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과생 미래에 대한 고민. 작은 조언이라도 부탁드립니다.

글쓴이
아지
등록일
2016-03-27 16:06
조회
12,61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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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건
안녕하세요?  작년에 이맘때쯤 한창 심란한 시기에 여기서 눈팅을 아주 많이 했는데 1년이 지나서야 글을 하나 올려보네요.

 먼저 저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성한 라인의 공대에 입학해서 한 달 다니다가 자퇴하고 재수해서 의과대학에 진학한 학생입니다. 작년 3월에 학교에 다니면서 정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난 무엇을 하고싶은가? 앞으로 내가 뭘 해야 할까?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 물론 모두가 하는 고민이겠지만요. 저는 소위 아싸같은 생활을 해서 시간이 철철 넘쳤습니다. 그래서 하루에 몇 시간씩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을 아무리 해 봐도 답이 안나오더라구요. 그래서 학과 공부라도 열심히 해 보자 라고 생각하고 물리 화학을 공부했는데 별로 재미가 없었습니다. 또 내가 왜 공부하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런저런 회의감에 이전 수능에 대한 미련까지 더해져서 결국 재수를 결심했습니다. 재수를 결심할 때의 저는 자신감이 매우 없던 상태였습니다. 성적을 올린 자신은 있었지만 앞으로 내가 무언가 큰 일을 할 것이라는 자신감은 하나도 없었죠. 그래서 저는 사범대 아니면 의대에 진학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범대를 고른 이유는 제가 지금까지 쭉 잘해온 과목이 하나 있는데 그 과목이라면 임용고시도 붙을 자신이 있었고, 근무시간 외에는 편하게 여가생활을 즐기며 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의대를 고른 이유는 의사의 직업적 보람이 매우 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물질적 보수도 커서 미래에 대한 걱정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둘의 공통점은 정해진 길을 걸으면서 걱정 없이 나의 주변에서 행복을 찾으면서 살 수 있다는 것이죠. 이런 생각을 가지고 저는 재수를 시작했습니다.

 재수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저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의과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학교를 다니면서 작년과 똑같은 고민이 생겼습니다. 앞으로 뭘 해야 할까?...... 작년과 조금 다른 것은 자신감이 있다는 것일까요? 재수를 집에서 도서관에 다니면서 혼자 했기 때문에 여러 생각을 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러면서 저 자신의 성향, 가치관에 대해서도 확고해졌고 무엇보다도 재수 과정에서 저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는 자제력이 강화됐습니다. 이제는 단순한 의사가 아니라 뭔가 큰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생각하는 ‘큰 일’은 저만의 길을 걷는 것입니다. 대박 아이템으로 돈을 왕창 벌겠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싶달까요. 여러분이 보시기엔 매우 우스울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포부만 가득차있으니 말이죠. 아직은 한참 부족합니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글에 담기는 너무 힘드네요. 고민은 많지만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은 지식을 쌓는 것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아직 턱없이 부족하기에 미래에 대해 생각하기도 힘들고, 어떤 분야를 공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일에는 단계가 있으니 지금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맞겠죠. 제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매일 뉴스를 읽고 여러 분야의 책을 읽어서 사회의 흐름을 읽는 것. 물리, 화학, 생명과학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 이 정도 밖에 떠오르지 않네요.

 글도 못쓰면서 쓸데없이 글이 길었는데 사실 그냥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위의 글과 전혀 관련이 없네요... 저보다 훨씬 더 많이 경험하신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제 주변에는 이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실 분이 한 분도 안계시거든요. 과학기술분야에 종사하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뭔가 할 걸 하고 후회하신적은 있으신지 아무거나 듣고싶습니다.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그냥 의사해라. 이런 말도 좋습니다. 아무거나 말해주세요. 책 추천이라던가 지금 제가 할만한 공부, 일 들을 말해주셔도 정말 감사하겠어요.

