다행히 생존 기계가 그런 식으로 암산해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Dawkins(96쪽) : Fortunately, however, as Haldane well knew, it is not necessary to assume that survival machines do the sums consciously in their heads.
이덕하 : 하지만 다행히, 홀데인 자신도 잘 알고 있었듯이, 생존 기계가 머리 속에서 의식적으로 그런 계산을 한다고 가정할 필요는 없다.
        ‘consciously(의식적으로)’를 빼먹고 번역했다. 일반인들은 의식적으로 일어나는 과정과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과정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아서 도킨스를 오해하기도 한다. 도킨스는 그런 오해를 피하기 위해 신중하게 글을 썼는데 번역문에서는 그런 신중함이 잘 드러나지 못하고 있다.



홍영남(160쪽) : 그는 미분 방정식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고 개의치도 않지만 그 공을 잡는 기술은 이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Dawkins(96쪽) : He may neither know nor care what a differential equation is, but this does not affect his skill with the ball.
이덕하 : 그가 미분 방정식이 무엇인지를 알지도 못하고 개의치 않을 수도 있지만 이것은 공을 다루는 그의 기술에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        ‘may’를 빼먹었다. 도킨스의 문장을 보면 그가 미분 방정식을 아는지 모르는지는 알 수 없다.



홍영남(161쪽) : 가령 전체 득점이 마이너스라고 해도 최고 득점의 행동을, 즉 가장 작은 불운을 택할 것이다.
Dawkins(97쪽) : Even if all the scores come out negative, he should still choose the action with the highest one, the least of evils.
        ‘evils’는 ‘불운’이 아니라 ‘악’이다. 우리는 행운 또는 불운을 선택할 수 없다. 행운 또는 불운은 운명 또는 우연에 의해 결정된다.



홍영남(161쪽) : 어떠한 적극적 행동을 하더라도 다른 일을 하는데는 시간과 에너지의 소비가 있음을 기억하라.
Dawkins(97쪽) : Remember that any positive action involves consumption of energy and time, both of which could have been spent doing other things.
이덕하 : 어떤 적극적 행동도 다른 것을 하는 데 쓰일 수 있었을 에너지와 시간을 소비하게 됨을 기억하라.
        엉터리 번역이다.



홍영남(162쪽) : 그러나 동생과 사촌이 2개씩 먹었을 때 세 사람은 공통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므로 내게도 얼마의 득점이 부여된다.
Dawkins(97쪽) : But I shall also get some pay-off when my brother and cousin eat their two mushrooms each, because of our shared genes.
        “세 사람은 공통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므로”는 문제가 있는 번역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세 사람의 공통 유전자가 아니라 나와 동생의 공통 유전자 그리고 나와 사촌의 공통 유전자다.






--- 164쪽 ~ 168쪽 ---

홍영남(164쪽) : 가령 A와 B의 부모가 같은 형제인지 아버지가 다른 형제인지를 모를 때를 생각해 보자.
Dawkins(98쪽) : For example, suppose that A and B could equally well be either half brothers or full brothers.
이덕하 : 예컨대 A와 B가 아버지가 다른 형제(half brothers)일 가능성과 아버지도 같은 형제(full brothers)일 가능성이 같다고 가정해 보자.
        원문에서는 두 가지가 가정된다. 첫째, “hafl brothers”인지 “full brothers”인지 여부를 모른다. 둘째, 두 가지의 가능성의 확률은 50% : 50% 이다. 번역문에서는 “50% : 50%”이라는 가정이 삭제되었다. 이 가정은 바로 다음 문장에서 3/8 이라는 수치가 나오는 근거가 된다.



홍영남(164쪽) : 다행히 이들 내용은 둘 다 거의 같다.
Dawkins(99쪽) : With a bit of luck these two may amount to nearly the same thing.
        “With a bit of luck”는 “다행히”가 아니라 “운이 약간 따른다면”이다. 물론 운이 좋지 않다면 둘이 상당히 다를 수도 있다.



