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류는 안 받아 주나요?

글쓴이
천칠이
등록일
2003-01-07 22:22
조회
4,773회
추천
40건
댓글
3건
이 게시판 제목이 책, 수필, 유머이군요.
근데 유머는 있는데 책 읽은 얘기나 잡기류의 수필은 거의 안 보이네요.
어느 분이던가요? 게시판 초기에 버스 얘기 올려주신 분 참 재밌었는데. 그런 실화가 전해주는 우리 사는 이야기를 기대했었는데 말입니다.

혹 우리 사이트가 너무 팍팍하거나 건조해 보이진 않나요?
자유게시판은 주로 과학기술 관련 기사 아니면 좀 딱딱한 토론, 그나마 이곳 게시판도 퍼온 얘기들이 많죠. 토론실이야 원래 그러라고 있는 거지만.

요새 분위기가 좀 뒤숭숭하다 싶으신 분들께 싱거우나마 양념 좀 쳐드릴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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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가 막 지난 시간.
방금 후배들이 떠나가고 죽돌이 셋이 남았습니다.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게 조용히 자기 일 하시는 선배님, 그리고 대학 동기로서 참 오래도 붙어 지낸 친구 하나. 돌이켜 보니 요 구성원으로 지새웠던 날들이 정말 많군요. 가끔은 느긋하게, 자주는 밀린 일들 처리 못해서 정신없이 일하다 시켜먹던 피자들이 생각납니다. 선배들이 만원 짜리 피자 한판 쏘면 공짜로 배채우는 재미에 온 종일 시달린 잡일들도 잊어버리곤 했었죠.

지금은 마침 좀 한가해 뵈는 야근이군요. 오랜만에 친구와 바둑을 한 판 두었습니다. 아, 얼마나 오랜만에 둬보는 엉터리 바둑인가. 바둑을 두는 건지 묘수풀이를 하는 건지 지들이 뒀다가 지들이 무르기를 몇 번이나 하는 엉터리 바둑. 옥집을 집이라고 우긴 제가 대박 졌습니다. 옥집은 하수에게 늘 환영처럼 보입니다. 특히 한 방향에 양쪽 마늘모 모양으로 난 옥집에  제일 많이 속더군요. 가장 많이 나오는 모양이기도 한데. 맨날 나오면서 맨날 당하니 어쩔 수 없는 하수인가 봅니다.

어디선가 아름다운 전자음이 들려서 가 보았습니다. 신나게 불계승한 친구가 침대에 누워 있더군요. 그 전자음이 알람시계에서 나는 소리인가 하고 시계를 들어서 귀에다 대어 보았습니다. 친구가 알람 맞춰놓고 못 일어나는 건 줄 알았더니 누워서 핸폰으로 오락을 하고 있네요. 민망해서 시계를 내려 놓았답니다. 녀석이 돌아보고는 기분 나쁘게 웃는 것 같습니다. 황당하여라.

평생 지금껏 풀칠했던 봉투의 몇 배는 될 것 같은 봉투를 며칠 사이에 풀칠하고 보내고 했더니 갑자기 멍해집니다. 자꾸만 딱풀이 손에 쥐어지고 뭔가 발라야 할 것 같습니다. 새로 실험 구상을 하고 재료도 주문해야 하는데 일이 손에 안 잡히네요. 세라믹끼리 실링을 해서 붙이려고 하는데 어떡해야 좋을까요?

딱풀로 바르면 참 좋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자, 이제 곧 길고 긴 이야기를 또 써야 할 때가 되어 오는데, 참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누군가 자신의 목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존재에게 자신을 납득시킨다는 것은 참 어렵군요.

싱거운 양념, 다음에 또 발라드리겠습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 여러분.

  • 김진용 ()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참 좋은 글이네요... 자주 일기 형식으로 써주세요 ^^ 참 세라믹끼리 실링해서 붙이려면 아교 성분 같은 거는 안될까요? TEM시편 붙이는 그런 종류 물질이

  • 김진용 ()

      있을텐데요 ^^; 온도가 높은데서 쓰는거면 안되겠지만...

  • 오영진 ()

      온도가...꽤 높져...아마...육칠백도 돼던가...아...전 글속에 등장한 바둑 승리자 입니다...-_-v....이친구...쓸데없는 글도 잘도 쓰져..그져?...^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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