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야구 기피현상

글쓴이
박상욱
등록일
2002-10-10 15:13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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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네. 오늘은 최근 청소년들에게 불어닥치고 있는 야구 기피현상에 대해 저명한 해설가 하일떵씨를 모시고 대담을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하일떵씨.

하일떵 : 예 안녕하세요. 담배는 건강에 해롭습니다. 그리고 소변볼 때 말시키지 마세요.

사회 : 최근 야구 기피현상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일단 여기에 대해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하일떵 : 예. 사실 야구 기피현상이란 말이 생긴건 금년 초 이야깁니다만, 하루아침에 생겨난 현상이 아니거든요. 90년대초까지 야구 인기가 높았는데, 그 뒤로 계속 하락세예요. 그니까 고등학교에서 체육부원을 뽑는데, 야구보다 축구나 농구등 다른 종목을 선택하는 학생이 많다 이거거덩여. 야구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꾸준히 줄어들어 왔어요. 그러다가 급기야는말이죠. 작년엔 명문 구단인 서울 스누피스 가 지원자 미달사태가 났지요. 심지어 금년초엔 서울 스누피스 야구단에 합격하고도 울산 베르나스 축구단에 등록하는 선수들이 많아서 서울 스누피스가 추가 등록을 받았어요. 거참. 10년전만 해도 이런 일을 상상도 할 수가 없었거덩여.

사회 : 그렇군요. 야구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줄어들고 있다.. 문제는 문제군요. 그런데 뭐가 문제죠?

하일떵 : 아 뭐~ 글쎄요. 일단 우수한 학생들이 야구를 선택해야 우리나라 야구 실력이 유지가 될텐데. 사실 그동안 7,80년대 야구 인기가 높으면서 우수한 인재들이 야구를 많이 했어요. 그러니까 아시안게임 2연패도 하고 그러는 거 아니겠어요. 정부에서도 집중적으로 프로야구 띄워주고, 많이 키워 주기도 했지요. 야구선수들 연봉도 타종목보다 높은 편이었고, 신랑감으로도 인기가 괜~찮았거든요.

사회 : 그럼 왜 야구 기피현상이 생겼을까요?

하일떵 : 일단 연봉문제가 제일 큰 거 같아요. 축구나 농구가 연봉이 괴앵장히 쎄거덩여? 게다가 야구는 팀이 잘 해야되자나요. 혼자 잘해서는 한계가 있어요. 야구단에 소속이 안되가지고는 어디 가서 자기 기량을 써 먹을 데도 없자나요. 요새 애들이 좀 약삭빨라요. 돈 적게주고, 고생하고, 게임 많이 뛰고 훈련 많이 하고, 혼자 플레이할 수 없으니까. 야구 기피하는겁니다. 바둑이나 체스, 또 당구, 스타크 이런거 혼자 할 수 있거덩여. 세금도 탈루할 수 있구요. 훨씬 나은거죠.

사회 : 예.. 그런데 항간에는, 야구 기피현상은 선진국에서도 다 겪은 현상이다. 필드 종목 중심에서 체육관 종목 중심으로 체육구조가 재편되면서 일어나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이러는데요.

하일떵 : 아이구 답답한 소리죠. 제가 여러번 얘기를 했어요. 우리나라가 아직 그 수준이 아니거덩여. 체육관 종목 중심 체육구조는 국민소득이 2만불은 넘어야죠. 아직 만불 수준에서는 너무 일러요. 필드 종목이 밑받침이 되어 주어야 그게 가능하거덩여. 게다가 선진국은 야구수준이 이미 무척 높아요. 전 세계에서 우수한 선수들이 다투어 메이저리그로 몰리지 않습니까? 자국민이 야구를 기피한다고 해도, 도미니카, 일본, 한국, 멕시코등등 많은 나라에서 오기때문에 야구선수 수급에 전혀 지장이 없어요.

사회 : 또 지금 프로야구선수들 가운데에선 야구기피현상을 은근히 즐기는 선수가 있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일떵 : 머리에 총을 맞았나요. 왜 즐기는데요?

사회 : 아 네.. 야구 기피현상이 계속되서 우수한 인재가 야구를 안하면, 수급 조절이 될테고 그러면 지금 잘하는 야구 선수들이 희소성을 갖게 되니까 그때까면 대우가 좋아지고 연봉이 올라갈거다 그러더군요.

하일떵 : 아~무것도 모르는 소리죠. 그게. 지금 야구선수가 많아서 야구 기피현상이 난게 아니거덩여. 일본은 사회인 야구팀이 만 개가 넘고 프로팀도 열 개가 넘어요. 미국은 말할 것도 없지요. 야구 기피현상이 계속되서 우수 인재가 야구를 안하면 프로야구의 질이 떨어져요. 비인기 구단부터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게 될겁니다. 프로야구의 질이 떨어지고, 올림픽은 커녕 아시안게임 나가서 동메달도 못따고, 그렇게 되면 야구 인기가 더 사그라들고,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완전히 고사되는거에요. 중국 보세요. 지난 방콕 대회만 해도 야구 수준이 아주아주 낮았어요. 참가에 의의를 둔다 그랬어요. 그런데 이번엔 4강에 올라왔단말이에요. 다음 아시안게임때 어떻게 될지 몰라요. 게다가 메이저리그랑 일본 대만에서 뛰는 선수들이 중국으로 돌아간다고 생각을 해 보세요. 아이구. 무서워요.

사회 : 또 항간엔 아예 대학교 야구팀 수를 줄여버리자. 현실에 맞게 줄여야 프로선수들 연봉이 올라간다고 그러는데요.

