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날씨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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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eri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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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0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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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햇볕 - 영국 날씨의 한 특징

6.1 모든 대화는 날씨얘기부터
6.2 커튼이 필요한 이유
6.3 집얘기를 빼
6.4 꽃과 정원과 공원의 나라
6.5 그곳에 가면 술과 오락, 춤과 노래, 그리고 아이들이 있다: Pub
6.6 영국사람들은 뭐하고 노나?
6.7 제2의 인생: 노후생활
6.8 새것과 중고품, 골동품의 차이는?
6.9 영국사람들은 무얼 먹고 사나?
6.10 공짜 화장실의 중요성
* Q 가든을 가다: 런던의 구석구석


앞으로 10회에 걸쳐 영국인의 일상생활에 대한 부담없는 얘기를 써내려갈까 한다. 우리가 영국에 살면서 겪은 일상생활 얘기가 가장 많이 소개되는 장(chapter)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은 첫 번째 얘기로 영국의 날씨 얘기, 그리고 영국인의 날씨에 관한 대화 얘기이다.
우리나라는 여름에 후덥지근하고, 겨울엔 매섭게 춥고, 봄에는 꽃가루에 황사날아들고, 가을엔 메말라서 살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사람만 이 글을 읽기 바란다.

A. 영국의 날씨가 어떻길래? - 날씨 개황

다들 '우중충하다' '비가 많이 온다' '춥다'로 대변되는 영국의 날씨에 대해서는 한번쯤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좀더 복잡하고 심각하다. 그리고 체험해보면 정말 우리나라 하고는 많이 다르다.

먼저 영국의 날씨 개황에 대해 살펴보자.
영국은 지리적으로 한국보다 북쪽으로 약 1,400 킬로미터(900 마일) 더 올라간 북위 50-60도 걸쳐 분포하고 있다. 이 위도는 만주보다도 높고 몽고보다도 높으며, 모스크바를 포함한 러시아 중부지역과 같은 위도다.

추워도 한참 추워야 할 이곳이지만, 섬나라이고 대서양 난류의 영향으로 대체로 습하고 위도에 비해서는 따뜻한 기후이다. 따라서 아무리 스코틀랜드 끝이라 해도 한 겨울에 좀처럼 영하 15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고, 남부지방 끝이라 해도 한여름에 좀처럼 30도 이상 오르지 않는다.

잉글랜드 중부지방의 경우 1월 평균기온이 4.1 도C, 7월 평균기온이 16.4 도C인 것을 보면 연중 온도편차가 심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흔히 영국이 비가 많이 오는 나라로 알려져 있는데, 생각보다 일년 강우량은 그리 많지가 않다. 북부와 동부산간 지방에서는 연평균 1600mm정도로 우리나라의 1300mm보다 다소 많지만, 중부와 동부는 800mm 정도로 우리보다 훨씬 적다.

그런데도 비가 많이 오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나라처럼 장마철에만 쏟아지는 집중폭우가 드문 대신 연중 비교적 고르게 비가 오기 때문이다. 요즘엔 이곳도 이상기후로 인해 가끔씩 동네가 잠길 정도로 폭우가 내리기도 한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앞 장에서도 설명했듯이 영국의 지질/토양이 땅속으로 흡수가 잘되는 관계로 도랑이나 강같은 관개시설이 잘 안되어 있는 점 때문이다.

98년 5월부터 8월까지는 일주일에 한두번밖에 비가 안와서 주말에 피크닉 다니기 정말 좋았는데, 그 때 영국언론에서는 200년만의 대가뭄이라며 잔디에 물주는 것 자제하라며 떠들고 생난리가 난 적이 있다. 비가 그렇게 자주 오는데도 가뭄? 대지고 사람이고 얼마나 비가 자주 오는데 적응이 되었으면 그랬겠는가!

