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의 진실 by 크루그먼

글쓴이
avaritia
등록일
2009-08-20 15:13
조회
5,31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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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그먼 교수가 노벨상을 수상한 뒤에야, 매우 뒤늦게 번역되어 나온 책입니다. (그의 거의 모든 저작이 우후죽순격으로 번역되어 나오고 있지요)

1996년에 출판된 책인데 한국에는 금년 5월말에야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크루그먼의 근작들을 보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저술들이 많은데 이는 뉴욕타임즈 칼럼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봅니다. 크루그먼만큼 쉽고 재미있게 글을 쓰는 경제학자도 흔치 않고, 대중적 인기까지 있기 때문에 책들이 많이 팔리고 있지요.

그런데, 이 '경제학의 진실 (원제: Pop internationalism)' 이라는 책은 원래 대중을 대상으로 한 책이 아닙니다. 크루그먼이 90년대 초반 Foreign Affairs 지 등 준학술 저널에 발표한 논문들을 모은 논문집입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칼럼보다는 살짝 어렵습니다. 경제학 언저리 전공자나, 관련 업계 종사자나 잡지를 탐독한 분 등 아무튼 약간의 사전 지식을 갖춘 분에게 재미있게 읽힐 것입니다.

이 책을 여기서 추천하는 이유는, 첫째는 당연히 마음에 들기 때문이고, 둘째는 이 책을 통해 크루그먼이 여러 가지 통념적 지식에 태클을 걸고 있기 때문입니다.(90년대 초중반 크루그먼의 이미지는 반항아 그 자체였습니다. 좀 더 심했더라면, 또는 내공이 충분히 받쳐주지 못했더라면 '괴짜 개김이'로 여겨질 수도 있었을 정도로... 이 사람의 경제학이 신고전파 주류 경제학과 비슷하면서도 살짝 다른 좀 신식이었기 때문이기도... 국제무역이론과 경제지리학 분야에서 독특한 학풍을 유지했고 복잡계 경제학의 초기 기여자이기도 합니다)

이 책의 원제인 Pop internationalism 은 '세계화'라는 통념에  대한 비아냥입니다. 대중들, 심지어 지식인들조차 세계화를 현대에 새삼스럽게 일어난 현상이자 대단히 큰 변인으로 그냥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죠.

이 책에서 태클 걸고 있는 주요한 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일종의 myth busting 인데, 클리어하게 쓰려다 보니 부분적으로 반론 불가능하지 않은 내용들도 있습니다. 아주 자세하게는 적지 않겠습니다. 스포일러가 되므로...

- 국가 경쟁력?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상품이나 기업은 경쟁하지만, 국가는 경쟁하지 않는다. 한 나라가 흥한다고 해서 '경쟁국'이 망한다는 증거는 없다.

- 비교우위란 상대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내부적인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특정 산업에서 비교우위를 상실했다고 나라가 망하는 것은 아니다. 국제무역이 세계의 경제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놀랍도록 낮다.

- 후발국의 산업화가 본격화되면 선발국의 제조업 실업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지나친 과장으로, 근거가 없다. 후발국이 발전하면 선발국의 경제상황이 안좋아진다는 것 역시 근거가 없다.

- 후발국의 빠른 성장은 투입의 증가 덕분이며 성장률은 급히 둔화될 수밖에 없다.

- 세계화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며, 오히려 '내수' 활동의 비중이 두드러지고 있다.

- 기술발전에 의해 소득 양극화가 일어났지만, 모든 직종에 일반화하여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앞으로 상황이 변할 가능성이 있다.


등등...


이중 많은 주제들이 싸이엔지에서도 토론되었던 것들인데요.
사회적 통념, 특히 정치인이나 정부 관료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내용에 반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믿는 바'가 굳은 분들에게는 불편하게 읽힐 부분들이 꽤 있습니다.

'국가 경쟁력'이라는 것, "일본을 뒤쫓자. 중국의 추격에서 벗어나자" 이런 말이 아주아주 큰 파워와 지지를 얻고 잇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니까요. 그런 면에서 볼 때, 크루그먼 교수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은 한국의 경제학자들이나 정부 언저리의 정책 입안자들에게는 꽤나 뜨악한 일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크루그먼의 주장(또는 노선)들이 한국의 일반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진다면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만) 한국 정부와 기득권층이 여전히 너무나 사랑하는 '개발 프로파간다'에 상당한 타격이 될테니까 말입니다.

  • 한반도 ()

     
    도서정가제때문에 출간된지 1년6개월 이후에야 사는 소비철학을 가지고 있지만서도, 이러한 책들이라면
    웃돈을 주고서라도 살만한 가치가 있는 책들입죠~~ 서로 자신만의 이론때문에 대치하는 경제학자들에
    관한 적잖은 책들을 읽어보면 제가 초심자이기에 겪는 혼란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정리가
    되어가는 것... 그런것 때문에 공부 혹은 독서를 하는게 아닌가 싶네요.

    동시에 세상돌아가는 것도 좀 알게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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