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마음에...

글쓴이
인생무상
등록일
2002-12-06 21:00
조회
7,173회
추천
0건
댓글
15건
지방국립대(전북대) EE학부 2학년입니다. 군대는 갔다 왔구요...
나이는 갈수록 먹어가는데 앞날이 보이지 않으니 걱정입니다.
고교시절 문과쪽이 상대적으로 적성에 맞음에도 불구하고 이과를 선택한 이유는
내성적인 성격과(아무래도 문과쪽이 성격이 활달해야 하잖아요.) 문과에 비해 이과쪽이 길이 넓다는
이유 때문이었죠.
대학교를 이쪽 전공(입학할 때는 컴퓨터 정보통신공학부였습니다.)으로 택한 이유도 공대 쪽에서는
그나마 내가 할만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구요...앞으로 전망도 좋다는 말에(그 당시엔)  그냥 원서를 넣었습니다.
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내성적인 성격탓에 학교에 적응을 못하고 한학기만 마친 뒤 도피성으로 군대를 갔고(공익이었습니다....^^) 제대 후 1학년 2학기로 복학한 뒤 지금 2학년이 끝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복학후 그럭저럭 학교에 적응은 해서 학교 생활 자체에 큰 어려움은 없는데요...
문제는...2학년 2학기를 마치고 난 지금 전공 공부가 너무 힘들고 어렵다는 걸 느낍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수학 같습니다.  고교시절 수학을 못했던 건 분명아니었는데
전자기학, 신호, 등등을 공부하면서 제 한계를 뼈져리게 느끼네요...
문제를 조금만 응용해도 거의 손을 못대니 말이죠...
특히 전자기학은 거의 답안을 제대로 쓰고 나온적이 없습니다...ㅡㅡ;
저는 제 체질상 공부를 차근차근 하는 스타일이라 개념이 하나씩 하나씩 확실하게 정립이 안되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따라가기 힘들어합니다. 좀 머리회전이 둔해서 그런지 항상 남들보다 시험을
볼때도 시간이 오래 걸리구요...
순간 암기력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조금 떨어진다는 걸 느낍니다.
문제는 한학기에 전공 5-6개씩 받다보면 짧은 시간안에 그 많은 전공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시험과 리포트에 항상 시간에 쫒기고 바쁘면서도 회로문제 하나를 이해하는 데도 시간이 남들보다 오래걸리고 힘들여 이해해도 한 몇주 지나서 다시보면 다시 이해하는 것이 힘들때도 있고...
처음에는 열심히 하면 안되는 게 어디 있으랴...란 생각으로 모르는 건 물어도 보고 교수님 쫒아도 다니면서 공부를 했지만
한학기가 끝나가는 지금은 '정말 내가 이게 적성에 맞는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실험을 하면서도 남들은 빵판에 회로를 빨리 꾸미는데, 저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다양하게 변형되는 회로를 왜 이렇게 만들어야 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아 한참을 헤메고...
어쨌든 이해를 하긴 합니다만 남들보다 항상 늦게 이해를 합니다.
제 머리가 나쁜건가 봐요....ㅡㅡ;
물론 한학기 내내 책 한권만 붙잡고 있으면 마스터 하겠지요. 하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이고
남들 하는 만큼은 따라가야 할텐데 지금 상황에서는 힘들게 공부해도 지방국립대에서 평균 수준에 겨우 이르고 있습니다.
졸업이 2년 남은 지금...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학부라도 마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하지만
공학이라는 학문 자체에 대한 나름의 열정은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력이 뒷받침되어주지 않으니 공학도로써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도 일견 부담이구요...
그렇다고 지금 여길 그만두면 '내가 할만한 게 뭐가 있을까'란 생각을 하니 마음만 답답해져 오네요.
.특히 요즘같이 직장 구하기 힘든 세상에서는 말이죠...

