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의대생인데, 진로 관련해서 글 올립니다.

글쓴이
allend
등록일
2018-04-0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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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의과대학생입니다. 이제 본과 3학년이라 졸업이 2년도 채 안남아서 진로에 대해 이리저리 고민하고 있는 불쌍한 중생입니다. 과학자/공학자 분들에게 조언을 구하러 이렇게 글을 남기게 되었네요.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제 꿈은 뇌를 컴퓨터에 연결하는 것입니다. 매트릭스지요. 막연히 꿈이라고 생각했지만, 요새 과학기술 속도를 보니 제가 70살 까지 일할 수 있다고 쳐도, 그 사이에 왠지 minduploading이 성공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한 번 도전해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제 목표는 이러한데 이 연구를 하기 위해서 ‘의대 졸업후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하는게 맞는지 아니면, 미국에서 신경과 레지던트를 한 뒤 공학연구를 하는게 좋을지’가 제 질문입니다.

  제가 살아온 삶에 대해 좀 말씀드려야 진정성이 있지 않을까 싶네요.. 제가 공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사실 얼마되지 않았습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고등학생 때까지는 수학 물리를 몹시 싫어했어요. 제한시간도 빡빡하고, 계산 실수 몇 개했다고 2등급, 3등급 주는 공부가 재밌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겠지요. 그래도 꾸역꾸역 공부해서 서울대 전자과에 진학했는데, 진짜 첫 날 일반물리학 강의를 듣는데 숨이 막히더라고요... ‘와 이 재미없는 걸 또 해야되나... 전자과 들어가도 의대로 반수하거나 전과하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진짜 첫 날부터 숨이 막히니까 안되겠더라고요. 한달정도 다니다가 휴학하고 의대 준비했습니다. ’그래 나같이 수학 못하는 바보는 의사라도 되자..‘라고 생각하면서요..

  인생사 새옹지마인게 어찌하다보니 수능성적이 그리 좋은 것도 아니었는데 의대에 합격했습니다. 쌩 암기라서 공부자체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근데 본과에 진입하니까 무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의대 커리큘럼이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대다수가 하나의 전공을 선택하겠지만 학생때는 의학의 전 범위를 한 번은 다 훑어봐야하기에 굉장히 바쁩니다. 2년 내내 아침8시부터 저녁 5시까지 수업을 듣습니다. 어떻게든 수업을 듣고, 족보를 머릿 속에 꾸역꾸역 넣어서, 시험치고 다 까먹고 그런짓을 2주에 한번씩 2년을 하면서 지냈습니다.
  그리고 어찌 또 버티다 보니 본과 3학년이 되어서 병원 실습을 나갑니다. 근데 병원 실습을 돌고 있자니, 여태까지보다 더 영 아닙니다. 공부보다는 교수, 레지던트 눈치 보는 스킬만 나날이 늘어납니다. 정말 일반의사로서 기초적인 교육 조차 받지 못하면서요. 대부분의 친구들도 이런 공부가 의미없다는걸 인지하지만 ‘인기과 가려면 참고 해야지’ 하면서 버팁니다.
  이렇게 의학공부가 재미없는데  두 번째 이유가 바로 ‘알파고’ 때문입니다. 아직도 그 당시 기억이 생생한데, 알파고와 이세돌 대국이 수목금월화 이렇게 5국을 했을겁니다. 제가 4국이 있었던 월요일에 해부학 2차시험이 있어서, 주말 내내 근육 이름 외우는 짓을 하고 있었는데 더군다나 이세돌 선수가 내리 3국을 지니까 정말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세상이 이리 빨리 변하는데 나는 도서관에 앉아서 이게 무슨 짓인가? 바둑도 이제 컴퓨터가 더 잘하는데 내가 여기서 근육 이름 외우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컴퓨터는 1초면 다하는데...’ 그리고 정말로 의사도 컴퓨터에 대체 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우울해지더군요... 그러다가 이렇게 우울해 하지만 말고 직접 컴퓨터 공부를 해보자고 결심했습니다. 틈틈이 공부하고 한달 주는 방학도 고스란히 컴퓨터에 쏟아 부었습니다. 중앙 동아리에 들어가서 머신러닝 스터디도 하고 열심히 살았는데, 찔끔찔끔 할 수 밖에 없으니 성장속도가 굉장히 더딥니다. 그리고 머신러닝을 공부하다보니, 선형대수도 필요하고, 미적분학도 필요하고, 통계학도 필요하고, 어차피 수학 공부도 다시하게 되더라고요....
주말밖에 공부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독학으로 수학 + 컴퓨터 공부를 하려니 답답할 정도로 진도가 안나갑니다. 독학이니까 시행착오도 많았고요....
제 목표는 졸업전까지 수학은 미적분학 + 선형대수학 + 통계학 + 수치해석 정도 컴퓨터는 알고리즘, OS + 기초적인 머신러닝이고, 완벽은 아니더라도 80~90%는 이해하는게 목표인데 의대공부하려면서 하려니 참 어렵네요. 지금도 제 ‘모든’ 여가시간을 여기에 쏟아붓는데도 어렵습니다.
  근데 웬걸 수학 컴퓨터 공부를 하다보니, ‘과학’ 자체가 재미있어지더라고요... 특히 관심이 가는 분야가 정보이론 부분인데, ‘아 차라리 서울대 다니면서 양자컴퓨터 쪽으로 갈 껄 ’하는 후회도 할 정도였습니다. 정보이론 만큼 관심있는 게 minduploading이고, 신경과학도 꽤 흥미롭습니다.
  아무튼 그럼 minduploading을 이루기 위해 나는 어떤 길을 걸어야 할까? 고민해봤습니다. 사실 minduploading의 전문가가 되는 길은 물리학자처럼 정해진 길이 없지요? 그래서 이곳저곳 발품을 뛰면서 물어봐야 할 꺼 같네요. 의사/과학자/공학자 분들에게 두루두루 물어봐야겠지요. 사실 막연하게 ‘미국에서 신경과를 수련받고, 공학 연구를 하자...’ 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습니다. ‘안되면, 미국의사하면 먹고는 살겠지’ 하면서요. 근데 미국에서 레지던트를 하려면 일단 미국의사의 추천서를 받아야 하는데, 이 추천서 받는 일도,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단적으로 추천서 받는데만 (2천만원+ 2개월) 정도가 소요될 꺼 같더군요... 그리고 준비 과정도 엄청 복잡해서 미국 의사 준비를 하면, 제가 하고 있는 컴퓨터, 수학 공부 등등은 포기해야될 정도입니다. 미국 의사로 취직하는게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진지하게 ‘나는 결국 공학을 하게 될 꺼 같은데 수련을 받으면서 임상경력을 조금이라도 쌓는게 나중에 minduploading을 연구하는데 도움이 될까?’하는 근원적인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온라인으로 먼저 여쭈어 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후에는 오프라인으로 발품뛰며 의사/공학자 양 쪽에서 정보를 얻어야 겠죠...
  과연 레지던트 수련을 받고 연구를 하는게 좋을까요?? 아니면, 처음부터 졸업하고, 관련 랩에 들어가는게 좋을까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런 허무맹랑한 꿈 쫒지 말라는 말도 괜찮으니까 가감없이 말씀해주세요.. 미리 감사드립니다.