홍영남(165쪽) : 상상컨대, 인종 편견이란 육체적으로 자기를 닮은 개체를 인지하고 외견상 다른 개체를 싫어하는 성질이 혈연 선택에 의해 진화하여 그것이 비이성적으로 일반화된 결과 생긴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Dawkins(100쪽) : Conceivably, racial prejudice could be interpreted as an irrational generalization of a kin-selected tendency to identify with individuals physically resembling oneself, and to be nasty to individuals different in appearance.
        “identify with”는 “인지하고”가 아니라 “공감하고”, “동정하고”이다.



홍영남(166쪽) : 구성원이 별로 돌아다니지 않는 종이나 구성원이 작은 그룹을 이루고 돌아다니는 종에서는 자기가 만다는 개체가 누구든 자기와 친척일 가능성이 크다.
Dawkins(100쪽) : In a species whose members do not move around much, or whose members move around in small groups, the chances may be good that any random individual you come across is fairly close kin to you.
        “fairly close kin”를 그냥 “친척”이라고 번역했다. “상당히 가까운 친족”이라고 번역해야 한다. 혈연 선택에서는 거의 의미가 없는 8촌(근친도 1/128)도 친척이고 엄밀히 말하자면 심지어 사람과 얼룩말도 친척이다.



홍영남(166쪽) : 덧붙여 말하면, 물에 빠진 사람이 돌고래에 의해 구출됐다는 적어도 믿을 만한 이야기가 있다.
Dawkins(100쪽) : Incidentally, there is at least one well-authenticated story of a drowning human swimmer being rescued by a wild dolphin.
이덕하 : 덧붙여 말하자면, 야생 돌고래가 익사할 뻔한 사람을 구했다는 이야기 중 적어도 하나는 확실히 믿을 만하다.
        ‘wild(야생)’을 빼먹었다.
        “at least(적어도)”가 수식하는 단어는 “one”인데 그것을 빼먹고 번역했다.



홍영남(168쪽) : 그것은 아마도 모성 본능이 잘 선택되도록 하는 규칙 개정을 하려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었던 그런 실수일 것이다.
Dawkins(101쪽) : It is presumaly a mistake that happens too seldom for natural selection to have ‘bothered’ to change the rule by making the maternal instinct more selective.
이덕하 : 그것은 아마도 자연선택이 모성 본능이 좀 더 선택적으로 되도록 규칙을 바꾸려고 ‘애쓰기에는’ 너무나 적게 일어나는 실수일 것이다[그런 실수가 너무 적게 일어나서 모성 본능이 좀 더 선택적으로 되도록 진화가 일어나지 않았던 것 같다].
        엉터리 번역이다.



홍영남(168쪽) : 자식을 잃은 진짜 어미의 태도는 어떠한가? 새ㄱ기를 양자로 뺏기는 것은 최종적으로 진짜 어미의 이익인가?
Dawkins(102쪽) : and what the attitude of the real mother of the child is – it is, after all, to her advantage that her child should be adopted; … ?
이덕하 : 자식을 빼앗긴 진짜 어미의 태도는 어떠할까? 결국 자신의 자식이 입양되도록 하는 것이 진짜 어미에게 이익이 되는데 말이다.
        새ㄱ기를 양자로 뺏기는 것이 이익이 되는지 여부를 묻고 있는 것이 아니다.






--- 169쪽 ~ 176쪽 ---

홍영남(169쪽) : 한편 바다오리는 자기 알을 표면의 반점 모양으로 구별하고, 알을 품고 있는 도중에는 그것들을 더욱 차별적으로 아낀다.
Dawkins(102쪽) : Guillemots, on the other hand, do recognize their own eggs by means of the speckling pattern, and actively discriminate in favour of them when incubating.
이덕하 : 한편 바다오리는 반점 모양으로 자신의 알을 알아보고 알을 품을 때 적극적으로 구분하여 자신의 알만 품는다.
        “알을 품고 있는 도중에는 그것들을 더욱 차별적으로 아낀다”는 이해하기 힘든 번역문이다.