다시 진도나가면, 영국의 해뜨는 시각은, 한여름엔 새벽 4시면 해가 떠서 저녁 10시에 해가 져서 낮의 길이가 18시간 정도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한 때 실시되었던 썸머타임(Summer time) 제도가 실시된다. 반면 한겨울에는 아침 8시정도 해가 떠서 오후 5시면 해가 지지만, 겨울철에는 거의 해가 안 보이는 관계로 아침 9시나 되어야 훤해지며 오후 4시면 어둑어둑 해진다. 여름철에는 한밤중에도 북쪽하늘을 보면 여명이 있다.
즉 영국에서는 여름철엔 깜깜한 밤을 볼 수 없다.

계절별로는 5월부터 9월까지가 비도 적게 오고 해뜨는 날도 많으며 기온도 따뜻해서 야외활동하기에 좋고, 12월부터 2월까지는 비도 많이 오고 해뜨는 날도 거의 없어 야외활동에는 안 좋다. 겨울철에는 런던을 경계로 하여 북부지역은 눈이 자주 오고 쌓이기도 하지만, 그 이하지역에서는 10년에 한두번 눈오는 것을 구경할 수 있을 정도로 눈이 귀하다.

지역별로 기후를 요약하면, 영국의 북서부에서는 선선한 여름과 온화한 겨울을, 북동부에서는 선선한 여름과 추운 겨울을, 남서부에서는 더운 여름과 온화한 겨울을, 남동부에서는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을 보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B. 영국의 날씨 테러

언뜻 우리나라 날씨하고 엇비슷하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거기에 비만 좀 자주 온다는 것 정도?
그런데 그게 그렇지가 않다.

그렇다면 왜 영국 시인 바이런이 "영국의 겨울은 7월에 끝나고 8월에 시작된다"고 말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많은 영국인들이 영국의 날씨를 "하루에도 4계절이 있다", "한마디로 날씨가 미쳤다(crazy)"라고 얘기들 할까?

그리고 왜 4월이 되어도 기다리는 봄은 오지 않고 대신 눈발이 날리는지, 그리고 가을철에 왜 갑자기 관광객이 주는지도 의문일 수밖에 없다. 왜 공원에는 해만 떴다하면 일광욕하러 몰려드는지, 왜 영국사람에게는 여름옷과 겨울옷만 있어도 되는지, 왜 선글래스가 필수품인지, 왜 우산대신 모자나 방수코트를 걸치거나 아니면 그냥 비를 맞고 마는지 등등 한국하고는 엄청 다른 이런 것들이 이해되어야 거기서 생활할 수 있다.

자, 그래서 이 칼럼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밋밋하게 평균 날씨나 소개하고 가서 체험하라는 식의 불친절한 소개는 이 칼럼에는 없다. 그럼 한 꺼풀씩 영국 날씨의 비밀을 벗겨보자.

1. 변덕 테러

대체적으로 영국날씨는 해양성 기후라는 사실로 설명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제주도에 가면, 날씨가 맑았다가도 금방 비가 오고, 후덥지근하지 않던가? 다만 영국 날씨의 변덕성은 제주도의 5배 정도로 심하다고 보면 된다.

얼마나 변덕이 심하냐 하면, 우리가 매일 점심먹으러 다니던 cafeteria와 사무실 건물이 불과 300m 정도였는데, 그 사이에 해가 떴다 비가 왔다가 다시 해가 뜨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이건 하늘을 봐도 예측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영국에서는 비가 심하게 와도 차 한잔만 마시면 비가 그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비 온다고 비관말고, 안 온다고 안심말라': 이는 필자가 만든 영국날씨 표어다. 영국의 '날씨테러' 중 한 형태는 '변덕테러'인 것이다.

2. 광풍테러
또 한가지 특징은 비올 때는 거의 예외없이 광풍이 몰아친다는 것이다. 이것이 우산의 효용성을 뚝 떨어뜨리는 이유다. 그래서 영국 경찰도 신사도 숙녀도 창이 넓은 모자를 쓰거나 우비를 입는다. 그런데 우비를 입는 것은 경찰이나 야외작업자들에게나 해당되고 대개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비가 오면 그냥 맞는다.

