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와 공학도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선배님들의 조언을 듣고 싶어 질문드립니다.

글쓴이
옥순이
등록일
2017-11-25 08:56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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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선배님들.
여기 계신 분들은 단순히 과학인으로서 선배이신 게 아니라 아직 고3밖에 되지 않은 저에게 있어서는 인생의 선배이기도 하십니다.
그런 측면에서, 햇병아리가 선배님들께 묻고 싶은 게 생겨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교사의 꿈을 가지고 쭉 살아오다가 최근들어 진로에 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고, 경제와 공학을 전공하고 싶다는 열정이 강하게 들었지만 부모님과도 마찰을 빚는 등 그렇게 순탄하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부모님께서 경제만 전공하면 뭐 먹고 살래 하셔서 원래부터 관심이 있었던 공학을 복수전공하겠다고 말씀드리니, 그래봐야 취업은 잘돼도 결국 니가 특출나지 않은 이상 4-50대면 회사 잘리고 나서 망가진 몸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십니다.

그 점이 정말 뼈아프게 다가오기는 하더라구요... 교사의 삶은 분명 편안함은 보장된 길이긴 하니까요. 부모님이 둘 다 공무원이라 그쪽이 삶의 질 측면에서 얼마나 안락한지는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삶이 좀 힘들면 어떠냐
내가 하고 싶은 공부 열심히 하면 길이 열리겠지 하는 패기로운 마음이었습니다만
현실적으로 문제가 많이 느껴지네요.

제가 원하는 대학원 진학은 집안 사정으로 인해 장학금을 받지 못하면 거의 불가능할텐데, 장학금을 받으면서 대학원을 다닐 만큼 내가 능력이 있을까도 의문이 들고, 그게 실패해서 기업체에 들어간다 쳐도 술을 못하는지라 기업체문화에 적응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저번에 sky공대에 진학하신 학교 선배님과 우연찮게 얘기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잠시 이 얘기를 했더니 선배님께서 하셨던 말씀도 기억에 남습니다.
'사람이 꼭 하고 싶은 일을 해야 되는 것도 아니고, 할 수 없는 경우도 많지.'

마음이 뒤숭숭해서 글이 두서없게 쓰인 점은 죄송합니다.
염치불구하지만 선배님들 입장에서, 이런 상황에 놓여있다면 어떤 선택을 하실지 짧게나마 한마디 해주시면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게시물은 sysop님에 의해 2017-11-27 10:14:18 자유게시판에서 이동 됨]

  • 돌아온백수 ()

    어른들이 살아온 세상, 보고 들어온 얘기들은 다 지나간 과거입니다.
    여러분이 살아갈 세상은 여러분이 만들어 갑니다.

    한국이 빠르잖아요, 뭐든지.
    지금 50-60대 어른들은 그들의 20대에 오늘 같은 세상이 올지 예상하지 못했어요.
    촛불들어서 대통령이 된 대통령의 딸을 몰아내는 세상이 올지 상상하지 못했어요.

    그러니까, 어른들 얘기로 본인의 인생을 결정하려고 하지 마세요.

    같이 세상을 만들어갈 또래들을 보고,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들어보세요.
    그리고, 스스로 미래를 상상해 보세요.
    상상하면, 현실이 됩니다.

  • 돌아온백수 ()

    또래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앞으로 대학생활, 그리고 대학원도 가실지 모르잖아요.
    미국 얘기 좀 하면요....
    시골에 대학만 덩그러니 있는 그런 도시들이 많아요.
    거기서, 공부를 하는데,
    취업 공부를 하는게 아니고요.

    도시를 꾸려가는 구성원이 되어서,
    커뮤니티를 유지 하는 경험을 해보는거에요.
    물론, 근로장학금을 받죠.
    도시와 학교가 구별이 잘 안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그런 환경에서 24시간 일주일에 7일을 보내며,
    또래들과 살아가는 얘기를 하게 됩니다.

    그렇게 대학을 마치면,
    왠간한 규모의 커뮤니티에는 무리없이 적응하게 되는 거죠.

    그렇게 세상과 사회를 경험하고 나서,
    직업에 대해 고민을 해도 늦지 않습니다.

  • 돌아온백수 ()

    좀 더 소소한 예를 들면 말이죠.