저희 학부에서는 '기술작문및 발표'라는 과목이 있습니다.그 발표자료를 준비하면서 '내가 상경계통에 오히려 더 적성에 맞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자료를 준비해서 발표를 했는데 저는 경영이나 산업관련쪽의 분야를 접근하는 것이 더 재밌더군요. 물론 그 자료를 준비해서 발표하면서 교수님께 잘했다구 칭찬도 들었구요...^^
그래서 상경계통을 다시 공부할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일단 영어실력이 시원찮은 터라
망설이고 있구요...그리고 요즘 경영학과 학생 너무 많더군요...다 취업되는 것도 아니구..
.특히 요즘같이 직장 구하기 힘든
세상에서는 말이죠...
수능을 다시보면 어느 정도 선(상위 5%?)까지는 가능하겠죠...하지만 제 능력으로보아 그 이상은
힘들다는 것을 압니다. 그렇다면 평생직장이라는 의.치대를 갈 성적도 안되고...

저같은 사람을 뭘 해야 될지 모르겠네요...

고교시절 수능점수를 생각해보니 같은 자연계 학생들에 비해 언어영역과 사회탐구영역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인문계 학생들에 비해서는 떨어지는 수준이었구요...
반대로 인문계학생들에 비해서는 수리영역과 과학탐구영역은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지만 같은 자연계학생들에 비해서는 떨어지는 수준이었죠...
결론은...전 뭘 하나 똑부러지게 잘하는게 없다는 겁니다.
다른거 못해도 한두가지만 똑부러지게 잘하면 먹고사는데 지장 없을 거 같은데...
그냥 수준이 잘하는 것도 아니고 못하는 것도 아닌 두리뭉실하게 하는 수준이니...
저같은 사람은 뭘해야 맞을지 모르겠네요...
또하나 드는 생각은 공대가 공부량이 워낙 많다보니 도서관에 있는 시간이 많습니다.
하지만 전 제 성격을 더 외향적으로 바꾸어야 할 필요성이 있어서
공부말고 다른 것들을 통해서 학부 시절에 그런 계기를 더 많이 만들고 싶거든요...
사회에 대해 더 많이 배우고...
그런데 공대공부를 하다보면 수업따라가기에도 시간이 벅차서
그런 시간들이 잘 나질 않네요...어떻게 해야 좋을지...

지금 순간이 아니라 먼 인생을 내다보았을때
어떤 결정을 하는것이 현명할지...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답답합니다.



  • 임호랑 ()

      대기만성 타입이군요. 전북대 전자과 석사 한 사람을 면접 본 적이 있는데, 아주 실력이 출중하더군요. 이것 저것 성실하게 안 해본게 없더군요. 그래서 당장에 뽑았습니다. 답이 되었나요?

  • 박병훈 ()

      저랑 여러 가지로 비슷하시네요.. 사회,언어는 잘하는 편이고, 과학과 수학은 좀 처지고.. 전 영어까지 쳐졌지만요.. 저도 대학와서 전공 못 따라 갔습니다. 아주 중요한 기초 과목 하나 안 들은게 크긴 컷지만, 저도 개념을 잡는게 좀 느립니다. 잘 잊어 버리고요.. 그래서 시험 보면 공부한 양에 비해 성적이 형편없죠..

  • 박병훈 ()

      그래도 님은 공부 열심히 하시는 군요.. 전 공부 별로 열심히 한 기억은 없습니다. 집중력이 부족해서 이것저것 해야하는 성미라..  님께 이런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학점이 다가 아닙니다. 중요하지만, 개념을 어렵푸시라도 잡으시면, 확실히 모르더라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저는 전공 암기가 워낙 안되서 책을 자주 찾아 봅니다. 그래서 전 공부를 한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모를때 어느 책 어디를 보면 잘 나와있나 그걸 알려고 노력했습니다.

