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유럽출장기-프랑스편.... 엔지니어와 선진국

글쓴이
임호랑
등록일
2002-10-03 09:05
조회
6,16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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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인터넷 한겨레의 '영국 테마 기행기'에 현재 연재하고 있는 것 중 프랑스편 마지막회를 여기 게재합니다. 엔지니어가 프랑스, 독일, 영국에서는 어떻게 평가받고 또 역할은 어떠한지 등이 소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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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5일(일), 세느강변을 따라...

오늘은 파리에서 마지막으로 체류를 끝내고 오후에는 프랑스 남부의 트루즈(Toulouse)로 떠나는 날이다. 오전에 시간 여유가 있어서 마지막 여정을 세느강 유람선을 타는 것으로 정했다.
세느강 유람선 관광은 한 시간 15분 가량 걸리는데, 1층 보다는 2층에 타야 전망도 좋고 사진찍기도 좋다.

벌써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한데, 오전 10시인데도 강바람이 차갑다.
세느 강은 한강하고 비교하자면 강폭도 30-100m 정도로 좁고, 물도 깨끗하지도 않다. 세느강이 유명한 것은, 강 자체가 아니라 강 주변의 아름다운 건축물, 그리고 아름답다는 선전 그 자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P8250173a.jpg

세느강변에서 바라본 오르세 박물관


강변을 따라 파리의 유명한 건물을 상당부분 다시 볼 수가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오르세 박물관이다. 루브르 박물관보다 작지만 아담한 맛이 있다.
노틀담도 새로 볼 수 있고, 파리 시청도 볼 수 있다.

[사진] 지붕이 있는 산책로
<사진이 한 개이상은 올릴 수가 없게 되어있나봅니다. 사진이 나오게 할 수가 없군요. ㅎㄱ ㅎㄱ>

가다보니, 산책로 위에 지붕이 있어 비가 와도 조깅하거나 산책을 하는데 문제가 없겠다. 아마도 좁은 공간을 조금이라도 더 활용하려 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사진] 변함없는 위용의 에펠탑

위 사진은 유람선에서 바라본 에펠탑이다.
유람선이 에펠탑을 지날 때 보니까, 불어, 영어, 일어 3가지로 안내를 한다. 영어는 이해하겠는데, 일어까지 하는 것을 보니까 일본 관광객이 많긴 하나보다. 그런데, 에펠탑 소개하는데 보니까 에펠을 Artist로 소개하지 않고, Engineer로 소개한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우리에게는 건축가나 예술가로 알려져 있는 에펠을 기술자로 소개한다는 점은 눈여겨 볼 만 하다.

이 탑을 설계한 에펠은 어떠한 생각을 했을까?
첫째는 미적 가치겠지만, 둘째는 안전이 아니었을까 싶다. 탑의 안정적 구조를 보면 그런 느낌이 전해온다. 다음은, 다양한 기능에 가치를 두었던 것 같다. 방송관제탑, 도보 및 엘리베이터 관광탑 등으로서의 기능이 그것이다. 그리고 그 거대한 탑을 관리하기 쉽게 녹슴방지 금속재료를 쓴다든지 교체가 용이하게 하는 등 보이지 않게 이 탑이 수백년 갈 수 있게 기술적으로 뒷받침한 것이 돋보인다. 탑 건설 당시, 아름다운 파리시의 흉물이 될거라는 많은 예술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런 거대한 금속 조형물을 건설할 수 있었던 그의 기획 능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파리의 교통사고

유람선 관광을 마치고, 쌍젤리에 거리를 걸어서 되돌아오는데, 교통사고를 직접 목격하게 되었다.

[사진] 사람만 안 죽으면 사고구경보다 더 재밌는게 이 세상에...

뻑 하는 소리가 나서 고개를 돌려 보니 사람들이 구경하느라 몰려 서 있고, 이어 30초도 안돼서 어떻게 알고 달려 왔는지, 경찰차가 출동해서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두 차가 부딪쳐서 한 대는 아예 주저 앉았는데, 사람은 크게 다치지 않은 듯하다.