가끔 광풍이 지나쳐서 미국보다는 약하지만 작은 토네이도가 덮치기도 한다. 우리가 그곳에 머물고 있는 동안에도 해마다 남부지방에서는 지붕이 날아간 집이 뉴스에 나오곤 했다. 이게 중부지방에서는 '폭풍의 언덕'을 만든게 아니었겠는가? 이게 말하자면 영국의 '날씨테러' 형태중 하나인 '광풍테러'이다.

3. 비 테러
한술 더 떠, 비가 와도 영국사람들은 대개 뛰어 다니질 않는다. 그냥 묵묵히 맞을 뿐이다. 뛰는 일이 점잖지 못하게 여겨져서 그런지, 아니면 하루에도 수십번 변하는 날씨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물어보니 단지 'don't care' 한다는 답변이다. 비오는 양이 적어 대개 흩날리는 정도이고, 또 '산성비'니 '비먼지'니 해서 비를 더럽게 보는 우리에 비해 비는 깨끗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가장 전형적인 영국 날씨테러는 뭐니뭐니 해도 '비테러'이다.

그런 것을 보고 우리 일행 중 한 명이 농담으로, '영국 사람들 가죽은 방수라 비 맞아도 괜찮다'고 했었는데, 확실히 체질이 우리와는 다른지, 비를 잘도 맞고 다닌다.

아무튼 영국 여행하려면 방수 외투와 바지, 방수 신발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참 "방수 신발?" 그렇다. 땅바닥이 며칠이고 계속 젖어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신는 가죽구두나 운동화는 물이 스며들어 여행하기에 부적합하다. 적당히 말려가며 지내거나, 영국에 좀 오래 살려면 따로 방수용 신발을 사서 신는 것이 낫다.

4. 추위 테러
해양성 기후라 그 위도에 비해 아주 춥진 않지만 영국 기후의 전반적 특징이라면, 그늘에만 들어가면 춥다는 것이다. 영국 최남단 지방에서 한 여름 대낮이라도 그늘에 들어가 10분만 앉아 있으면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하물며 여름밤에 열리는 행사에 반팔 소매로 갔다면 (좀 심하게 얘기해서) '얼어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동안 필자 가족이 영국 여행할 때 찍은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한 여름이라도 겉옷으로 긴팔옷을 입고 있다. 이것이 바로 시인 바이런이 말한 '7-8월의 겨울'이다. 즉 영국의 '날씨테러' 중 하나는 '추위테러'인 것이다.

여름밤에는 겨울에 입는 외투를 걸쳐도 덥지 않으며, 실제 잉글랜드 남부지방에서 영국인들이 밤에 겨울용 외투를 입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물론 반팔소매로 다니는 것도 볼 수 있고. 어차피 날씨가 변덕이 심하고 변동도 심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 옷입는 것에 대해 신경쓰는 사람도 거의 없다.

5. 햇볕 테러
또 다른 특징중 하나는 강렬한 햇빛이다. 전반적으로 영국의 공기는 매우 맑고 부유물질도 거의 없어 먼 곳이 항상 잘 보인다. 그래서 비온 뒤 맑게 개인 날씨에 비치는 햇볕 자체가 매우 강하기도 하고, 높은 위도 때문에 한 낮에도 햇볕의 각도가 30(겨울)-60(여름)도로 얼굴에 직접 비쳐서 얼굴이나 손발 노출부위가 잘 탄다. 반면 우리나라는 한여름의 경우 거의 직상공에서 비치기 때문에 얼굴이 거의 안탄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여름보다도 '오뉴월 땡볕'에 얼굴이 더 많이 타는데, 그 이유는 이 때 햇볕이 비스듬히 비치기 때문이다.

