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생활이 원래 이런건가요?

글쓴이
samuro
등록일
2017-05-27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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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0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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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학기 spk sw쪽 석사과정으로 입학한 공대생입니다.
제 연구실 생활이 힘들긴 하지만 이것이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는데 최근들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고,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너무 자세히 얘기하면 저희 랩이 특정될 수 있으니 두루뭉술하게 얘기하는것 양해 부탁드립니다.

저희 랩은 최근들어 연구분야가 바뀐 연구실입니다. 원래 연구실이 자산을 쌓아오던 분야에서 벗어나 한번도 해본적 없는 부분에 뛰어들었는데, 융합을 하려는 시도 자체는 좋다고 생각되나 쉽게말해 연구실 내부적으로 새롭게 시작한 분야에 대해서 지식이 거의 전무한 상태입니다.
문제는 그 분야에 대해서 교수님도, 기존 박사과정생도 깊이있는 지식이 없는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대형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신입생 몇명을 메인으로 내새워 작업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학부 갓졸업한 신입생이라 논문 파악하는 능력도 제대로 없는 상태에서, 심지어 기존 literature study를 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고 무작정 투입되어 일하고 깨지고 고치고 또 깨지고를 반복하는 중입니다.
심지어 교수님 성격조차 좋은편이 못되어 정신적으로도 힘듭니다.

초반에는, 비록 힘들지만 힘듦의 총량은 다른연구실도 비슷할 것이며, 힘든만큼 얻는것이 많으리라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해당 분야에 대해서 연구자산이 쌓여있는 연구실에서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일하는것에 비해서 얻는것은 적고 힘듦만 큰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프로젝트를 내년 중순까지 진행하고 관련 내용으로 논문을 쓰게될 것 같은데, 박사진학을 하든 취직을 하든 따라다닐 학위 논문이 흥미없는 분야 + 기존에 해당분야 진행하던 연구실에 비해서 낮은 퀄리티의 논문이 될 것 같아 걱정입니다.
정리하자면 문제는 총 3가지입니다.
1. 저는 연구실의 기존 분야를 보고 입학했으나, 새롭게 시작하는 분야에 투입되었고, 해당 분야에 흥미가 거의 없음
2. 새로운 분야에 대해서 연구실내에 쌓인 자산이 없어 고생하는것에 비해서 진행이 더디고, 개인 입장에서는 얻는것이 적음
3. 교수님 인성이 안좋아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큼

이런 상황인데 이것이 흔하게 있음직한 상황인지, 연구실을 옮기는것이 나을지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 노랭이군 ()

    컴퓨터 과학 분야는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편이라, 클래식한 주제들을 연구하는 일부 연구실을 제외하고는 새로 들어온 학생이 완전히 새로운 연구 분야의 주제를 시작하는 경우가 흔하게 있습니다. 학술지보단 컨퍼런스를 강조할 정도로, 어떤 주제를 빠르게 탐구해서 빠르게 발표하는 게 중요한 분야이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학생의 능력에 상당히 의존하는 부분이 크고, 연구실의 기존 자산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가가 성패에 영향을 분명 끼칩니다. 따라서 제일 좋은 건 교수나 박사과정 레벨에서 기존 자산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스케쥴링"하고, 학생은 자신의 흥미보다는 "커리어 측면"에서 (연구실을 나가는 걸 포함) 제일 좋은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물론 양 측 모두가 제대로 선택하는 걸 본 적은 거의 없습니다...

    위 관점에서 제 의견을 더 드리면
     - 기존에 그 연구실을 졸업한 석사들도 비슷한 상황에서 논문을 썼을 텐데, 같은 시간이 주어지더라도 낮은 퀄리티의 논문이 나오는 건 다른 분을 탓할 게 아니라 질문자님의 능력의 문제입니다. 더 나은 환경으로 옮겨갈 수 있다면 좀 더 나은 논문이 나올 수는 있지만, 4학기는 결과가 크게 달라지기에는 짧은 시간입니다. 박사과정을 반드시 하겠다면 몰라도, 재입시 준비까지 고려해 두 학기를 날려가면서 할 만한 메리트는 없다고 봅니다.
     - 원래 대학원에서는 체계적으로 공부하지 않습니다. 아무도 연구하지 않았던 지식을 생산해야 하는 상황에서 체계에 의존하는 건 이미 새롭지 않은 걸 하고 있다는 거죠. 물론 이런 자세를 석사과정에게 요구하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다른 연구실에 가면 '체계적으로 공부한다'는 환상은 버리시기 바랍니다.
     - 다만 해당 연구실의 트레이닝 과정 자체에 대해서는 질문자께서 스스로 판단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시간 안 주고 일 시켜서 깨고 다시 해오도록 하는 것이 스스로의 철학과 안 맞아 견딜 수 없다고 하면 빨리 bye bye하는 걸 추천합니다. 단순히 힘든 정도라면 연구 환경과 질문자님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을 고려할 때 그 방법 외에 다른 선택지가 있는지 고민해보세요. 학생 관점에서 보는 건 의미없고, 교수 관점에서 생각해보시면 답이 나올 겁니다.

  • 돌아온백수 ()

    갈수록 기술이나 기업의 수명이 짧아집니다. 평균 15년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20년전에는 30년이라고 했었어요.

    대부분의 교수들이 학위과정때 하던 것으로 연구과제를 따는것이 아주 어렵습니다. 이미 그분야는 쇠퇴하거나 관심의 영역에서 사라졌거든요.

    지금 학위과정에 있는 학생들은 더 할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마 학위가 끝나면, 그 기술을 써먹지 못할 확률이 더 높을거에요.

    운이 좋아서 교수가 되면, 5년 정도 안에 테뉴어 받을 만큼 성과를 내야 하고요. 그리고 나면, 그 기술로는 더 이상 연구비 타기가 어려워져요.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관두고, 다시 공부하러 가야하나요?

    박사 학위라는 건, 일종의 면허증이에요. 그 분야의 어떤 연구이든지 혼자 기획하고 수행할 수 있다는 면허증 같은 거죠. 그래서, 대학 연구실은 늘 새로운 분야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야 굴러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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