하일떵 : 이 야구라는게 말이죠. 신기한게, 선수층이 두터울수록 우수한 선수가 많이 나와요. 이런걸 가리켜서 양과 질이 비례하는 경우라고 그러는데. 아무튼 담배는 몸에 해로우니까 어려운 건 묻지 마세요. 지금 당장 좀 많아보여도 그렇다고 줄이면 우리나라 야구 수준이 팍 떨어질겁니다.

사회 : 야구선수 출신 인사가 체육회 내에 너무 없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하일떵 : 그렇죠. 체육계 고위 인사는 태권도, 축구, 이쪽에서 꽉 잡고 있어요. 여고생들한테 인기 많기로는 농구, 배구, 축구선수들이 인기가 많지요. 뭔 얘기지. 암튼 야구선수들도 좀 체육회 고위직으로 많이 진출해야해요. IOC 위원도 나오고 그래야죠. 쪽수는 많은데 힘이 없어요 힘이.

사회 :  최근 발표된 '메이저리그 연수생 지원책'은 어떻게 보십니까?

하일떵 : 답답한 소리네요. 안그래도 우수한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거금 주고 못 데려가서 안달이에요. 그런데 거길 우리나라 돈 쥐어서 보내준다니, 남의나라 좋은 짓 하는거지요. 뭐 물론 걔들이 선진 야구를 배워 와서, 우리나라 야구를 발전시켜주면, 그건 괜찮은건데. 박찬호 김병현이보고 지금 우리나라 들어와서 야구하라고 해봐요 걔들이 들어오나. 연봉도 미국만큼 못주고, 운동할 수 있는 여건도 후지고 인기도 없는데 뭐하러 들어오겠어요. 들어와도, 걔들이 지금 하는 만큼의 제 기량을 발휘를 못해요. 우리나라 리그의 시스템을 정비할 생각을 해야지, 내보낸다고 다 해결될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에요. 그리고 메이저리그로 우리 선수들을 다 보내버리면, 국내 리그에선 2진 선수만 뜁니까? 좀 생각을 하고 대책을 내어 놓으면 좋겠단말이죠.

사회 : 말씀 듣고보니 참 위기감이 느껴집니다. 국내 야구선수의 수준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는지요.

하일떵 : 그나마 국제수준인게 야구죠. 그나마. 인기있는 농구 보세요. 외국에서 뛰는 선수가 한 명도 없어요. 아시안 게임에서도 우승 장담 못하죠. NBA랑 비교하면 참담하죠. NBA 2진에도 못 뛰는 선수가 우리나라 오면 펄펄 날아요 날아. 외국선수 한명 뛰네 두명 뛰네 가지고 싸웁니다. 세계수준이랑 무지하게 차이가 난다는거죠. 야구가 그나마 경쟁력이 있어요. 세계 야구 선수권에서도 굉장히 상위 그룹이거덩요. 우리나라가 앞으로 어떤 종목을 주력으로 삼아야 하냐 하면 야군데, 야구 기피현상이 심각하니 큰일 난거죠. 이제 실력 좀 있다 하는 선수들 다 외국 나가버리고, 벌써 그렇거덩여. 국내 야구는 거의 뭐 끝장나기 직전이다 이걸 알아야되요.

사회 : 일본에서 금년도 세계 골든글러브 2개 부문을 석권했다는데요. 대단하군요. 어떻게 보시는지요.

하일떵 : 부럽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죠. 그 세계 골든글러브라는게 보통 상이 아닌데. 특히 이번에는 대학시절 후보선수였던 선수하고, 프로구단도 아니고 실업야구단에서 성실히 뛰던 젊은 선수가 받았어요. 대단한거죠. 근데 우리나라 실정에선 이런 사람들이 자랄 수가 없어요. 시스템을 개선해야지, 우리 선수들 탓만 하면 곤란해요. 우리 선수들이 열심히 안해서 못 타는 것처럼, 그렇게 생각하면 안되죠. 일본만 해도 프로야구 역사가 우리보다 몇 배가 길어요. 우리는 아직 좀 어려운 면이 있고요. 이게 한 선수가 특출나게 잘한다고 탈 수 있는거라고 생각하면 좀 곤란한 거거덩여. 제가 몇번을 말씀을 드렸어요.

사회 : 예 오늘말씀 감사드립니다. 기회가 되면 야구 기피현상 해결책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방송 시간관계상 오늘은 여기까지 말씀 나누겠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해설..아니 대담에 하일떵씨였습니다.

copyleft by PSO

  • 천칠이 ()

      너무 멋진 작품입니다. 이렇게 잘 들어맞는 비유가 또 있을까요. 누가 신문선 역할 맡아서 만담식으로 시리즈를 만들어도 좋을 듯. 무척 기다리던 글을 만났습니다.

  • 김경우 ()

      저도 야구 좋아하는데 참 비유를 잘 하셨네요. 연구원 연봉을 야구선수(메이저리그 기준-최소 연봉이 20만 달러라 합니다.^^)정도로만 보장해준다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목숨걸고 달려들텐데....

  • 최성우 ()

      대담자가 하일떵(?) 해설가로 바뀌었군요...^^    박상욱님은 콩트 작가로 나서도 되겠습니다.^^

  • 기계과학생 ()

      Cool~~!!!!!

  • 정문식 ()

      상욱님의 촌철살인의 풍자에 감동했습니당... 너무나 시원하고도 무서운 메세지가 숨어 있는 풍자이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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