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라는건 참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글쓴이
xAeDiE
등록일
2017-06-22 22:06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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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건
안녕하세요. 전자과 2학년 재학중인 학부생입니다. 드디어 내일이면 2학년 1학기가 종강을 맞이합니다 ㅎㅎ.
  1학년 때는 어쩌면 고3때 하던 공부를 약간 압축했다고 해야 하나... 시간표에는 구멍이 조금 생겼지만 그래도 그만큼 밀도 있는 좋은 공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었어요. 아무래도 기초 과목인 물리나 수학 중심이라 그랬겠죠.
  그런데 2학년이 되고 나니 공부량은 곱절로 늘어난 기분이 들었어요. 다른 사람들은 적당히 소스 써가면서 공부하는데, 그래도 찔리는것도 있고 내 스스로 해야한다는 그런 마인드가 있다보니 항상 과제에만 매달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집중력은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보니 공부량은 늘고 투자 시간도 비례하는데, 결과를 보니 성적은 그때랑 비슷한 것 같아요.
  성적이 그대로인건 큰 고민은 아니예요. 사실 진짜 고민은 공부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얼마 전에 친구랑 밥을 먹고 가는데 그러더라구요, 대학교에 오고 나니 왜 열심히 해야 하는지를 모르겠다, 아예 못하지만 않으면 되지 않느냐, 말하자면 재수강 해야할 정도 이상이면 괜찮지 않냐는 느낌이었어요. 실제 취업이 대입과 달리 학점과 정비례하는것도 아니고 말이죠.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요. 대체 왜 공부를 하는 거지? 라는 생각은 고등학교 그 이전부터 나를 따라다닌 문제인 것 같아요. 그렇다고 공부가 싫은건 또 아니예요. 애증의 관계같은거라고 해야 하나? 하다 보면 귀찮다는 생각은 당연히 들지만 또 놓을 수 없는 마성의 매력 같은게 또 있네요. 유투브로 가끔 프로젝트 영상같은거 보면 이거 참 신기하네 하고 눈이 반짝이는 기분이 드는 그런 기분이요.
  선배님들은 어떠신지 물어보고 싶어 두서없지만 한번 올려봅니다. 어떨 때 공부한 보람이 있다고 느끼는지, "나는 이래서 이 분야가 좋다" 라는 말이 들어보고 싶어요. 그 외에도 혹시 괜찮으시다면 한 마디 조언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게시물은 sysop님에 의해 2017-06-23 17:55:30 자유게시판에서 이동 됨]

  • 돌아온백수 ()

    공부가 뭔가요?  잘 외우는지 시험 보는 건가요?

    뭔가를 이해 하는 건가요?

    그럼, 이해라는 건 어떤 상태 인가요?

    직업으로써 보람을 생각하시는 건 가요?
    아니면, 자신의 존재감, 혹은 성취감을 느끼는 때를 물으시는건가요?

  • 댓글의 댓글 xAeDiE ()

    둘 다 묻고 싶습니다. 지금은 학생이니만큼 배운다는 것 자체의 이유를 묻고 싶고, 또 나중에 직업을 갖는다면 그때는 공부 그 자체로 일의 일부가 될 텐데, 그렇게 본다면 직업이라는 면에서 공부의 의의라던가 그런 것을 묻고 싶습니다.

  • 통나무 ()

    좋은 선생님에게 강의를 들어보는게 한가지 경험이 될수는 있는데요.
    과목은 상관없이, 자기와 관련된 과목이면 더 좋기는 한데,
    좋은 선생님에게 강의 듣다보면 지금 던지는 질문이 눈앞에서 뛰쳐나오는 착각같은게....
    학교내에서 없다면 옆에 학교 청강이나 이리저리 뒤져서라도 경험을 해보는게

  • 돌아온백수 ()

    대강 개요를 말씀드리면....

    학부과정 까지는 언어를 배우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고요. 같은 단어도 분야마다 다르게 쓰는 경우가 있잖아요. 자신이 전공하는 분야에서 쓰는 언어를 배우는 과정으로 봅니다.

    언어는 생각의 도구이고 소통의 도구 이잖아요.
    언어를 배웠으면 생각을 해야겠지요.
    그 생각을 서로 교환하는게 소통이죠.

    자, 사람은 어떻게 자존감을 가지게 될까요?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경지는 뺴고 얘기합시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은 비출 수 있는 대상이 있어야 자신을 보고 인식하게 됩니다.
    즉, 소통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게 된다는 거죠.

    여기 까지, 받아들일 수 있으신가요?