홍영남(169쪽) : 그리고 이 서클의 매력은 더 이타적인 다른 어미새가 그 암놈을 위해 그 알을 돌보는 것이다.
Dawkins(103쪽) : And the beauty of the scheme is that the other, more altruistic, adults would look after them for her.
이덕하 : 이 계획의 매력은 좀 더 이타적인 다른 어른 새가 그 암컷을 위해 알을 돌봐준다는 점이다.
        ‘scheme’는 ‘공동 육아 서클’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 육아 서클을 이용하는 ㅅ사가지 없는 암컷의 계획’을 뜻한다.
        ‘adluts’에는 성이 드러나 있지 않다. 조류의 경우에는 수컷도 알을 품는다. 따라서 ‘어미새’라고 번역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홍영남(170쪽) : 그렇다면 정직한 새가 순종하기를 거부하고 보복한다면, 그리고 알을 단 1개만 품는다고 결정하면 어떻게 될까?
Dawkins(103쪽) : ‘Well’, it might be said, ‘what if the honest birds retaliated by refusing to be blackmailed, and resolutely decided to sit on one egg and only one egg? …’
이덕하 : ‘만약 정직한 새들이 갈취당하기를 거부하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직 하나의 알만을 품기로 확고히 결심함으로써 보복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의문을 품을 수 있을 것이다.
        “to be blackmailed”는 “순종하기를”이 아니라 “갈취당하기를”이다. 여기서는 명령과 순종이 개입되지 않는다.
        “retaliated by refusing”은 “거부하고 보복한다”이 아니라 “거부함으로써 보복한다”이다.



홍영남(172쪽) : 젊은 암놈은 그 무리에 있는 늙은 암놈이 죽으면 그 후계자의 위치를 차지한다.
Dawkins(104쪽) : Young females remain in the pride and replace old females who die or leave.
이덕하 : 젊은 암컷들은 무리에 남아서 늙은 암컷들이 죽거나 떠나면 그 자리를 차지한다.
        “or leave”를 빼먹었다.



홍영남(172쪽) : 즉 무리 속에서 수놈끼리는 평균적으로 한쪽 부모를 가진 형제보다는 유연 관계가 멀고 암놈끼리는 사촌보다 유연 관계가 가깝다.
Dawkins(104쪽) : This is to say, males within a pride are on average slightly less close than half brothers, and females slightly colser than first cousins.
이덕하 : 즉 무리 속에서의 수컷들은 평균적으로 아버지가 다른 형제(half brothers)보다 약간 덜 가깝고 수컷들은 사촌보다 약간 더 가깝다.
        ‘half brothers’를 ‘한쪽 부모를 가진 형제’라고 번역했는데 이런 식으로 번역하려면 ‘한쪽 부모를 공유하는 형제’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한쪽 부모를 가진 형제’라고 하면 부모 중 한명이 죽었다는 뜻으로 읽힌다. 어머니가 다른 형제일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동물들이 형제로 ‘인식’할 수 없으므로 ‘아버지가 다른 형제’라고 번역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        ‘slightly less’를 빼먹고 번역했다. 여기서 도킨스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리 중의 수컷들의 근친도가 아버지가 다른 형제의 근친도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홍영남(172쪽) : 수놈들에게 이타적 경향을 갖게 하는 유전자, 가령 다른 수놈을 완전히 형제로 대하도록 행동할 것을 지시하는 유전자는 다른 수놈에게 충분한 친밀감을 표하지 않게 하는 유전자이다. 예컨대 6촌을 대하는 것과 같은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게 하는 유전자와 같이 평균하여 벌을 받을 것이다.
Dawkins(105쪽) : Any gene that went too far and made males behave in a friendly way more appropriate to full brothers would on average be penalized, as would a gene for not being friendly enough, say treating other males like second cousins.
이덕하 : 너무 나아가서 수컷들이 아버지도 같은 형제(full brothers)에게나 어울릴 법하게 너무 친절하게 [다른 수컷들을] 대하도록 만드는 유전자는, 충분히 친절하지 못하게 즉 다른 수컷들을 6촌처럼 대하도록 만드는 유전자와 마찬가지로 평균적으로 볼 때 불리하게 된다.
        수컷끼리는 근친도가 half brothers의 경우와 비슷하기 때문에 너무 친절하게 즉 full brothers를 대하듯이 대해서도 안되고 너무 불친절하게 즉 second cousins를 대하듯이 대해서도 안된다는 말인데 엉망으로 번역했다.



