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백수의 사랑이야기 > 이거 길다! 아무나 들오지마

글쓴이
임호랑
등록일
2002-09-2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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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 내가 단골로 이용하던 만화방집 주인이 바뀌었다. 어떤 삭막하게 생긴 아저씨가
가게를 보고 있었다. 저 아저씨하고 사귈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다.

만화방아가씨 : 드디어 꿈에 그리던 만화방을 차렸다. 만화도 보구 돈도 벌구
일석이조다. 어제 만화방을 삼촌에게 지키게 했더니 삭막한 놈들만 만화방에
와 있었다. 오늘부터 열심히 나의 이공간을 꾸며야지.

백수 : 도저히 만화가 보고 싶어 안되겠다. 저번에 칼맞고 떨어진 그 '새'끼'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 미치겠다. 만화방에는 젊은 아줌마가 지키고 있었다.
그 때 그 삭막한 아저씨 마누란가부다. 나이차가 엄청 많이 나 보인다.
담에 그 아저씨하고 친해지면 젊은 마누라 얻는법이나 배워야겠다.
저 아줌마가 불쌍해 보였다.

만화방아가씨 : 생각대로 만화책보며 돈을 버니 사는 보람을 느낀다. 내일은 오디오를
설치하고 클래식음악이나 틀어야 겠다. 음악속의 독서. 생각만해도 너무
낭만적이다. 오늘은 왠 백수같은게 불쌍한 듯이 날 쳐다봤다. 저 자식이 왠지
한권책값으로 여러권보는 부륜거같은 느낌이 왔다. 단단히 감시해야지..

백수 : 만화방에서 왠 클래식..? 저아줌마 옛날에 다방레지였던거 같다. 그럼 그때 그
아저씨는 기둥서방인가 부다. 저 아줌마가 가여운 생각이 들었다.
한권값으로 책 세권을 봤다. 오랜경험에서 오는 빠른 동작이다.
저런 초짜 아줌마가 눈치챌리 없다.

만화방아가씨 : 그 백수같은 자식이 또 불쌍한 눈초리로 날 쳐다봤다. 재수없다.
뭔가 이상한짓을 하는거 같아 보이는데 단서를 못잡겠다.

백수 : 만화방 아줌마가 음악을 들으며 꾸벅꾸벅 졸고 있다.
어찌 보면 이쁜거도 같다.
배가 고파 "여기 아줌마 라면 하나요.".라고 말했다. 그 아줌마가 졸라
열내며 "여긴 라면 안해요.. 아저씨.."라고 대받아쳤다. 안하면 안하는거지
화는 왜 내는지 모르겠다. 어제 기둥서방한테 대들다 맞았나부다.. 신경이
날카롭다. 내가 만화방경력 10년에 라면 안끓여주는 만화방은 첨이다.

만화방아가씨 : 자꾸 졸음이 온다. 디따 심심하다.
오늘 신간 올때까지는 할일도 없다. 또롯또테잎하나 사서 틀어야겠다.
단골 백수녀석이 날 아줌마라고 놀렸다. 아직 남자손한번 못만져본 숫처녀한테
아줌마라니..... 저녀석 졸라 밉다. 내일은 화장하고 나와야 겠다.

백수 : 주인 아줌마가 화장을 하고 나왔다. 좀 야리꾸리해 보인다. 남편되는 사람이
잠자리를 자주 같이 안해주나 부다. 트롯트음악이 나오는 걸루 봐서.
기둥서방이 제빈가 부다. 근데 왜 주인아저씨는 한번도 보이지 않는걸까...
쥐포천원치를 구워달랬다. 그 아줌마가 쥐포굽다가 손을 대었다.
단골집 주인이라 할 수 없이 옆 쌀집에가 간장을 얻어다 발라주었다.
고마운 마음이 들었나? 아줌마가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만화방아가씨 : 그 단골백수가 내 이쁜얼굴을 보더니 눈이 개슴츠레해졌다.
역시 내 미모는 감출수 없나부다. 그녀석이 쥐포를 구어달랬다.
독서하면서 뭐 먹는 녀석이 낭만이 있을리 없다. 디었다. 엄청 아팠다.
그 백수녀석이 간장을 얻어다 발라주었다. 진짜 황당한 녀석이다.

백수 : 앗 오늘은 그 아줌마가 없다. 그때 삭막한 아저씨가 만화방을 보고있다.
주기를 따져 보니 한달에 한번은 집에 들어오나 부다.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때쯤 그 아줌마가 돌아왔다. 그리고 그 아저씨 보고 삼촌 고맙다며 인사를
했다. 그럼 저사람이 남편이 아닌가벼.. 주인 아줌마를 썩 쳐다봤다.
외출복을 입은 그녀가 오늘따라 섹시해 보인다.

만화방아가씨 :오늘은 한달에 한번 있는 동창 곗날이라 삼촌보고 만화방을 봐달랬다.
좀 꾸미고 친구들과 만나 재밌게 놀았다. 만화방에 돌아 왔을때 그
백수녀석이 나가다말고 나를 이상한 듯 쳐다봤다. 마약맞은 놈 같다.

백수 : 오늘 큰맘먹고 아줌마한테 "아줌마 진짜 라면 안돼요?" 라고 물었다.
아 실은 아줌마. 아줌마 맞아요? 라고 물어봐야 했었는데.... 주인 아줌마가
그랬다. "나 아줌마 아녜요. 라면도 안해요.." 신경질적인 답변이 왔다.
아줌마가 아니랜다. 기뻤다. 자세히 보니 무진장 예뻐보였다.

만화방아가씨 : 그 백수녀석이 또 날 아줌마라고 놀렸다. 라면하구 원수진 녀석같다.
라면 안된다고 했는데 상당히 기쁜표정을 짓는다. 경계해야 될놈이다.

백수 : 아침 문여는 시간에 그녀를 보러 만화방에 갔다. 금방 밥먹다 나왔나부다 얼굴에
밥풀이 묻어있다. 이제는 그 모습도 귀여워 보인다. 그래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마도 난 그녀를 좋아하기 시작했나부다.

만화방아가씨 : 백수녀석이 아침부터 밥도 못먹게 들이닥쳤다.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 날 보고 실실쪼갠다.
단골이라 뭐라 할수도 없는 내 신세가 처량했다.

백수 : 그녀가 오늘은 왠일로 치마를 입고 앉아 있다. 너무 뇌쇄적이다.
다리가 참 이쁘다. 이래선 안된다라고 마음을 달랬지만 자꾸 눈이 그녀의
다리로 간다. 앗 치마 안쪽에 빨간 속옷이 살포시 비쳤다.
오늘밤 잠 못잘거 같다. 그녀의 빨간 팬티를 보았다는 생각을 하니 왠지
가슴이 벌렁거려 만화가 눈에 들오지 않았다.

만화방아가씨 : 오늘 왠지 치마가 입고 싶어졌다. 근데 게슴츠레한 그 백수 녀석 눈빛이
떠올랐다. 쪽팔리긴 하지만 고등학교때 입던 빨간 체육복을 안에다 껴입었다.
백수 그녀석이 만화책보다 말고 벌벌떨면서 나갔다. 약기운이 떨어졌나보다.

백수 : 점점 그녀가 좋아진다. 어떻게 하면 그녀의 눈에 띠게할까 고민이다.
만화방에 오는 모든 녀석들과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겠다.
그러나 그녀한테 말건네는게 이제는 부담스럽다. 점점 그녀앞에 위축되어
가는거 같다. 그녀가 내얼굴이나 알까..?

만화방아가씨 : 오늘도 그 백수녀석이 왔다.
다른놈들보다 유독 그가 눈에 띠는건 왜일까?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겠다.
그 백수녀석이 라면안끓여줬다고 삐졌나부다. 요즘은 쥐포도 안시켜먹고
만화책에만 열중하고 있다.

백수 : 그녀의 눈에 띠기 위해 목욕재계하고 옷도 깔끔하게 차려입고 만화방에 갔다.
역시 예상대로 그녀가 날 쳐다보았다. 여자는 역시 외모에 약한가 부다.
이제 그녀의 눈에 띠는건 시간문제다.

만화방아가씨 : 오늘은 그 백수가 오지않았다. 그와 비슷한 녀석이 있었는데 너무
깔끔했다. 맨날 오던 그녀석이 안보이니 허전했다. 다음에 라면 끓여 달래면
눈딱깜고 하나 끓여줘야 겠다. 상당히 속이 좁은 녀석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백수 : 오늘은 양복을 쫙 빼입고 만화방에 갔다. 만화방안에 있던 녀석들까지 날
쳐다본다. 이정도면 확실히 그녀 눈에 띨게 틀림없다. 그녀가 자꾸 쳐다보았다.
다음에는 용기를 내어 말을 걸어보자.