이러한 햇볕이 좋다고 영국사람들은 피부암 경고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살을 태우느라 여념이 없지만, 문명인(?)인 우리야 그럴 수는 없다. 선텐크림을 안 바르고 해변에서 2-3시간 대책없이 놀다가는 살갗이 빨갛게 익는 수모를 당한다.

특히 여름철에는 일조시간도 매우 길기 때문에 선글라스 끼는 것은 필수다. 특히 운전을 할 때 잉글랜드 지역은 산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아침, 저녁으로 수평선에서 비치는 강렬한 햇빛을 보면서 운전을 해야 하므로 선글라스를 안 끼면 위험하기까지 하다. 이것이 바로 영국 날씨테러의 한 형태인 '햇볕테러'이다.

6. 구름 테러
마지막으로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심리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이 영국의 구름층이 매우 낮다는 사실이다. 통상 우리나라의 경우 구름들은 4-8km 고도에 분포한다. 반면 영국에서는 2-3km로 매우 낮다. 여름에야 뭉게구름이 낮게 떠가는게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겨울에는 회색빛 구름이 낮게 하늘을 몇 주일이고 계속 덮고 있으면 갑갑해 미칠 수도 있음이다.

영국 동화에서 구름이 친근하게 묘사되기도 하고 우중충하다고 하여 우울함의 상징이기도 한 게 다 구름층의 높이가 낮기 때문이라는 과학적인 사실에 기인한다는 점은 흥미롭다. 구름이 낮은 것은 모스크바엘 가도 마찬가지다. 이는 높은 위도지역의 한 특징이다. 이게 영국날씨테러의 한 형태인 '구름테러'이다.

7. 그래서....
자, 이 정도를 안다면 영국의 기후에 대해 무식은 겨우 면한 것이다.

일전에 필자에게 겨울철에 영국을 배낭여행하기에 어떤지 묻는 독자가 있었는데, 이런 '날씨테러'에 대해 알았다면 아예 묻지도 않았을텐데.... ㅠ.ㅠ

참 아니다. 한번 겨울철에 가서 눈비 맞아가며 한달내내 햇빛 한번도 못보고 추위에 떨어보는 것도 괜찮다! 그러고 나면 우리나라가 왜 정말 살기좋은 나라인지 가슴속 깊이 느끼게 될테니까.....

C. 정말 영국사람들은 날씨 얘기를 그렇게 많이 하나?

우리가 만나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듯이, 영국사람들도 만나면 날씨 얘기부터 한다는데 그게 사실일까?

이는 생활문화와 관련하여 중요한 문제다. 우리는 하도 전란도 많고 역병도 많아, '안전'이 가장 큰 관심사였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서 하는 인사로 굳어진게 '안녕'한지를 묻는 것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영국사람들은 만나면 날씨얘기부터 한다는 얘기를 영국가기 전부터 들은 터라 확인하고 싶었다.

답은, '일면 그렇다!'였다.
물론 맨 처음 만나서 나누는 인사말은 다들 알고 있듯이, 'Hi!', 'Hi, there!', 'How are you?', 'Good morning!' 같은 것들이다. 문제는 그 다음에 나누는 부담없는 얘기로 단연 날씨 얘기가 화두에 오른다는 것이다. 우리가 화두에 올리는 '그 동안 잘 계셨습니까?', '연락이 없어서 소식 궁금했었습니다' 같은 안전에 관한 것은 거의 들을 수가 없다. 상대적으로 영국은 역사적으로 안전한 곳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모르는 사람과 말을 트는데도 날씨 얘기가 안성맞춤이다. 누구든 날씨얘기는 부담없는 얘기다.

그만큼 거의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테마가 날씨인 것이다, 마치 우리나라 사람들이 '안전'에 대해 관심이야 있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듯이.