  • 통나무 ()

    브릭에서 달리는 댓글중에 의대졸업하고 기초파트 공부에 대해서
    요즘은 기초과학 박사따고 그리고 나서 다시 전문의 과정을 한다고 하더군요.
    기초과정 교수가 되어도 기본적으로 써야되는 논문의 수에 대한 부담이나 이러저러한 상황이
    그냥 돈이나 벌자.....뭐 이런......

    의대 공부가 양이 많기는 할텐데, 기본적으로 해부학은 암기이지만 이것도 생물의 비교해부학적관점에서 들어가면 고생물학과 연관이 되기도 하던데, 거기다 의학생리학이나 의학생화학은 약리학이나 최종적으로 병리나 내과적인 부분까지 연결이 될텐데, 좀더 깊이 공부한다면 일반 물리화학에 물리화학과 유기화학적 베이스에 따라 이해도도 달라지고 이러면 생리 생화학 면역학의 이해도가 달라질것으로 보이는데요.
    요즘 화성으로 가는 프로젝트에서 왔다갔다할때 실제 문제로 등장하는게 인간의 수명문제인지라 나노과학으로 백혈구와 연관되어 수명연장 프로젝트가 연구된다고 하는 얘기도 있던데.....

    의대다니면 먼저 지금 배우는 과목들을 좀더 심도있게 공부하고 나서 군대를 다녀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안다녀왔으면 보건소에서 공부할 시간은 충분할것 같은데요. 의학의 이해깊이에 따라서 나중에 공학을 다시 전공하더라도 접근이나 생각의 방향이 완전히 다를것으로 생각되고요.

    공학자들이 뭔가를 만들어 뇌에 심을려면 결국 신경외과의사 손을 빌려야할텐데 이런 신경외과의사는 공학몰라도 메뉴얼 보고 심으면 될겁니다.

  • 아웃사이더 ()

    저도 한때 작성자님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며 수학을 전공했었습니다.
    우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수학이나 컴퓨터공학등을 취미로 접하는 것과 전공하는 것은 많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위에서 말씀하신 여러 전공과목들을 수강신청하여 직접 강의도 듣고 과제도 하면서 각각의 분야가 왜 필요한지를 먼저 느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본인의 생각을 과학의 언어로 표현하는 방법도 익혀야 하구요. 알파고라든지 마인드업로딩이라든지 하는 것들을 일반인이 교양서적을 읽고 아는 수준으로 논하기 위해 이런 고민을 하시는 건 아닐테니까요.
    그리고 저런 과목들을 독학으로 하다보면 엉뚱한 방향으로 가기가 십상입니다. 뭐가 중요하고 뭐가 덜 중요한지 판단도 안될 뿐더러 이해가 안되어 자주 막히게되면 공부가 금방 질리게 되거든요.
    목표를 위해 좀 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공부를 먼저 해보시는게 우선이라고 봅니다.

  • SC전공 ()

    저도 아웃사이더 님의 말씀이 맞다고 봅니다. 물론 컴퓨터공학처럼 체계적으로 기초부터 쌓아올리는 방식도 좋지만 그렇다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습니다. 일단 하고싶은것을 하면서 필요한걸 채워넣는방식을 추천드리니 있으니 잘 판단해보시고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 돌아온백수 ()

    미국에서 다시 레지던트 하고 시험보려면 또 4년이상 걸리지 않나요? 그 후에 공학을 배운다?

    그냥.. 한국에서 의사하시면서, 벤쳐기업을 하시던가, 투자를 하시면 되죠.
    벤쳐기업들에 투자를 하시면, 하시고 싶은 거, 사람 부려서 다 하실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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