만화방아가씨 : 만화방에 왠 양복입고 온 놈이 있다. 무척 낯이 익은 얼굴이다.
만화방안에 있던 녀석들이 조기실업잔가부다 하고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자세히 보니 그 백수녀석이다. 무슨 흉계를 꾸미는거 같다.
잘때 문단속 잘해야겠다.

백수 : 큰맘먹고 그녀에게 말을 걸어볼려고 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만화책 뒤지는척 그녀를 몰래 쳐다보기만 했다. 나약한 내모습이 싫었다.
계산할때도 아무 말도 못하고 돈만 홱 던져주고 도망치듯 나왔다.

만화방아가씨 : 그 백수가 만화책을 뒤적이며 날 쳐다본다. 오늘은 기필고 단서를
잡아내고 말거다. 근데 녀석이 나갈때 만원짜리 던져주고 거스름돈도 안받고
나가버렸다. 내가 오해한걸까..? 라면 사다놓으라는 계시일까? 이상한 놈이다.

백수 : 오늘도 말을 걸지 못했다. 내자신이 한심스럽다.
자꾸 만화책꽂이만 서성거리며 그녀를 훔쳐보기만 했다.

만화방아가씨 : 그 백수녀석이 요즘 이상하다. 나에게 무슨할말이 있는거 같다.
자꾸 만화책꽂이를 돌아다니기만 할뿐 책을 보지는 않는다. 무얼찾는거 같다.

만화방아가씨 : 그백수녀석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제서야 알겠다. 성인 야한 만화책..
난 그러구 싶지 않은데.. 단골을 잃지 않을려면 할수 없다. 내일 당장 구해다
꽂아놓아야 겠다.

백수 : 오늘 드디어 결심을 했다. 최대한 호흡을 가다듬고 그녀앞으로 갔다.
그리고 "저기..."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녀가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뻤다. 내가 고백하기를 기다린건가..? 근데 내가 다시 입을 열기도 전에
손으로 어디를 가리켰다. 무슨 의미인지 몰라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보았다.
엄청 야한 성인만화가 많이 꽂혀 있었다. 그녀는 이 책들을 재밌게 본
모양이다. 나도 재밌게 보라고 권유하는 야릇한 미소를 짓고 있다.
많이 밝히는 여자같다. 그녀의 순수한 이미지가 깨질려고 한다.

만화방아가씨 : 그가 드디어 말을 걸었다. 좀 쪽팔린가부다. 그럴만두 하지..
그가 원하는걸 이미 준비해둔 나는 그가 더이상 쪽팔리지 않게 하기위해
손으로 그곳을 가르켜 주었다. 기쁜 표정으로 짤래짤래 그 곳으로 가는
그 백수 뒷모습이 조금 귀여워 보여 미소를 지어보여주었다.

백수 : 순수해 보이던 그녀가 매일밤 혼자서 저런 야한 만화책을 쌕쌕거리면서 보는거
같아 의심스런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어제도 저걸 밤이 깊도록 본 모양이다.
오전부터 졸고있다. 하지만 여전히 난 그녀를 좋아한다.

만화방아가씨 : 어제밤 늦게까지 음악에 젖어 소박한 사랑이야기를 꿈꾸다 잠을 못
이루었다. 몹시 졸리다. 졸고 있는데 그 백수가 왔다. 그도 졸린 눈을 하고
나를 쳐다본다. 저런 눈은 왠지 음흉스럽다. 집에는 잔뜩 음란잡지가 쌓여
있을거 같다. 여전히 저백수는 경계심을 일으키게 한다.

백수 : 그녀를 생각하며 시 한편 적었다. 애틋한 감정이 솟구친다. 밤에 그녀 만화방
주위를 서성거려 보았다. 닫힌 만화방 창문사이로 작은 불빛이 비쳤다.
피곤한 하루를 접고 잠을 이루는 그녀만의 공간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이리라.
그녀는 오늘 무슨 생각을 하며 잠을 청하고 있을까..? 별빛같은 미소를
머금고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 작은 불빛의 공간안에서
오늘과의 작별을 아쉬워하고 있을 것이다. 그 불빛을 뒤로 하고 그녀를
생각하며 난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만화방아가씨 : 변비 때문에 죽을 지경이다. 나같이 이쁜 숙녀한테 하늘이 시기하며
내린 벌같다. 벌써 한시간째 화장실에 앉아 있다. 오늘은 꼭 성공하리라
다짐하지만 여간 힘이 쓰이는게 아니다. 찡그린 얼굴때문에 주름살이 생길까
걱정이 된다.

백수 : 그녀가 오늘은 왠지 헬쓱해 보였다. 무슨 고민이 있는거 같다. 용기를 내어
힘내세요란 말을 남기고 만화방을 나왔다. 내가 생각해도 멋있는 말을 남긴거
같다. 그녀가 내마음을 알아주어야 할텐데...

만화방아가씨 : 그녀석이 어제 변비땜에 고생한걸 어떻게 알았을까..? 귀신같은 놈이다.
"힘내세요." 분명 날 놀린 말이 틀림없다. 그가 요즘 좀 좋아질려고 했는데,
나의 아픈곳을 그렇게 매정하게 긁고가다니.. 원수 같은놈..

백수 : 만화방에서 오늘 일곱개의 숟가락이란 만화를 보았다.슬프고 진한 감동이 왔다.
세권을 읽었을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고개를 들고 눈물을 훔치고 있는데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쪽팔렸다. 사내자식이 만화책보며 운다고 놀릴것 같다.
부끄러워 고개도 못들고 계산을 하고 바로 나와버렸다. 다음부터 그녀
대하기가 어려워질것 같다.

만화방아가씨: 오늘 그 백수가 만화책을 보더니 눈물을 흘렸다. 꽤 슬픈 만환가보다.
그녀석은 나갈때까지 그 책의 여운이 남았는지 슬픈 표정을 지었다. 오늘밤에
그 만화책을 보며 나도 울었다. 그 백수자식 생각보다는 여린 면이 있다.
그녀석 얼굴이 떠올라 괜한 미소가 머금어 졌다.

백수 : 오늘 잘못했다간 맞아 죽을뻔 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난걸까?
그녀 만화방에서 불량고교생 두명이 행패를 부렸다. 한권값으로 한 열권을
본모양이다. 그녀가 그걸 눈치채고서 돈을 더 내라고 하다가 싸움이 붙었다.
애그 자식들 나처럼 능숙한자도 세권 이상은 안했는데..무모한 놈들이다.
하여간 주인이 여자니까 이것들이 엄청 날뛰었다. 나두 겁이 졸라 많이났다.
만화책을 덮고 집으로 갈려고 했는데 .. 이것들이 그녀를 툭툭친다.
순간 나도 모르게 툭툭치던 놈에게 주먹을 날렸다. 그리고 다른 한 녀석을
겁나게 째려보았다. 그자식이 "머 머야. 이 자식.. 니가 먼데 끼드는데..."라고
말했다. 나이도 어린게 반말을 썼다. 기분이 엄청 더러뎬? 보통 영화나
연속극의 이런 상황에서 나 이여자 남편이다.
또는 약혼자다 그러는 걸 본적이 있어서 나두 그렇게 말할려구 했는데
그기까지는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냥 "나 백수다" 라고 말해버렸다.
아까 맞은 녀석까지 정신을 차리더니 웃었다. 그자식들 아주 악랄한 놈들은
아니었나 보다. 내가 덩치가 좀있고 인상이 더러버 보였는지 그냥 있는돈이
이거뿐이라며 내고 가버렸다.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는걸 느꼈다. 그녀는
자기 자리에 앉아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뭔가 위로의 말은
해주어야겠는데. 할말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본 만화책값을 살며시
놔두고 그냥 나왔다. 그녀는 내가 백수라고 말한걸 분명히 들었을것이다.
다음부터 어떻게 그녀 얼굴을 보나..?

만화방아가씨 : 오늘 큰 낭패볼뻔 했다. 어떤 고딩둘이서 돈도 안내고 만화책을 자꾸
바꿔 보았다. 어떻게 한권값으로 열권이나 보냐.. 몹시 열받았다.
그래서 돈내라고 했더니 툭툭 치며 날뛰었다. 괜히 싸움걸었나 싶었다.
겁도 났다. 눈물이 날려는걸 꾹 참았다. 근데 그 백수녀석이 나타나 한녀석을
한방에 때려 눕히더니 다른 녀석을 겁나게 째려보았다. 멋있었다.
근데 그 상황에서 나 백수다라고 그러다니 갑자기 너무 웃음이 나왔다.
애써 날 도와주었는데 웃고 있으면 그가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았다.
그래서 두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혹시 말을 걸면 운것처럼 보이기 위해 침으로
눈에다 찍어 발랐다. 그런데 그냥 나가버렸다. 오늘 잠자리에 드는데 날
도와준 그가 자꾸 눈에 어린다. 내일 그가 오면 고맙다고 말하고 라면 하나
끓여 주어야 겠다.

