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도의 또다른 피해자 사형집행인 - 이명박 정부는 사형집행을 할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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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보  (196.♡.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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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12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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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nate.com/service/news/shellview.asp?ArticleID=2008011019241237113
사형제도의 또다른 피해자 사형집행인


사형집행 참여했던 교도관들 “생각만 해도 몸서리쳐요”


왜 그 얘기를 꺼내세요, 생각만 해도 섬뜩한데. 요즘도 텔레비전 뉴스에 사형 관련 이야기만 나오면 전 몸서리를 쳐요. 그 기억 때문에요.”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이영호씨(가명). 그는 ‘사형’ 이야기만 나와도 끔찍한 기분에 시달린다. 그는 20여 년 전, 한 구치소에서 교도관으로 일할 때 10여 차례 사형집행에 참여했다. 사형수를 사형장까지 ‘연출’할 때(데리고 갈 때), 사형수의 목에 밧줄을 걸 때, 사형수의 의자 밑 마룻바닥이 아래로 꺼지도록 ‘포인트’(교도관들은 그 장치를 이렇게 불렀다)를 잡아당길 때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늦은 밤 운전하다가 동물을 쳐도 그 느낌이 섬뜩해 잊기 힘든데, 사람이 그렇게 됐으니 오죽했겠어요. 이제 그만 이야기하자고요. 혹시 우리 가족이 알까봐 걱정이 에요.”


“몸 아프다” 핑계 집행인 명단 빠져


지난 10여 년간, 사형제도를 논할 때 우리는 가해자(살인자)와 피해자 그리고 그 가족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그러나 사형을 집행하는 교도관에 대해 생각하는 이들은 별로 없었다. 사형을 집행한 후 이들이 겪은 고통은 어땠을까.

이재열씨(가명)는 1970년부터 1979년까지 서울구치소에서 일했다. 유신정권 말기, 사형이 가장 자주 이뤄졌던 때다. “며칠에 한 번 예닐곱 명씩 (사형을 집행)하는 게 예사”였다고 했다.

“그땐 간혹 꿈을 꿨어요. 목에 밧줄이 감긴 채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이가 보였죠. 내가 직접 사형을 집행했는데, 사형을 집행한 날은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가지 않았어요. 가족에게는 절대로 사형 집행 사실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한 번은 아내가 외박하는 이유를 묻기에 사실을 말했더니 저를 별종 취급하면서 멀리하더군요.”

자신이 직접 돌보던 사형수를 사형시킬 때도 있었다. “식사도 챙겨주고 아픈 데 있는지 물어보고 대화를 나누던 그 사람을 제가…. 정말 참담했습니다. 그중 한 사람이 바로 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하재완씨였어요. 이번 재심 때 증언을 하기 위해 법정에 나가 그 가족들을 봤는데 죄의식에 정말 고통스러웠어요. 그때의 고통이 고스란히 다시 되살아났거든요.”

사형 집행에 참여해본 교도관들은 “사람이 할 일이 아니”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사형 집행 참여자들의 명단이 공개되면, 사무실은 늘 어수선했다. 일부는 명단에서 자기 이름을 빼기 위해 온갖 이유를 갖다 댔다. ‘몸이 아파서’ ‘곧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 ‘아내가 아이를 임신해서’. 하지만 진짜 이유는 ‘사람이 할 일이 아니어서’였다는 걸 그들도 상사도 모두 알고 있었다. 심지어 명단에 자기가 들어 있음을 알고 졸도해 집행에서 빠진 이도 있었다.

그래도 고통을 떨쳐내고 살아가는 이들은 나은 편이다. 전직 교도관들에 따르면 수십 번의 ‘합법살인’ 기억으로 이후의 삶이 달라진 사람도 있다. 특히 일부는 한 번 사형 집행에 참여하면 반복적으로 참여하게 돼, 고통이 더욱 심했다고 한다.

