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을 자퇴하고 싶습니다.

글쓴이
.......
등록일
2018-09-17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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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언을 얻고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2018 봄학기에 입학해서 현재 석사 2학기를 막 시작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현재 대학원을 자퇴하고 싶습니다. 일시적인 것인가 싶어 가만히 두었는데 근 3개월 간 이런 마음이 점점 켜져왔고 지금은 심적으로도 외면할 수 없을만큼 커져버렸습니다.

왜인지 고민해봤습니다.
저희 연구실이 크게 문제가 있는 곳은 아닙니다. 교수님도 좋으신 분이고, 사람들도 괜찮은 편이고, 인건비도 적절히 받고 있는데도, 왜 나는 이런 마음이 생기는 것일까 라구요.
지금까지 고민하고 내린 나름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1. 석사 생활이 제가 생각한 것이랑 많이 다릅니다.
 제가 생각한 석사 생활은, 앞으로 연구에 필요한 지식들을 습득하면서, 논문 읽는 연습도 하고, 논문에 나온 것을 따라서 구현해보고, 그러면서 자기 세부 연구 분야를 찾는 그런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입학해서 생활해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모든 것이 진행이 되는 곳이었습니다. 연구 논문을 저널에 연 1~2개 정도 써야 하고, 2학기부터는 과제 참여도 해야합니다. 학부때 배운 지식과 연결성이 거의 없는 분야에서 이런 퍼포먼스를 내려고 하니, 너무 부담이 되고 따라가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 제가 연구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대학원 진학을 한 이유는 이렇습니다. 4학년이 되고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하던 중 주변 친구들이 영어, 자격증 등 준비하는 과정을 보면서, 왠지 그것들이 너무 의미 없어 보이고, 좀 더 전문성을 갖춰 멋진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너무 오만하고 한심한 생각이었던 것 같군요.
 대학원에 와서 보니,  연구라는 것은 이 분야에 정말 흥미와 열정을 가지고, 하나에 몰입할 수 있는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곰곰히 제 인생을 뒤돌아보니, 저는 전혀 이런 사람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아마도 이런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에 착각을 했는지,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하나에 몰입하기 보다는 오히려 다양한 것들을 얕게 즐기며 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일에서 재미를 찾으며 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만약 대학원을 중퇴한다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일과 삶의 밸런스를 찾을 수 있는 공기업 쪽으로 준비해보려고 합니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제가 보기에도 벌써 결론을 다 내려놓고 무슨 질문을 하려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마음으로는 결론을 다 내려 놓았지만, 뭔가 실천하려니 두렵고 겁이 나서, 다른 사람의 위로나 응원을 바라고 있는 것일까요... 모르겠습니다 저도. 어쩌면 최근 닥치고 있는 일들에 대한 부담감과 도피하고 싶은 마음에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일 수도 있겠고요. 혼란스럽습니다.

혹시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이 있으시다면, 조언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이런 상황에서 그냥 빨리 그만두는 것이 나을지, 아니면 그래도 버티는 것이 옳은 선택일지. 원래 인생이라는 것이 이런 것들의 연속인 것인지... 부탁드립니다.

  • 연구개발인 ()

    남은 시간이 죽을것 같이 괴로울거 같으면 결단을 내리셔야죠. 하지만  석사 2학기에 자신이 연구체질이 아니라고 뒤늦게 깨달았다고 말하는 건 너무 웃긴거 같습니다. 포닥까지 하고 분야 버리고 치킨집여는 분들도 많을텐데요 ㅎㅎ 마치 20살 짜리 대학입학생이 "이제 나는 너무 늙어버렸어 어떡하지 ㅠㅠ" 하고 한탄하는걸 보는것 같네요.

  • 김밥 ()

    저두 님같이 대학원 생활을 했었습니다. 근데 막상 4학기차에 대학원을 그만두고 취업해보니 석사하고 입사한 친구들이 회사에서는 더 대우를 받더군요. 아무리 힘들더라도 석사는 해야합니다. 중간에 그만두면 님의 인생이 송두리채 바뀔지도 모릅니다.

  • mhkim ()

    교수가 괴수가 아니라면 석사는 마치는게 좋습니다. 님의 말씀처럼 교수님이 좋은분이라면 상담을 해보시고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습니다.  1년밖에 남지 않았는데 열심히 하다 보면 시간 금방갑니다.  트레이닝을 제대로 받는다면 회사에 가서도 수월하게 일을 할수있습니다. 어떤 선택이든 경솔하지 않은 현명한 한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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