    그런 대학도시에서 생활을 하면, 커뮤니티 문화센타 같은 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기회를 가질 수 있어요.
    자신이 잘 하는 과목을 가르치면 되겠죠.
    그런 경험을 해보면, 스스로가 교사로서 재능이 있는지, 경쟁력이 있는지 알아볼 수 있겠죠.

    음악을 한다면, 커뮤니티 오케스트라에서
    그 도시 주민들과 같이 연주하며,
    어른들의 생각도 들어볼 수 있고요.
    작은 도시라면, 아마 매주 교회 반주를 하게 될겁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 대학들은 도시 시민들과 아주 밀접하게 교류하게 됩니다.
    그 도시 전체가 교육에 참여하는 거죠.

    그리고, 이런 대학은 도시 자체를 작은 지구로 만드려는 노력을 합니다.
    전세계에서 학생과 교직원을 모아서,
    학생들이 대학생활을 통해서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게 하는 거죠.

  • 진리와봉사 ()

    공학전공하는 3학년 학생입니다.
    저 역시 안정된 삶에대한 많은 고민을 했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로는 고소득을 올린다거나, 좋은 직장을 갖는것은 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스스로가 통제할 수 있는것은 운이 많은 쪽으로 이동하는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지금부터는 순전히 제 생각입니다.
    교사의 수요와 공급을 생각해보면
    교사의 수요는 학생들로부터 옵니다. 그러나 학생 수는 점점 줄어가는 중이구요.
    교사의 공급은 교대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공을 하신 석, 박사님들도 지원하기도 하죠.
    가장 중요한 것은 방송통신기술의 발달과 AI라고 생각합니다. AI가 학생들을 가르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것도 모든 산업분야에서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10년뒤, 20년뒤를 함부로 예단할 수는 없지만
    제가 믿고 옳다고 생각하는것을 선택하는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보고 경험한 것들은 말씀드릴 수 있을것 같네요.
    좋은하루 되세요.

  • mhkim ()

    자신이 결정하고 자신의 길을 가면 됩니다. 부모님께서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습니다. 후회를 해도 자신이 후회하는 것입니다. 지난 수십년간을 생각해보면 누구도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자신의 제한된 정보와 능력으로 지금 현재 최선의 판단을  스스로 하시길 바랍니다. 그게 자신의 그릇의 크기입니다. 다만 그 그릇은 자신이 하기에 따라 크게도 작게도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시대가 와도 미래를 어렴풋하게 그릴수는 있어도 정확하게 맞출수는 없습니다. 어제와 같은 내일이라고 아무도 예단할 수 없습니다. 내일 사고로 내가 존재하지 않을수도 있는데 먼 미래를 미리 그리는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수 있습니다.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게 인생입니다. 때로는 뒤로 갈수도 돌아 갈수도 주저 앉을수도 있지만 그 길은 오로지 자신만가는 자신의 길입니다.  아무리 나이든 사람이 자리를 놓으려고 하지 않아도 미래는 젊은이의 것입니다. 너무 걱정하시지 마시고 오늘 하루 충실히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스스로가 매일매일의 주인이 되시길 바랍니다. 이제 입시결과가 곧 발표될텐데 너무 일희일비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잘되면 기뻐하시고 못되면 다시 일어나실 준비를 하면 됩니다.

    교사를 해도 다이나믹한 삶을 살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공학도는 원래 다이나믹하니 그게 생활이다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스스로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부모가 만들어준 의식이 아니라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만약 생각해보지 않았다면 지금 이기회에 생각해보시길 추천합니다. 만약에 길을 가다가 아니면 돌아가는것도 좋지 않을까요? 자식이기는 부모 없습니다. 자식이 어떤 것을 하다가 다른것을 하려고 할때 능력이 되면 막는 부모는 아무도 없을것입니다.

  • 남영우 ()

    작성자의 부모님이 자식의 나이였을 30년 전에는 공무원이 좋다고 자식에게 강요에 가까운 권유를 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을 것입니다. 자식이 살아갈 세상에 대해서 부모가 조언을 할 수 있어도 살아가는 것은 본인입니다.

    자식의 성향이나 기질을 파악한게 아니라, 뭐뭐가 살기에 무난하니까 그거 해라라는 종류의 권유는 글쎄요......그런데, 애초에 교사가 꿈이고 그쪽으로 적성이 맞으면 직업으로 괜찮을 것입니다. (부모님 입장에서 보면 좀 뜬금없이)갑자기 경제와 공학을 전공하겠다고 해서 그럴 수도 있고요.