  • 박병훈 ()

      그리고 님 처럼 공부 꾸준히 하시는 분들은 나중에 기초가 튼튼해 져서 학점도 좋고, 나중에 자격증 딸때도 공부 편하게 할수 있습니다. 아직 2년이나 더 남았으니 열심히 해 보세요.. 그리고 방학때는 전공 기초 과목하고 중요과목 복습하시는거 잊지마시고요.. 전 복습하고 재수강 들어가도 B나도 더군요(학점이 짠 교수님이었지만)  자랑은 아니지만.. 지금 졸업을 앞두고 산업체를 다니고 있는데, 학교 다닐때 싫었던 토목이 좋아 집니다. 어차피 성적과 회사에서 일하는것은 차이가 있습니다.

  • 박병훈 ()

      내성적이라는거.. 저도 고등학교때 까진 내성적이었습니다. 그래서 혼자서 방에 쳐 박혀 할수 있을거 같은 프로그래머를 생각하기도 했었죠.. 지금도 내성적인 성격이 남아있어서 모르는 사람하곤 대화가 잘 안됩니다. 예전보다는 나아 졌지만, 내성적인 성격 동아리 활동이나 과의 학회 활동을 좀 해보세요.. 아무리 공대 공부가 빡세고 힘들어도, 밥먹고, 만화보고, 인터넷 할 시간 있잖아요? 그런 시간 좀 줄여서 하면 학회 활동 충분히 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박병훈 ()

      제가 여러 가지로 주저리 주저리 썼군요.. 새벽 두시라 정신이 없습니다. 요즘 불면증이라...  말이 이상하거나 말이 안되도, 이해해 주세요.. 전북대면 전주 출신인가요? 제가 전주 출신이라.. 그냥 개인적으로 궁금해서요..

  • 인생무상 ()

      전주에서 20년을 넘게 살았죠...군복무도 전주에서 했으니깐...오늘 5시에 시험인데 이것저것 잡생각이 드니 공부가 잘 안되네요...나에게 가장 맞는 길은 무엇일까...생각을 하니...

  • 이민주 ()

      여자친구를 사겨보심이....그리고 학교에서 배우는것과 직장에서 일하는건 다른거 같습니다.

  • 이민주 ()

      그리고 학부 실력이라... 제가 확신하건데.. 학부 전공시험시간에 엄청 문제 잘푸는 학생들이 전부다 실무에서 일을 잘할수 있는건 아닙니다. 대부분 기초적인 공식이나 원리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  학부때 배운 전공시험문제 비슷하거나 그보다 훨씬 떨어지는 실제적인 문제가 나와도 도저히 풀지 못합니다.  기계과의 경우 대학원을 졸업했어도 간단한 베르누이의 정리를 현장에 응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90% 이상일겁니다 하지만 그사람들 학부 대학원때 훨씬 고등 수학 응용시험 문제를 잘만 풀었던 사람들입니다.

  • 이민주 ()

      제가 보기엔 너무 어려운 문제만 가지고 그렇게 시험보고 전공과목 유지하고.. 기초적이고 물리적인 이해는 도외시 되는 그런것은  교수의 실력이 부족해서인거 같습니다.  제어 과목의 경우 우리과에 씨울프 스텔스 잠수함 설계에 참여하셨던 교수님이 강의를 하셨는데 기초적인 개념까지 너무 쉽게 이해가 되어서 아직도 제어쪽은 흥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 이민주 ()

      그리고 결론적으로 학부 수준에서 배우는 내용들이 그렇게 어렵고 전문적인 수준을 요구하는것처럼 보이는것은 단지 교수의 자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합니다.