백수 : 내가 백순게 탄로났다. 그녀 만화방에 갈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집에서 라면이나 끓여 먹고 잠이나 자야겠다. 라면을 먹는데 귀가 엄청
간지러웠다. 아무래도 라면에 이상이 있는거 같다.

만화방아가씨 : 어제 도와준게 너무 고마와 그를 위해 아침에 시장에서 생라면 사리와
표고버섯 시금치등을 사가지고 왔다. 육수도 만들어 그가 오면 바로 끓여서
줄것이다. 방부제든 시제품 라면으로는 이렇게 진하고 여운이 남는 맛을 내기
어렵고 정성도 결여된 것이기에.. 오늘 좀 신경을 썼다. 근데 이 녀석이
나타나지 않았다. 닳아져 가는 육수를 보며 그 녀석 욕을 엄청했다.
좋아질려고 하면 꼭 딴쪽으로 샌다.

백수 : 오늘 컵라면 하나 사가지고 만화방에 갔다. 어짜피 백수라고 알려진 것.
더이상 쪽팔릴것두 없다. 그녀가 오늘따라 화사하다. 용기를 내어 "아..아..
아줌마 뜨거운 물좀 주세요.."라고 말했다.. 으이그... 아가씨라고 말했어야
했는데.. 그녀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며 물을 부어주었다. 근데 라면 맛이
이상하다. 상한거 같다. 이상한 고기 비린 맛이 났다. 아까왔지만
화장실에 부어버렸다.

만화방아가씨 : 그가 컵라면을 가지고 만화방에 왔다. 라면개시하라는 무언의 시위같다.
그가 또 아줌마라 그랬다. 엄청 얄미웠지만 그 때 도와준 일도 있고 해서
인심을 써 육수를 부어주었다. 근데 녀석이 라면을 먹다말고 화장실로 간다.
먹으면서도 쌀수가 있다니 부러운 놈이다.

백수 : 오늘 만화방에서 더럽게 생긴 두녀석을 보았다. 한녀석은 노란추리닝에
피시에스를 낀놈이고 한녀석은 짝이 안맞는 딸딸이를 신고 있었다. 저 녀석들
부모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그녀는 고혹한 모습으로 계산대에
앉아 졸고 있다. 사랑스럽다.

만화방아가씨 : 백수 그녀석 말고 눈에 띠는 녀석이 둘이 들어왔다. 내가 만화방차린게
후회된다. 저것들도 단골이 될까봐 두려운 생각마저 든다. 노란 추리닝녀석이
나보고 아줌마라 그랬다. 딸딸이녀석은 라면을 시켰다. 죽고싶다. 계산하고
나갈때 딸딸이 녀석이 동전을 한움큼 내놓고 갔다. 애들 콧물이 묻어 있는거
같은 느낌이 왔다. 추리닝녀석은 피시에스를 꺼내더니.. " 내가 말이야
만화방으로 자리를 옮겼어.." 라는 이상한 말을 지껄이더니 마지막에
"아줌마 이거 피시에스에요"라는 말을 던지고 나갔다. 왠지 지구인이 아닌거
같았다. 백수 그녀석이 오늘따라 멋있게 느껴지는건 왜일까?

딸딸이(특별출연) : 만화방 여주인이 이뻤다. 이 백수친구만 안 데리고 왔어도 여기를
단골로 다닐텐데.. 저녀석땜에 쪽을 다팔았다. 짝재기 딸딸이도 왠지 맘에
걸린다. 라면을 시켰는데 주인 아가씨가 아무반응이 없다. 아마 이녀석이
아줌마라 불러서 화가 났나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이라곤 짤짤이해서 딴
동전들 뿐이다. 나갈때 좀 쪽팔리겠다.

노란 추리닝(특별출연) : 졸라 야한 만화책이 많다. 재밌다. 주인 아줌마한테
피시에스 자랑이 하고 싶다. 나갈때 자랑하고 나가야쥐..

백수 : 오늘 만화방에서 짜장면을 시켜먹었다. 계산하려고 나왔는데 마침 그녀가
누구와 전화를 하고 있었다. 무슨 재밌는 이야기를 나누나부다. 계속 웃는다.
날보는 눈짓이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하는것 같다. 오래 해도 돼요..
이렇게 가까이서, 이렇게 오랫동안 그녀 얼굴 쳐다본적이 그전에 있었던가?
행복하다.

만화방아가씨 :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오늘 기분이 심난해서 오늘밤에 여기로 온다
그런다. 친구와 그렇게 전화를 하는데 그 백수녀석이 계산대에 왔다. 그의
얼굴을 보니 코위에 짜장이 엄청 묻어 있다. 저렇게 생긴것두 웃긴데
짜장까지.. 막 웃었다. 친구가 얘기하다 말고 왜 자꾸 웃느냐고 '지' '랄'을
했다. 뭐가 묻었는지도 모른채 그는 행복한표정이다.

백수 : 예전 만화방주인일때는 만화방도 대신 봐주고 그랬다. 그런데 그녀는 내가
그렇게 줄기차게 다녔는데도 그런 부탁하나 안한다. 내가 의심스럽게
보였나? 하기야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백수한테 가게맡길 사람이 어디껏나.

만화방아가씨 : 내일은 내친구 결혼식이다. 삼촌이 요즘 바빠서 만화방을 못
봐준다고 그랬다. 할수 없이 내일은 문을 닫아야 하나... 그 백수녀석이
떠 올랐다. 나쁜 녀석같지는 않다. 아니 착한거 같다. 그에게 내일 하루만
봐 달라고 부탁을 해야 겠다.

백수 : 오늘 그녀가 내일 만화방 좀 봐달라고 했다. 기뻤다. 날 믿는다는 증거다.
이일을 계기로 그녀와 가까워졌으면 좋겠다. 오늘밤은 그녀생각에 잠이
오질 않는다.

만화방아가씨 : 그가 아침일찍 왔다. 제시간에 화장을 끝마쳤다. 그에게 열쇠와
오늘 신간 값 치를 3만원을 맡겼다. 그가 어디가느냐며 물었다.
날 아줌마로 아직 생각하고 있을까봐 선보러간다고 말했다. 내가 아줌마
아닌게 그렇게 충격적이었나? 그가 씁슬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이제는
아줌마 소리는 안하겠지.. 그가 내 얼굴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화장이 잘못되었나..? 괜히 신경이 쓰인다.

백수 : 아침일찍 그녀의 만화방으로 달려갔다. 뽀얗게 화장한 그녀 모습이
아름다웠다. 용기를 내어 어디가냐고 물었다. 선보러 간다고 했다.
슬펐다. 미웠다. 밝히는 여자니 이번달내로 시집을 가버릴것 같은
불안감이 밀려왔다. 그렇게 생각하니 좀 진하다 싶게 화장한 그녀 얼굴이
꼭 헤픈 술집 여자같이 보였다.

만화방아가씨 : 친구가 예쁜 드레스를 입고 사랑하는 남자와 행복하게 그 둘만의
인생길을 떠났다. 사랑하는 맘에서 꾸밈없이 나오는 행복한 웃음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수 없이 맑았고 아름다웠다. 그런 그 둘앞에 내 자신이
초라해 보였다. 축하는 해주었지만 왠지 내 마음 한 구석이 공허하다.
만화방으로 돌아왔다. 그 백수가 내가 늘앉아 있던 자리에서 졸구 있었다.
내가 졸던 모습도 저러했을까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그가 날 쳐다봤다.
고마움에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녀석이 날 보더니 "오늘 선본 남자가
굉장히 맘에 들었나 보죠..?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네.." 대뜸 이렇게
말했다. 저 백수녀석은 좀 좋아질려 하면 꼭 먼저 초를 친다.
기분이 나빠서 다다음주에 시집갈 날을 잡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가 한참 머뭇거리더니 "그럼..으..하여간 시집 잘가쇼.. 아줌마..!
그리고 오늘 번돈 8만 칠천 구백 구십원하구 아까 신간 값치루고 남은
삼천 오백원 여기 서랍에 넣어 두었소.. " 그리구선 홱 나가 버렸다.
뭔가 급한 볼일이 있는걸까 아니면 내가 늦게 와서 삐진걸까..?
오늘 만화방 봐준거에 대한 고마움은 다음에 해야겠다. 그 백수녀석
여전히 속하나는 좁은거 같다.