    잘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이건 자신의 기질이나 성향을 알아야 하고, 알더라도 전공이 거기에 맞느냐는 또 다른 문제이고, 직업을 가지는 것은 또 다른 길입니다.

    어린 학생들에게 먹고 살 걱정을 일부러 주입하는 방식의 훈계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만, 그와는 별개로 스스로가 그리는 삶이 어떠한 것인지 잘 보셔야 합니다.

  • 시나브로 ()

    회사생활을 오래 해온 사람으로서 돌이켜보면 직장문화도 많은 변화가 있어 왔습니다.
    96년까지는 평생직장의 개념을 가지고 맘편히 다녔습니다.
    그때는 급여차이 때문에 교사나 공무원은 능력이 좀 부족한 사람이 밀려서 가는 곳으로 여기는 분위기였어요.
    그러다 IMF 사태를 겪으면서 무더기 해고의 칼바람이 부니까 갑자기 교사나 공무원이 인기를 얻게 된 것이지요.

    직장내 분위기도 변화가 많이 생겼는데요.
    90년대 초중반은 못된 직장 상사를 만나면 위에 얘기해서 자리를 옮기는 것이 자유로운 편이었어요. 이 문화도 IMF후에는 바뀌게 되는데, 해고위험 때문에 상사와의 트러블을 쉽게 드러내기 어렵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IMF 이전에는 술을 강요하는 문화가 심했지만, 점차 개성 뚜렷한 신입사원들이 많아지면서 지금은 술을 거의 강요하지 않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가 발달하면서 자칫 공론화 돼서 집단 성토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조심하는게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그러니까 술때문에 직장생활을 부정적으로 보실 필요는 없겠습니다.

    윗분들이 지적해 주셨듯이 앞으로는 사회환경이 보다 급격히 변화될 것이기 때문에 미리부터 미래환경을 속단하고 본인의 적성을 접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미래사회를 예측해보고 그 사회에서 본인의 적성을 어떻게 접목시켜 나가야 될 것인가를 고민하는게 맞을 것입니다.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이런 고민을 나눠보는 것이 어른들의 교조적인 충고보다 훨씬 도움이 될 것입니다.

  • 통나무 ()

    부모님이 두분 다 공무원이시라면, 별일 없으면 연금으로 두분다 노후보장은 되시는것 같고요.
    이게 현재에서 제일 본인한테 큰 덕입니다.

    이제 본인의 진로인데,
    막연하죠. 경제와 공학을 같이 한다. 할수는 있는데 공부량이라는게 그닥 호락호락한게 아니라서요.
    불확실한데, 어떤 분야든 들어가서 꾸준히 그쪽분야 기본적인 성취만 된다면 또 길이 열리는데
    여기서 또 중요한게 본인 자신문제인데요. 덜 흔들리고, 흔들리더라고 회복력이 빠른지,
    문제가 닥쳤을때 멘붕되지 않고 수숩해서 나갈지, 주변에서 조언을 주었을때 그 조언을 자신에게 맞추어 변용해서 잘 받아들이는지 등등. 거기다가 같이 공부하거나 교수나 하는 분들이 좋은 분들일지...이런게 복합적인것이라.
    딱히 이거라고 얘기할수가 없고 두루뭉실 얘기할수밖에 없는데요.

    어느정도 흔들리는것 같으면 지금상황에서는 원래 생각한곳  가세요.
    라고 얘기해도 지금도 대학이나 전공이나 만족 못해서 그렇다고 따로 뭔 막 할수 있는 그런 여건이나 활동을 해볼수있는것도 아니라 헤메는 분들이 많은지라.......

  • 옥순이 ()

    역시 인생선배님들의 조언에는 한 마디에도 삶의 자취가 묻어 나오는 것 같습니다... 햇병아리에게 이런 조언 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입시 기간 동안 심사숙고하여 선배님들의 조언이 헛되지 않도록 제 삶을 구상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다시한번 감사를 표합니다.

  • mhkim ()

    행운을 빕니다. 전 제 자식들에게도 똑같이 이야기합니다. 니들 인생을 왜 나한테 물어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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