힘들게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통나무 ()

    의대라면 재수해서 들어갔다면 의전은 아니고 6년제 의대겠죠.
    공대도 한달 다니다 그만두었다면...뭐 공대서 배운게 없을것이고요.
    보통 의대에서 배우는것들중에 물리화학생물에다가 유기 물리화학배우고 생화학 배우고 뭐 이런식으로 가는것으로 알고 있는데.....
    고민은 고민대로 하고 지금도 1,2학년때 기초과목 공부를 더 해보시던지요.
    도서관에서 물리화학책이나 생화학책들 몇권 골라서 펼쳐놓고 고등학교때 배우던것이 어떻게 깊이로 들어가는지 한번 가늠해보고 거기에 쓰이는 수학과 기초물리화학생물의 지식이 뭐가 필요한지 가늠해본다음에 일단 최고수준까지 공부해본다고 생각해보고 공부해보기를 권합니다.
    틈틈히 역사책도 읽고요.
    교재를 여러권 훓어보고 참고문헌 해제 잘 된책들 보면서 읽을수있는한 최대한 예전책들도 찾아 읽고요. 논문도....요즘은 대학에서 인터넷으로 볼수 있는 세상이니까요.

  • 댓글의 댓글 아지 ()

    부족한 글에 답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을 읽으려고 하면서도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추천해주신 책 하나하나 읽어나가야겠네요. 특히 역사책은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 댓글의 댓글 통나무 ()

    철학은 뿔이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80213070

    이 책의 저자 인터뷰가 있는데
    http://www.hankookilbo.com/v/eec3dbea861c42ff96cb34e54aa2ca71
    헤겔이 줄 수 있는 교훈은 뭔가.

    “간단하다. 변증법이란 디알렉틱(Dialektic), 곧 대화다. 누가 대화하느냐. 정과 반이 대화하는 것이다. 그래서 흔히 ‘지양’으로 번역되는 아우프헤벤(Aufheben)은 ‘곡식 따위를 거둬들인다’로 해석돼야 한다. 지양한다는 건 정과 반이 소멸된다는 게 아니라 거둬들여져서 창고에 잘 저장되어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자기의 위치에서 자기의 생각을 자기의 입으로 말해야 한다. 지도자나 선각자는 없다. 희망은 그런 개인이며 사람에게서 나온다. 그게 헤겔의 메시지이고, 내가 이 책을 쓴 이유다.”

    -좀 허무한 감이 있다. 딱히 헤겔이 아니어도 가능한, 상식적인 얘기 같다.

    “데카르트가 근대철학의 시조라 불리는 이유가 뭔가. ‘참ㆍ거짓 구분은 누구에게나 있는 보편적 능력’이라 말했다. 스스로도 ‘내가 남보다 똑똑하다 생각해본 적 없다’고 평했다. 고대 희랍철학자들은 뭐라고 했는가. ‘철학이란 사람들이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을 일깨워줄 뿐’이라고 했다. 그게 근대철학이요, 곧 민주주의다.”

    이제 하나하나 공부하고 고민해야할때니,
    밑에 방법서설과 지성교정론 모나드론이 근대 학문에 들어가는 기초적인 입장을 서술하는 글들이니 읽고 정리하면서 근대적인게 뭔가를 먼저 고민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한국이나 일본 중국은 근대적인 생각과 생활에 들어선것 같지는 않고 아랍등지도 그렇고...내가 고민하고 꿈을 꾸고 하는것은 좋은데 혼자 망상에 빠지다 보면 중세석인 사고속에서 헤메는 경우도 많은지라요. 특히 전문직들 보면 학교에서 공부하다 나와서 자기 전공에 파 묻히다 보면 그거 한 20년 하다보면 정신나간 소리들 하는 분들 수가 점점 많아지는데
    어릴때 그 독에 빠지는 예방적 활동이 다양한 독서거든요.

