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 대학원이 다 이렇습니까?

글쓴이
noname01
등록일
2016-11-03 05:5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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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석사1년차 학생입니다.

이번에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매우 간단합니다.

현재 저는 논문 쓰라고 푸쉬를 받는 상태입니다만.. 이거야 뭐 어느 곳에서도 별 다름이 없을거라 생각하지만 주요 문제는 쓸 내용이 단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쓰라고 요구받는다는 점 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쓰는게 부끄러울 정도의 내용이라는 점입니다.
실제로 부끄럽네요.

실험이 어느정도 진행되다 장비에 문제가 생겨서 이제야 문제점을 제대로 확인하고 고치는걸 마무리중이라 의미가 있는 활동은 반년가까이 전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논문으로 쓸것을 제안받았습니다. 아마 교수님께서 따오신 과제들에 정량적 논문실적이 필요하기 때문에 요구하셨겠지요.

제가 뭣모르고 저만 쓸모없다고 여길뿐일지도 모르므로 내용을 자세히 서술하자면,

우선 초록으로 제출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Holographic Lithography를 통해 ~의 주기를 갖는 Bragg grating을 제작하였다.

지금 새벽 5시에 머리싸잡고 쓰려하는 본문내용은 다음과같습니다.

photoresist위에 holographic lithography 를 했다.
계산해보았을때 결과는 ~인데, 비슷하게 잘 나온 것 같다.
끝입니다.

간섭광도 뭐 4개 6개 이런것도아니고, 2개뿐입니다.
I(r) = 상수 * | exp(@#$@) + exp(@#$@) | ^2
정도만 계산하면 바로 계산이 됩니다..

이론적으로 나와있는것을 실제로 확인해보는 논문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고,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만든 패턴은 단 한종류. 주기성이나 기타 패러미터 바뀐 것 없음. 물질 등 조건요소 변하는 사항 없음.
실험자료자체도 하나뿐

실험을 왜이래 조잡하게했냐 여러경우로 해서 했으면 됬을거 아니냐.. 라고 생각하실 수 있을겁니다.
제가 애초에 이걸 하는게 연구주제가 아니라 그 패턴을 만들어서 다른 device를 만드는게 목적이라 다른 패턴을 시도할 장비도 없을 뿐더러..

여러종류의 패턴을 여러요소를 바꿔가며 같은물질을 사용하여 실험한 상위호환의, 완전 같은내용의 논문이 10여년 전에 이미 존재합니다.



제가 맡고 있는 과제는 저희 지도교수님 과제가 아니라 다른교수님 과제라서 저는 실질적으로 교수님 두분과 일하고 있는 상태인데, 같이 과제하는 교수님한테 이걸 진행하는건 아무의미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했을때 그 교수님 조차 아무쓸데도없고 의미도없는 이딴걸 내야하냐고 난색을 표했습니다.

이미 정확히 같은내용의 상위호환논문이 10년전에 있었으며 훨씬 잘 쓰여져있고, 이보다 좋을 요소가 단 하나도 없음을 어필한 바 있고, 현재 진행중인 연구과제가 이런걸 만드는 내용도아니라 여러종류를 시도해볼 수 없단점도 말하며 쓰는 것 자체에 대해 부정적의사를 꽤 긴시간 표했습니다만, 다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거절당했습니다.


사람이 하고싶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겠습니다만,
아무데도 쓸데없으며 학술적가치가 없는데다가 표절이나 마찬가지일 논문을 써야한다는 사실이 너무너무 고통입니다. 솔직히 학회에서 초록이라도 ACCEPT해줄거라고 생각조차 안했는데..
이런 수준이하의 글에 제 이름이 달려서 남에게 보여준다는 사실자체가 너무 부끄럽습니다.


물론 논문에 full paper가 게재될일은 절대없겠지요.

실험 장비셋업이 맛가지만 않았어도 실험이 잘 진행되어 이런 정량적 실적채우기용 활동을 하지 않아도 됬을까 싶지만.. 너무 회의감이 드는군요.

제가 쓸데없이 예민한것일런지요

  • Hithere ()

    그럼 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뭐 교수가 독약을 먹이는 것도 아니고, 좀 쓰레기 같은 논문을 석사1년차한테 써서 내보라고 한들.... 

    자꾸 창피한 논문을 써야 창피하지 않은 연구를 하려고 노력하게 되더군요. 시작도 안해본 분이 회의감 같은 소리 하시네요.

  • JonJ ()

    사실 석사 1년생에게 논문을 써보라고 하니 잘 이해는 안되지만 (저는 광전자공학, 광학으로 외국에서 박사를 받았습니다.) 이 상황에서 조언을 굳이 한다면,
    먼저 실험실 장비가 좋지 않을 경우 analytic study 쪽으로 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실험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이론적인 것에 치중하는 논문이죠. 물론 쓰기가 쉽지 않습니다. 랩에 컴퓨터가 있고 시뮬레이션을 많이 하면 analytic study와 numerical study만으로 논문을 끝내는게 깔끔하죠.
    만약 님이 이런 이론에 치중한 논문을 쓸 실력이 안되면 '펀딩'을 요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즉, 정말 괜찮은 논문 아이디어를 가져온 후 반드시 사야하는 실험기자재를 요구하는 것이죠. 그렇다고 랩을 새로 짓는 그런 기자재를 요구하는게 아니라 아주 작은 것, 교수가 가진 budget 내에서 살수 도 있는 현실적인 것을 생각해보는거죠.
    이 두가지의 경우 논문의 질이 중요한데, 기본적으로 논문의 질을 올리려면 관련분야의 review논문을 읽는게 아주 중요합니다. 즉, 관련분야의 논문 (그 10년전 논문을 포함)을 잘 정리한 리뷰논문을 몇 개 구해서 그 분야는 빠삭하게 알 정도로 공부하는겁니다. 뭔가 하나가 이해 안되면 그 논문이 참조하는 다른 논문을 읽고 그 논문의 또다른 논문을 읽고 (뭐 이게 박사공부긴 하죠) 이렇게 하다보면 내가 뭘 연구해야 논문이 나오겠구나 하는 감이오죠.

    석사1년생이라시니 사실 교수가 많이 기대를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냥 리뷰논문을 읽고 현 실험실 상황, 그리고 랩에 있는 다른 박사생, 교수들이 낸 논문 (최소 이 랩에서 연구는 했으니 랩에서 할 수 있는 실험을 했을 것임)들을 읽으며 여기에 +알파를 제시하면 교수가 정말 기뻐하겠죠. 그리고 이렇게 하는게 가장 현실적입니다. 당장 다른 랩으로 갈수도 없고 현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도움도 받으려면 가까이에서 같은 랩에서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쓰던 사람한테 물어보고 배우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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