백수 : 그녀가 선본다는게 분했다. 어떤녀석이 만화책값으로 10원짜리 스무개를
냈다. 열받는데 석유를 붓는거 같았다. 그 중 한개를 냅다 그녀석한테
던졌다. 근데 이녀석이 쉽게 피해버렸다. 괜히 10원만 잃어버렸다.
그녀 방을 살며시 열어 보았다. 깨끗하게 정돈된 자그마한 방이었다.
야릇한 느낌이 들었다. 하루종일 그녀가 *나게 맘에 안드는 놈이
선보는 자리에 나오라 기도했다. 근데 뭐가 기분이 좋은지 그녀가 웃는
얼굴로 나타났다. 절망의 벽을 느꼈다. 열받으니 말이 술술 나왔다.
흑흑.. 그녀가 다다음주에 시집을 간댄다. 나는 어떡하라고 .. 눈물이
앞을 가려 정신없이 뛰쳐 나왔다.
내 마음을 몰라주는 그녀가 너무 야속했다.

만화방아가씨 : 아침에 만화방 청소하다가 십원짜리 하나를 주웠다.
오늘따라 왠지 그가 기다려진다. 만화방 봐준거 뭘로 보답할까 고민이다.
돈으로 보답할까? 너무 정이 없어 보인다. 곰곰히 생각하다 영화본지도
오래되고 해서 그녀석하구 영화나 보러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에게 전화를 해 이번주 토요일저녁에 요즘 인기 최고인 영화표 두장
예매해달라고 부탁했다. 그가 이영화 싫어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된다.

백수 : 오늘로 대기발령 육개월째고 집에서 놀기 시작한지 구개월째다.
여전히 내일기장엔 그녀이름이 꼬박꼬박 적히고 있다. 오늘 놀이터 벤취에
앉아서 담배연기로 그녀 얼굴을 그려보았다. 선본 남자는 어떤 놈일까
생각해 보았다. 백수는 아니겠지.. 그녀가 보고싶지만 나두 존심있는 남자다.
그래서 만화방에 가지 않았다. 며칠 밤을 그녀가 보고싶어 꺼이꺼이 울었다.
엄마가 취직이 안되어 우는가하고 기운내라며 곰탕을 끓여 주셨다.
곰탕을 먹을때마다 어머니께는 죄송한 마음이 든다. 며칠째 만화방을 멀리서
쳐다만 보고 돌아왔다. 그녀는 지금 무얼하고 있을까? 벽에 붙은
영화포스트가 눈에 들어왔다. 지금 인기 최고인 영화다. 재밌을거 같다.
불현듯 이번 주말에 그 선본놈하고 그녀가 이영화를 보러갈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배아프고 슬펐다.

만화방아가씨 : 백수녀석이 며칠째 안보인다. 오늘로 오일째다. 만화방 보아 준거
사례로 주말에 같이 영화 볼려고 예매한 티켓을 보니 마음이 조마해진다.
그녀석이 내일도 안오면 어떡하나, 혹시 이사를 간게 아닐까?
취직이 되어 바쁜거 아닌가?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백수 : 저녁 무렵에 또 만화방을 멀리서 쳐다보았다. 문이 닫혀 있었다.
정말로 그 녀석하고 영화를 보러 간걸까? 진짜 야속한 여자다. 내가 이렇게
가슴아파 하고 있는걸 알까?

만화방아가씨 : 오늘도 그녀석이 나타나지 않았다. 조금 슬프다. 영화티켓을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 마음도 심난한데 이 영화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티켓예매해준 친구를 불러 같이 보았다. 진한 감동의 여운을 주는 영화였다.
근데 자꾸 이 영화주인공 얼굴과 그녀석 얼굴이 교차되어 들어 온다.
그냥 피식 웃고만 말았다.

백수 : 삼일째 만화방 문이 닫혀 있다. 결혼식 준비하느라 바쁜가 보다.
야속한 여자야 그래 잘살아라. 하기야 백수인 나를 그녀가 관심이나 두었겠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어머니한테 나두 장가가게 선좀 주선해달라고 부탁했다.
돈도 못버는게 무슨 장가를 가겠다고 하냐며 딸딸이를 던지셨다.
피할수도 있었지만 맞았다. 아팠다. 그리구 슬펐다.

만화방아가씨 : 저녁부터 머리가 아프고 몸이 떨렸다. 몸살이 온거 같다.
다음날 아침에는 일어나지도 못할 만큼 몸이 말을 안들었다. 홀로 열이 나는
머리를 식힐려고 수건에 물을 적셔왔다. 힘들고 서글펐다. 그 다음 날은 더
아팠다. 약을 사올려고 했지만 일어날 기운이 없다. 저녁에 조금 한기가
가셔서 죽을 쑤어 먹었다. 빨리 나아야 할텐데.. 그 녀석이라도 있었으면
약사오라는 심부름이라도 시킬수 있었을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밤에 도저히 못견디겠다 싶어 친구에게 전화를 해 도움을 청했다.
그녀의 도움으로 약도 사먹고 해서 아프기 시작한지 3일만에 나아지는 기미가
보였다. 이제 혼자서 아픈몸을 돌볼수 있겠다 싶어 친구를 집에 돌려 보냈다.
4일째 여전히 몸이 별루 안좋았지만 그 백수녀석이 혹시 올까봐. 만화방 문을
열었다. 그치만 그는 오지 않았다.

백수 : 그녀를 어떻게 잊을까 생각중이다. 결혼하면 제발 만화방 때려치우고 딴데로
이사를 갔으면 좋겠다. 그녀가 말한데로라면 오늘이 그녀의 결혼식날이다.
축하나 해줄까? 하지만 내가 무슨자격으로... 멀리서 만화방을 쳐다보았다.
근데. 만화방이 영업중이다. 아마 딴사람이 봐주고 있는 모양이다.
독한 여자다.. 생활력이 강하다고 봐야하나...? 에라 잘됐다.
이 참에 못본 만화책이나 실컷 보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만화방 문을
열고 들어갔다.

만화방아가씨 : 드디어 그가 왔다. 깨재재한 모습으로.. 내가 그렇게 아팠는데
단골이라는 놈이.. 내가 무얼했나 걱정도 되지 않았을까..? 무척 반가웠지만
최대한 원망하는 눈으로 째려봤다. 하지만 왜 그랬을까. 아팠던거 때문일까.
눈물이 찔끔 나왔다.

백수 : 들어서자 마자 흠칫 놀랐다. 그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빗자루로 만화방
바닥을 쓸구 있었다. 왜 그녀가 여기 있지..? 결혼식이 내일인가..? 그래도
오늘은 엄청 바쁠텐데.. 어제였나? 어제라면 신혼여행을 갔어야지..
하여간 눈물이 날정도로 반가웠다. 그토록 그리워한 여인이었기에.. 결혼식이
파토났나? 연기되었나.? 뭔가 분한게 있는지 나를 째려봤다.
내가 뭘 어쨌다고.. 만화방바닥에 먼지가 많았나보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히는걸 보았다. 눈을 불어주고 싶었지만..
들고있는 빗자루가 맞으면 상당히 아플것 같은 무기로 보였다. 그래서 참았다.
아무말도 못하고 한참 있다가 용기를 내어 한마디했다.
"결혼식 연기됐어요? 아줌마.."

만화방아가씨 : 이자식이 여전히 아줌마라고 그런다. 결혼은 또 무슨말이냐..?
혹시 그때 내가 결혼한다고 말한걸 진짜로 믿은거 아냐? 진짜 바보다.
어떻게 선보고 그날 바로 날을 잡을수 있나. 이런바보녀석이 아직
존재하다니.. 그러니 백수로 지내고 있지.
누가 결혼한다고 그랬냐며 엄청 쫑을 주었다.

백수 : 그녀가 결혼안한다고 했다. 너무 기뻤다. 껴안고 싶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가 빗자루를 들고있다. 내일부터 또 만화방에 줄기차게 나와야겠다.
너무 기쁜 나머지 아줌마 내일봐요하고 인사도 하고 나왔다.

만화방아가씨 : 그 녀석이 끝까지 아줌마라고 놀리고 나갔다. 하지만 내일부터 그가
다시 나올것 같다.

백수: 만화방 달력에 빨간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는 날짜가 있는 걸 보았다.
무슨 날일까? 아마 한달에 한번정도 그 삭막한 아저씨가 오는 그날인가보다.
무슨날인가 .......? (음흉한 웃음) 조심해야겠다. 내가 그녀를 좋아하긴
해도 그녀의 성격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가스통같은걸 안다. 그날 잘못걸리면
뭔가 날라올것 같은 으시함이 들었다.

만화방아가씨 : 며칠있으면 내 생일이다. 이젠 내생일날을 축하해줄사람도 별루 없다.
슬프다. 달력에다 동그라미를 쳐놓고 나를 달래보았다. 혹 그백수가 이 표를
보고 내 생일인걸 생각할수 있을까? 괜한 기대는 하지말자. 그녀석은 인간의
탈을 쓴 바보다. 저길봐바. 가스통에 맞은 것처럼 으시시대잖아..

백수 : 그녀를 보러 만화방으로 갔다. 오늘은 이름과 나이를 꼭 알아야 겠다.
에.. 아줌마 ,,, 아줌마 노처녀 맞죠? 얼떨결에 이렇게 말해버렸다..