    그리고 보통 고등학교라면 대입시에 과학1 하나 과학 2하나 선택해서 들어가는것으로 알고 있는데 생물2는 의대 들어갈때 보통 선택하는것 같은데,
    물리화학 빵꾸나있으면 그것부터 제대로 공부해서 빵구 메꿔놓으시고
    수학과학에 좀더 공부할 여력이 있으면 물리도 일반 물리외에 일반 역학, 유체역학, 열역학부분도 얇은 책이나마 더 공부하고서 그 다음 단계로 가는것을 권합니다. 나중에 넓게 공부할려면요.

    그리고 인터넷에서 bozart 검색하시고 한번 생각해보세요.
    뭘 어떻게 해야할지....

  • 통나무 ()

    http://www.aladin.co.kr/shop/common/wseriesitem.aspx?SRID=12118

    이 시리즈는 다 읽어놓으시길 권합니다.

  • 통나무 ()

    역사책은 기본적으로 읽어야 된다고 보는게요.
    세계의 역사 윌리엄 맥닐이 지은 1,2권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894697

    현대중국을 찾아서 1,2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90381

    현대 일본을 찾아서 1,2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618283

    http://www.aladin.co.kr/shop/common/wseriesitem.aspx?SRID=11990
    이 총서들에서
    르네상스, 종교개혁, 나폴레옹의 시대, 독일제국

    일본 근현대사
    http://www.aladin.co.kr/shop/common/wseriesitem.aspx?SRID=37264

    중국근현대사
    http://www.aladin.co.kr/shop/common/wseriesitem.aspx?SRID=46473

    프랑스 혁명사 10부작
    http://www.aladin.co.kr/shop/common/wseriesitem.aspx?SRID=99891

    춘추전국이야기
    http://www.aladin.co.kr/shop/common/wseriesitem.aspx?SRID=19442

  • 통나무 ()

    방법서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58051

    지성교정론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5889482

    모나드론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7080019

  • 엔리코 ()

    미래에 대한 고민은 누구나 하는것이고, 지금과같이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선 더욱 고민이 심할수밖에 없죠. 글쓴분은 무언가 허전해하시는 것 같네요. 
    정답이라는게 있을까요. 살아가면서 깨우치는거죠. 평생 따라다니는 질문입니다.
    사용기게시판에 bozart님이 쓰신 글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꿈에 관한 짤막한 글입니다.

  • 댓글의 댓글 아지 ()

    제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니 거의 답정너 수준의 글이었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말씀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허전해하고있다는 말씀이 정확한 것 같습니다. 목표 보다는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생각해보는게 중요할 것 같네요.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 호옹리 ()

    인생을 대신 살아달라 하시지요;;;

  • 댓글의 댓글 아지 ()

    나름 자기주도적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글에서 그렇게 보였다면 제가 잘못 쓴 것이니 사과드려야겠네요. 몇 시간 지나서 보니 엄청 부끄러운 글입니다. 따끔한 소리 감사합니다.

  • 은하수 ()

    20대니까 그럴 수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너무 부모들이 10대에 자꾸 뭐가 되라고 떠들다보니 막상 대학에 오면 허무해지지요.
    이게 졸업 후 일을 할때도 이런 허무감이 잘 해결 안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윗분들은 책을 많이 나열해주셧는데
    저는 격투기나 운동을 하나 마스터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지금 돌아가서 생각해보면 이깟 학위나 연봉같은게 인생을 풍요롭게 하지 않아요.

  • 지복 ()

    왜 우리나라는 진로고민하면 그놈의 인문학이 튀어나올까요.. 사람마다 성향 다르고 다 다릅니다.

    일단 학교 다니면서 방학 때 틈틈히 다른 분야들 관련 서적, 그 분야의 대가들의 자서전 같은 거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다보면 "저 분야를 공부하면 좋겠다, 멋있다"라는 느낌이 오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좀 더 공부해보고 하는거죠.

    의대나와서도 갈 수 있는 흥미로운 분야가 아주 많은 것 같습니다. 보험하나 들어뒀다 생각하시고 열심히 공부하시면 될 것 같네요.

    그리고 위의 은하수님 말처럼 몸이 건강하고 젊을 때 좋은 취미생활 여러 개 개발해놓으면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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