사실, 우리가 짧게 체류한 파리에서만 교통사고 목격이 이번이 처음 아니다. 어제도 개선문 주위에서 추돌사고 나는 것을 목격한 바 있다. 여기서는 사고가 나면, 양측 보험회사에서 자잘못을 가리고, 본인들은 사고 당시 정황만 기록해서 넘겨주면 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어제의 경우 두 당사자가 1시간 넘게 실랑이를 하는 것을 보니 차 사고나면 세상 어디나 다 비슷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차 운전에 대해선 서울하고 파리가 막상막하라는 생각이다. 파리 가는 사람들은 직접 운전할 때 서울이다 생각하고 운전하면 별 문제 없을 것 같다. 방어운전하고.... 하지만,
보행자 질서는 파리가 더 문란하고... 거리도 더 지저분하고.... 그런데, 건물은 무지 멋있고.... 이런게 파리 거리에 대한 단상들이다.

참 하나 더!
프랑스에서는 길거리 인터넷 하기가 너무나 힘들다.
길거리에 있는 인터넷 상점은 잘 있지도 않거니와 찾기도 쉽지 않고....
어쩌다 찾은 것은 과학박물관에 있는 인터넷이었는데, 속도도 느리고 또 자판도 표준영어자판이 아니라서 헛갈리고, 또 가격도 비싸고(30분에 3유로?), 한글폰트 아예 지원 안되는 경우도 나오고...


프랑스 남부 도시 트루즈로...

다음날 비즈니스를 위해 일요일 오후 늦게 트루즈로 향하는 프랑스 국내선 여객기에 몸을 실었다.

트루즈에 내려 숙소인 Holliday Inn에 들어가 보니 별일로 로비에 무료 인터넷이 설치되어 있어, 며칠만에 웹문맹에서 벗어나 '문화 시민'이 되었다. 감격스러운 순간이다. 호텔 방에는 대우 TV가 눈에 가득 들어온다. 한국에서는 삼성전자나 엘지전자한테 치여 천덕꾸러기 신세인 대우전자가 해외에서는 위풍당당하게도 건재하신 것이다!!!. 그런데, 그게 싸구려라서 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거라는데 생각이 미치니, 머지 않아 중국산 TV한테 밀려날 자리를 잠시 맡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트루즈는 우리나라로 치면 대덕 연구단지에 해당한다. 주요 정부 과학기술 기관과 첨단 기술 업체들이 즐비하다. 트루즈가 첨단 과학기술 도시인 것만은 아니다. 이 도시의 역사는 1000년이 넘으며, 지중해에 가까운 탓에 200-300년전에 무역이 융성하면서 커지기 시작하여 현재의 모양을 갖춘 것은 150년전이라고 한다. 계획도시답게 파리처럼 건물들의 높이와 색상, 디자인이 균일하다.

저녁식사는 다음날 방문할 회사 책임자와 그 부인이 동석했다.
프랑스 회사의 특징 중 하나는 책임자들이나 회사 중역 들중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의 젊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 친구도 우리로 치면 회사의 부장급인데 나이가 겨우 30대 중반이고 큰 아이가 5살이다. 이 친구의 직책은 영업부장(Marketing Manager)인데, 전자공학 석사다. 굳이 영업이나 기획 담당자들까지도 이공계 석사를 할 필요가 있냐고 묻자, 어떻게 첨단기술 분야에서 제품과 업무의 속성을 모르고서 비즈니스를 할 수 있겠냐고 되묻는다. 만약 자신이 다른 비이공계 전공을 이수했다면 지금 나하고 대화가 통하겠냐고 하면서, 프랑스에서는 이러한 이유로 이공계를 선택해야 보수도 많고 높은 직위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설명을 한다.

식사는 저녁 8시부터 시작해서 11시까지 진행되었다. 전식, 본식, 후식이 다 거창하게 나오는 이게 이른바 Business dinner다. 웬 호강에 배부른 소리냐고 할 지 모르겠지만, 먹는게 일일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경험한 게 이번 출장에서다. 특히, 프랑스 여배우가 우리 개고기 먹는 것 비난할 때 우리도 맞대응을 한 대표적인 프랑스 요리인, 푸아그라(Foie gras)는 정말 비위가 상해 먹을 수가 없었다. 이건 개고기보다 더 역한 냄새가 진동하는 고기다.