만화방아가씨 : 이 백수녀석이 아줌마도 모자라서 이제는 노처녀라고 놀린다.
열받아서 25살도 노처녀야? 라고 따졌다.

백수 : 25살? 생각보다 훨씬 어리네.. 그럼 나하고 3살차이니까..음..
딱 좋네..이렇게 생각하니 그녀가 더욱 사랑스러워 보인다.

만화방아가씨 : 그녀석이 내가 만으로 25살인걸 눈치챈것 같은 요상한 표정을 짓고
있다. 27살이라고 말해버릴까..? 저녀석 나이가 궁금했다. 그래서 그 쪽은
몇살먹은 백순데요?라고 말했다..

백수 : 역시 그때 내가 백수라고 한걸 들었구나..흑 28살이나 되어가지고 백수라
그럴까봐. 아줌마보다는 한살 많아요라고 말했다. 잘했쥐..

만화방아가씨 : 뭐야 연하잖어.. ! 연하도 괜찮을까..?...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저녀석이 나하고 무슨상관이라고..
다음에 기회봐서 말을 놓아야 겠다.

백수 : 만화방에 오늘은 좀 늦게 갔다. 안에는 그때 삭막하게 생긴 아저씨가 있었다.
그래서 만화책만 뒤적이다. 그냥 집으로 갔다. 가다가 생각하니 오늘이
그날이다. 조심해야겠다. 그러고보니 내가 지금껏 그녀를 좋아만했지 뭐하나
준게 없다. 편지도 한번 안보냈으니.. 호주머니에는 만원짜리하나가 있다.
뭘사가지고 갈까..? 아무래도 먹는게 남는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렸다. 순대 족발 통닭 닭똥집.....비암..
아무리 떠올려도 그녀가 좋아할만한게 없다. 근처에 제과점이 있었다.
나도 모르게 저기 가면 뭔가 살수 있을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케익을 샀다.
졸라 비쌌다. 만원으론 그기 있는 것중에 제일 작은거밖에 살수가 없었다.
그래도 포장을 해놓으니 순대나 족발싸놓은거 보다는 있어보인다.
아직 그녀가 돌아오지 않았나보다. 아저씨가 꾸벅꾸벅 졸구 있다.
저자린 아마 졸리게 만드는 무슨 마법이 걸려있는거 같다. 그 아저씨한테
이물건을 주며 어떤 멋있는 단골이 줬다라고만 말하라고 했다.
썩 나를 쳐다봤다. 왜 보셨을까..? 나도 의심이 갔다.
그래서 한마디 더했다. "이거 먹지 마요.." 그 아저씨가 왠지 그녈 안주고
먹어버릴것 같은 불안감이 자꾸 들었다. 그래도 오늘 뭔가 내 마음을 표시한
것 같아 기분이 괜찮았다.

만화방아가씨 : 오늘 내 생일이다. 아빠 엄마한테서 연락온거 말고는 아무도 내
생일을 기억하며 전화해준 사람이 없다. 초라한 느낌이 들었다. 오후에
친구를 만나 술이나 한잔하구 자축해야겠다. 그러던 차에 삼촌이 오셨다.
오늘 내생일이신걸 아셨나부다. 내가 만화방 봐줄테니 오늘 하루라도 맘껏
놀다 오라 그러신다. 겉모습과 달리 마음이 참 상냥하신 울 삼촌이시다.
같이 늙어가는 친구불러서 놀았다. 그냥 조용하게 제과점서 케익사서
파리하고. 저녁무렵에 괜시리 그때 그 영화 또봤다. 친구가 딴거 보자고
그랬는데 그냥 그 영화가 보고싶었다. 만화방에 가니 삼촌이 뭘 준다.
좀 덜떨어지는 백수같은게 그냥 단골이라 준다 그러면서 놓고 갔다는 것이다.
케익이다. 누굴까..? 혹시 그 백술까..? 좀덜떨어지는 놈이라니..
그런거 같다. 근데 그에겐 그럴만한 센스가 있을거라고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날 좋아하는 사람이 있나.? 나 오래 못살거 같다. 내 미모는 아무리
감출려고 해도 안되나보다. 흑흑.. 미인박명. 그녀석이 주었을까...
감히 백수연하주제에..근데 나 이거 그가 선물한 것이면 좋겠다.

백수 : 그녀 이름을 아직도 모르고 있다. 오늘은 과감히 만화책을 빌리자. 자연스럽게
내이름도 가르쳐 주고 기회를 봐서 그녀이름도 물어보아야겠다.
그 케익은 잘먹었을까..?

만화방 아가씨 : 그 녀석이 오늘 무슨 결의를 하고 온거 같다. 역시 그때 그 케익은
그가 준것이.. 무슨 고백이라도..? 근데..약간이나마 기대를 했던 내 자신이
한심스럽다. 들어올때 날 쳐다보지도 않고 만화책 몇권을 뽑아와가지고..
경색된 얼굴로 이거 빌려가겠습니다. 라고 그랬다. 난 또... 좀 아쉽다.
그러고보니 오늘 처음 빌려가는거 같다. 이녀석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 절호의
찬스다. 나보다 한살 어린걸 알고 있는터라 .. 버릇처럼 반말이 나왔다.
"이름이 뭐야..? 주소하구 전화번호 불러봐요.."

백수 : 뭐야".. 지금 나한테 반말을 한건가?. 한살정도 많은놈 한텐 자연스레 반말이
나온다..? 옛날에 잘나갔던 여자같다. 그래도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맘은
변함이 없다.


만화방아가씨 : 이름이 배준용이구 전화번호가.. 758-**** 흠.. 심심하면 장난전화나
걸어봐야 겠다.

백수 : 우쒸.. 내 이름만 가르쳐주고, 그녀 이름을 못물어봤다. 만화책 안갖다주면
울집에 전화가 오겠지.. 그때 기회를 잡자..

만화방 아가씨 : 그 백수녀석이 또 며칠째 안나온다. 내가 그동안 장난전화쳤던걸
눈치챈걸까? 빌려간 만화책을 잃어버렸나? 내일도 안나오면 만화책 가져오라고
전화를 해야겠다. 만화방안에 손님은 많은데 그녀석이 없으니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든다. 근데 그녀석 전화받는 태도는 고쳐야겠다. 나보고 사오정 귀파는
소리하지말고 썩 꺼져라고 그랬다. 나쁜놈..

백수 : 만화책을 사흘동안이나 안갖다주었는데도 그녀한테서 전화가 없다. 요 며칠동안
어떤 이상한년이 자꾸 장난전화를 했다. 동물원이냐? 사자한테 밥은 줬냐..?
심지어 아우웅 아우웅 별 개같은 소까지 내었다. 그렇지만 난 좋은말로
타일러 이런짓 하지 말라고 했다. 내일도 전화가 안오면 그냥 갖다줘야겠다.
지금 그녀가 몹시 보고 싶다.

백수 : 그녀가 오늘도 전화가 안올것 같다. 그래서 아침일찍 만화책을 들고 만화방으로
향했다. 설렌다. 오랜만에 그녀의 모습을 본다는 기대에 만화책을 들고 하늘을
날듯이 뛰어갔다.

만화방아가씨 : 오늘도 그녀석이 안오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처럼 화장을
하고 아침일찍 그녀석 집에 전화를 했다. 전화를 할려고 하던 차에 그가 숨을
헐떡거리며 만화방으로 들이닥쳤다.

백수 : 백수는 뭘 들고 함부로 뛰어서는 안된다는 걸 새삼 느꼈다. 만화방 들오기도
전에 탈진해 죽는줄 알았다. 만화방안에 손님이 아무도 없다. 화장을 하고
그녀가 어디에 전화를 하고 있다. 그새 딴놈하고 선본게 아닌가 싶다.
찌리릭 쳐다봤다.

만화방아가씨 : 숨을 헐떡거리며 못마땅한 듯 날 쳐다본다. 아무래도 내가 장난전화
한 걸 이녀석이 눈치챈거 같다. 그런거 같다고 생각하니 난줄 알면서도 그딴
소릴 나한테 했단말이야.?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그래 내가 사오정이다."
라고 말했다.

백수 : 갑자기 왠 사오정..? 그녀 이름이 오정이었나..? 내가 그녀 이름을 궁금해 하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혹시 그녀도 나한테 관심이 있나..?
근데 이름이 너무 이상하다. 숨을 한번 들이마시고 "이름이 오정이었어요.?
여기 만화책 가져왔는데요.. 이름이 참 이쁘군요. 성도 특이하고.." 라고
내딴에는 엄청 길게 또박또박 말했다. 나도 할수 있다. 아자!