“2년여 전, 전직 교도관이 마약 복용으로 기소된 적이 있었어요. 그 교도관은 “자꾸 사형 집행한 이들의 모습이 떠올라 견딜 수 없어 마약에 손을 댔다”고 하더랍니다. 사형 집행을 많이 했던 교도관이었어요. 결국 그 점 때문에 선처를 받아 집행유예를 받았고요. 하지만 결국 다시 마약을 했다는 소식에 다들 안타까워했죠.”(2004년까지 서울구치소에서 교도관 생활을 한 한모씨)

한씨는 “정년이 되어 교도관을 그만둔 후 불가에 귀의한 사형집행인도 있다”고 했다. 그는 “입적 이유를 정확히 모르겠지만, 사형 집행을 정말 많이 했고 그 때문에 늘 술을 가까이 한 교도관이었다”고 말했다.

법무연수원의 김길성 교사가 쓴 보고서 ‘사형제도 교도관의 인권’(2006)에는 이런 인터뷰 내용도 나온다. “한 친구는 자신이 사형 집행을 한 사실을 알게 된 아내와 직장을 그만두는 문제로 자주 다투더니 결국 이혼했다고 하더라고요. 또 어떤 친구는 사형 집행에 따른 후유증에선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직장에서 넋 나간 사람처럼 한동안 행동하다가 자살을 한 경우도 있어요.”(서울구치소의 한 사형집행인)


죄책감에 사형폐지운동 나서기도


사형집행인이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1946년부터 6년간 오사카 구치소의 소장을 지낸 다마이는 한 공청회에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사형이라는 형벌이 존재하는 한, 그리고 그 집행을 저희 교정직원이 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한, 저희들은 방편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뿐, 여기에 교육자로서의 양심의 편린도 없습니다. 그저 ‘살인자’라고 자조할 뿐입니다.”

일부 법관들도 사형집행인의 인권침해 문제를 지적한다. 1996년 당시 헌법재판소의 김진우 재판관이 사형제에 대해 “양심에 반하여 직무상 어쩔 수 없이 사형 집행에 관여하는 자들의 양심의 자유와 인간이 지닌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비인간적인 형벌제도”라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전직 교도관 중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사형폐지운동을 벌이고 있는 이도 있다. 1952년부터 1971까지 교도관 생활을 했던 고중렬씨. 그는 200여 명의 사형수를 교화하는 임무를 맡았고, 그들의 사형 집행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그 과정을 모두 지켜봤다. 시민단체와 함께 사형폐지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그는 “이대로 죽으면 벌 받을 것처럼 죄책감을 느꼈다”며 “하루도 빠짐없이 성당에 나가 사형제 폐지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형 집행에 직접 참여했던 다른 교도관들의 생각도 고씨와 비슷하다. 사형 집행을 했던 한 전직 교도관은 “인간이 다른 인간의 목숨을 빼앗는 일이 ‘공무’가 돼서는 안 된다”면서도 “사형 집행 사실을 숨기고 싶기에 나서서 내 생각을 말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그는 “저와 같은 사형집행인도 사형제도의 피해자가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박병식 교수(용인대 경찰행정학)는 자신의 논문 ‘사형제도와 교도관의 인권’에서 다음과 같은 인용문을 소개했다. 사형제도에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사형집행인이라는 키워드로 생각거리를 제공하는 글이다.

“만약 사형이 도덕적으로 정당한 것이라면 논리적으로 사형집행인의 직업은 훌륭한 직업이 돼야 한다. 그런데 많은 열정적인 사형 존치론자가 이러한 인간을 혐오하고 교제대상에서 배척한다는 사실은 그들 스스로 사형이 명백하게 도덕적으로 비난받아야 할 것임을 나타낸다.”(‘20세기의 사형’, 로이 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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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인권정책이 후퇴할것인지 개선될것인지...
어떻게 될까? 사형제도를 어떻게 할것인지 보면 알수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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