홍영남(173쪽) : 왜냐하면 그가 나의 유전자를 100%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고, 나 또한 그의 유전자를 100%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는 그 사람 이상의 가치가 있다.
Dawkins(105쪽) : because although it is possible that he bears 100 per cent of my genes, I absolutely know that I contain 100 per cent of my genes, so I am worth more to me than he is.
이덕하 : 그가 나의 유전자들을 100%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나는 내가 나의 유전자들을 100%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기 때문에 나의 입장에서 볼 때 나는 그보다 더 가치가 있다.
        엉망으로 번역했다.
        게다가 원문의 강조체를 무시했다. 홍영남 씨는 원문의 이탤릭체를 상습적으로 무시한다.



홍영남(174쪽) : 외할아버지는 친할아버지와 동등하게 손자에게 확신이 간다.
Dawkins(106쪽) : Maternal grandfathers are just as sure of their grandchildren as paternal grandmothers are,
        ‘paternal grandmothers’는 ‘친할아버지’가 아니라 ‘친할머니’다 그리고 이것은 이 문장에서 매우 중요하다.



홍영남(174쪽) : 실제로 남편의 외도가 매우 흔한 사회에서는 외삼촌이 ‘아버지’보다 이타적일 것이다. 외삼촌 쪽이 그 아이와의 근친도에 대한 확신에 확실한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Dawkins(106쪽) : Indeed in a society with a high degree of marital infidelity, maternal uncles should be more altruistic than ‘fathers’ since they have more grounds for confidence in their relatedness to the child.
이덕하 : 실제로 바람피우는 정도가 매우 높은 사회에서는 외삼촌이 ‘아버지’보다 더 이타적일 것이다. 왜냐하면 외삼촌이 경우에 아이와 친척이라는 사실에 대해 더 확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        ‘marital infidelity’를 ‘남편의 외도’라고 번역했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내의 외도다.




2006-08-31

  • 바닐라아이스크림 ()

      휴우... 정말 어렵게 읽어갔던 책인데, 솔직히 집중하기 어려운 문체도 번역가 특유의 습관이었고, 오역도 만만찮게 많았군요.
    아... 나의 아까운 독서시간 ㅠㅠ

  • 플랫폼 ()

      번역은 고단하고 지루해 질 수 있는 작업이기 때문에, 팀으로 번역을 해서(특히 학술서적은 절대로) 토론하고 상호 확인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독자들의 시간을 값지게 해주고, 번역자의 수고가 헛되지않게 하고... 또, 오역을 찾아낼 많은 사람들의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되겠네요.

  • 한반도 ()

      어느정도 발번역이라는 지인들의 농담을 듣고서 각오하고 읽은 책이었는데, 이렇게까지 발번역인지는
    읽고나서야 알 수 있었습니다. 문맥이 생뚱맞다고 생각한 부분이 많았는데, 그 원인이 기본적인 단어에
    대한 해석자체가 엉망이어서 그랬던 거군요. 제발 이기적 유전자는 새롭게 번역본이 나온다면
    젊은 학생들에게도 폭넓게 읽혀질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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