만화방아가씨 : 뭐야 이녀석 누가 오정이라고.. 내가 장난전화한 거 모르는건가..?
그렇다고 내이름을 사오정이라고 믿어버리다니. 확실히 덜 떨어진 놈임에
틀림없다. 할수없다. 저녀석 성격에 아줌마. 노처녀.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오정이라고 날 부를게 틀림없다. 성까지 붙여서 말이다. 그래서 "제 이름은
지윤이에요. 권지윤. 누가 오정이라고 그랬어요.?.... 하여간 준용씨 연체료
물어야 겠네요.."말했다.

백수 : 야 단골한테 이럴수 있나.? 하루 늦은걸루 연채료라니..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왜 난 그녀한테 그런말할 용기가 없으니까... 아까 왜 사오정이라고
그랬을까.? 연채료 내고 나니 만화책 볼 돈이 없다.
할수 없이 그냥 집으로 왔다. 그녀 이름이 권지윤이랜다. 권지윤.
햐 이름한번 이쁘다. 그리구 그녀가 오늘 내 이름을 불러주었다. 내 마음은
그녀가 그려져 있는 아침하늘을 날고 있었다.

만화방아가씨 : 괜히 연체료를 물었나..? 바보같은 자식 그렇다고 삐져서 집에
가버리다니. 화장까지 했는데... 한살이라도 많은 내가 참자.



백수 : 만화방을 가다가 아직도 붙어 있는 그때 그 영화포스터를 보았다. 순간 이
영화를 그녀와 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이번주가 이 영화 마지막
상영인거 같다. 그녀가 나와 이영화를 봐줄 것 같은 느낌은 별루 안들었지만
바로 티켓을 예매하러 극장으로 달려갔다. 그녀와 영화를 같이 본다는
상상은 너무나 황홀하다.

만화방아가씨 : 만화방바닥을 쓴 먼지를 밖으로 버리다가 멀리서 달려오는 그
백수녀석을 보았다. 어찌보면 귀엽다. 내가 밖에 나와있으면 이녀석이 자길
기다린줄 알겠다.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 안있어 그가 들이 닥치리라.
숨을 헐떡이며.. 한참이 지났는데도 그녀석이 안들어온다. 왜 안들어 오는
걸까..? 먼지도 없는 쓰레받기를 들고 밖으로 나가보았다.

백수 : 드디어 영화표를 샀다. 내일 아침일찍 만화방가서 멋있게 보러 가자고
말해야겠다.

만화방아가씨 : 이녀석이 어디간걸까..? 그녀석이 하루종일 나타나지 않았다.

백수 : 늦잠을 잤다. 만화방에 가니 사람들이 많다. 전번에 본 노란추리닝 그녀석도
있다. 피시에스안테나로 콧구멍을 후비고 있다. 이빨도 엄청 누른거 같다.
하여간 이렇게 사람많은데서 그녀에게 말할 용기가 없다. 그녀와 오늘따라
눈이 자주 마주쳤다. 내일은 진짜로 일찍와서 말해야겠다.

만화방아가씨 : 저 백수녀석이 날 좋아는 하는거 같은데... 내생각인가..?
그녀석과 눈이 자주 마주친다. 지금 그녀석이 날보고 무얼생각할까.
궁금하다. 그녀석 너무 말이 없다.

추리닝(또한번특별출연) : 옆에 있는 백수같은게 자꾸 쳐다본다. 아마 피시에스없는
녀석같다. 이 피시에스에 눈독들이는게 틀림없다. 그래서 이건 절대
안된다고 씩 웃어보여줬다.

백수 : 아침일찍 왔더니 손님이 아무도 없다. 잘됐다. 꼭 말해야지. 근데 막상
영화표를 꺼내니 그녀에게 말할 용기가 없다. 그녀가 날 껌벅껌벅 쳐다본다.

만화방아가씨 : 그 백수 녀석이 오랜만에 아침일찍 문열자 마자 왔다. 날
쳐다보는것이 무슨 할말이 있는거 같다. 혹시나 싶어 그때 케익 혹시
자기가 준거냐고 물어봤다.

백수 : 말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그녀가 "저기요 혹시 케익..
그 쪽이 준거에요..?" 라고 물어봤다. 엥 그럼 지금까지 내가 준건지도
몰랐단 말이야.? "예? 아.. 예"라고만 말했다.

만화방아가씨 : 햐.. 저녀석이 준거가 맞구나.. 전혀 그런 센스가 없는거 같이
보이는 녀석인데. 놀라웠다. 그리고 그 답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백수 : 그녀가 말붙인게 용기가 됐을까..? 그래서 영화표를 꺼내며 "영화표가
있는데요.. 그시기요.. 요번주말에 시간이 되시면.. 같이 보러 안갈래요..?
제가요.. 뭐랄까. 그래도 단골이잖아요.."

만화방아가씨 : 훗 그녀석이 영화를 보러간잰다. 영화표를 보니 내가 그 때 자기랑
보러갈려고 했던 그영화다. .그리고 나서도 또 한번 더 본 영화다. 아마
집에 뒷북이 있는거 같다. 그리고 심심할때마다 치는거 같다. 그냥 자꾸
웃음이 나왔다.

백수 : 왜 자꾸 웃는거야..? 보기 싫으면 안본다고 말하면 되지. 사람 쪽팔리게
말이다. 다시 용기를 내어 "만화방 때문에 그러시다면 제가 대신 봐드릴수도
있는데요. 같이보러 안가실래요.?"라고 말했다. 나 지금 떨고있냐..

만화방아가씨 : ??? 녀석이 지금 상당히 정신상태가 불안하다.
만화방 준용씨가 봐주면 이영환 저 혼자 보러갈까요..?

백수 : 이여자 예리한 여자다. 내가 말 실수한걸 눈치채다니.. 아이씨
보러 갈건지 안갈건지 빨리 대답이나 해주면 좋겠다. 숨이 막힌다.

만화방아가씨 : 보러갈까? 말까? 이녀석 가지고 노는게 재밌다. 어린 것이..
귀엽기도 하다. "아직 주말에 무슨일이 생길지 잘 모르겠네요. 그리고
아무리 단골이래도그렇지.. 다큰 처녀가 아무나하고 영화를 보러가요.?"
그녀석의 얼굴이 불그락 거린다. 아휴 재밌다.

백수 : 역시 그녀가 나하고 영화보러가기 싫어하는구나. 짤없이 거절인가부다.
내일부터 쪽팔려서 어떻게 만화방나오나. 괜히 영화보러가자구 그랬나보다.
에그 바보야. 그냥 만화책이나 보며 그녀얼굴이나 쳐다보는건데..흑흑.

만화방아가씨 : "준용씨 이티켓 나줘요. 제가 가지고 있다가 주말에 시간을 낼수
있다 싶으면 전화를 할께요. 여기 그때 적어준 전화번호 맞죠? 그리구
가게되면 딸랑 영화만 보는거 아니겠죠?. 전 스테이크를 참 좋아해요.."

백수 : 야 이거 거절한거 아니지.. "아 예.. 스테키..그 뭐시라고요.. 울 아부지
지갑을 삥쳐서라도 그거 사드릴께요..하하. 그럼 안녕히 꼭 전화주세요."
야호.. 윽 기쁜나머지 정신없이 나오다 달려오던 꼬마 자전거와 부딪쳐
걸려 넘어졌다. 지나가던 어떤 여자가 걱정스러운지 깔깔웃는다.
괜찮다고 꼬마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프다. 그래도 이게 대수냐..?
하하

만화방아가씨 : 이제 이 영화 대사까지 다외우게 생겼네.. 이번 주말은 문닫고
미장원이나 다녀와야 겠다. 그녀석 나가고 나서 뻑소리가 났다.
뭔소린가 싶어 나가보았다. 어떤 꼬마가 자전거를 끌며 개자식 쪽팔려
주껐다. 그러며 투덜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석은 저기 멀리 날듯이
뛰어가고있다. 귀엽다.

백수 : 이틀동안 전화기를 부여잡고 그녀의 목소리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녀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아부지가 저녀석이 취직못하더니 드디어 실성했구나
하며 혀를 차신다. 아직 동정의 눈빛이 남아 있는걸루 봐서 내가 아버지
비상금 훔쳐낸걸 모르시나부다.

만화방아가씨 : 그 백수녀석이 만화방을 이틀동안 안나왔다. 좀 이야기 오래 했다
싶으면 그다음날은 꼭 안나오는거 같다. 내일은 전화를 해야겠다. 주말이
자꾸 기다려지는건...