상대적으로 햇빛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영국에서는 날씨가 좋은 5-9월에는 가급적 야외행사를 많이 갖는다. 이 때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이 날씨다. 또한 그 외의 계절에도 햇볕이 난다는 정보가 있으면 만사 제쳐놓고 일광욕이나 산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날씨 정보의 가치는 무지하게 높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날씨 얘기하듯이 건성으로 해서는 영국인과는 대화가 안된다. 날씨의 제반 구성요소, 즉 일조량, 강우량, 온도변화, 풍향, 풍속, 일출일몰시간, 기압분포, 습도, 기상도 분석 등에 대해 일가견이 있어야 한마디 거들 수 있다. 실제 상당수 영국인들의 기상학적 지식과 정보는 알아줄만하다.

한편, 영국사람들이 날씨에 대해 이렇듯 수동적으로 정보수집만 하고 생활에 응용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열악한 기후를 미화하고 희망으로 바꾸는 여러 가지 지혜도 발전시켰다.

날씨가 좋아지기 시작하는 4월 중순의 부활절을 항상 4일 연휴로 만들어 쉴 수 있도록 했고, 우울해지기 쉬운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연휴를 10여일 두어 햇빛이 많은 지중해 등지로 휴가를 갈 수 있게 하고 있다.

또한 영국의 학기에는 가을학기, 봄학기, 여름학기와 방학이 있을 뿐, 겨울학기가 없다.
1월부터 시작하는 봄학기는 사실 이름만 봄학기일 뿐 학기가 다 끝날 쯤에야 봄이 온다. 그러니 이건 우리의 '입춘'처럼 추운 겨울에 봄에 대한 희망을 간직하게 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랴?

그리고 춥고 비오며 기나긴 겨울밤을 실내에서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도록, 많은 시인이나 소설가들이 동화와 상상력의 세계로 영국 국민들을 끌어들이며, 회색빛 겨울하늘이 '고향의 품'이라고 미화해대고 있다. 이 뿐이 아니다. 맨날 비오고 음습한 그 나라 어디를 가든 예쁜 꽃밭이 넘치도록 하고 있다.

그러니 이러한 노력은 가상히 평가해 주되, 멋진 관광 사진 몇 장에 현혹되어 영국 기후를 만만히 보는 우를 범하진 말기 바란다. 한마디로 영국 날씨는 테러블(terrible)하다는 것이 필자의 촌평이다 - 앞절에서 언급한 대로..... 이 칼럼 처음에 나오는 환상적인 영국 풍경을 이쯤에서 다시 한번 보고 새로운 시각으로 음미 해보길 추천하는 바이다.

아무튼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다'는 말이 있듯이 영국인의 날씨에 대한 관심은 현실적 필요의 산물이다라고 결론짓고 싶다.

D. 영국의 날씨 예보가 잘 맞는 이유

필자도 영국날씨는 50%이상 맞출 수 있다, '내일은 비가 온다' 이렇게 하면.....
또한 이렇게 말하면 거의 90% 가까이 올라간다, '내일은 비 또는 흐림'.
그만큼 영국 날씨는 변덕이 심하고 비가 자주 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가지고는 날씨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대다수 영국백성들한테 내침(테러)을 당할 수도 있음이다, 그것도 여인천하식으로.

따라서 영국 TV에 나오는 일기 예보는 훨씬 상세하다. 항상 위성사진이 연속적으로 보여지고, 자세한 기상정보(구름분포, 기압, 풍향, 풍속, 기온 등)가 브리핑된다. 다음, 시간단위로 어떻게 변화할지가 지역별로 상세히 나타나는데, 그게 거의 90%이상 잘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비올 확률 30%'나 '가끔 흐리다가 곳에 따라 비' 같이 우리나라 기상청이 개발한 애매모호한 표현은 안 통한다.

