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서 때문에 정말 살기 싫습니다

글쓴이
Ultarresh
등록일
2016-12-24 04:07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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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 학위 가지고 재직중인 신입사원입니다.
짧은 생각에 오로지 취업만을 보고 학부랑 다른 분야로 대학원을 진학했습니다.
원래는 박사과정이었구요.

스티브잡스는 그렇게 말했죠.
Stay hungry, stay foolish. 마음에서 나는 소리를 믿고, 행동하십시오.
미화되고, 성공했기에 할 수 있는 소리라 생각했지만
성공과는 관계없이 그 말은 옳았고, 귀담아들었어야 했었습니다.

저는 창업동아리에서 활동했었습니다.
실제로 창업활동을 했고, 나름 큰 대회에서 수상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조장이었구요.

경영학과를 나온 2학년 후배자식이 이 아이템으로 실제로 사업을 해보겠다고 조릅니다.
당시 4학년이었던 저는 졸업시즌이 다가오자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고
저는 장학생이라는 명목으로 학위과 함께 기업에 팔려갈까 이 사업을 해볼까 고심하다가
주변인들과 가족들의 만장일치로
많은 사람들앞에서 비전을 제시하고 투자를 이끌던 빛나던 눈은 한 줄의 스펙으로,
결국 치졸하게도 자본과 대기업이라는 실체없는 명예 앞에 무릎을 꿇었죠.
저를 인생의 멘토라 칭하던 후배를 배신하구요.
제 불행은 거기서 시작됐습니다.

그렇게 가고 싶었던 회사에서 매일매일 몸과 정신이 썩어간다는 느낌과 후회만 드는 요즘입니다.
한번 뿐인 내 소중한 인생을 마음에 응어리를 안고
대한민국 교육부가, 정부가 바라고 의도한 대로
29살의 나이에 그렇게 나도 내 젊음을 쏟아부으며 늙어가고 싶진 않다고 생각들었습니다.

성인이 되고 나서 노화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까지의 시간은 생각보다 짧은듯 합니다.
뇌의 기능도 현재 자신의 사회적 경제적 위치에 맞게 완전히 최적화되고 굳어갑니다.
군대 빼고 학교 빼고 뭐 빼면 길어야 5년안에 머리가 굳어버리고
어린 사람들을 도저히 이길 수 없는 날이 옵니다.
그때는 그 삶 안에서 어떻게든 행복을 찾아내지 않으면 불행하게 됩니다.
불의를 봐도 참아야 할 때가 생기구요, 어느새 참아야 된다고 가르치게 됩니다.
가진 것을 지키려고 하고, 변하지 않으려 들겁니다.
마치 천 년을 넘게 살 것 처럼요.

유추하셨겠지만 당연히 대학원생활을 제대로 했을리가 없죠.
평점이 3점대입니다.
취업을 목적으로 대학원을 갔는데
이미 취업은 됐고 모든게 풀어져서 공부가 제대로 됐을까요.

그래도 실속은 챙기려 SCI 1편정도는 쓰고 나왔지만
문제는 졸업하면서 교수한테 작별인사도 안하고 집에 온,
저와 교수의 틀어질 대로 틀어진 인간관계였습니다.

언젠가 미국에 간 적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명문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죠.
어렸을적 꿈인 이 곳을 간절히 바란지 10년만에 신기하게도 미국 땅에 서있습니다.
문득 나는 무엇이 될까 늘 궁금했던 옛날생각들이 납니다.

직장생활이 너무 힘듭니다. 내가 원했던 것을 안하고 있으니까요.
제가 모 대기업 부장님께 밤늦게 술 따라드릴 동안 창업 활동을 한 그 후배자식은
액샐러레이션에 성공하여 미국에 연수를 갔다와서
학교를 때려치고 26살의 나이에 직원수 100명의 기업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홍콩에서 투자설명회 한다고, 와서 놀다 가라고 특급호텔과 비행기표를 끊어줬던 그 동생이 얄밉습니다.
내가 롤 모델이라던 그 후배자식이 저의 롤모델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굳이 지난 일을 가지고 땅을 치고 후회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이제서야 제가 하고싶었던 공부, 진정으로 하고싶었던 연구를 찾았고
그 기술로서 도전해보기를 이제서야 고대하는데
대학원생활을 그따위로한 죄값을 지금 치르나봅니다.

추천서가 필요합니다.
제가 지원을 하면 교수에게 떡하니 @stanford.edu 도메인으로 온라인추천서가 옵니다.
도저히 academic하게는 보이지 않는 대학원학점 3점짜리 애가 자기 석사전공은 내팽개치고
학부전공을 따라 그것도 박사를 하러 대학원을 간답니다. 그것도 미국 명문대를요.
이제와서 저, 무려 "스탠포드" 갈테니 추천서 써달라고 합니다.

"니가?"

아마 대학원 인턴도 비웃을겁니다.
좋은 추천서 나올리 없고
석사학생의 경우 지도교수 추천서가 필수 서류입니다.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하필 왜 스탠포드냐구요. 다른 대학교 많은데.
기술창업 연계프로그램이 세계최고이구요,
지원이 빵빵해서 가고싶은겁니다.
박사는 공부하는데라며 옷깃 세우는 그런 대학교 아니라서 가고싶은 겁니다.
교수는 그렇게 생각 안하겠죠.
그리고 그 생각은 바뀌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그냥 넋두리 해봤습니다.
언젠간 성장하겠죠 저도.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 제가 미국에 갔던 것 처럼

읽어주셨다면 감사하구요,
딱히 조언을 구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나 선배, 후배가 있다면 나눴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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