  • 맹~ ()

      저랑 비슷하시네요. 전 언어 사회는 항상 0.#%대를 맞았지만.. 과학은 40% 이렇게 맞았었죵..  공대 와보니. 교양과 글쓰기는 A+을 맞을지언졍. 수학 과학은 좀 버겁군여.. 그런데 난중에 관리자의 입장이 되려면 문돌이적 기질도 함께 가지고 있는게 유리하지 않을까요?^^:

  • 안일운 ()

      안타깝네요~ 내성적인 사람이 이공계를 와야 한다고 생각하시다니..;;

  • 김기범 ()

      글 쓰신 분이 저랑 비슷하네요..저도 수학은 같은 자연계 애들에 비해서는 못했는데요..언어나 사탐은 좀 하고. 그런데 고등학교때까진 내성적인 성격탓에 과학자가 되볼끼라고 대학은 산업공학을 왔는데요. 20살이 넘어서면서 제 적성이 그쪽이 아닌걸 알게 됬지요. 물론 책이나 그런건 과학쪽 책을 좋아합니다만. 전 요즘 재무 쪽 과목을 듣는데 그쪽이 더 이해도 잘되고 그러더라구요.

  • 윤한석 ()

      전자기학이나 신호등의 공부를 쉽다고 말하는 사람 거의 없고, 또 제대로 이해했다고 말하는 사람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이 분야의 공부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교수님의 자질에 따라서 절대 이해할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교수님도 확실히 이해못하시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전자기학의 경우 3,4학년이 되어서야 어느정도 감이 옵니다. 제 생각으로는 지금 상태에서 진로를 바꾼다면 인생이 참 험난 할것 같습니다. 그냥 전공을 계속 살리면서 님이 관심있어하는 상경계통을 실력을 접목시켜 자신의 커리어를 쌓는것이 좋은듯 싶습니다. 괜히 이리저리 진로를 바꾸다 보면 미운 오리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진로를 바꿔 성공한 사람들은 보통 아주 적극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목록


진학/학업

게시판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등록일 조회 추천
966 전자와 전기의 사이에서 고민하는 대학생입니다. 댓글 5 구본성 02-18 5607 0
965 생명공학과 생명과학이...뭐가 뭔지.. 댓글 1 우지영 02-18 5846 1
964 학부 졸업후 취업하기... 댓글 9 Quantum chemist… 02-18 7060 2
963 삼성전자,SKT,KFT에 계신분께 질문드립니다. 댓글 4 세상빛줄기 02-17 6241 0
962 사회진출 1년을 남기고 어느 공대생이 하는 고민.. 댓글 11 이상은 02-17 6195 0
961 대학진로 고민입니다... 댓글 23 토끼곰 02-17 6268 0
960 진로에 대해서 의견을 여쭙고 싶습니다... 댓글 2 크눌프 02-17 4650 1
959 영어... 댓글 4 이원재 02-17 5132 1
958 [질문] 조언좀... 같은글 해커스에도 올리긴 했지만.. ^^;; 댓글 8 병특직딩 02-16 5652 1
957 독일 유학에 대해... 임석순 02-17 5520 0
956 이런 질문 죄송합니다만... 혹시 한양대생 있으시면... 댓글 12 박진섭 02-17 9939 2
955 학사 연구원은 힘들까요?? 댓글 1 basister 02-16 6681 0
954 "고분자공학과"라는 전공을 아시는 분... 댓글 1 ilovepolymer 02-16 6142 0
953 미정부출연연구소포닥 vs. 탑10대학포닥 댓글 7 Alfred 02-16 13908 1
952 1년 동안 공부하면 좋을 것들이 어떤 것이 있을지? 댓글 7 이치호 02-16 6979 0
951 화공과 생공의 갈림길에 서있는데.. 댓글 3 이수영 02-16 6161 1
950 [펌]bioinformatics 댓글 1 실버 02-16 6311 2
949 직장을 그만두어야할까요,고민이군요 댓글 5 manpower 02-16 6325 0
948 자연대/공과대 대학원 댓글 2 b.j. 02-15 5593 0
947 대학원 진로에 대해서 댓글 1 HM 02-15 5079 1


랜덤글로 점프
과학기술인이 한국의 미래를 만듭니다.
© 2002 - 2015 scieng.net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