우리나라는 영국에 비해 날씨에 대해 요구되는 정보가치가 상대적으로 낮고, 구름이 높아 사방 100km 정도가 육안으로도 확인되기 때문에 1-2시간 후의 기상을 눈짐작으로도 예측할 수가 있다. 영국은 그게 안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쪽 기상이 몇 시간 후에 우리한테 큰 영향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영국도 주로 서쪽의 대서양 기상이 큰 영향을 준다. 따라서 서쪽 지역의 기상을 잘 파악하는 것이 기상예보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아무튼 유난히 영국의 예보가 잘 맞는 이유는 기상 관측 기구와 분석기술, 예측기술이 잘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연합(EU)이 공동으로 개발해 발사한 ERS-1호와 2호 위성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가 해양기후(주로 풍향 풍속, 해수면 고도변화, 고공 기상환경 등) 관측이었다. 영국은 이를 통해 해양기후 모델의 정확도를 대폭 향상시킬 수 있었고, 이를 지상의 기상 레이더나 무인 기상정보 수집 싸이트, 위성 기상사진 등을 통해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와 결합하여, 정확한 일기 예보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의 경우 지상 기상레이더를 확충하고, 중국쪽의 기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며, 기후모델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한데, 현재로도 손쉽게 얻어 쓸 수 있는 기상위성정보를 독자적으로 얻겠다고 값비싼 기상위성이나 발사하고, 역시 값비싼 슈퍼컴만 업글하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구과학과 기상기술에 대한 정책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한 사례이다.

특히나 최근 문제되고 있는 황사에 대한 대처나 중국의 산업화에 따른 대기 오염 문제, 황해 오염문제 등의 대처에 있어서도 정확하고 기민한 대처가 못내 아쉽다. 오래전부터 심화되어 온 중국에 의한 대기 오염문제는 이제 막 고공관측 및 연구가 시작된 상황이고, 황사는 아직 일시적 가뭄에 의한 것인지, 사막화에 의한 것인지도 제대로 규명이 안된 상황이다.

우리나라에도 날씨 전문 TV 채널도 생기고, 날씨금융 싸이트도 생기고 해서 나름대로 날씨에 대한 상업적 가치는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날씨 정보 생산'은 매우 초보적인 수준이라는 판단이다. 예컨대 캐나다의 경우, 위성사진으로 날씨변화에 따른 결빙선을 확인하여, 극지방 운항계획, 고기잡이 구역선정이나 차량/재해보험율 산정에 반영한다. 기온이 영하냐 영상이냐, 얼음이 얼었느냐 안얼었느냐에 따라 일자리도 달라지고, 차 사고율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소 도발적인 결론이지만, 영국인에게 '날씨테러'는 날씨에 대한 각별한 관심, 날씨예보의 정확성, 전국적으로 아름다운 꽃밭, 지구과학의 발달을 가져왔듯이, 우리나라의 '비과학'과 '무정책' 테러가 종국적으로는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기술강국'을 가져오길 기대해본다.

@ 출처: Daum 칼럼 '영국을 알면 한국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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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ysop () IP :

      각 게시판 마다 허용되어 있는 HTML tag이 구분되어 있어서 수정하였습니다. 위글에 사용된 html tag을 모두 허용하도록 하였으니 다시 올려주시면 바르게 보일것입니다. ^-^ 죄송~

  • tigerim () IP :

      그래도 안먹히는 태그들이 있어, 제대로는 안되네요. 어쩔 수 없이 별도 편집을........ 쩝~

  • 송세령 () IP :

      안먹히는 태그들은 쪽지나 댓글로 말씀하여 주십시요. 제가 모두 등록해두겠습니다.

  • tigerim () IP :

      앗 !!  다시 해보니, 대부분의 태그들이 잘 먹히는군요. 다만 '<br>' 요놈이 여전히 안 먹힘니당! 자동으로 빈줄삽입이 되는 기능땜시 이게 안되는 것 같군여. <br>로 쓴 글의 경우에는 자동으로 빈줄 생기면 안되는데....... 세심한데까지 신경써주셔소 감사함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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