백수 : 아침부터 밥도 제대로 못먹고 전화기 근처만 배회하고 있다. 자꾸 아부지
엄마만 찾는 전화다. 그런 사람 안산다고 했다. 드디어 저녁에 왠지 그녀
음성같지 않는 사람이 날 찾았다. 그래서 내가 그사람인디요. 라고
대답했더니.. "저 지윤인데요. 저 아시죠" 그랬다. 앗 그녀다. 근데
전화받는 목소리가 왠지 그녀 목소리같지 않다. 예전에 나한테 장난전화한
그 여자목소리 같다. 어쨌든. 제발 다음말은 내일 시간이 되니 보러가자고
그랬음 좋겠다... 그런데 ..시간이 도저히 안나겠다고 그런다. 흑 매정한
사람... 그 소릴 듣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괴로움에 괴성을 질렀다.
아버지 어머니가 달려왔다. 좀 무안해서 아무것도 아니라 그랬는데 엄마가
내일 병원에 같이 가잰다. 아 죽고싶다.

만화방아가씨 :드디어 약간은 설레는 맘으로 전화를 했다. 이녀석이 시큰둥하게
받더니 내가 말을 끝마치기전에 끊어 버린다. 뭐 인기 다있노..
내일 시간이 도저히 안나겠... 딸깍. 는데 하지만 특별히 아주 단골이라
시간을 내보겠다라고 그럴려 했는데..우쒸 다시 전화를 했다. 무슨
개울음소릴 내더니 감사합니다만 연발했다. 내일 극장앞에서 보기로 했다.
흠 자꾸 거울에 눈이 가는건 왜일까..?

백수 : 그녀가 다시 전화왔다. 갑자기 전화 왜 끊었냐고 뭐라 그런다. 순간 정신이
들어 한자한자 똑똑히 들었다. 내일 극장앞에서 봐요. 오옴 음..
(감격의 울음을 애써 참는 소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야호야..엄마가
달려오시더니 당장 병원가잰다. 그 소리가 내귀에 들어올리 없다. 내일
아침 일찍 목욕탕엘 가야지. 내일 입고갈 속옷에서부터 양말까지 머리맡에
챙겨두고 그녀가 내꿈에 나타나길 바라며 잠자리에 들었다.


백수 : 새벽에 해뜨자마자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산뜻하게 개인 아침 하늘아래
그 영롱함은 내 마음을 더욱 들뜨게 했다. 그녀에게 잘보이기 위해 난
목욕탕으로 간다. 지나는 사람사람이 모두 사랑스럽다.

만화방 아가씨 : 오늘은 다른날보다 조금 일찍 일어났다. 지금 만화방을 열자니
너무 일찍다. 그래 오늘은 아예 문열지 말자. 몸도 나른한데 목욕이나
가야겠다.

백수 : 목욕탕안 모든 사람이 발가벗고 있다. 그래 사람은 모두 평등하다.
벗겨놓으면 이렇게 다똑같은 사람인걸.. 괜한 용기가 생긴다.
열심히 삽시다 여러분...! 괜히 소리질렀나..? 저기 어떤꼬마가 "아빠
저아찌 백순가봐.." 그랬다. 그래도 사랑으로 들뜬 내기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그 꼬마녀석이 오히려 귀얍다.

만화방아가씨 : 목욕을 하러 가는데 남탕쪽에서 백수 그녀석이 나왔다.
얼른 근처 전봇대뒤로 숨었다. 다행히 그녀석이 반대방향으로 갔다.
후후 저녀석 자기가 깨재재하다는걸 이제사 느꼈나보다. 목욕을 하는데
그녀석 생각이나 자꾸 웃음이 나왔다. 그걸 보시던 어떤 할머니가 "새댁
남편이 잘해주는가보구려.. 좋을때지.."그런다. 우쒸 할머니까지 날
아줌마로 보다니..괜히 웃었다가 할머니 등만 밀어 주었다.

백수 : 그녀가 극장앞 영화시작하기 한시간전에 만나자고 그랬었다. 그런데
그런데.. 4회표인지는 알겠는데 몇신지 모르겠다. 그녀가 표를 가지고
있으니... 에라 모르겠다. 뭐 좀 일찌기 서두르자. 힘겹게 잡은 약속인데
늦을수야 없지..

만화방아가씨 : 오전엔 만화방을 청소했다. 그리고 오후에 시간이 많이 남았다싶어
미장원을 갔다. 머리 손질도 좀하고 코팅도 좀 해야겠다. 기분좋은 토요일.
여유로움속에 나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시간을 재촉하고 있다.

백수 : 영화관 앞 사람들이 많다. 이영환 종영이 이번주인데도 불구하구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이 모두 나처럼 들뜬 기분일까..? 극장앞 스피커에서 방송이
나왔다. 졸라큰배 3회입장객들 입장해주세요... 에게 이제 3회
시작하는가벼.. 할수 없이 근처 앉을곳을 찾았다. 영화관 구석진곳에 앉기
좋은곳을 찾아가 앉았다. 그녀가 조금 있으면 올텐데.. 이거쯤 못기다리랴.
근데 시간이 넘 안간다. 그녀와의 추억을 생각하며.. 에....생각하니
별루 없다. 긴장되던 맘도 시간의 여유로움때문이었을까..? 슬 잠이온다.

만화방아가씨 : 미장원에 손님이 꽤 있다. 내 차례를 기다렸다. 좀 시간이 많이
지나갔다. 내차례가 되어 머리손질을 받고 코팅젤을 발랐는데...
이게 왜이리 안마를까... 점점 약속시간이 다가온다. 내 마음이 자꾸
조급해 졌다. 집에 와 나갈 준비를 하고 문을 나서며 시계를 보니 벌써
약속시간이 지났다. 그래도 그나마 영화시작전까지는 도착할수 있을
것 같다. 근데 그녀석 속이 엄청 좁은걸 안다. 도착해서 뭔소리 들을거
같다. 이그 화상아 조금 일찍 서두르지..

백수 : 그녀가 저기 멀리서 달려온다. 그리고 내품에 안긴다. 그녀의 맑은 눈에
내모습이 잠겨 있다. 이리와 지윤..! 우리 심심한데 뽀뽀나 할까..?
"아이 바보.. 움~(입내미는 소리)" 근데.... 갑자기 누군가 나를 쳤다.
라거파는놈이면 주겨버릴껴..그래서 엄청 짜증을 내며 쳐다보았다.

만화방아가씨 : 다행히 영화시작전에는 도착했다. 그렇지만 약속한 시각에는
한 한시간가량 늦었다. 그가 뭐라 그럴지 모르겠다. 그녀석을 찾았는데
없다. 이 속좁은 녀석이 그냥 가버린거 아녀..? 근데 저기 어디서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킥킥 웃는다. 그래서 가보았다. 그녀석이 이상
야릇한 표정을 지으며 팔짱을 낀채 앉아 피사탑처럼 자구 있다.
쪽이팔림이 느껴져 온다. 그래도 한편으론 그녀석이 마니 귀여워보였다.
살며시 다가가 그를 깨웠다. 그리고 늦어서 미안하다고 그럴려구 했는데.
우쒸 그러며 짜증을 냈다. 아마도 내가 늦은게 짜증이 났나보다.

백수 : 그렇게 꿀려고 노력을 해도 나타나주지 않던 지윤씨가 꿈에 나타났는데..
그것도 결정적인 순간에 누가 날깨우는겨..? 고개를 들었다.
눈이 확 뜨였다. 지윤씨가 내눈앞에 있는것이 아닌가..? 오늘따라 더욱
더 화사하고 이쁘다. 근데 그녀가 왜 내눈앞에 있는거지? 주위도 너무
낯설다.. "지윤씨.. 여기 왠일이에요..?"

만화방아가씨 : 여기 왠일이에요? 한시간 늦은걸루 몹시도 심하게 삐졌나부다.
진짜 상당히 속이 좁은놈이다. 그래도 내가 잘못한거니 할수 없다.
늦어서 미안하다고 그래야겠다.

백수 : 아..맞다. 그녀와 영화보기로 했지. 그것도 잊어버릴정도로 깊이
잠들었나부다. 지금이 몇시여..? 시계를 봤다. 맙소사 내가 세시간이나
잤단 말여..? 그녀를 보니 어이 없다는 표정이다. 날 많이 찾아 헤맨거
같다. 좀 찾기 쉬운데 앉아 있을걸.. 이걸 어쩌나..? 빨리 사과를
해야겠다.

만화방아가씨 : 이제는 시계까지 쳐다본다. 니가 도대체 얼마나 늦은 건지알어?
그렇게 묻고 있는거 같다. 저런 녀석한테 잘보일려고 내가 미장원까지
가서 그 고생을 한걸까..? 짜증이 날려고 한다. 늦어서 미안하다는 말이
목젖까지 나오다 말았다. 근데.. 저녀석이 대뜸 조금은 더듬거리면서
여기 졸구 있는 나 찾느라고 많이 헤매지 않았냐며 미안해 한다.
그리고 그냥 가버리지 않고 찾아 주어서 고맙다고 까지한다.
나참... 바보라고 해야하나. 착하다고 해야하나..