  • 댓글의 댓글 xAeDiE ()

    학부과정에서 배운 "언어"를 토대로 남들과 소통하며 내 배움을 알고, 또 소통하는 것 자체로 관점을 넓혀가는 그런게 배움의 의의라는 그런 말씀이신가요..?

    만약 그렇다면 석/박사 과정의 공부는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혹시 한마디만 더 해주실 수 있다면 감사하겠습니다...

  • 댓글의 댓글 돌아온백수 ()

    대학원 과정에서도 언어 배우기는 계속되죠. 언어는 살아있는 것이라고도 하잖아요. 대학원 과정은 '연구' 하는 것을 배우는 거죠.

    연구는 뭐하는지 모르고 하는 건데요.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하는건 아니거든요.
    기본은 소통입니다.
    그리고, 네트워킹이 추가 됩니다. 다른 사람이 뭘 잘하는지, 그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내가 남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이나 재능이 뭔지.

    자, 누군가 '상상'을 합니다. 그 상상을 가지고 토론을 하다 보면,
    이런거 한번 만들어 볼까? 될까? 안될까?

    필요한 것들이 무엇이고, 이렇게 하면 될거 같고,
    이런 저런 함정/위험 이 있을 것 같다.

    필요한 기술과 사람을 모으고,
    제안서를 쓰고,
    통과 되면, 계획에 따라 연구를 하는 거죠.

  • 댓글의 댓글 돌아온백수 ()

    배움의 의의 라는 것은 논어에 나오죠. "배우고 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어휘가 늘어날수록, 만나서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가고 싶은곳도 많아지고, 보고 싶은 것도 많아지고, 먹고 싶은 것도 많아집니다.

    잘 만 하면, 더 재미있게 살 수 있는 거죠. 어차피 누구나 하루 24시간 밖에 없어요.
    자기가 아는만큼 즐기는 거에요.

  • 찬찬찬 ()

    공대의 관점에서 봤을때 무언가 만드는게 재미있지 않은 친구들은 대학에 오는 의미가 학위를 얻는 것 이상으로는 없다고 봅니다. 말씀하신 대로 열심히 할 필요도 이유도 없으며 적당히 학위만 있으면 되는 거죠. 한 70%의 학생은 이렇지 않을까 싶네요.

    공대 대학 생활이 재미 있을땐 무언가 만들기를 좋아하는 친구가 수업에서 배운 이론을 적용시킨 프로젝트를 진행 할 때 입니다. 누군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찾아서 무언가 만드는 친구들 주변에 있을 겁니다. 인터뷰도 해보고 잘 관찰도 해보세요.

    수업에서 이론에 흥미를 갖도록 지금 배우는게 왜 필요한지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잘 설명해주시는 교수님이 계시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않으므로 배우는 내용이 왜 재미있는 건지 찾는건 학생의 몫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마이컴을 verilog로 설계해보면서 컴구조 과목이 너무나도 재미있었고, os 설계 해볼땐 os 과목이, 생체 신호 계측 모듈을 만들어 보면서 디지털 신호처리, 아날로그 회로, 디지털 회로 설계가 그렇게 재미있었습니다. 신경망으로 숫자 인식 만들어보거나 할땐 인공지능 수업이, 쿼드로터 만들어 본다고 난리 칠땐 제어공학과 동역학이 그렇게 재미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재미 있어서 스스로 찾아보면서 공부하다 보면 오히려 성적이 잘 안나올때도 많습니다. 그래도 평점 4.0/4.5정도만 되면 뭘하든 큰 문제는 없지 않을까 싶네요.

    설계가 재미가 별로 없다면 일찍이 학위만 받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다고 봅니다. 흥미 없이 열심히 암기 공부만 해서 어중간한 포지션으로 가봐야 어차피 배운거 하나도 활용 못합니다.

  • 댓글의 댓글 돌아온백수 ()

    메이커는 대학을 나와야만 할 수 있는 건 아니죠. 독일의 도제시스템으로도 가능하고요. 바로 창업을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메이커들은 또다른 재능입니다. 메이커가 학문적 소양까지 갖추면 좋겠습니다만. 굳이 그럴 필요조차 없어요. 온라인에 필요한 정보가 널려있거든요.

    메이커들은 보여주면 되니까, 소통 능력이 조금 부족해도, 만드는 능력으로 보완할 수 있고요. 완성품을 보여주면, 같이 일하려는 사람들이 몰려오니까, 네트워킹도 굳이 필요가 없죠. 계속 만들고 있으면, 사람들이 보러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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