그런데, 트루즈는 바로 푸아그라 요리에 쓰이는 거위 양산지로서, 여기와서 이 요리 안 먹으면, 전주가서 비빔밥 안 먹는 거나 같은 것이다. 그런데, 비정상적으로 거위를 가두고 학대하여 거대하게 부은 거위 간을 취해 요리를 하면, 나머지 거위 고기는 어떻게 하겠는가? 그래서 트루즈에는 거위 요리가 발달해 있다. 그래서 이날 요리는 샐러드와 아이스크림 조금을 제외하고는 온통 거위요리였다. 체질적으로 개고기나 오리고기 냄새를 싫어하는 터라, 이날 저녁식사는 참으로 고역이었다. 저녁 식사에 초청해준 프랑스 회사측 사람들에게는 맛있다고 얘기했지만 말이다.

5살난 아들은 어디두고 부부가 나왔는지 궁금해서 프랑스 부인에게 물어봤더니, 마침 방학 때라 프랑스 북부지역에 있는 외가에 보냈다고 한다. 근데 부인이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아이들은 어떻게 기르는가 하고 물으니, 아이는 파트타임으로 집안일 하는 사람에게 낮에는 맡기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한다. 반면 여성들도 직업을 가지면서 아이들에게 여성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올바른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고, 또 남편하고도 집안일 얘기만 하기 보다는 직업적인 얘기를 주로 할 수 있어 부부간 서로를 이해하는데에도 좋다는 얘기를 한다.

한편, 우리나라는 최근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져 부부당 1.4명으로 선진국 최하위 수준이고 프랑스는 1.9명인데, 듣자하니 최근 프랑스에서는 다시 출산율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근데, 그 부인 남편 얘기가 요즘 프랑스에서는 여성들 힘이 너무 세져서 남녀평등에 대한 요구가 드세다(?)는 얘기를 농담삼아 한다.

어쩌다 미국 얘기가 나왔는데, 이 사람도 국제정세에는 일가견이 있다. 하기사 국제 비즈니스를 하는 매니저들한테, 세계사의 흐름을 잘 이해하고 정확히 맥을 짚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지금 미국은 쇠퇴기에 접어든 국가라고 단언하면서, 그 이유로 유로화의 지속적인 강세와 한 해 3000억불도 넘는 엄청난 미국의 경상수지적자를 예로 든다. 반면 지금 유럽은 경제통합 이후 새로운 도약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얘기다. 다소 프랑스 우월적인 시각이 없진 않지만, 지금 초강대국 미국에 정치, 군사, 경제적으로 맞짱을 뜰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인 프랑스인으로서 가질 수 있는 자부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일을 마치고 영국으로 가기 위해 트루즈 공항으로 가다보니, 웬 폐허 공장들이 눈에 가득 들어온다. 저게 뭔가하고 동행하던 프랑스인에게 물으니, 저게 작년 9.11 테러가 있은지 10일 후 이곳의 한 화학공장이 폭발한 사고여파로 아직껏 복구가 덜 된 것인데, 사고 당시 9.11 연쇄 테러가 아닌가 하고 말이 많았다고 한다. 당시 반경 3km내의 모든 유리창문이 몽땅 깨졌다고 하니, 폭탄테러로 생각할 만도 했겠다.

이러한 대형 사고는 우리만 나는 게 아니구나싶다. 과학이 발달할수록 대형 사고의 위험도 그만큼 커지고, 이를 막는 것도 과학기술이 발달해야만 가능하니, 이게 과학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잘못 연 것인지, 아니면 인류문명이 숙명적으로 걸어야 할 길인지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이번 여행에 있어서 가장 오래 체류한 프랑스!

그 사이 에펠탑도 그대로고, 개선문도 그대로지만, 내가 만난 프랑스인들은 다들 유럽의 재도약에 부풀어 있고, 4년 사이 프랑스 국민들의 영어실력도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파리는 세계적인 관광지로서 명성을 유지하려면 거리 청결, 교통안전과 교통질서, 화장실 복지, 지하철 안내 등의 측면에서 개선할게 많다는 생각이다.


html 태그 중에 싸이엔지에서는 안 먹히는 게 많아 일일이 수정작업하기가 힘들어 이거 하나만 게재합니다. 전문을 다 보시려면, 이곳에 가 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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