백수 : 이거 첫만남인데.. 왜이러냐 화상아.. 처음부터 이런 백수이미지를
줘버리다니..싹싹 빌며 사과를 했다. 다행히 그녀가 화가 풀린거 같다.
그녀가 씨익 미소를 지어보여주었다. 휴... 그녀가 생각한 것처럼
성격이 가스통인거 같지는 않다. 그냥 가버리지 않고 날 끝까지 찾다니..
다행히 영화시작전에 찾았구나. 다시한번 그녀가 사랑스럽다.

만화방아가씨 : 조금 황당하다. 그녀석이 먼저 사과를 하다니... 혹시 일부러
그러는게 아닌가 싶기도하다. 그녀석 머쓱해 하는 얼굴을 보니 너무
순진해 보인다. 일부러 그러는거는 아닌듯 싶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
녀석이 왠지 사랑스러워 보였다. 웃음두 나구... 계속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길래.. 괜찮으니까. 앞으로 그일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자구
그랬다. 좀 맘이 찔린다.

백수 : 얼굴만 이쁜게 아니라 맘씨도 착하구나.. 하하. 그녀가 날 위해 팝콘 하구
음료수도 사왔다. 음 너무 황홀하다.

만화방아가씨 : 뻔히 다음장면이 뭐 나올지 아는 이 영화가 기대되는건 이녀석이
지금 내옆에 앉아 있기 때문일까..? 녀석이 팝콘을 혼자서만 먹고 있다.
광고보면서 저렇게 껄껄거리다니.. 결국 영화 예고편도 시작하기전에
그 많은 팝콘 다먹어치웠다. 분위기 없는놈... 영화같은데 보면 팝콘
먹다가 손이 겹치는 애틋한 장면도 연출되는데.. 먹어보라 소리도
한마디 안했다. 독한놈. 이럴줄 알았으면 두개를 사는건데 그랬다.

백수 : 그녀가 지금 내옆에 앉아있다. 뭔말을 하고 싶은데 할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괜히 팝콘만 주섬주섬 주워먹었다. 이거 디게 맛없네.. 이런걸
이천원이나 바다쳐먹는단 말여.. 사람들이 광고를 보고 웃는다. 멋적어서
따라 웃었다.

만화방아가씨 : 이다음 장면이 찡한 장면인데 그녀석 표정은 과연 어떨까..?
가만히 그를 쳐다봤다. 하하. 사내자식이 징징짤려고 한다. 씩 그녀석이
나를 쳐다봤다. 이런 장면에서 내가 웃으니까 이상하다는 듯 갸우뚱거린다.
좀 머쓱하구먼..

백수 : 너무 찡하다. 눈물이 날려고한다. 흠흑.. 그녀도 지금 눈물이 나려할까..?
한번 쳐다봤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쿡쿡거리다가 흠칫 놀라
스크린으로 눈을 돌렸다. 내가 징징거린게 저 찡한 장면을 완전히 압도해
웃겼나보다. 쪽팔려라.. 사내는 우는게 아닌가 보다.

만화방아가씨 : 이녀석 그때도 느꼈지만 여린면이 많은거 같다. 내가 눈시울지었던
장면에서는 어김없이 징징거릴려고 했다. 나올때 손수건을 말없이 건냈다.
근데 눈물 닦으라고 준건데.. 이녀석이 자기뒷주머니에 다 넣어버린다.
체면에 달라고 할수도 없고.. 비싼건데..하지만 별로 아깝지는 않다.

백수 : 그녀가 이쁜 손수건을 나에게 주었다. 무슨 의미일까..? 비싸보인다.
고히 간직하겠다고 속으로 말하고 주머니에 넣었다. 다음에 더 좋은 걸루
사다가 선물해야겠다.

만화방아가씨 : 영화가 끝났다. 그녀석이 스테이크 먹으러 가잰다. 돈도 없는게..
영화가 생각보다 길었다. 시간도 10시가 거의 다되어 간다. 이 시간에
무슨 스테이크하는데가 있다고... 근처에 그럴싸한 찻집이 있다.
다음에 스테이크 사라고 그러고 정 아쉽다면 차나 한잔하자고 했다.

백수 : 그녀 스테이크 사줄려고 아버지가 숨겨논 10만원 꽁친거 그냥 갖다
넣어두게 생겼다. 차나 한잔 하자구 그랬다. 흠. 그것두 좋지.
영화끝나자마자 집에 간다고 그럴까봐 가슴 졸였는데.. 조용한 찻집에서
그녀와의 대화. 드디어 그녀와 나와의 공유된 기억을 갖게 되는건가..

만화방아가씨 : 찻집안에서 별말 없이 너그러운 시간이 간다. 무슨말을 할까..?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분위기는 좋은데 아직 그녀석과 나는 어색한가보다.
만화방 올때 잘해줄걸 그랬나..?

백수 : 뭔말을 해야하나.? 하지만 이렇게 그녀를 바라보는것만도 너무
기분이 좋다. 주위에 연인들이 하나도 안부러운건 그녀가 내앞에 있기
때문이지. 조명등 하나하나가 그녀를 위해 나리는 별빛같다. 자꾸 가슴이
떨려오는 것도. 내앞에 그녀가 날 위해 앉아있기 때문이지. 잔잔히
흐르는 음악 한음한음이 그녀를 위해 떨리는 내 마음조각같다.

만화방아가씨 : 저 녀석이 왠지 분위기를 잡는거 같다. ... 그녀석 내가 자기보다
한살 많은걸 알고 있을까..? 그래서 혹시 연상의 여인 좋아해본적 있냐고
물어보았다.

백수 : 왠 흥을 깨는 소리.. 난 연상에 대해서는 이성의 감정이 전혀 안든다고
딱 잘라 말했다. 솔직히 어릴쩍에는 옆집 누나를 좋아했었다. 하지만
그 시련이 너무 컸다. 그 뒤부터는 하루만 연상인 여자도 이상하게
관심이 가지 않았다.

만화방아가씨 : 뭐야 이녀석 기껏 만나줬더니 연상은 안된다고...? 내가 자기보다
한살 많다는걸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내일부터 만화방에 안 나오게
되는건 아닐까? 백을 뒤져 다이어리를 집어 테이블위에다 놓았다.

백수 : 다이어리를 꺼내 놓는다. 무슨 의밀까..? 저속에 그녀의 일상이 기억되어
담겨 있을까? 보구 싶다. 좀 봐도 돼냐고 물어볼까..? .....

만화방아가씨 : 다이어리보고 침은 왜삼키냐..? 보여달라면 보여주께.. ...
반응이 없다. 그래서 다이어리 안에 면허증 끼워놓은 곳을 펼치며.
사진이 맘에 안드네.. 그녀석 들으라고 혼잣말을 했다.

백수 : 앗 그녀사진이다. 기회다. 면허증 최근에 땄냐고 물어봤다. 나는 딴지
오래되었다며 어떻게 바꼈는지 한번 봐도 돼냐고 물어보았다.

만화방아가씨 : 역시 이녀석은 내 의도데로 잘 따라온다 말이야.. 보여줄
목적으로 펼친건데..." 싫어요.."

백수 : 하기야 내가 무슨 애인이냐? 근데 싫다면서 면허증을 뽑아서 주는건
무슨 의밀까..? 일종보통..! 사진 잘나왔네 뭐.. 이쁘기만 하다.
한참동안 그녀의 사진만 뚫어지게 보았다.

만화방아가씨 : 이녀석 반응이 신통찮다. 뭔가 기대되지 않는 말이 나올꺼 같다.

백수: 주민등로번호가 칠이공.... 뭐야 진짜 한살차이잖어..?
그래서 칠십이년생이면 27살이 아니냐고 물어봤다.

만화방아가씨 : 그거 눈치 채는데 그렇게 오래 걸리냐..? 실망한 눈빛이다.
만으로는 25살이에요... 참 생일이 지났으니까. 지금은 26살이네요..
히히 아마 제가 연상인거 같죠..?

백수 : 연상..? 아까 그래서 연상 뭐라 그랬나..? 그게 무슨상관이냐 그녀는 단지
그녀일뿐이다. 나이가 무슨상관이랴.. 음 멋있는 말같군..
한살차이라... 한살차이면 좋지....울아부지하구 울엄마두 한살 차인디..
미소가 스민다. 내가 안말하고 가만히 있자. 그녀가 나한테도
면허증있냐고 물어봤다. 참내 그린카드다. 지갑을 뒤져 보여주었다.
한오년전 사진이라 제법 헨섬한거 같다.

만화방아가씨 : 2종보통.. 93년 모월모일..쿠 오년전이랑 변한게 하나도 없네..
칠일일이공일... 어머. 진짜 나보다 한살이 많네... 저 녀석 내가
  • 임호랑 ()

      '새''끼' '지''랄' 이 두 단어가 검열에 걸렸네요. 무서버라 싸이엔지 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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